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바람돌이 > [퍼온글] 간송(澗松) 전형필(全鎣弼)선생의 탄신 100돌특별대전


전형필 선생 탄생 100돌 간송미술관 특별대전 [중앙일보]
교과서 속 `문화재의 별` 한꺼번에 본다
국보 12점, 보물 10점 포함
겸재와 추사 작품 등 100점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 ‘풍악내산총람’, 조선 풍속화의 대가 신윤복의 ‘월하정인’, 간송미술관의 얼굴 명품인 ‘청자상감운학문매병’.
지난주 내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관장 전영우)은 전화 몸살을 앓았다. 해마다 5월과 10월 둘째 주말에 개막하는 정기기획전을 기다리는 고미술 애호가들의 등쌀 때문이었다. 1971년 시작한 뒤 서너 차례 빼고는 꼬박꼬박 날짜를 지켜왔지만 올 봄 정기전은 한 주 늦춰 21일 막을 올린다. 일흔 번째를 맞는 이번 전시회가 워낙 뜻깊어 준비할 시간이 더 필요해서다. 올해는 간송미술관을 세운 간송(澗松) 전형필(全鎣弼.1906~62) 선생의 탄신 100돌. 일제강점기에 일본인 수장가 손으로 흘러가는 한국 문화재 수천 점을 가산을 털어 지킨 간송의 뜻을 되새기는 '간송 탄신 백 주년 기념 특별대전'이 열린다. 평소 볼 수 없는 간송미술관의 명품 100선이 한꺼번에 나온다. 대부분 국보급이다.


간송 생전에 그와 교유했던 미술사학자 고유섭 선생은 축사에서 간송을 대인(大人)이라 불렀다. "간송의 생애는 100으로 계산할 수 없다. 간송의 생은 100에 100을 곱해도 모자란다. (…) 간송이 지금도 저 높은 곳에서 겸재(謙齋)와 단원(檀園)의 산수를 즐기고 있는 모습이 아니 보이는가"라며 고인의 특별했던 삶을 기렸다. 십만 석 재산을 아낌없이 민족문화재 수집에 쏟아부은 그가 있었기에 일제 식민치하에서 훼손된 문화적 자존의식을 되살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특별대전'에 나온 작품은 한국 문화재의 별이다. 간송의 탄신 100돌에 맞춰 간송 소장품의 전모를 살필 수 있는 100점을 골랐는데 국보가 12점, 보물이 10점이다. 도자기.그림.글씨.불상 등 각 부문별 대표선수가 나왔다. 교과서에서 사진으로 보던 바로 그 유물들이다. 35년 동안 개인.유파.시대.국적별로 꾸린 예순 아홉번 전시회를 거치며 연구로 검증된 작품 가운데서 뽑았으니 고미술의 고갱이가 한자리에 모인 셈이다.

국보 제68호 '청자상감운학문매병(靑磁象嵌雲鶴文梅甁)'은 간송 소장품의 얼굴이다. 청자색 바탕의 푸른 창공을 날아오르는 학의 모습이 아름다워 '천학매병(千鶴梅甁)'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간송이 1935년 일본인 골동 중개인의 소개로 당시 거금 2만 원을 주고 사들였다. 2만 원이면 당시 서울에서 어지간한 집 열 채를 살 수 있는 돈이다. 간송의 도량과 담력이 얼마나 컸는지를 알 수 있다. 이런 일화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국 전통문화의 자존심을 걸고 일본땅으로 넘어갈 뻔한 것을 지킨 간송의 힘을 되새기게 하는 대목이다.

국보 제73호 '금동삼존불함(金銅三尊佛龕)', 국보 제 70호 '훈민정음', 겸재 정선의 '풍악내산총람(楓岳內山總覽: 풍악내산을 한데 합쳐 살펴보다)', 조선 풍속화의 대가인 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의 대표작, 추사 김정희의 '명선(茗禪: 차 마시며 선정에 들다)' 등 한 점 한 점 한국미술사의 뼈대를 이루는 걸작이 줄을 섰다. 한 개인이 이룬 소장품의 목록이 한 나라의 박물관을 능가할 정도다. 이렇게 보석 같은 문화재를 모은 간송의 안목과 솜씨를 엿볼 수 있는 그의 글씨와 문인화 8점도 함께 선보여 흥미를 돋운다. 추사의 '세한도'를 연상시키는 고졸한 그림 속 초가집 한 채가 간송의 자화상처럼 보인다.

