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의 트럼펫 - 지혜가 자라는 책꽂이 1 지혜가 자라는 책꽂이 1
엘윈 브룩스 화이트 지음, 프레드 마르셀리노 그림, 윤여숙 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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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정의 거미줄>로 만났던 E.B. White의 의식에 자리하는 인간미- 아니 동물의 아름다움이라 해야 하나- 를 다시 만날 수 있는 책이다. 트럼펫 백조라는 아름다운 보호 동물을 바라보며 그렸을 작가의 상상에 탄복한다. 몸길이 1.7 미터의 환상적인 백조를 보러 몬타나의 붉은바위호수로 달장 내달려 가고 싶을 정도이다. 객체에 대한 인식이 이처럼 자유롭고 아름답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형상화되는 이야기를 접하면, 내가 '그'같고 '그'가 '나'같기도 한 일체의 기분을 느낀다. 기분좋은 느낌이다.

백조를 무대의 가운데에 세우고 사람은 주변에서 역할을 하는 이 동화는, 야생동물에 대한 보호의식과 장애를 극복하는 힘에 대해서 아주 따스하고, 자연스러우며, 유쾌하게 들려준다. 야생조류의 한쪽 날개 끝을 조금 잘라 날지 못하게 하는 관행에 비하여, 지나친 보호나 간섭보다는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 지켜보며 꼭 필요한 경우에만 도움을 주는 샘의 행동 같은 것들이 비교되어 나온다.

루이는 백조로서의 권위와 품위를 강조하는 아빠백조와 아름답고 강한 엄마백조 사이에서 다섯 번째로 태어난다. 짝짓기를 할 때 트럼펫 소리와도 같은 크고 웅장한 소리를 내어 구애를 하는 트럼펫 백조 루이는 언어장애를 안고 태어난 장애아이다. 그러나 장애는 이들에게 넘지못할 벽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차선의 길로 나가게 하는, 그래서 그 분야에서 일류가 되도록 성실하게 노력하게 하는, 촉매제와도 같다.

학교에 가 글을 배우고 트럼펫을 구해 악보를 보며 열심히 연습을 하는 루이, 좀더 다양한 곡을 연주하기 위해 물갈퀴를 칼로 가르는 아픔을 고스란히 감당하는 인내. 그리고, 아빠가 자신을 위해 사람에게 물질적 손해를 입히며 구해온 트럼펫 값을 배상하기 위해 돈을 버는 루이. 마침내 루이는 큰 돈을 벌어 자신의 목숨이 위협을 당하는 상황임에도 볼구하고 그 돈을 상점 주인에게 준다. 언어장애가 있는 대신 헤엄을 제일 잘 치고 글도 읽고 쓰는 루이. 무엇보다 멋진 트럼펫 연주로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루이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어질 것이다.

루이가 우리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그를 통해서 '사람은 이렇게 살아가야해' 라고 공감할 수 있다는 점이다. 행복을 찾고 가꾸어가는 주체는 바로 다름아닌 '나'라는 점이다. 삶을 꾸려가는 성실함 앞에 어떤 것이 두려울까? 때로 나약함과 나태함이 고개를 들 때, 자기 자신과의 약속인 성실함으로 재무장해 보자.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성실하게 임할 때, 참된 자유를 느낄 수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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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소설로 그린 자화상 2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199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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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그리 이르지 않은 나이에 나목을 발표한 후 쉬지 않고 꾸준히 작품을 써오는 작가의 글쓰기 욕망을 늘 부러워하고 있었다. 작가 스스로 내건 부제 '소설로 그린 자화상'이란 문구가, 제목에 나오는 싱아와 무슨 관계가 있을지, 고 예쁜 이름 '싱아'란 무엇인지, 궁금증을 손에 쥐고 단숨에 읽었다. 인생의 황혼녘에 자화상을 그린다면 나는 어떤 모습으로 그리게 될까? 붓이 아닌 펜으로 그린다면.

