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집짓기 ㅣ 전통 과학 시리즈 3
강영환 글, 홍성찬 그림 / 보림 / 1996년 4월
평점 :
'세상의 집들'이라는 책을 보고 나서, 2학년 아이가 '나는 한옥에서 살고 싶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고 나서 아이와 함께 이 책을 보았다. 아이는 한옥의 아름다움에 한껏 취하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 속에 숨은 조상들의 지혜와 멋스러움에 고개를 끄덕였다.
전통과학 시리즈 중의 하나인 이 책은 한옥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기 이전에 우리 집의 변천사 -동굴에서 움막으로, 초가집에서 기와집으로- 를 보여 주어, 집이 왜 필요하며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가에 대한 자연스런 이해를 하게 한다. 가족의 보금자리로서 안락한 집의 의미는 단순히 '잠자는 곳' 이상의 것이다.
'집짓기'로 들어가면, 가장 기본이 되는 것부터 하나씩 하나씩 쌓아 올라가는 우리 집 짓기의 과정을 눈으로 보며 체험할 수 있다. 주춧돌에서 부터 기와를 구워 숫기와, 암기와 짝을 맞춰 지붕에 얹는 것까지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사실감을 더해 주는 그림이 일꾼들의 이마에 맺혔을 구슬땀을 느끼게 한다. 구석구석 정성이 들어가서 한 채의 집이 이루어지는 과정도 놀랍거니와, 처마의 곡선이 자아내는 은근한 화려함에 아이는 탄성을 지른다. 그리고 무심코 보았던 한옥의 지붕도 맞배지붕, 팔작지붕, 손가락을 짚어가며 새로운 발견에 기뻐한다.
평민들의 집과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수수한 모습을 들여다 보는 것도 재미있다. 집에 방앗간도 있고 외양간도 있다. 지체 높은 양반들의 집은 벌써 그 규모로 아이를 놀랍게 한다. 솟을대문을 열면 행랑 마당. 안 마당은 훨씬 안 쪽으로 가야 나온다. 민가와 사대부 집의 생활 용품과 살림살이들을 구경하는 것도 신난다.
또 지방마다 그 기후에 따라 다른 특색의 집들이 있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자연환경을 이용하고 그 속에서 하나되어 살아가는 법을 터득한다. 온돌의 과학적인 구조와 효용, 따뜻하고 시원한 집의 구조에도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있다.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꾀하고, 과학적인 정교한 솜씨로 만들어 낸 한옥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집 한 채를 짓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땀이 들어가는 지, 감탄사가 나오게 된다. 아이에게 우리 것에 대한 자긍심과 애정을 불어넣어 주기에 좋은 책이다. 고학년 이상이라면 더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