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옛적 이야기쟁이
이상희 지음, 이영경 그림 / 웅진주니어 / 2000년 12월
평점 :
절판


한손에 쥐기도 좋은 이 주머니책은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여 책 읽기를 시도하기에 마춤이다. 어느 곳에서건 가볍게 꺼내 아이와 같이 읽으면 좋겠다. 살강살강 어깨를 까닥이며 가락을 담아 읽으면 금상첨화이다. 이 책은 옛이야기를 처음 접하는 아이에게 책을 장난감처럼 친하게 느끼게 해 주기에 우선 좋다. 복잡한 이야기 구조를 최대한 간략하게 하여 한줄 한줄 노랫말처럼 적혀있어 읽기에 지루하지 않고 재미가 난다.

선악이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우려되어 옛이야기를 꺼리는 분이라면 그저 우스개 이야기 거리로 생각하고 아이와 함께 실컷 웃고 넘어가도 좋겠다. 그러다가 결국 착하게 산다는 것이 최고의 힘이더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낀다면 꽤 소득이 있다. 힘없고 바보같은 주인공이 복을 받게 되는 이유는, 거의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순수함과 선함이라는 것을 아이가 몰라도 좋다. '너라면 어떻게 할래?' 라며 찡긋 눈웃음 짓고 아이의 말에 귀 기울여 보자. 아이는 어느새 알고 있다. 선하고 지혜롭게 살아야한다는 것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 개정판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닮고 싶은 여성 2위에 뽑힌 적 있는 저자의 매력은 한마디로 길들여지지 않는 자유의 냄새였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자신이 찾고 있는 행복의 본질을, 우리 땅을 갈라놓고섰는 철조망 위의 푸른 하늘을 마음대로 날아오르는 새에게서 발견한다. 그리고 저 미지의 세계를 향해, 더 높이, 더 멀리, 두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오르고 싶다고 한다. 6년에 걸쳐 세계의 오지를 두루 돌아다니고, 우리 땅 해남 땅끝마을에서 통일전망대까지를 두 발로 밟고도 그에게 밟아야할 미지의 땅은 끝도 없는 듯하다.

그런 열망과 정열, 자신감에 찬 씩씩한 기상이 그가 선천적으로 지니고 있는 미덕과 함께 닮고 싶다는 바람을 더 강하게 한다. '강박'은 '자유'를 짓누르는 보이지 않는 틀로 작용하기도 한다. 사회적인 통념에의, 자신에게 거는 완벽에의, 이미 짜맞춰져있는 발상에의, 몸과 마음에의 모든 '강박'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은 바람이 한비야를 닮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만의 속도로 내 마음과의 보조를 맞추어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인생의 여행에서 강박의 옷을 훨훨 벗어버리고 싶어진다.

이 책은 저자의 발걸음처럼, 그저 가볍고 경쾌하게 읽히는 장점이 있다. 좀더 심도있는 여행견문기를 읽고 싶은 분은 다른 책을 찾는 편이 나을 것이다. 여행을 떠날 때는 되도록 배낭을 가볍게 하기 위해 몇번의 점검을 한다는 저자가 빠뜨리지 않는 것은 일기장이다. 1999년 3월 2일으로 시작하는 저자의 일기장을 따라가면서 웃다가 화나다가 때론 진지하다가, 저자와 함께 잊고 있었던 우리의 참모습과 솔직하게 만나게 된다. 걷기의 힘든 여정에서도 시종 발랄함을 잃지 않는 저자의 거침없는 모습과 정도 눈물도 많은 여린 모습이, 사람 냄새를 물씬 풍긴다.

좁은 땅에 15평이나 되는 땅을 차지하고 있는 죽은 자들의 땅을 보며 저자는 장기 기증에 대하여 이야기하며, 토박이말이었던 우리 땅의 예쁜 이름들이 뜻도 이상한 한자어로 바뀌어 있는 것들을 발견하며 우리 땅에 원래의 이름을 찾아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도시의 소위 배운 사람들이 시골에 와서 함부로 버리고 가는 쓰레기들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 땅과 그곳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에서 저자는 억울하게도 '무식한 아줌마'가 된다. 그리고 여행자의 주머니 사정이나 다른 형편을 전혀 고려할 수 없는 천편일률적인 우리나라 여관방에 대한 보고서도 웃지 못할 수준이다.

