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들의 지혜가 하나씩 15가지 생활과학 이야기 손에 잡히는 옛 사람들의 지혜 20
햇살과 나무꾼 지음, 김혜숙 그림 / 채우리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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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은 어린이들이 우리 것을 제대로 알고 사랑할 수 있게 하려는 의도가 좋은 기획으로 잘 드러난다. 15가지의 생활과학을 소개하기 전, 각 편마다 재미있는 옛이야기를 먼저 들려주며 호기심을 이끌어낸다. 15가지의 우리 생활 과학을 의식주 세 가지로 분류를 하면 다소 정리가 되면서 일목요연하다.

의생활 면에서는 잿물, 천연염료, 목화솜 같은 것들이 있고, 식생활에서는 옹기, 된장과 김치, 장 맛을 좋게 하는 숯의 비밀도 있다. 주생활 면에서는 온돌의 과학과 살짝 위로 향한 처마의 비밀, 마루의 틈새에 숨은 비밀, 짚의 다양한 쓰임새 같은 것을 알 수 있다. 짚은 의생활로도 연결되는 것으로 짚풀박물관이 있으니 직접 가 보거나 인터넷으로 들어가 견학을 해도 좋을 것이다. 이 외에도 특수박물관이 여럿 있으니 가서 보고 더 알면 그만큼 우리 것에 대한 애정이 깊어질 것이다.

재미있는 옛이야기를 먼저 읽고 우리 것에 담긴 과학적인 비밀에 대한 설명과 사진을 잘 읽어보면, 그 속에 한결같이 담긴 친환경적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하나같이 환경에 반작용하는 요인들은 없고 자연과 함께 하고 자연을 잘 이용하며 자연에 되돌려주는 것들이다. 농한기에 짚으로 여러 가지 물건을 만들어 쓴 걸 보면, 한가하고 여유로운 시간이 창의적인 발상을 끌어내는 데는 필수적인 요인인 것 같다.

쪽이나 잇꽃, 풋감으로 만들어내는 자연의 색깔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몸에도 좋은 천연의 염료라 단연 친환경적이다. 작년에 제주도에서 갈옷을 사서 작은 아이에게 입혀준 적이 있는데, 그 촉감만으로도 시원했다. 황갈색의 수수한 색상은 일옷으로 입기에 적합하다 하지만, 일상생활의 옷으로 입고 다니기에도 손색이 없이 정감있는 색이었다. 쪽빛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인데, 특히 나를 통째로 빨아들일 듯한 도발적인 코발트빛 바다색을 닮은 쪽빛을 좋아한다. 이 책을 보며 보림에서 나온 <쪽빛을 찾아서>와 <숨쉬는 항아리>를 함께 보여주면 아이들도 좋아한다.

옛날 우리 조상들이 썼던 생활 속의 여러 가지가 빠르고 편리한 것만을 추구하던 현대인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현대인들이 그 가치를 새로이 알고 다시 찾는 것들이 된 것을 보면, 환경을 지혜롭게 이용하고 자연과 더불어 살다가 자연으로 돌아간 조상들의 생활에 탄복하게 된다. 이 책은 재미와 지식을 함께 주려는 기획이 돋보이는 책이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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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사 편지 2 - 후삼국 시대에서 고려 시대까지
박은봉 지음 / 웅진주니어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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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즘 어린이책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났다. 이제 5학년이 될 딸아이에게 역사를 어떻게 접근시킬까 나름대로 고민하다가 작년에 한국사 2000과 한국사 3000으로 먼저 만화로 쉽게 다가가게 한 다음, 이 책을 사 주었다. 알라딘의 서재주인장에게서 얻은 귀한 보물이다. 교과서로 접했던 역사가 얼마나 편중되고 일방적인 시각으로 씌어졌던 것인가, 왜 역사공부가 그다지 흥미롭지 못했던가,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박은봉 저자에게 박수라도 보내고 싶다. 그리고 아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많이 소개했다. 너무 좋으니 꼭 사서 보여주라고.

이 다섯 권의 시리즈에는 사진과 그림도 적절히 소개되어 있고, 무엇보다 엄마와 딸이 나누는 대화 속으로 독자를 빠져들게 하는 힘이 있다. 우리가 여태껏 잘못 알고 있었던 사건과 인물의 이면을 새로운 시각으로 들여다보는 재미는 짜릿짜릿하다. 모든 역사적 사건에는 원인이 있으니, 그것을 되짚어 보며 결과를 생각해보면 통시적인 눈이 길러질 것이다. 저자가 언급했듯이, 역사공부는 사건의 연대를 외우고 왕조의 순서를 외우고 인물의 이름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일련의 사건에서 원인과 결과가 어떻게 꼬리를 물고 맞물려 돌아가며 역사의 수레바퀴를 굴려왔는지, 그리고 어떻게 굴려갈 것인지를 깊이 사고해보는 과정이라 생각된다. 이런 의미에서 확실히 기성세대는 역사공부를 잘 못 했던 것 같다.