간송의 정신을 받들어 40년 간송미술관을 지켜온 최완수 한국민족미술연구소 연구실장은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와 추사 김정희의 추사체 연구에 심혈을 기울여 조선 후기 문화의 황금기인 진경시대 문화의 우수성과 고유성을 밝혀낸 것은 다 간송의 소장품 덕"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6월 4일까지. 무료. 02-762-0442.

정재숙 기자

출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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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영 - Street Jazz In My Soul
현진영 노래 / 기타제작사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꽤 낯선 음악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현진영이 정장을 하고 어느 교회에서 찬송가를 부르는 모습이었다. 재즈풍의 선율과 함께 소울풍의 창법이 가미된듯하게 부르는 그의 찬송가보다 그 모습이 더욱 낯설었다. 가만 들어보니 그 가사에 회개하는 마음이 절절했다. 찬송이 끝난 뒤 하느님의 충실한 아들이 된 자신에 대한 간증을 하는 영상이었다.

현진영을 그다지 좋아했던 건 아니다.  92년도에 '흐린 기억 속의 그대'라는 힙합풍의 댄스곡으로 현란한 무대매너를 보여주었던 모습으로 기억된다. 면후드티의 후드를 머리에 쓰고 그 안에는 야구모자를 쓰고 헐렁한 바지를 입고 특이하면서도 다이나믹한 율동을 보여주었던 자그마한 키의 가수. 꽤 어려웠던 가정형편으로 학업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는 정도, 날렵한 콧날에 왠지 우수가 깃든 슬픈 눈. 그 정도로 기억되는 가수인데 어느 날 보이지 않았고 마약을 입에 대어 구속되었다는 정도만 들렸다.

그런데 이 사람이 갱생을 하였고 그동안 각고의 의지로 그 사슬에서 스스로 풀려나 새로운 삶을 산다고 한다. 한때 몸에 많이 붙었던 살도 싹 빠져 예전의 날렵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귀티 나 보이는 얼굴 윤곽도 살아있고 음색도 짙어졌다.

자켓도 멋지다. 싱어송라이터답게 현진영이 작곡한 곡들이 많다. 두번째 곡 'Break me down'을 인터넷에서 라이브 동영상과 함께 듣고 이 앨범 하나쯤 사도 되겠다싶었다. Street Jazz는 랩이 많은 요즘의 힙합보다 가사에 더 충실하다고 한다. 재즈 선율을 기본으로 하면서 신이 나며 몸이 자유자재로 흔들거리는 느낌이 든다. 가사도 잘 들어보면 그저 허탈한 내용이 아니라 힘든 삶을 이겨낸 사람만의 자신감이 엿보인다.

발라드 풍의 '말로 할 수 없는 말'도 좋다. 예전보다 한층 성숙해진 모습으로 가창력과 함께 돌아온 모습이 참 좋아보인다. 한 가지, 노래의 끝부분이 이상하게 끊기는 것 같은 마무리가 좀 걸린다. 다음 곡으로 넘어가는 지점이 발에 걸리는 느낌이다. 의도적인 것인지.. 아무튼 노력하여 실력을 닦고 거듭난 사람에게 박수를 주고 싶다. 노래들도 썩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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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16 0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5-16 0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5-16 0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6-05-16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건 없어요ㅠㅠ 페이퍼는 지우셔도 괜찮아요. 도통 복잡할 땐 그만 주무시고 내일 생각해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에요. ^^

2006-05-16 0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6-05-16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무례 아니구요. 저도 그럴 때가 있는걸요^^
 
 전출처 : 하늘바람 > [퍼온글] 명사들이 말하는 글쓰기

명사들이 말하는 글쓰기

명사들이 말하는 글쓰기

[동아일보 2006-04-01 03:00]   

《감각적인 문체와 미학으로 명성을 떨친 작가 김승옥은 오랜 절필을 끝내고 ‘서울의 달빛 0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글은 손이 쓰는 것이다.”