225mm의 작은 발에 가벼운 배낭 하나를 맨 저자를 따라 신발끈 바짝 매고,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그녀와 함께 떠나보니, 신난다. 그리고 결코 무겁지 않은 마음으로 나를 되돌아보고 나를 친친 감고 있는 강박관념들 중 한가지라도 떨쳐버릴 수 있겠다. 당장! 생각만 하고 있을 시간에 저지르고 보자. 그러고 나서 후회해도 크게 손해는 아니다. 인생을 배우는 수업료라 생각하자. 벌써 한비야식 생각으로 물들었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비야의 중국견문록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명한 한비야의 책을 이제 손에 들었다. 왜냐하면 매스컴이 떠드는 책은 한번쯤 의심을 하고 보는 습관이 있어서이다. 소문난 잔치집 먹을 것 없더라는 실망을 하기 싫어서였다. 그래서 나는 소위 베스트셀러들 중에서는 몇몇, 그것도 아주 나중에야 읽게 된다. 최근 누군가가 이 책을 읽고 감명을 깊이 받고 자신감을 얻었다기에, 그래 어떤 책이든 나름의 경험과 인식에 따라 다른 종류의 얻음이 있으리라, 기대하며 기꺼이 책을 펼쳤다.

처음부터 눈치보지 않고 톡톡 튀는 어휘로 써 내려가 쉽고 흥미롭게 읽혀지는 장점이 있다. 1년 과정으로 중국을 가게 된 목적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오늘을 사는 목표가 불처럼 명확하다는 점이 나로선 부럽기까지 하다. NGO에서 일하기 위한 수단으로서도 필요해서 중국어를 배우려한다고 하면서, NGO에서 일하는 것이 인류애나 뛰어난 봉사정신에서라기 보다는 그것을 통하여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라니, 참 솔직하고 당당하다.

이 책은 관념이나 상상력이 아니라, 몸으로 부딪히며 발로 뛰고 경험한 것들로 쓰였다는 점이 강점이다. 기행문 형식을 띈 책들 중에서도 유려한 문체와 수채화 같이 아름다운 관념의 언어들이 즐비한 것과는 달리, 배낭을 챙기는 방법에서부터 현지의 언어를 보다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방법까지를 철저히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적고 있다. 베이징의 인산인해나 불난 호떡집 같은 풍경이 눈으로 보는 듯 재미있게(생생하게) 그려지고 있다. 중국인들의 삶에 접근하는 식에도 편견없이 여러 계층의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친화되어 울고 웃는 식이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중국생활 1년에서 부족했던 대인관계에 대해서 솔직하게 아쉬워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국과 중국인에 대해 좀더 현실적인 안목으로 다가갈 필요가 있음을 예리하게찌르기도 한다.

사람은 자신만의 속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 세상의 계획표에 맞추어 사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계획표에 따라 나만의 속도로 세상을 살아간다면 그리 조급할 것도 없을 것 같다. 마흔을 넘은 나이라는 점을 따져본다는 것 자체가 고루한 생각이겠지. 한비야는 정말 오늘을 즐기며 사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이 나이란 어떤 나이인가, 어제 우리가 그렇게 하루 빨리 오기를 바라던 날이며, 내일 우리가 그렇게 되돌아가고 싶은 날이 아닌가' 저자는 이런 말로 나이 탓을 하는 사람들에게 한번 곰곰이 생각해보자고 한다. 지금 나의 나이에 가지고 있는 것들을 고마운 마음으로 충분히 누리고 즐기자.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나는 <동화 밖으로 나온 공주>를 연상했다. 한비야가 다름아닌, 그 책에 나오는 빅토리아 공주 같다는 생각을 했다. '새로 시작하는 길, 이 길도 나는 거친 약도와 나침반만 가지고 떠난다. ......이 세상에 완벽한 지도란 없다.......중요한 것은 나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늘 잊지 않는 마음이다. 한시도 눈을 떼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그곳을 향해 오늘도 한 걸음씩 걸어가려 한다. 끝까지 가려 한다. 그래야 이 길로 이어진 다음 길이 보일 테니까.' 그리고 그 길에서 행복과 즐거움을 동시에 찾기를, 살짝 귀띔한다. 낯선 것과의 만남을 두려워하는 본성을 조금씩 벗어버리길, 오늘을 충실하게 즐기며 자신감 있게 내일을 맞이하기를, 유쾌하게 다짐해 볼 수 있는 책을 만났다. 아니 사람을 만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늘푸른 나의 아버지 - 햇볕은 쨍쨍 3
황선미 지음, 김병하 그림 / 두산동아 / 2001년 10월
평점 :
품절


황선미 작가의 작품들을 만날 때면 느끼는 것이 있다. 소설 혹은 동화의 힘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있음직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들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그려내는 지면 위의 아름다운 건축물. 우리는 그곳을 한발한발 들어가며, 애둘러가며, 한 귀퉁이에 앉아 가슴을 치기도 하며 조용히 '나'의 이야기에 젖어 든다. 내안으로 침잠하여 마알간 얼굴로 새로이 떠오르는 '나'를 기대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그런 힘이다. 특히 이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로 동화의 소재를 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동화의 원제인 '내 푸른 자전거'도 작가의 아버지를 생각하며 썼다고 들었다. 어려운 시절, 꿈을 버려서는 안 된다고, 꿈을 버리는 것은 삶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던 작가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다.

