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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어린이가 발견한 7가지 물건들의 비밀 - 아이들을 위한 환경책 1
손정혜 지음, 이동연 그림 / 그물코 / 2003년 11월
평점 :
품절
그물코 출판사는 존 라이언이 쓴 '지구를 살리는 7가지 불가사의한 물건들'이란 책으로 처음 만났다. 여기서는 타이국수, 빨랫줄, 무당벌레, 자전거, 천장선풍기, 공공도서관, 그리고 콘돔을 그 7가지 불가사의한 물건들로 소개하고 있다. 그런 것들이 어떻게 지구를 살릴 수 있는지 알기 쉽게 설명하여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아이들과 나누어야하는 어른들이라면 읽어보기를 권한다.
<초록어린이가 발견한 7가지 물건들의 비밀>은 아이들을 위한 환경책 시리즈로 그물코에서 나왔다. 동화형식을 하고 있지만 이야기전개가 그리 매끄럽거나 재미나지는 않다. 개연성도 없는 것 같다. 단지 소리없이 환경을 해치는 이상의 것들에 대해 그 뿌리를 캐내어 알고 소비를 줄이도록 각성하는 것에 의미를 두면 좋겠다. 일상에서 우리가 흔히 먹고 마시고 입고 신고 보고 다루는 것들 7가지를 소개하는데, 놀라운 점은, 이런 것들을 소비하면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 지구환경을 해치고 있다는 것이다. '지구를 살리는'이 아니라 '지구를 죽이는' 7가지라고 할 수 있다. 커피, 티셔츠, 신발, 신문, 햄버거, 콜라와 감자튀김, 그리고 컴퓨터가 바로 그것이다.
이야기는 환경오염으로 인해 폐교조치가 내려진 어느 초등학교에서 시작한다. 체육선생님을 대장님으로 하여 다섯명의 아이들이 초록가람단을 창설하고 먼저 주변의 '환경'을 돌아보는 일부터 시작한다. 우리가 첫 번째로 만나는 환경이란 '자연'이고 두 번째로 만나는 '환경'은 우리 사람들이 만들어서 사용하는 물건들이라는 점을 깨닫고 출발한다. 이 물건들이란 자연을 이용해서 만든 것이고 이 물건들을 만드는 과정에서 버려지는 순간까지 모두 환경 면에서 살펴보자는 의도로 시작한다.
각자 제일 좋아하는 것에서 생각을 시작하는데, 대장님은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읽는 시간을 제일 좋아한다. 모델이 되고 싶은 아이는 옷 욕심이 많고 어떤 아이는 신발 욕심이 많고, 먹는 걸 좋아하는 아이는 햄버거와 콜라, 감자튀김을 좋아한다. 그리고 요즘 거의 모든 아이들이 없으면 못 사는 줄 아는 컴퓨터까지, 하나씩 그 제조과정을 원료에서부터 따져보며 얼마나 지구환경과 동식물의 생명을 파괴하고 위협하는지 알게 한다.
7가지 물건들의 공통점은 우리 생활에서 완전히 없앨 수 있는 것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필수품이 돼버린 것들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모두는 지구환경을 죽이는 일을 날마다 서슴치않고 저지르고 있다. 그 이유만으로도 모든 동식물을 포함한 자연에 최소한의 감사하는 마음을 지녀야한다. 또 다른 공통점은 7가지 모두 소비재이므로 우리가 최대한으로 소비욕을 줄이고 재활용이나 '아나바다'를 실천하면, 제조에서 쓰레기까지, 환경을 살릴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나치게 먹고 마시고, 입고, 신문을 포함한 종이류도 너무 많이 버린다. 사실 환경오염의 주범은 물이나 공기의 오염보다 '쓰레기'라고 한다.
초록가람단이 회의하는 모습을 본 교장선생님은 폐교조치를 재고해보기로 하고, 무조건 떠나는 것이 상책이 아니라 남아서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환경을 살리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내세워 마을 어른들에게도 알려서 함께 살리고 지켜나가기로 한다. 구체적이고 실천가능한 방안들이 마음에 든다. 이 중에서 자신의 생활 속에서 지킬 수 있는 것들을 골라 '환경약속'을 써서 걸어두고 날마다 지키려고 노력하면 차츰 환경을 살리는 길에 함께 하는 것이다. 검소하고 절제된 생활이 환경을 살리는 길이기도 함을 느낄 수 있다.
나는 커피를 하루에 석 잔 정도 마신다. 더 많이 마셨는데 좀 자제하는 게 그렇다. 콜롬비아의 카카오 나무 한 그루에서 우리가 보통 마시는 커피 60잔 정도를 얻는다고 한다. 그러면 나는 20일이면 카카오나무 한 그루를 꿀꺽하는 셈이다. 거기에 설탕과 크림을 넣어 먹는다면 사탕나무의 농약으로 인한 땅의 생명파괴와 젖소의 배설물로 인한 물오염까지 생각해야한다. 아이들이랑 환경테스트를 해보았는데, 부끄럽게도 나의 환경오염도가 가장 높았다. 커피를 마시려면 연하게 블랙으로 마셔야겠다. 횟수도 2번 정도로 줄이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