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내쟁이 꼬마 발레리나
이치카와 사토미 그림, 페트리샤 리 고흐 글, 김경미 옮김 / 현암사 / 2003년 10월
평점 :
품절


여자아이라면 발레를 배우고 싶다고 말하는 아이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우리집 작은 아이도 다섯 살 때부터 발레를 배우게 해달라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바라는대로 다 해주긴 어렵기 때문에 적당히 넘겨서 이젠 다른 것에 재미를 느끼고 있다. 그런 아이에게 이 그림책은 잊고 있었던 생각을 떠오르게 해주면서 간접적으로 욕구를 충족시켜주었다.

이 그림책은 '꼬마 발레리나 타냐' 시리즈인데 '예술가를 꿈꾸는 아이를 위한'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일러스트레이션은 <아프리카에도 곰이 있을까요>를 그린 아치카와 사토미가 담당했다. 표지에 있는 커다란 타조의 깃털이 살아있는 것 같다. 수채물감의 색감이 전체적으로 맑고 선명하며 하얀 여백을 많이 두고 가는 선으로 네모 테두리를 한 그림 속 광경이 아이들 마음처럼 깨끗하다. 그리고 발레의 동작을 표현하는 그림이 많아서 인물의 동작이 살아있는 것 같다.

낯선 발레전문용어가 좀 나오지만 그것에 촛점을 둘 필요 없이 동작을 따라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타냐는 매력 만점의 아이다. 뭔가에 몰두하면 종일 그걸 생각하며 움직이는 아이다. 발레교실에 가서도 한시도 가만 있지 못하고 몸을 움직인다. 하지만 멋진 동작이 잘 되진 않고 어느 날 새로 들어온 에밀리의 유연한 동작을 보고 은근히 부러워한다. 제일 잘 하는 아이와 제일 안 되는 아이 사이에 아직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둘은 각자 자기 할 일만 한다.

동물원 옆을 걷고 있을 때부터 이 두사람 사이에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에밀리는 발레라는 배움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곧이곧대로의 예술을 하지만, 타냐는 그 방식이 좀 다르다. 자기 식으로 익히는 법을 안다.  타냐에게는, 주떼가 아니라 타조춤, 에퀼리브르가 아니라 홍학춤(희령인 이 춤이 가장 인상적인가 보다)이다.

어느새 에밀리도 이 놀이에 빠져든다. 에밀리가 펭귄춤을 추면 이번에 타냐가 표범춤을, 에밀리가 영양춤을, 둘이서 함께 기린춤을 춘다. 표범춤과 영양춤을 추는 장면은 책장이 꽉 차게 가로로 그려져있다. 멋진 그림이다. 활처럼 굽은 선을 그리며 동작이 이어지는데 타냐의 춤은 날렵하고 경쾌하면서 웃음을 자아낸다. 반면 에밀리의 춤은 우아하고 기품있다. 둘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으면서 썩 잘 어울리는 한 쌍이다. 타냐는 에밀리에게 도움을 받고 에밀리도 타냐에게 즐거움을 얻는다. 둘이서 펼치는 빠드되(2인조 무용)는 성공이다. 타냐의 손발동작이 어딘지 우스워서 재미있다.

아이들이 뭐든 되고 싶어할 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발레리나가 되고 싶어하는 아이가 아니더라도 이 그림책을 같이 보면서 뭐든 되려면 연습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친구와 같이 도와가며 뭐든 하면 우정까지 얻을 수 있다. 아이에게 '네가 잘 못했던 것을 도와주어 잘 할 수 있게 해 준 사람은 누굴까?' 하고 물어보면 여러가지 대답이 나올 것 같다. 희령인 '엄마'라고 대답하면서 '말을 잘 하게 해주었단다'. 아이야, "넌 누구를 도와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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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ho 2004-05-01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책에 요즘 관심이 가네요...이 책은 딸이면 함 읽혀 보려구요..ㅎㅎㅎ
아들임 좋을텐데...압력이 엄청나서...ㅎㅎㅎ

프레이야 2004-05-01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도 아들 땜에 은근한 부담 가지시나봐요. 첫아이라 더 그렇지요?
최근에 나온 연구발표에 의하면 공룡의 멸망 이유가 암수 성비의 불균형이었다는 설이 있대요.
여기까진 아니어도 요즘 학급구성원도 남자아이들이 좀더 많죠.
강릉댁님, 딸, 아들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뜻대로 되는 게 아니랍니다.^^ 건강한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