이 소설은 작가의 기억이란는 실타래의 끄트머리를 잡고 풀어헤쳐진다. 단지 기억이라는 것에만 의존하여 쓰는 새로운 글쓰기를 시도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그것이 그리 새로운 방식이라고는 보아지지 않는다. 어느 글이건 작가가 드러나지 않기란 어렵고 어쩌면 그런 것은 공허한 것으로 독자에게 공감을 주지 못할 지도 모른다. 기억은 주관적이다. 방금 전의 상황도 사람에 따라 각자 다르게 기억되는 것이다. 기억이란 그만큼 자신의 상상력이 개입되지 않을 수 없는, 그래서 그 사람에게는 오히려 처참하리만큼 진실일 수 있는 도구이다.

이 작품을 넘기면서 싱아가 작가에게 다가가는 의미가 무엇일지 생각해 보았다. 고향 산기슭이나 길가 아무데나 있었던 새콤달콤한 맛의 싱아는, 작가가 서울 변두리에서 살 때 아카시아꽃으로 상한 비위를 가라앉히는 데는 그만일 것으로 기억되는 것이다. 차츰 도시의 생활에 젖어들면서 싱아에 대한 기억은 '여전히 지천이었지만 이미 쇠서 먹을 만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된다. 싱아는 고향 박적골에서의 작가의 아름다웠던 유년을 떠올리게 하는 상징과도 같다.

내 유년의 '싱아'는 어디있을까? 나는 지금도 밤하늘의 달을 보기를 좋아한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마알간 얼굴이 내비치는 것 같은 환상과 함께, 내 어릴 적 대사건과도 같았던 기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어린 내게는 분명 대사건이었다. 저녁에 엄마 심부름으로 외할머니 댁에 갔다오는데 커다란 보름달이 나꾸 나를 따라오는 것이었다. 빨리 가면 빨리 따라오고 천천히 가면 달도 걸음을 늦추는, 그건 황홀한 발견이었다. 집에 들어서면서부터 기쁨에 찬 목소리로 호들갑을 떨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아무도 그 일을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나만은 그렇게 신비한 경험이었다. 시골에서 자란 적은 없지만 도시 변두리 큰 우물이 있었던 그 넓은 마당을 환히 비추던 그 달을 잊을 수 없다. 내 유년의 싱아, 달은 지금도 깨끗한 얼굴을 내밀곤 한다.

이 작품은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을 잇는 아픈 현대사를 순전히 작가의 기억으로만 썼다고 해서 특별히 점수를 주고 싶지는 않다. 그 시대를 살아온 아버지 어머니들에게서 이런 정도의 아픈 자화상을 찾아내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자신의 기억에 의미있는 상상력으로 그림같은 묘사를 펼치는 작가의 순수성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묘사는 섬뜩하리만치 냉소적이기도 하고, 가슴이 아릴 정도로 아름답기도 하다. 모두 진실의 힘이 아닌가 한다. 작가가 말하는 '자기 미화의 욕구'는 그런대로 잘 자제되었다고 생각한다. 글을 씀으로써 '벌레'로부터 해방되고자 하는 작가의 열정 또한 높이 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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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둣빛 나라 - 교과서에 수록된 동시 좋은책 두두 9
이혜영 지음 / 도서출판 문원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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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쩜 이렇게 고운 마음씨를 풀어놓았나! 아이들의 눈으로 볼 수 있는 사소한 것들에서부터 자연의 품에서 느낄 수 있는 것까지, 알록달록 색깔의 물감을 풀어놓은 듯, <연둣빛 나라>는 읽는 이의 마음에 번진다. 세상 엄마들의 희생과 사랑이 사회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라는 것, 모성애야말로 보잘 것 없어 보이는 것까지도 품어 안는 힘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아버지, 동생, 언니, 누나... 아이들이 사랑을 주고 받는 대상, 가족이라는 든든한 울타리 속에서 타인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임을 가슴으로 전한다. 은은하게 전하는 그림도 재치있고 예쁘다. 동시를 낭송하는 아이들의 조그만 입이 마냥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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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삼시랑 글로바다 어린이문고 18
이상배 지음 / 국민서관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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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랑은 가족이란 뜻이었어요. 도깨비들도 우리 사람들처럼 가족을 이루고 함께 살더군요. 잘못을 저지르면 벌도 받고 장난하기도 좋아하구요. 훈장도깨비도 있고 할아버지 도깨비도 있구요. 도깨비들은 신통력을 가지고 있어요. 도깨비 감투도 쓰고 있구요.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밤새 벗어놓은 도깨비 감투를 찾아 쓰는 것이라나요. 도깨비 가족들의 이러저러한 이야기들을 읽고있으면 우리들과 도깨비가 가족같아요. 사람이 하는 짓이 도깨비가 하는 짓 같기도 하구요.

