60억 인구 스코프스쿨 - 메가스코프(11~13세) 1
르네 에스뀌디에 지음, 김영신 옮김 / 삼성당아이(여명미디어)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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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짤막한 과학동화를 먼저 실어 주제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며 끌어 낸 후, 그 주제에 대한 토막 상식들을 담아 놓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1초에 7600만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새 생명이 태어나고 있는 곳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촌이다. 이 책에 담겨있는 정보들은 지구촌 인구에 대한 여러가지 궁금증들을 어느 정도 풀어 준다.

깊이있게 다룬 것이 아니라, 토막 정보이지만 거기서 더 관심이 가는 부분에 대해서는 자료를 더 찾아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에는 충분하다. 세계 인구의 평균 수명은 점점 연장되고 있다는 사실과 수명 연장에 기여하는 몇 가지 사항들은 생명에 대한 탐구로 이끌 수도 있겠다. 노령 인구에 대한 국가 차원에서의 대책과 노인들 자신의 달라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여성들의 일생과 아이에게 정신적, 육체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여성들의 소중함도 알 수 있다. 세계 인구의 분포와 특성도 알 수 있다. 60억 인구 중의 한 사람인 자신을 중심으로 나의 뿌리를 캐어 올라가는 가계도를 그려봄으로써, 자신의 생명에 대한 소중함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두서없이 던져 놓은 듯하지만, 오밀조밀, 생각할 거리들을 지루하지 않게 제시해 놓은 점과 기초상식들을 접할 수 있다는 점도 좋다. 지구촌의 다른 곳에 있는 이웃들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넓은 마음과 먼 곳을 고개를 들어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면 더없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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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요, 산타 마을에서는요... - 산타 할아버지의 열두 달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6
구로이 켄 / 길벗어린이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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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이른 감이 있지만, 12월로 들어서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크리스마스이다. 아이들은 벌써 크리스마스에 대한 생각으로 들떠있다. 선물을 받고 파티를 열 것이라고. 하지만 이 날을 위해 산타 할아버지는 무엇을 하며 일 년을 보낼까? 아이들은 궁금하다. 산타 클로스는 진짜 있는 것일까? 아직은 산타 클로스를 믿고 있는 아이들의 천진한 음성이 귀에 쟁쟁하다.

북유럽의 핀란드에 가면 산타 마을이 정말 있다고 말해주면 두 눈이 동그래지며 반가와한다. 꿈같기도 하고 실제같기도 한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따지는 건 아이들에게 아무 의미가 없다. 그저 바래지 않은 소망으로 아이들 가슴에 남아있으면 좋겠다. 이 그림책을 펼치면, 아이들의 믿음은 완전한 것이 된다. 산타는 열두 달을 이렇게 바쁘게 보낸다고...

그림은, 솜털같이 부드러운 색감이 만져지는 듯하다. 환상의 나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다. 보송보송한 촉감이 맨살에 닿는 것처럼 기분이 마냥 좋아진다. 산타의 인자하게 웃는 얼굴이 열두 달을 낙천적인 생각으로 살게 할 것만 같다.

그림 못지 않게 구로이 켄의 상상력은 독특하고 따뜻한 유머가 있다. 3월에는 착한 어린이들에게 줄 선물을 만들기 시작하고 밭을 갈아 장난감 나무 씨를 뿌린다고 한다. 사슴학교에서 하늘을 나는 법을 배우는 사슴들, 팬티만 입고 신체검사를 받는 산타 할아버지들. 북극 바다에서 바다표범을 타고 여름 휴가를 즐기는 산타의 표정은 마냥 신나는 아이들 같다.

드디어 12월, 잉크색 하늘을 가로질러 나는 썰매들의 행렬이 멋지다. 인종도 국가도 다양한 지구의 곳곳을 구석구석 찾아다니는 산타의 모습들이 하나같이 즐겁다. 몽골, 이집트, 남극, 뉴욕, 열대의 어느 지역 할 것 없이 그리고 황인종, 백인종, 흑인종 어느 아이 할 것 없이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크리스마스!

하지만 이런 고운 꿈을 가질 엄두조차 못내고 고통받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는 점을, 잊지 말고 함께 이야기해 주면 크리스마스의 참된 의미를 생각해 보는 시간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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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책 (100쇄 기념판) 웅진 세계그림책 1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허은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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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ggy Book이라는 원제로 알고 있었던 특이한 그림책을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제목은 어린이들의 구미를 당기지만, 내용은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 남아 선호 사상으로 뭉쳐져있는 우리네 아들들은 이 그림책을 보며 생각을 좀 달리 해야 할 것이다.