줄곧 나의 아버지를 생각했다. 이제는 고희를 넘긴지도 두 해가 된 늙으신 아버지. 옆길을 모르고 고지식하고 성실하게만 살아오신 아버지. 열 아홉에 피난내려와 의지가지없는 곳에서 자수성가하신 아버지의 힘든 세월을 갉아먹고 단발머리 여학생이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 한 때는 사교적이지도, 융통성이 있지도 못한 아버지를 답답하게만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아버지의 단단한 어깨가 어느 날 슬퍼보이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늘 나를 믿고 힘든 상황에서도 내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으셨다. 하시고 싶은 말씀도 꼭꼭 마음 속에 두시고 그저 바라보시기만 하다가, 속 깊은 곳에서 달군 회초리로 일침을 놓으신다. 눈치도 못 챌 정도로 짧게.

주인공 찬우의 아버지는 찬우에게 있어 자전거 바퀴와도 같다. 나를 태우고 팽팽 달려가는 자전거의 두 바퀴. 나는 그 바퀴에 의지하며 몸을 싣고 세상을 달린다. 바퀴는 닳고 닳지만 넘어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다. 아버지란 이름은 묵직하면서도 슬프다. 나를 지탱하게 하는 힘이면서 동시에 내가 굴려 갚아야 하는 빚이다. 내가 갉아 먹고 자란 세월만큼 나의 아버지는 주름이 깊이 패인 얼굴을 하고 계신다. 하지만 아버지의 정신은 상록수의 곧은 잎처럼 푸르다. 아버지의 힘은 보이지 않는 듯하지만 은근하고 거대하다. 오늘도 열심히 나의 자전거 페달을 밟아야겠다. 아버지가 선물로 주신 나의 인생이라는 빛나는 자전거를 말이다. 그 아래에선 언제나 든든히 아버지가 받쳐주고 계신다. 아버지, 목이 메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늘길 한빛문고 12
이문열 지음, 김동성 그림 / 다림 / 200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명상하는 시간을 매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들은 말이 생각난다. 도가 통하면 뜨거운 눈물이 난다고. 어느 분야에서건 그 도가 통하는 순간이 있다고. 명상에서도 그 순간에 자신의 내부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눈물이 있다고 한다. 그런 순간이 바로 하늘을 얻은 기분일까?

우리는 앎에의 끝모를 목마름을 가지고 있다. 알기 위해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고, 예술작품을 경험하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다. 그러나 앎에의 욕구는 채워지지 않는 밑빠진 독이다. 또한 앎 혹은 인식이란 얼마나 불확실한가. 신기루같은 인식으로 미명을 더듬어가고 있는 게 우리네 삶이 아닐까? 누군가 확실한 인식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이 있다면 손이라도 꼭 쥐어보고 싶다.

하늘길! 우리가 올라가려고 안간힘 쓰는 하늘이 과연 존재할까? 그저 추상적인 그 단어가 내포하는 것은 진리 또는 진실일 텐데. 그 진리의 꼭대기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하늘의 별과도 같다. 하늘은 존재하지 않고 하늘길만이 존재하는 게 아닐까. 그 길을 열심히 가는 우리는 단련되고 슬기로와질 것이다. 그리고 어떤 난관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함을 지닐 것이다. 진리를 위해 내딛는 발자국에서 충분한 의미를 건질 수 있을 것이다.

설화에서 그 모티브를 따와 작가가 하나의 판타지 문학으로 승화 시킨 <하늘길>은, 인간이 하늘에 이르지 못하는 어리석음에 대해 말하고 있다. 욕심, 거짓 감정, 경험이 빠진 피상적인 책읽기 등이 그것이다. 몸을 피폐하게 하는 찌들린 가난의 원인을 묻기 위해 하늘의 옥황상제를 찾아가는 한 젊은이는 결국 넘치는 복을 받아 부유한 생활을 하지만 또 다시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는다. 물질적인 풍요가 채워주지 못한 어떤 갈증은 무엇일까? 그것을 나름대로 생각해 보는 일을 작가는 권하고 있는 것 같다. 진실 그 자체로 나에게도 남에게도 깨어있어야 겠다. 헛된 욕망을 버리고 진솔한 경험으로 나의 인식의 폭을 넓혀야겠다. 하늘보다는 그 길에서 만나는 것들에 인사하며 따스한 시선을 보낼 줄도 알아야겠다. 그래서 나도 뜨거운 눈물로 씻기고 싶다.

김동성이 그린 풍속화풍의 수채화는 서늘한 감동을 준다. 태평스러운 어조와 환상적인 글의 분위기와 잘 맞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