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의 재발견
애드리언 블루 지음, 이영아 옮김 / 예담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키스하는 법을 가르치는 과목이 대학에 등장하고(물론 외국의 경우이지만) 키스를 하는 여러가지 방법을 소재로 치약을 선전하는 광고가 나오는 요즘, 이 책은 제목만으로도 눈길을 끈다. 원제는  으로, 번역제목보다 건조한 느낌이지만 더욱 간명하다. 이 책은 '에로틱한 접근에서 철학적인 고찰까지'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그것으로도 짐작이 되듯이 <키스의 재발견>은 키스에 대한 고찰의 여정을 상당히 넓게 그리고 있다.

저자의 키스에 대한 접근과 고찰은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럭비공과 같아 읽는이는 종횡무진 그녀의 생각을 따라가야 된다. 본능적인 행위로서 생물학적 근거를 드는 것으로 시작하여 프로이트적인 심리학에의 접근에서 행동학자들이 말하는, 저자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내용들에 이르기까지 키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은 일단 유보하고 객관적인 자료들을 수없이 보여준다. 곳곳에 적당한 주석이 달리고 많은 문학작품과 영화제목이 끊임없이 제시되는데 그것들의 배경이 되는 미시적 역사 또한 맛볼 수 있는 게 흥미롭다. 종교와 신화, 미술과 음악은 물론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광범위하고 통시적으로 키스에 대한 모든 것을 보여준다.

성애적으로 노골적인 표현이 담긴 문학작품의 일부를 비롯하여 전율적인 인상을 남겼던 영화장면들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그 넘다듦이 거침없다. 어조는 상당히 자신감 있고 확신에 차 있으며 때로는 냉소적이다. 독자는 많은 자료들을 읽으며 상상의 범위 안에서 키스라는 행위에 매혹될 것이다. 그러나 심리적인 허를 찌르는 한 마디, "키스라는 행위에서라기보다는 키스가 입고 있는 갑옷에서 우리는 흥분할 뿐"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키스는 보이는 것 이상으로 때로는 내면의 계략을 품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가 말하는 키스의 미덕은 상호성과 친밀감에 있다. 주면서 동시에 받는, 일방적이기보다는 쌍방의 가장 친밀한 행위로서, 키스는 그 의미가 있다. 키스가 일방적이지 않듯이 저자가 키스를 해석하는 방식도 한 방향이 아니다. 모성을 갈구하며 성애적인 의미가 함축된 키스의 행위가 배신과 모순과 간교함의 도구로 쓰이기도 한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았다. 이런 예로 유다가 예수에게 한 키스를 대표적인 것으로 들면서, 유다는 예수의 희생양이기도 하며 예수를 유다의 배신에 공범자로 혐의를 둔다. 또한 흡혈귀의 키스 같은 혐오스러우면서도 짜릿한 쾌감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는 악마적인 키스의 예도 든다. 키스가 정치적 음모를 숨기고 있는 경우도 있고 특혜를 얻고 싶은 마음의 사교적 술수일 때도 있다.

느긋하게 또는 숨가쁘게 키스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어느새 베이스캠프에서 꽤 멀리 나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저자는 이 여정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키스의 미덕에 대해 강조한다. 키스를 하는 동안 우리는 '타인은 타인이지만 동시에 같은 사람이기도 한' 친밀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이다. "키스는 둘이 나누어 가져야만 가치 있다"는 집시의 속담은 키스의 상호성을 강조함이다.

이런 점에서 '진짜 키스'는 가장 공평하고 비폭력적인 인간의 고귀한 행위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의미에서 페미니즘의 시각을 엿볼 수도 있다. 하지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스칼렛이 남편에게 강제로 키스 당하고 강간을 당하듯 정사를 치르는 장면이 화면 가득 충분한 상상의 여지를 남길 때, 우리는 다시 피학적 본능으로서의 키스로 돌아가는 듯하다.

'키스'는 '음식'과 연관되는 말이었던 고대인간들의 사례와 우리가 품고 있는 관음증을 공식적으로 용인 받는 대중예술로서의 영화를 통해, 키스의 다채로움을 보여주는 저자는 키스가 은밀한 행위임을 탈피한지는 오래 전의 일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키스하는 방법이 대중매체광고에 등장한 것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닌 것 같다. 키스는 우리의 은근한 욕망 - 친밀감에 대한 - 을 자극하고 만족감을 건네는 방식이며 동등함을 전제로 하는 다정한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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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6-03-06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제는 으로 ...
아, 갑자기 원제가 궁금해 집니다.ㅋㅋ

프레이야 2006-03-06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또 한 주 시작하네요. 원제가 빠졌네요..^^ On Kissing..

kleinsusun 2006-05-11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키스에 이렇게 철학적 고찰이 있군요. "동등함"을 전제로 하는 언어. 멋진 표현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