우선 표지의 그림이 내용을 압축해주고 있다. 엄마는 등에 아빠와 두 아들들을 한꺼번에 업고 있다. 책장을 열면 어려워 보이지는 않는 집이 나온다. 그런데도 이 집의 풍경은 아늑하다거나 포근한 것 하고는 거리가 있다. 엄마는 가족들과 분리되어 부엌에 있다. 단지 엄마 혼자 바쁘고 다른 식구들은 이것저것 주문이 많다. 엄마는 얼굴을 들 틈도 없다. 고개를 푹 숙이고 일만 하고 있다. 다른 식구들은 피둥피둥 살찐 얼굴에 느굿하게 쉬고 있다. 모두 바깥에서 일을 하고 들어 온 처지는 같은 데도 말이다.

그러는 새 엄마를 제외한 가족들의 얼굴은 모두 돼지로 변한다. 얼굴만 그런 것이 아니고 온 집이 돼지로 가득하다. 군데군데 돼지 얼굴을 찾는 재미도 꽤 특이하다. 엄마는 결국 대반란을 감행한다. '너희들은 돼지야!' 라며 엄마는 집을 떠난다. 이제 엄마가 해왔던, 자신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주문만 해댔던 일들이 쌓여만 가고 집은 돼지 우리가 된다. 엄마가 돌아온 후, 집안 일은 온 가족들이 도와가며 할 수 있는 일이란 것을 알게 된다. 아빠도 설거지를 할 수 있고 엄마도 자동차를 정비할 수 있다. 아들들도 청소하고 정리정돈 할 수 있다.

성고정 역할이 얼마나 어리석고 불합리한 생각인지 쉽고도 또렷이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을 보고 우리의 아이들도 고정관념에 묶여 날개를 다 펴지도 못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행복한 가정이란 자신의 역할을 각자 잘 소화해내는 것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그 역할이란 것을 틀에 박힌 생각으로 옭아매고 있지는 않은지...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을 앞세운다면 서로의 짐을 좀 들어줄 수 있지 않을까? 행복한 가정이란 거창한 것이 아닐 것이다. 혹시 지금 우리 집은 돼지 우리가 아닌지, 한번 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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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기다리며 아이북클럽 17
모리야마 미야코 지음, 후타마타 에이고로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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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 큰아이가 '나 혼자 집에 있을 때'라는 제목으로 동시 일기를 써 놓은 걸 보았다. 한 두 시간이었는데, 두근두근하는 두려움과 기다림이 잘 엿보였다.

나 혼자 집에 있으면
'도둑 오나' 하고
가슴이 조마조마

친구없이 혼자
책 보려니 심심해서
책장이 안 넘겨지고

숙제를 하고 있다
'딩동' 소리 들리고
'희원아!' 부르는 듯하다.

아기 여우는 한 두시간도 아니고 꼬박 이틀 밤을 도시로 장사 나간 아빠를 기다린다. 당차고 야무지다. 조금은 무서워하는 마음도 있지만, 씩씩하게 아빠를 기다리며 일상의 생활을 하는 아기 여우의 모습이 아주 귀엽다. 돌아가신 엄마만 계시다면 이런 외로움은 없었을텐데... 한밤중 엄마 생각이 난 아기 여우는 엄마의 어깨걸이를 꺼내 몸을 감싼다. 엄마 냄새가 난다.

아기 여우는 이웃의 정을 받을 줄 아는 마음을 가졌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부분은 남겨두고 말이다. 자연스럽게 받을 줄 아는 모습이 보기 좋다. 아빠를 기다리며, 아기 여우는 친구들과 산적놀이도 하고 곰 아저씨랑 낚시도 간다. 너구리 집에 쌓아 둔 낙엽더미 위를 구르기도 하고 여자 친구 토끼가 주는 꽃 한 송이에 기뻐하기도 한다. 평소에 좋아하지 않았던 토마토를 이웃 어른이 주는 샌드위치 속에 들어있으니 달게 먹는다. 정으로 먹으니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너도밤나무 아래에서 아빠를 기다리며, 아기 여우는 밤하늘에 웃고 있는 엄마 여우의 얼굴을 본다. 그리곤 잠이 든다. 약속보다 늦게 온 아빠 여우의 사랑의 선물은, 이제 기다림의 시간을 앗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낡았지만 멋진 트럭을 선물로 가져왔으니 이제 아빠가 도시로 장사를 나가도 아기 여우는 혼자 남아 기다리고 있지 않아도 된다. 아기 여우는 처음 경험한 기다림의 시간을 통해 튼실해진 느낌이다. 아기 여우의 대견스런 마음이 섬세하고 티없이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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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 생텍쥐페리가 어린 왕자에 숨겨둔 비밀
미타 마사히로 지음, 한 유키코 옮김 / 참솔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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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린 왕자>를 처음 만난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이다. 지금도 가지고 있는 그 책을 펼치니, 누렇게 변한 책장에서 은근한 곰팡내가 난다. 가격은 천오백원으로 씌어있다. 뒤에는 영문으로 실려있는 책이다. 그런데 요즈음 초등학생 용 동화로 이 책을 엮어내는 출판사가 있어 의외였다. 단지 멋진 옷차림의 왕자가 등장한다는 것으로 동화의 느낌을 주기 때문일까? 이 책 안에 담겨있는 이야기는 뭔가 인생에 대한 심오한 통찰이 아닐까 하는 막연한 생각들을 했던 기억이 난다.