좋은 글을 쓰려면 ‘일단 글을 써야 한다’는 뜻이다. 펜을 쥐고 글을 써 나가다 보면 쓰는 행위 자체가 쓰는 이의 두뇌와 감성을 자극해 새로운 사고와 상상력의 세계를 열어 준다는 것이다.

일본 작가 사이토 다카시는 말하는 것을 걷기에, 글쓰기를 달리기에 비유한 적이 있다. 거리를 조금씩 늘려 가며 훈련하면 누구나 1km는 거뜬히 달릴 수 있듯 글쓰기도 마찬가지라는 것.

글쓰기에도 비기(秘技)가 있을까. 국내 논픽션 분야 베스트 셀러 저자들에게 물어봤다. 체험기가 모두 베스트셀러가 된 한비야 씨, 교양과학 분야 최고 판매 도서 기록을 세운 정재승 씨, 역사 분야의 대중 저술가인 이덕일 씨가 자신만의 글쓰기 방식을 들려줬다.》


○ 쉽고 편안한 말글-‘한비야 체’ 글쓰기

1996년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 이후 지난해 말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에 이르기까지 한비야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이 펴낸 책 7권은 모두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 책들은 한결같이 술술 읽히는 쉬운 말글로 쓰였다. 오죽하면 한 고교 국어교사가 신문 사설을 학생들에게 나눠 주고 ‘이 글을 한비야 체로 고치라’는 수업까지 했을까.

그러나 글이 쉽다고 해서 글을 쓰는 과정도 쉽게 이뤄지리라 생각하면 착각이다. 그의 책 세 권을 낸 푸른숲 출판사 김혜경 사장은 한 씨에 대해 “느낌표 하나까지 굉장히 엄격한 완벽주의자”라고 평했다.

한 씨는 글을 쓸 땐 늘 밤을 새운다. 밤새 원고지 100장을 넘게 쓴 뒤 아침에 마음에 들지 않아 5장만 남기고 모두 버린 적도 있다. “머리를 벽에 100번 찧어 좋은 글 한 줄 얻을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 글쓰기를 대하는 그의 기본 태도다.

그는 매일 쓰는 일기와 메모로 글쓰기의 기본을 닦았다.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긴급구호 현장에서도 빼먹지 않은 일기를 토대로 썼다. 디지털카메라를 갖고 다니는 사람이 첫 번째 목련을 보면 저절로 카메라에 손이 가듯 그는 저절로 메모장에 손이 간다고 한다.

글을 멋지게 쓰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글을 잘 쓰려면 미사여구, 유식한 단어를 써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내 책엔 초등학생이 모르는 단어가 한 개도 없다. 그렇게 쉬운 단어로도 얼마든지 책을 쓸 수 있다.”

다 쓴 글은 꼭 소리 내어 읽어 본다. “글은 노래이자 이야기이자 호흡이다. 나와 독자가 호흡이 맞으려면 소리 내서 읽을 때 껄끄러운 표현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신조다.

그에게 ‘일필휘지’란 없다. 원고를 출판사에 넘긴 뒤 교정지가 나올 때마다 빨간 펜으로 하도 많이 고쳐 ‘딸기밭’이라고 부를 정도다. 원고가 인쇄소로 넘어가기 직전에도 밤중에 달려가 고치고 책이 나온 뒤 2쇄, 3쇄를 찍을 때도 계속 고친다.

한 씨는 해마다 ‘1년에 100권 읽기’를 하는데 긴급구호로 오랫동안 외국에 나가 있지 않으면 대부분 초과 달성하는 편이라고 한다. 그는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들이 ‘진부하지만 절대 잊어서는 안 될’ 조언 하나를 들려줬다.

“진심을 갖고 써라. 제발 단 한번만이라도 나에게 가슴 뛰는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라. 그리고 그것을 글로 써라.”


