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원이 중학교 입학식을 하고 왔다.
강당에서 했지만 추웠다. 1학년 6반, 담임은 과학과목 여선생님,
아이들간에 좋은 선생님으로 소문난 분이시다. 우와, 복도 많지...
희원이 학교는 남녀공학이다. 한 교실에 세로 한줄씩 남녀 교대로 앉는다. 짝은 동성끼리.
아이들을 둘러보니 아직 초등학생티를 벗지 못하고 있는 얼굴에 몸집도 아주 작은 아이가 있나하면
덩치도 크고 늙수그레(^^) 한 남자아이들도 보였다. 모두 12반 409명이란다.
아이들은 각 반 교실로 인솔되어 가고, 교장선생님의 간단한 인사에 이어
생활지도부장 선생님의 긴 당부가 이어졌다. 서글서글하니 인상이 좋았다.
1학년에선 특히 '말(언어)' 가 문제가 되어 큰일로 번지는 일이 많다고 각별히 가정지도를 당부했다.
예를 들자면, 상대가 죽어라 싫어하는 별명을 불러대며 정신적/심리적 스트레스를 주는 것도
엄연히 폭력이라고 했다. 특히 남녀공학이니만큼 이성 앞에서의 자존심 같은 것 때문이 더욱
상처로 남는 수가 있다고 한다. 폭력은 가해자가 어느정도로 가했느냐가 기준이 아니라,
피해자가 어느정도 고통스러워하고 있냐가 그 수준의 척도라고 할 수 있다.
같은 상황을 두고도 내 아이가 가해자일 때와 피해자일 때, 별명을 불렀을 때와 불리었을 때,
따돌렸을 때와 따돌림을 당했을 때, 부모들은 상반되는 태도를 취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상대 아이와 상대 부모의 마음을 조금만 헤아려볼 수 있도록 힘이 넘치는 아이는 자제를 당부하고
늘 약해보이는 아이는 좀더 당당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잘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그리고 아이들이 어른들 앞에서 조금이라도 어려워하는 태도, 삼가는 태도나 말투를 기본적으로
가질 수 있는 가정교육을 당부했다. 핵가족으로 귀하게만 자라 요즘아이들은 그런 기본이 부족하다고
염려하며 선생님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말은 아이앞에서 절대 해서는 안 되겠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 은연중에 그 선생님에 대한 벽이 쳐져서 그 선생님의 가르침에 귀에 잘 들어오지 않을
수 있다. 작년에 1학년 모 교실에서 한 남학생이 국어교사에게 '맞짱뜨자'는 말을 하며 대들어
난리가 났던 일이 있었단다. 덩치가 큰 남학생 같은 경우는 불량조직의 유혹과 포섭을 받기 쉽다고
하는데, 이것도 엄마들의 걱정거리인 것 같았다. 1학년 1학기는 다소 긴장된 분위기가 이어지지만
2학기 넘어가면서부터 상대적으로 해이해지며 변수가 많다고 한다.
이 때 잘 살펴보고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살펴보라고 한다.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많으니까.
내 경험으로 생각해봐도, 중학 1,2학년은 불안정한 시기였다.
괜히 고민도 불만도 많고 무시로 슬퍼지기도 하고 그랬던 기억이 가물거리며 떠오른다.
소위 명작이라고 하는 세계/한국 문학 작품들도 이때 거의 읽었다.
희원이가 모든 걸 엄마에게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 물론 그러려면 나의 역할과 태도가 엄청
중요하겠다. 고민이 있으면 끙끙거리지 말고 어른들께 털어놓고 교실 안의 작은 일도 되도록이면
이야기 해 달라고 당부를 했다.
오늘은 추가로 국어, 생활국어, 도덕 교과서를 받고 나왔다.
노트 15권을 새로 사며 왠지 내가 더설레는 것 같다.
내일은 사회 2시간에 과학 1시간이 들었다면서 좋아하는 과목이라 더 기뻐했다.
학습도 자기주도적으로, 즐겁게 하면 좋겠다. 수업시간에 공부의 60%정도는 해결할 수 있게
교과서와 노트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그날그날 모르는 것이 없도록 탐구하고 넘어가면 좋겠다.
무엇보다 좋은 책을 두루 읽고 깊고 넓은 사고와 풍부한 감성의 소유자가 되면 좋겠다.
그 시절을 다 지나온 나로선, 희원이가 앞으로 겪고 느끼고 부딪혀갈 것들을 알기에,
더욱 안달이 난다. 하지만 안달해봐야 뭐해.. 스스로 사는 일인 걸..


입학식 마치고 불고기 스테이크를 점심으로 먹고 샐러드는 나혼자 두 접시 비웠다.
희원아, 야채 좀 먹지?? 편식하는 희원이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