'생텍쥐페리가 어린 왕자에 숨겨둔 비밀'이라는 부제를 달고 내 눈 앞에 등장한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에 충분했다. 미타 마사히로가 문학가로서 상당한 영향을 받은 생텍쥐페리이기에 그의 '어린 왕자'는 남다른 애착이 갔을 것이다. 마사히로는 어린 왕자와 생텍쥐페리를 동일 인물로 보고 있다. 어린 왕자의 눈을 통해 그의 인생관과 실패한 그의 연애관을 보여준다. 현실에 부드럽게 뿌리 내리지 못한 자신의 자화상이기도 한 어린 왕자는, 어른이 되어서도 어린이의 감수성을 지닌 사람이고 싶었던 작가 자신의 회한이 담긴 모습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 작품 속에서는 왕자가 소혹성에서 온 것으로 되어 있지만 생 텍쥐페리의 마음속에 어린 소년의 이미지를 심은 것은 자신의 과거에 대한 기억에서 출발한다. 어린 왕자는 작가의 과거에서 왔다.

<어린 왕자>에 등장하는 꽃과 여우 그리고 사막과 전철수 같은 것들은 작가의 인생에서 만난 대상에 대한 은유와 상징으로 빛난다. 자신이 성공적으로 이루어내지 못한 것같이 생각되는 인생의 항목들에 대한 너그러운 통찰과 예리한 비판이 이것들에 담겨있음을 알 수 있다. 그의 어린 시절이나 성격을 알고 보면 인간적인 비애가 느껴진다. 땅에 발을 딛지 못하고 하늘을 날고 싶어했던 한 사람이 끝없는 모래 사막에 불시착했다. 현실에서 여러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늘 외로웠던 작가는 사막에서 비로소 외롭지 않음을 느낀다. 하늘에서 비행기 조종사의 눈으로 내려다 보는 세상은 지리학자의 세상읽기와는 다르다. 중요한 것은 마음의 눈으로 보아야만 보이는 법이라고.

- <어린 왕자>는 작가의 인간적 성숙이 보여지는 작품이다.

유일한 친구 기요메가 죽었을 때 비로로 죽음을 슬퍼할 줄 알게 되었다는 작가가 <어린 왕자>에서 던지는 상징들과의 대화는 자신의 생에 대한 겸손한 통찰에서 나온다. 꽃과의 대화가 그렇고 뱀과의 대화도 그렇다. 마사히로는 <어린 왕자>는 사랑에 대해 쓴 작품이라고 했다. 꽃에 물을 주기를 게을리하지 않는, 책임이 따르는 사랑은, 필요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필요한 것이라는 말과 같다. '책임'은 에리히 프롬이 말한 사랑의 요건이기도 하다. 보이지 않는 중요한 것이라는 것도 결국 '사랑'을 말하는 것이라 한다. 완전한 의미의 사랑은 인간적 성숙의 잣대일 것이다. 그러나 서로 '정들어'있다는 인식, 즉 '사랑'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식'하는 순간 우리는 헤어짐을 예견한다. 우리는 너무 늦게 '사랑'을 깨닫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 인식은 순진함의 대극에 있는 것이다. 무엇인가를 인식한 순간 이미 그 일에 관해서는 순진함을 잃어버린다. 인식이란 그런 것이다. 그리고 그 인식이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간다.

마사히로는 생텍쥐페리의 삶을 돌아보며 그의 '어린 왕자'를 들여다보았다. 마사히로가 보는 시선에는 작가에 대한 애정이 담겨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생텍쥐페리의 그 이전 작품들을 비교하며, 한 인간이 성숙해가는 과정을 그려보인다. 볼이 통통하니, 동안을 하고 있는 생텍쥐페리의 얼굴이 어린 왕자의 얼굴과 오버랩된다. 끝까지 어린 아이다운 순수함을 잃지 않고 살려는 모든 이에게, 그리고 삶을 좀더 진지하게 꿰뚫어보며 살려는 사람들에게 <어린 왕자>와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를 조용히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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