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컨대 서구의 민주주의 국가들은 골칫덩어리인 유대인 문제와 관련해 히틀러에게 암묵적으로 전권을 위임해 책임을 회피한 것이나 다름없다. - P15
그들이 정말로 있을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곳이었다. - P23
이 수백만의 죽은 이들도 한때 살아 있는 사람이었다. - P33
이것은 한 ‘공동체‘에 대한 지엽적인 공격이 아니라 인류 전체, 인류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공격이었다. - P51
그들이 종교나 전통에 깊은 애착을 보이건 무심하건 문제될 게 없었고, 또 그것이 문제가 되어서도 안 되었다. 민주주의에서는 이런 부분이 사생활의 영역에 속해야 했기 때문이다. - P54
모든 이는 그 삶을 살아가는 개인의 쟈연스러운 삶과, 열광적이고 내밀한 삶의 주인이다. 그것은 매순간 사라지는 생생한 이름이고 몸이며 그 몸의 그림자다. 단 하나의 의식이며 수많은 욕망이다. - P59
아우슈비츠 주변에는 새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서 인간의 몸으로부터 역한 연기 냄새가 피어오르는 중에도 따뜻한 풀 냄새가 계속 남아 있었음을 느낄 수 있다. - P62
그 기술은 수많은 고문, 치욕, 박탈감을 통해, 개인 속의 개인, 대중 속의 개인, 다수의 개인 속의 개인을 체계적으로 없애버렸다. 셀 수 없는 잔인한 방법으로 피해자를 그 자신의 고문 도구로 삼고, 스스로 학대자 역할을 하게 만드는 지경까지 내몰기 위해서였다. - P63
히틀러는 죽었고 이제 세계는 늙었다. 그러나 군중의 무관심이나 맹목적 열광이 프로파간다와 공포를 통해 너무나 쉽게 생겨난다는 그 점이 바로 영구적인 위험이 될 수 있다. - P66
법의 공백, 심지어 법의 부재는 정당성 그 자체이자 규칙이며 증거로 여겨졌다. 이런 상황에서 범죄와 학대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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