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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니 - 눈높이 어린이 문고 47 ㅣ 눈높이 어린이 문고 47
강정규 외 지음, 박철민 그림 / 대교출판 / 200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5학년 아이들과 함께 이 동화를 읽었다. 국내 작가 10명이 이산가족에게 있었음직한 이야기 10편을 진한 감동으로 적어놓았다. 각각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소재들은 하나같이 헤어진 가족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을 담고 있으며, 이산가족의 가슴에 묻혀있는 아픔이자 희망이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눈물어린 사연들이다.
아버지도 실향민이다. 아버지는 19세 때 인민군 징집을 피해 죽을 각오를 하고 남으로 남으로 뛰었다고 하셨다. 텔레비전에서 이산가족 상봉 장면이 나오면 애써 외면하시며 눈물 한 방울을 감추곤 하신다. '죽기 전에 고향에 한 번 가볼 수 있으려나... 누나들은 다 죽었을 거야' 라고 하실 땐 답답하고 안쓰럽다. 막내여서 누나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다시던 아버지는, 50년을 훌쩍 넘은 세월을 무엇으로 버텨오셨을까?
이 동화에 나오는 소재들은 여러가지이다. 꽃신, 자전거, 고무줄총, 만년필, 수수떡, 비둘기, 머리핀, 손수건 같은 사소한 물건들이 이산가족의 가슴 속에서는 가족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이 뒤섞인 소중한 물건들이다. 그것은 만날 수 있다는 가느다랗지만 질긴 희망이기도 하다.
내 아버지가 무작정 2층집의 창문을 뛰어내려 정신없이 도망올 때 호주머니에 있었던 유일한 재산도 만년필 한 자루였다. 남한에 와서 그 만년필을 팔아 허기진 배를 팥죽으로 채웠다고 하셨다. 이제는 그때의 펄펄 날던 기운은 약해지고 얼굴엔 그리움이 주름살로 남은 아버지. 이산가족의 아픔을 달래주기 위한 정부차원의 다양한 방안들이 나오기를 바란다.
얼마 전, 월드컵 축제 분위기 속에 6.25가 조용히 지나갔다. 6.25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이며 미래이다. 그 날의 교훈을 생각하며 나름의 눈에 비치는 세상을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 이 책을 어린이와 온 가족에게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