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주름 - 3단계 문지아이들 13
매들렌 렝글 지음, 오성봉 그림, 최순희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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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주름>은 실제 과학 분야에서 논의되는 문제라고 한다. 4차원의 입방체, 즉 5차원의 세계로 가기 위해서는 주름 치마의 주름을 연상케하는 시간의 주름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름을 이용하여 시공간을 엄청나게 초월할 수 있다. 지금 현재 우리의 시간은 과연 믿을 수 있는 것일까?

12살의 수학만 잘하는 못생긴 여자아이, 메그, 뛰어나지만 전혀 내색을 하지 않아 모자라는 아이로 알려져있는 막내동생 찰스, 우등생에 잘 생긴 외모를 가졌지만 푸근한 집이 그리운 상급생, 캘빈. 이들은 모두 현실에서는 억눌려있는 아이들이다.

이들은 어느 날, 시간을 초월하여 내달려 온 세 명의 이상한 아줌마들의 도움으로 시간의 주름을 타게 된다. 이들이 가야 할 목적지는 카마조츠라는 행성이다. 이 곳에는 모종의 임무를 띠고 연구를 하다 갑자기 사라진 메그의 아빠가 잡혀 있다.

카마조츠를 지배하는 힘은 '그것'이라는 무시무시한 뇌수이다. '그것'은 카마조츠의 모든 행동양식과 리듬을 지배한다. 이 곳의 모든 행동양식은 '같다'라는 말로 집약된다. 이는 '동등하다'라는 것과는 엄연히 다른 것이라 했다.

무력해 질 수밖에 없었던 거대한 힘 앞에서 동생을 구하는 메그. 메그의 무기는 참다운 사랑과 용기였다. 또한 자신의 단점이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도 깨닫는다. 정체모를 이상한 외모의 아줌마들- 이들은 별이 변한 것이라 했다- 이 메그한테 준 것은 따스한 사랑이었고 메그는 그것을 받아들였다. 남과 다른 메그의 개성도 힘으로 작용하였다.

카마조츠는 모든 것이 미리 계획된 대로 이루어지는 세상이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세상은 소네트와도 같다'고 했다. '형식은 엄격하지만 그 안에는 자유가 있'으니, 무얼 쓰는 가는 시인의 마음이다. 메그는 이제, 모든 것을 아빠가 다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두려움과 함께 벗어버리고 찰스를 구하는 '위험한 일'에 뛰어든 것이었다.

거대한 우주 속의 미미한 먼지에 불과한 존재. 신의 존재 앞에서 나약한 우리의 존재를 몸으로 느끼며 메그는 자신이 갖고 있는 것 중에 '그것'이 갖고 있지 않은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눈물로 범벅이 되는, 사랑한다는 외침. 예견할 수 없이 끓어오르는 사랑의 표현으로 메그는 '그것'을 이긴다. 험난한 세상을 두려움을 안고 저마다 살아가지만, 진정 힘이 되어 우리를 성숙하게 하는 건 '사랑'이라는 것. 진부하다고만 치부할 수 없는 진리이다.

시간이 어디서 시작하여 과연 어디쯤에서 끝날 것인가를 말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나'가 있기까지 나를 있게 한 시간들을 한번쯤 돌아본다면 어떨까? 시간에 끌려가지 않고 내가 시간을 끌어 가는 주인이 된다면. 우리 마음 속 시간의 주름을 폈다 오므렸다 하며 상상의 나래를 활짝 펼쳐보는 것도 흥미있겠다. 인생의 '소네트'를 쓰는 '시인'으로 사는 우리이기에. 자유로운 우리이기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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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고추 작은고추 비룡소 걸작선 4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김종수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비룡소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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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도 끝도 없이 툭 던지듯이 이야기를 시작하는 아이들. 그리곤 제 흥에 겨워 목소리 높여 이야기하다 보면 어느새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고...그러다 깔깔 거리고...

하이타니 겐지로의 동화들은 아이들이 연필 가는 데로 줄줄 써내려간 일기를 보는 것 같다. 아니면 아이들이 지금 내 곁에서 고 까랑까랑한 음성으로 하루에 있었던 일을 막 떠들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앞뒤를 생각하며 이야기 하는 것도 아니고 누구의 눈치를 살피는 기색도 없다. 아이들의 말처럼 호흡이 짧고 사실적이다. 아이들의 글처럼 문단의 구분도 없다.

오랜 교직생활에서 묻어나는 작가의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이해가 무척 따스하게 스민다.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뒹굴며 만들어가는 일상의 일들이 아이들과 어른들을 커나가게 하는 진정한 힘이라는 것을, 이 동화를 보면 느낄 수 있다. 친구간의 정, 형제간의 사랑, 목숨있는 것에 대한 순수한 애정 그리고 선생님에 대한 너무 예쁜 마음 씀씀이. 아이들의 가슴 속에 있는 보배들을 하나씩 건져올리며, 작가는 억눌려있는 아이들의 가슴에 후련함을 선사한다. 그것을 바라보는 어른들 또한 유쾌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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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갈나무 목욕탕 파랑새 사과문고 3
선안나 지음, 방정화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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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화집은 초등 중학년까지의 아이들이 읽으면 적당해 보인다.
모두 여섯 편의 이야기들이 제각각 다른 색깔의 옷을 입고 서 있는 듯하다. 그러면서 그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넉넉함이라는 마음의 선물을 쥐어주고 간다.