도도히 흐르는 역사의 강물을 먼저 전체로 느끼고, 그 안에서 의미있는 조각퍼즐을 맞춰가는 나름의 재미를 아이들이 알면 좋겠다. 이 책은 그런 동기를 부여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군데군데 작가의 예리하면서 균형잡힌 시각이 돋보이고, 판단을 보류하게 하며 열린 시각으로 각자의 판단을 끌어내려고 독려하는 점도 믿음이 간다. 간간이 들려주는 사소한 이야기들도 엄마의 목소리처럼 다정하게 들린다. 역사책은 사관이 다른 사람들이 쓰는 책이므로, 이 책 이외에도 다른 역사책을 두루 읽으며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는 작업에 딸아이가 흠뻑 빠져들면 좋겠다. 이 책은 5,6학년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도 함께 읽고 서로 대화의 시간을 가져 봄이 어떨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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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키설키 하나가 된 고려 이야기 딱 20장면
한정영 지음 / 가교(가교출판)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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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역사는 일기와도 같다고 한다. 역사는 기록이지만, 일어난 모든 일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기억해야할 중요한 일을 기록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후삼국과 고려의 500여년 역사를 중요 사건 중심으로 엮었다. 사건을 두고 이야기식으로 엮으면서 전체 흐름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5학년 쯤의 아이들이 크게 부담스러워 하지 않으며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다소 위험해 보이는 부분들이 있어 역사적 사건과 역사적 인물을 보다 비판적인 눈으로 보아야하는 힘을 길러줄 수 있을지, 우려된다. 궁예는 포악하고 미치광이에 가까운 인물같이 그려진 점이 우선 그렇다. 궁예를 새롭게 자리매김하는 견해가 있음에도, 이 책에서는 여전히 그런 여지는 보여주지 않고 있다. 궁예는 왕건의 세력에 의해 무참히 평가절하된 비극적인 인물 중의 하나가 아닐까? 강감찬의 귀주대첩이 강에서 거둔 승리인 것처럼 그려져있는 부분도 그렇다. 쇠가죽으로 강의 상류를 막았다가 일시에 놓아 적군을 섬멸한 기록은 흥화진에서의 일이라고 한다. 그곳에서 수세에 몰린 거란은 개경을 거쳐 귀주로 와서 완전히 패배의 결말을 보았다고 한다.

거란의 1차 침입은 993년 고려 6대 성종 때의 일인데 여기선 시종일관 현종으로 나온다. 흥화진도 홍화진으로, 위화도 회군은 1388년인데 1288로 오자인 것 같다. 막간의 한 꼭지로 '이 무렵 고구려에서는'은 '이 무렵 고려에서는'으로 되어야할 것이 잘못 인쇄된 것 같다. 좀더 정확하게 정성을 들여 한 권의 책이 나와야하지 않을까? 역사공부를 이제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혼란을 주거나 흑백논리의 선입견이나 편견이 먼저 들어서진 않을까 조바심이 난다. 반드시 다른 역사책을 두루 보고 나름의 시각을 기른다면, 이 책은 좀더 쉽고 흥미롭게 보기엔 눈 감아 줄 만하다 하겠다.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사 편지 2>는 후삼국에서 고려까지의 이야기를 잘 담고 있어, 이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꼭 함께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이 책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부분들(벽란도 같은...)과 함께 사진과 그림도 생생하고, 좀더 편중되지 않은 예리한 눈을 기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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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아뽀아가 가져다 준 행복 - 이그저어느 숲 이야기 중앙문고 35
오카다 준 글.그림, 이선아 옮김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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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면 우선 뽀아뽀아가 뭔지 무척 궁금해진다. 표지에 있는 남자아이의 이름인가? 하지만 다시 들여다보면 한손엔 편지, 한손에 무슨 열매를 들고 갸우뚱하고 있는 고슴도치 머리의 남자아이가 있다. 그렇다면 이 열매의 이름이 뽀아뽀아인가? 이쯤이면 이야기로 들어가기 전 출발은 꽤 괜찮은 편이다. 이런 열매가 있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정도를 예견해보는 것도 괜찮다.