○ 전방위적 호기심과 독서-정재승 식 글쓰기

정재승 한국과학기술원 바이오시스템학과 교수가 쓴 ‘정재승의 과학콘서트’는 2001년에 출간된 뒤 지금까지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교양과학 도서다. 이 책을 펴낸 동아시아출판사 한성봉 사장은 정 씨에 대해 “전방위적 호사가”라고 평했다. 다방면에 걸친 지식과 호기심이 그의 글이 지닌 가장 큰 강점이라는 평가다.

한 달에 40∼50권을 훑어보고 10권가량은 꼼꼼히 읽는 정 씨는 “좋은 글을 쓰려면 독서가 필수”라고 생각한다.

“독자가 쉽게 이해하도록 글을 쓰려면 적절한 예제, 딱 맞는 비유, 핵심을 꿰뚫는 인용 등 세 요소가 중요하다. 좋은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이 세 요소 없이 생각을 추상적으로 전개하거나 중언부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세 요소는 다른 사람의 글을 충분히 읽지 않으면 도저히 구할 수 없는 것들이다.”

그는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칠 때 문단 단위로 연습하기를 권한다. 문단은 생각의 단위이고 한 문단에 하나의 생각을 담아야 하는데 한 문단에서 여러 이야기를 하거나 한 이야기도 끝마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 문단을 잘 구성하기만 하면 연결고리를 통해 다른 문단과 이어가고 글쓰기를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글쓰기 전 밑그림을 잘 그리는 것도 중요하다. “밑그림을 그리지 않고 곧바로 글을 쓰다가 처음 의도와 다른 결론에 도달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시작은 어떻게 하고, 각 문단은 어떤 내용을 담을지 밑그림을 먼저 잡고 글을 쓰면 더 잘 써진다.”

한번 글을 쓰면 반드시 20번쯤 읽는다. “산문에도 운율이 있으므로 독자가 한번에 이해하도록 쓰려면 필자가 아주 작은 운율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글쓰기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의 공통점은 ‘남의 글을 충분히 읽지 않고 글 쓰는 연습을 많이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 시각과 문제의식의 단련-이덕일의 글쓰기

1997년 첫 책 ‘당쟁으로 보는 조선역사’를 펴낸 뒤 지금까지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이 쓴 책은 30권가량 된다. 9년간 30권이니 1년에 3.3권을 쓴 셈이며 권당 원고지가 1000∼1300장이니 하루에 9∼12장씩이다. 단행본 말고 잡지나 신문에 기고한 원고를 포함하면 더 늘어난다.

어마어마한 생산량인데도 이 씨는 “쓰는 행위 자체가 큰일은 아니다. 글쓰기에서 글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문제의식을 다듬어 주제를 구상하고 자료를 분석하며 생각을 숙성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의 책 3권을 펴낸 출판사 김영사의 백지선 팀장은 ‘도발적 문제의식’을 그의 글이 지닌 강점 중 하나로 꼽았다. 역사가가 보는 자료라는 게 새로울 것이 없는데도 다양한 자료의 비교분석을 통해 새로운 진실을 발견해 내는 능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것.

글 쓸 주제를 고를 때 이 씨는 “내가 알고 싶어 하는 것을 독자도 알고 싶어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고른다”고 했다. 그는 글을 잘 쓰려면 개방적 세계관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은 변화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변화를 수용해야 새로운 문제의식이 생기며 문제의식을 갖고 보면 같은 자료에서도 계속 새로운 게 보인다.”


치열한 문제의식을 글로 옮기려면 문장력이 있어야 하는데 이 씨는 “문장력을 기르는 방법은 많이 보고 많이 써 보는 것 말고 왕도가 없다”고 했다.

“요즘 논술 준비 광고를 보면 논술 공부가 문장 공부인 것처럼 광고하는데 문장은 자기 생각을 펼치는 도구에 불과하다. 더 중요한 것은 글에 담긴 생각, 논리다.”