사람의 나쁜 성미를 빗대어 도깨비의 이름을 지어 놓은 것도 아주 재미있어요. 예를 들면 술덤벙 물덤벙이라든지 아기똥이라든지. 이런 도깨비들은 민둥산에 쫓겨가 벌을 받고 있어요. 그래도 하는 짓이 밉지만은 않네요. 동물원에 놀러갔다가 도깨비 감투를 잃어버린 꼬비를 도와 줄 친구는 없나요? 지혜를 짜 보세요.

도깨비 삼시랑은 우리들 사는 모습과 그리 다르지 않아요. 우리처럼 아웅다웅 살면서 착한 일도 하고 은혜도 갚을 줄 알아요. 도깨비에 빗대어 쓰는 말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을 거에요. 그만큼 도깨비와 사람은 친숙한 사이였나봐요. 이 책을 보는 친구들이 도깨비가 될 수 있다면 어떤 일을 해보고 싶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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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서 떨어진 작은 사람 - 모든 것이 작은 코로보쿠루 이야기 3 동화는 내 친구 23
사토 사토루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논장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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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보쿠루라는 이름의 아주 작은 사람들은 그 자체로 상당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작가는 분명 코로보쿠루를 통해 우리에게 던지고 싶은 이야기가 있음에도, 아주 능청스럽게 그것은 숨기고 흥미진진한 모험의 이야기로 끌고 간다. 작가의 말을 빌면 '주제도 은유도 작품 속 깊이 묻어 두는 것이 풍부한 이야기성을 깨뜨리지 않는 법'이기 때문이다.

코로보쿠루를 등장시켜 쓴 다섯 권의 이야기 중 세번째인 <별에서 떨어진 작은 사람>은 이야기의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인간을 멀리하려하는 코로보쿠루들이 인간과 관계를 맺고 살게 되는 날을 어느 정도 예견하며 준비하는 대목이 나온다. 인간과의 의사소통을 위해 인간의 말을 배우기도 하고 인간이 좋아지기도 하는, 심리의 변화를 겪는 것이다.

이 책은, 악동이라는 평범하지만 평범하지만은 않은 아이가 코로보쿠루를 아주 우연히 손에 넣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흘간의 이야기이다. 머위 잎사귀를 들추어 보니 그 아래 몇 백명의 코로보쿠루들이 있더라면 그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는 짐작되겠다. 과장을
했다하더라도. 우리와는 다른 세계의 소인족 코로보쿠루들은 자신들의 종족을 보호하기 위해 나름의 규칙과 질서로 살아간다. 인간들의 속성, 다른 종족에 대한 배타적 이기심이 발동하여 자신들을 이용하고 자신들의 공간을 파괴하려들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코로보쿠루는 '나'이외의 타인으로 지칭되는 고유명사가 아닐까? 나와는 다른 습관과 생각으로 살아가는 타인에 대한 진심어린 이해와 배려가 없다면, 그들과 진정 하나되어 조화로운 삶을 영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보다 사회적인, 인류애적인 눈으로 바라보는 코로보쿠루는, 우리와는 다른 문화의 사람들을 생각나게 한다. 문화적 우월성 내지는 민족적 우월성 따위의 근거없는 자만이 인류의 평화를 깨뜨리고 있는 예는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서 허다하다. 서로의 문화를 인정하고 이해하며 나란히 손잡기하는 과정에서 세상의 모든 것들이 제대로의 빛을 발하지 않을까?

넷째 권 <신비한 눈을 가진 아이>와 다섯째 권 <꼬마 아가씨 뱀밥뜨기의 모험>을 얼른 읽어보야야겠다. 코로보쿠쿠들이 다른 세계의 사람들과 손잡고 사는 모습이 어떻게 그려질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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