오카다 준이란 일본동화작가는 이 책으로 처음 만났다. 이야기를 따라가다가 참 신기하고 기발하다는 생각에 이 사람의 얼굴을 자세히 보고 싶어, 앞 책날개에 있는 작가약력과 사진으로 다시 돌아갔다. 동그랗고 까만 눈동자에 전체적으로 동안(童顔)을 하고 있는 작가라, 역시!,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만화를 잘 그리는 작가답게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여러가지 기상천외한 집들에 탄성을 질렀기 때문이다. 주전자가 옆으로 눈 속에 파 묻혀있는 모양의 집, 고둥 모양의 집, 나무 위의 집, 유리병이 옆으로 누워있는 것 같은 집, 그리고 주인공 스키퍼가 사는 성게호(성게모양의 뾰족뾰족한 안테나가 솟아있는 집), 모두모두 겉모양도 멋지지만, 내부는 더 멋지다. 꼼꼼하게 집안의 모든 걸 그려놓고 필요한 부분은 설명도 달아놓았다. 실속도 있고 아름다우면서 집주인의 생활패턴에 맞게 효율적으로 꾸며져 있다.

등장인물들의 이름도 특이하고 재미있어 잊혀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씨, 정말로 씨, 사과와 레몬, 설마와 과연, 토마토 씨와 주전자 씨, 무뚝뚝 씨와 제비꽃 씨, 이들은 모두 웃을 줄 모르는 스키퍼에게 다른 행복의 맛을 알게 해 준다. 좋은 번역의 장점일까? 등장인물 이름뿐만 아니라, 문장 하나하나가 맛깔난다. 예를 들면 이런 문장은 여러번 소리내어 읽고 싶다. '열매가 점점 커지고 점점 무거워질수록 낭창낭창한 가지가 휘늘어졌고, 발갛게 익은 열매가 땅에 닿을 무렵에는 달콤한 냄새가 감돌았어요.'

동화를 읽으면 좋은 점들 여러가지 중에, 이렇게 아름다운 문장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이 크다. '낭창낭창한'이란 느낌과 '휘늘어졌고'의 느낌을 설명해주기 전에는 모르고 있던 아이들에게 말을 덧붙여주니 좋아했다. 스피드를 즐기고 즉흥적인 요즘 아이들, 스토리도 좋지만 구절구절 아름다운 우리말의 맛을 느끼며 동화를 읽으면 더 좋겠다. 부드럽고 나긋나긋한 문장들이 마음에 스미는 느낌이 참 좋기 때문이다. '이그저어느 숲'에서 벌어지는 조용한 듯 떠들석한 이야기들이 가져오는 파장이, 뽀아뽀아 열매로 만든 뜨거운 잼을 넣어 마시는 홍차 한 모금의 맛과 같기 때문이기도 하다.

'모두들 준비를 마치고 고갯짓으로 서로 신호를 보낸 다음, 다 함께 눈을 감고 한 모금씩 마셨어요. 아, 이렇게 맛있을 수가! 달콤하고, 산뜻하고, 은은하고, 행복했어요.'

이 책은 행복에 대한 이야기다. 혼자 차 마시고 혼자 생각하고 화석을 들여다보며 혼자 상상하는 걸 즐기는 스키퍼는 행복한 느낌을 가지고 산다. 부끄럼도 잘 타고 말도 잘 못하고 웃는 일도 좀해서 없는 스키퍼에게 어느 날 뽀아뽀아 열매의 조리법을 알아내야 하는 일이 일어나고, 그 열매를 들고 이웃을 찾아다니면서 열매를 나눠주고, 도움도 받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듣고, 숲속에 자신의 발자국을 남기는 일이 많아지면서 스키퍼의 행복은 예전의 것과는 좀 다른 종류로 다가온다. 숲 속 사람들이 자신의 상상 속에 자주 등장하고 모험이야기가 나오는 책을 많이 읽게 되고, 사람들이 찾아오면 차를 대접하며 다소 분주한 시간을 보낸다. 이제 고슴도치 스키퍼가 느끼는 제일 큰 행복은, 사람들이 찾아와 성게 호에서 차를 마시고 돌아간 뒤에 혼자 서재에서 책을 읽고 화석이며 조개를 볼 때의 그 '느긋한 기분'이 몸 속으로 사르르 퍼질 때로 바뀌었다.

