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사 편지 2 - 후삼국 시대에서 고려 시대까지
박은봉 지음 / 웅진주니어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요즘 어린이책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났다. 이제 5학년이 될 딸아이에게 역사를 어떻게 접근시킬까 나름대로 고민하다가 작년에 한국사 2000과 한국사 3000으로 먼저 만화로 쉽게 다가가게 한 다음, 이 책을 사 주었다. 알라딘의 서재주인장에게서 얻은 귀한 보물이다. 교과서로 접했던 역사가 얼마나 편중되고 일방적인 시각으로 씌어졌던 것인가, 왜 역사공부가 그다지 흥미롭지 못했던가,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박은봉 저자에게 박수라도 보내고 싶다. 그리고 아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많이 소개했다. 너무 좋으니 꼭 사서 보여주라고.

이 다섯 권의 시리즈에는 사진과 그림도 적절히 소개되어 있고, 무엇보다 엄마와 딸이 나누는 대화 속으로 독자를 빠져들게 하는 힘이 있다. 우리가 여태껏 잘못 알고 있었던 사건과 인물의 이면을 새로운 시각으로 들여다보는 재미는 짜릿짜릿하다. 모든 역사적 사건에는 원인이 있으니, 그것을 되짚어 보며 결과를 생각해보면 통시적인 눈이 길러질 것이다. 저자가 언급했듯이, 역사공부는 사건의 연대를 외우고 왕조의 순서를 외우고 인물의 이름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일련의 사건에서 원인과 결과가 어떻게 꼬리를 물고 맞물려 돌아가며 역사의 수레바퀴를 굴려왔는지, 그리고 어떻게 굴려갈 것인지를 깊이 사고해보는 과정이라 생각된다. 이런 의미에서 확실히 기성세대는 역사공부를 잘 못 했던 것 같다.

도도히 흐르는 역사의 강물을 먼저 전체로 느끼고, 그 안에서 의미있는 조각퍼즐을 맞춰가는 나름의 재미를 아이들이 알면 좋겠다. 이 책은 그런 동기를 부여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군데군데 작가의 예리하면서 균형잡힌 시각이 돋보이고, 판단을 보류하게 하며 열린 시각으로 각자의 판단을 끌어내려고 독려하는 점도 믿음이 간다. 간간이 들려주는 사소한 이야기들도 엄마의 목소리처럼 다정하게 들린다. 역사책은 사관이 다른 사람들이 쓰는 책이므로, 이 책 이외에도 다른 역사책을 두루 읽으며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는 작업에 딸아이가 흠뻑 빠져들면 좋겠다. 이 책은 5,6학년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도 함께 읽고 서로 대화의 시간을 가져 봄이 어떨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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