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 개정판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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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고 싶은 여성 2위에 뽑힌 적 있는 저자의 매력은 한마디로 길들여지지 않는 자유의 냄새였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자신이 찾고 있는 행복의 본질을, 우리 땅을 갈라놓고섰는 철조망 위의 푸른 하늘을 마음대로 날아오르는 새에게서 발견한다. 그리고 저 미지의 세계를 향해, 더 높이, 더 멀리, 두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오르고 싶다고 한다. 6년에 걸쳐 세계의 오지를 두루 돌아다니고, 우리 땅 해남 땅끝마을에서 통일전망대까지를 두 발로 밟고도 그에게 밟아야할 미지의 땅은 끝도 없는 듯하다.

그런 열망과 정열, 자신감에 찬 씩씩한 기상이 그가 선천적으로 지니고 있는 미덕과 함께 닮고 싶다는 바람을 더 강하게 한다. '강박'은 '자유'를 짓누르는 보이지 않는 틀로 작용하기도 한다. 사회적인 통념에의, 자신에게 거는 완벽에의, 이미 짜맞춰져있는 발상에의, 몸과 마음에의 모든 '강박'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은 바람이 한비야를 닮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만의 속도로 내 마음과의 보조를 맞추어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인생의 여행에서 강박의 옷을 훨훨 벗어버리고 싶어진다.

이 책은 저자의 발걸음처럼, 그저 가볍고 경쾌하게 읽히는 장점이 있다. 좀더 심도있는 여행견문기를 읽고 싶은 분은 다른 책을 찾는 편이 나을 것이다. 여행을 떠날 때는 되도록 배낭을 가볍게 하기 위해 몇번의 점검을 한다는 저자가 빠뜨리지 않는 것은 일기장이다. 1999년 3월 2일으로 시작하는 저자의 일기장을 따라가면서 웃다가 화나다가 때론 진지하다가, 저자와 함께 잊고 있었던 우리의 참모습과 솔직하게 만나게 된다. 걷기의 힘든 여정에서도 시종 발랄함을 잃지 않는 저자의 거침없는 모습과 정도 눈물도 많은 여린 모습이, 사람 냄새를 물씬 풍긴다.

좁은 땅에 15평이나 되는 땅을 차지하고 있는 죽은 자들의 땅을 보며 저자는 장기 기증에 대하여 이야기하며, 토박이말이었던 우리 땅의 예쁜 이름들이 뜻도 이상한 한자어로 바뀌어 있는 것들을 발견하며 우리 땅에 원래의 이름을 찾아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도시의 소위 배운 사람들이 시골에 와서 함부로 버리고 가는 쓰레기들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 땅과 그곳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에서 저자는 억울하게도 '무식한 아줌마'가 된다. 그리고 여행자의 주머니 사정이나 다른 형편을 전혀 고려할 수 없는 천편일률적인 우리나라 여관방에 대한 보고서도 웃지 못할 수준이다.

225mm의 작은 발에 가벼운 배낭 하나를 맨 저자를 따라 신발끈 바짝 매고,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그녀와 함께 떠나보니, 신난다. 그리고 결코 무겁지 않은 마음으로 나를 되돌아보고 나를 친친 감고 있는 강박관념들 중 한가지라도 떨쳐버릴 수 있겠다. 당장! 생각만 하고 있을 시간에 저지르고 보자. 그러고 나서 후회해도 크게 손해는 아니다. 인생을 배우는 수업료라 생각하자. 벌써 한비야식 생각으로 물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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