행복은 균형에서 오는 게 아닐까! 우리의 의식을, 감정을 지배하는 생활의 균형. 타인과 만나 따스한 정과 마음을 나누고 자신만의 시간으로 돌아와 하루의 경험을 내면화하여, 충만함으로 행복의 열매를 나눌 줄 아는 사람이 되길... 린드그렌만큼 신선한 감동과 재미를 준 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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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릭터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48
토미 웅게러 글, 그림 | 장미란 옮김 / 시공주니어 / 199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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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 웅게러의 그림책은 내 꽉 막힌 생각을 여지없이 뒤집고 깨어주는 특별함이 있다. <제랄다와 거인>이 그랬고 <세 강도>가 그랬다. 무섭고 흉칙하다는 느낌을 가지기 쉬운 것들에 유머러스한 방식으로 정감을 느끼게 한다. 선악과 미추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따스한 시선으로 비틀어준다.

<동물과 대화하는 티피>라는 사진첩의 티피가 생각났다. 야생동물사진촬영을 위해 아프리카 야생의 동물을 따라 카메라렌즈를 들고 다니는 엄마와 아빠를 따라 살았던 티피는 뱀을 목에 두르고 무심에 가까운 순진한 표정으로 있었다. 뱀의 몸에 있는 무늬가 참 예쁘다고도 했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악어를 집에서 왜완용으로 기르는 아주머니도 생각난다. 커다란 악어가 침대며 욕조며 마음대로 기어다니고 있었다. 난 글쎄, 좀,...

크릭터는 아프리카에서 파충류를 연구하는 아들이 프랑스의 어머니에게 소포로 배달한 보아뱀이다. 소포포장부터 심상치 않다. 둥글게 말려있는 커다란 뭉치다. 보아뱀은 성질이 순해 비교적 사람과 친해지기 쉽다고 한다. <크릭터>는 선명한 초록색이 책을 온통 차지하고 간간이 보이는 빨간색이 악센트다. 간결한 스케치로 그린 그림에 보색으로 대비되는 두 가지 색상이 보기에도 깨끗하다. 그래서 더욱 뱀이라 징그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겉표지에서부터 뱀이 만드는 갖가지 글자모양과 다른 여러가지 모양들을 보는 것도 재미난다. 남자아이들을 위해 미끄럼틀이 되어주고(놀이를 굳이 남자, 여자로 구분한 건 맘에 좀 들지 않지만), 여자 아이들을 위해 줄넘기를 할 수 있도록 줄이 되어주고, 할머니를 따라 학교에 가선 온갖 알파벳과 숫자를 몸으로 만들어 보여준다.

여섯 살 작은 아이는 혼자 이 그림책을 먼저 보고 나한테 뛰어오더니, 엄마, 참나무를 영어로 뭐라 해?, 라고 물었다. 오크,라고 했더니, 음... 하며 뭔가 알았다는 표정이다. Oak의 첫자 O를 크릭터가 몸으로 만들어 보여준 거다. 아이의 말을 더 듣고 싶어 한마디 더 던졌더니, 크릭터는 참 쓸모가 많고 사람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고 종알댄다. 할머니 집에 몰래 들어와 할머니를 꽁꽁 묶은 도둑을 자기 몸으로 꽁꽁 묶어 잡았다며, 마치 아이 자신의 무용담이라도 되듯 신나하며 떠든다. 처음엔 징그러운 뱀이라며 약간 거부하더니, 금세 크릭터는 아이에게 남다른 친구가 되어버렸다.

눈위를 따라 경쾌한 몸짓으로 기어가는 크릭터는 할머니가 털실로 정성껏 짜준 기다란 털옷을 입고 있다. 침대는 또 얼마나 길다고. 우유병을 물려 아이를 키우듯 하는 할머니의 모습도 웃음을 자아낸다. 뒤에 크릭터 기념동상을 만들고 하는 건 오히려 수선스런 어른들의 오버액션 같아 더 우습다. 작가는 혐오스러운 대상을 과장할 만큼 과장해 뒤집어 보여주어, 우리의 편견이 싹을 새로 틔울 자리를 여지없이 싹 잘라버리려는 것 같다.

자기를 사랑으로 보살피는 대상에게 거의 전적인 지지를 보내며 용감한 행동을 한 크릭터와 아이들을 위해 놀이기구가 되어준 크릭터는 아이들에게 친밀감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 같다. 엄마가 신나게 잘 안 놀아준다는게 우리 아이의 불만인 걸 내가 알고 있으니, 좀 미안했다. 아이들은 저랑 놀아주는 대상을 제일 좋아하는데 말이다. 엄마도 점수 좀 따려면 에너지를 충전해야겠다. 애완견 대신 장난감 퍼피를 안고 좋아하는 아이 얼굴이 사랑을 먹고 자라는, 천상 욕심꾸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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