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를 기다리며 아이북클럽 17
모리야마 미야코 지음, 후타마타 에이고로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00년 11월
평점 :
절판


2학년 큰아이가 '나 혼자 집에 있을 때'라는 제목으로 동시 일기를 써 놓은 걸 보았다. 한 두 시간이었는데, 두근두근하는 두려움과 기다림이 잘 엿보였다.

나 혼자 집에 있으면
'도둑 오나' 하고
가슴이 조마조마

친구없이 혼자
책 보려니 심심해서
책장이 안 넘겨지고

숙제를 하고 있다
'딩동' 소리 들리고
'희원아!' 부르는 듯하다.

아기 여우는 한 두시간도 아니고 꼬박 이틀 밤을 도시로 장사 나간 아빠를 기다린다. 당차고 야무지다. 조금은 무서워하는 마음도 있지만, 씩씩하게 아빠를 기다리며 일상의 생활을 하는 아기 여우의 모습이 아주 귀엽다. 돌아가신 엄마만 계시다면 이런 외로움은 없었을텐데... 한밤중 엄마 생각이 난 아기 여우는 엄마의 어깨걸이를 꺼내 몸을 감싼다. 엄마 냄새가 난다.

아기 여우는 이웃의 정을 받을 줄 아는 마음을 가졌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부분은 남겨두고 말이다. 자연스럽게 받을 줄 아는 모습이 보기 좋다. 아빠를 기다리며, 아기 여우는 친구들과 산적놀이도 하고 곰 아저씨랑 낚시도 간다. 너구리 집에 쌓아 둔 낙엽더미 위를 구르기도 하고 여자 친구 토끼가 주는 꽃 한 송이에 기뻐하기도 한다. 평소에 좋아하지 않았던 토마토를 이웃 어른이 주는 샌드위치 속에 들어있으니 달게 먹는다. 정으로 먹으니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너도밤나무 아래에서 아빠를 기다리며, 아기 여우는 밤하늘에 웃고 있는 엄마 여우의 얼굴을 본다. 그리곤 잠이 든다. 약속보다 늦게 온 아빠 여우의 사랑의 선물은, 이제 기다림의 시간을 앗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낡았지만 멋진 트럭을 선물로 가져왔으니 이제 아빠가 도시로 장사를 나가도 아기 여우는 혼자 남아 기다리고 있지 않아도 된다. 아기 여우는 처음 경험한 기다림의 시간을 통해 튼실해진 느낌이다. 아기 여우의 대견스런 마음이 섬세하고 티없이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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