'나는 그냥 나야'는 남과 다른 나 자신을 사랑하고 인정하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이라고 말하고 있다. 행복은 마음에서 오는 것이고, 서로 다른 '나'를 인정하고 아낄 줄 안다면 마음의 평안은 쉽게 찾아 올 것이기 때문이다.

'가시나무 숲의 괴물'은 서로 다른 색깔의 친구가 서로의 닮은 점을 깨닫고 친한 친구 사이가 되는 이야기이다. 두려움과 호기심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서로 다른 색깔의 두 친구가 서로의 정체를 알게 되고 마음이 통하게 된다. 그러자 더 이상 두려움은 없어지고 서로의 모습에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떡갈나무 목욕탕', '놀이 동산의 꼬마 유령', '살쾡이 양의 저택은 넉넉한 가슴으로 아이들의 바람을 들어주는 어른들을 보여주고 있다. 조급하게 아이들을 몰아대는 모습이 아닌, 때를 기다리며 여유롭게 봐주는 어른들이다. 아이들이 지금 바라고 있는 것이 이런 게 아닐까? 장난 속에 웅크리고 앉아 있다 얼굴을 내미는, 어쩔 수 없는 그 착한 심성이 보석처럼 빛난다. 바라보면 연한 웃음이 입가에 맺힌다.

'꽃을 삼켜 버린 천사'는 실제 선천성 장애아로 태어난 아이를 생각하며 글을 썼다고 한다. 구원이라는 맑은 영혼의 아이가 작가에게 아름다운 상상력의 날개를 달아 주었다. 새내기 천사의 세상을 구원하고픈 소망, 자신의 몸을 희생의 제물로 바치며 이루어내려 했던 사랑의 실천이기에 더 아름답다.

작가는 참 따스한 시선으로 세상을 안으려 하고 있어 마음이 든든하다. 여섯 편 모두, 소란스럽지 않게 넉넉한 마음을 갖자고 은근히 손을 잡아 당기는 친구같다. 어렵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동화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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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속 - 한국 연작 시화 선집
문삼석 / 아동문예사(세계문예) / 199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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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삼석의 시화집 '우산 속'에는 아이들이 주위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물들과 동물들 그리고 사람들에 대한 예쁜 마음들이 잘 담겨있다. 소재나 길이면에서도 아주 쉽고 친근하게 저학년 아이들이 따라 읊기에 좋다. 글도 그림도 올망졸망 꾸며 놓아 깜찍한 느낌이 다. 색종이를 가위로 오리고, 손으로 찢고 하여 붙여놓은 그림들은 정이 간다.
그러나, 이들 동시들을 읽어보면 한결같이 예쁘기만 한 말잔치라는 느낌이 들어 진한 감동이 밀려오지 않는다. 글에는 특히 어린이를 위한 시에는, 그들의 생활에서 묻어날 수 있는 소박하고 솔직한 마음이 베어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동시들은 대부분이 글감에 대한 경험보다는 머리속으로 짜내어 끼워 맞춘 듯한 예쁜 조립 장난감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작가는 이 책을 내며, 우리나라 꼬마 친구들이 바르고 착하고 예쁜 마음으로 자라기를 바란다고 했다. 말의 기교만으로가 아니라, 진정 생명체를 사랑하는 손길 한 번 줄 수 있는 아이들로 자라기를 바라야 할 것이다. 경험을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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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의 강 - 눈높이 저학년문고 9 눈높이 저학년 문고 (구판) 9
김도희 글, 그림 / 대교출판 / 199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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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의 나라, 인도의 전해져오는 이야기를 독특한 그림과 함께 이야기로 엮어낸 책이다. 작가는 인도의 그림을 공부하며 인도라는 나라에 깊은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명상과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인도 풍습도 엿볼 수 있다. 쉼없는 명상을 통해 신의 경지에 이르는 지혜을 얻게 된다는 생각도 엿볼 수 있다.

지혜와 용기를 겸비한 젊은이가 순수하고 선한 미인을 구한다는 설정은 여느 옛이야기에서도 찾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마지막의 반전이 몸을 오싹하게 한다. 이미 사람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된 아름다운 여인을 위해 그 젊은이는 사람으로 돌아올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고 자신도 악어가 되어 함께 평생을 부부로 산다. 행복한 악어 부부로.

신비로운 이야기와 판화풍의 그림이 어울려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인도라는 나라와 악어에 대해서도 확산하여 생각해볼 거리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혜, 용기, 사랑이 어우러진 미덕에 대하여도 어렵지 않게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참된 사랑은 보는 사람의 몸이 오싹 할 정도의 희생과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인가 보다. 행복은 남의 눈으로가 아니라, 바로 나의 눈에 그 기준이 있다는 것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문장이 복잡하지 않고 어려운 어휘도 별로 없어, 중학년 이상의 초등학생이라도 독서력이 그리 높지 않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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