책을 그렇게 많이 썼지만 여전히 1000장짜리 책을 쓸 때 원고지 200∼300장을 버리는 일이 다반사라고 한다. 아무리 많이 해도 더 수월해지지 않는 일이 글쓰기인 까닭이다.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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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보, 내 인생 반올림 2
미카엘 올리비에 지음, 송영미 그림, 조현실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0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외모가 권력인 요즘 '뚱보'를 내세운 동화류는 이제 그다지 새로워 보이지 않는다. 뻔한 이야기일 거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뚱보, 내 인생>은 그런 선입견에서 조금 벗아난다. 중학교 1,2학년 정도의 학생이 보기에 좋을 청소년소설로서 성장소설적인 내용이다. 책은 벵자멩이라는 뚱보가 자신의 몸을 주체적으로 생각하게 되기까지의 우여곡절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제목과 표지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프랑스의 작가 미카엘 올리비에는 열여섯의 뚱보 남학생에게 꽃 한 다발을 손에 들려놓았다. 뭔가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꽃을 쥐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가있다. 책은 이 학생이 자신의 몸과 관련하여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주도하게 되는지를 그리고 있다. 아주 맛있는 요리의 전 과정을 상세히 보여주듯 벵자멩의 학교생활과 하루일과, 생각, 꿈과 소망, 그리고 과거, 현재, 미래를 조미료를 많이 넣지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93킬로그램의 벵자멩은 남을 행복하게 하는 요리사가 되는 꿈을 갖고 있고 클래식음악과 영화를 좋아하는 학생이다. 중간에 있는 것이 편하다는 것도 터득한, 어찌보면 평범함 이상의 보석을 자기도 모르게 갖고 있다. 먹는 것을 통해 즐거움과 위안을 받던 벵자멩은 클레르라는 여자친구에게 연정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뚱뚱한 몸을 인식하게 된다. 더불어 먹는 일이 더 이상 즐거움이 아니라 혐오스러운 것으로 전락한다.

드디어 난생 처음 다이어트를 시도하고 거듭하는 실패는 자기파괴욕구와 상실감만 더한다. 게다가 클레르에게 고백한 사랑의 감정이 이해받지 못하자 벵자멩은 거의 실성할 지경에 이르러 성격장애 증세까지 보인다. 하지만 이 모든 고통과 좌절이 벵자멩의 미래에 얼마나 소중한 것이 되는지는 벵자멩의 태도에 달렸다. 이 과정에서 그는 무척 귀중한 것을 돌아보게 된다. 그것은 바로 과거, 단란했던 가족의 사랑, 특히 엄마의 포근한 애정을 되살려 깨닫고 그것에서 안정감과 충분한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는 점이다. 섬광처럼, 자신안에 이러한 감정이 빛날 때 벵자멩은 상실감에서 회복된다.

다른 여자를 찾아 엄마와 헤어진 아빠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라는 뜨거운 감정까지도 멋지게 소화해서 승화시킬 수 있게 된 벵자멩은 "가볍고 재미있게 구는 법"과 "사랑에 빠져 넋이 나간 얼굴을 하지 않는 법"을 스스로 터득한다. 역설적으로 살아야 더 잘 살아지는게 인생일까. 벵자멩이 '우정'으로 양보한 감정이 의외로 '사랑'으로 돌아올 때 그는 비로소 스스로 접시를 밀어내게 된다. 감정도 이성도, 몸도 마음도 이제 벵자멩의 그것들은 온전히 그의 것이 된 듯하다. 자신의 몸이 자신의 것이듯 삶도 온전히 자신의 것이다. 현재의 절망도 모두 추억으로 자리할 것이고 그 모든 경험과 감각들이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형성할 것이다. 그렇다면 더 이상 현재의 고통에 울고 있을 필요도 없고 과거에 매달려 있을 필요도 없다는 말이 된다.

<뚱보, 내 인생>은 먹어대는 행위에 현미경과 청진기를 동시에 대고 있다. 벵자멩은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욕구에서 어릴 적 몸무게를 불려갔다. 숫자가 커지는 걸 보며 뿌듯함을 느꼈을 테다. 벵자멩이 먹는 음식이 열거되고 남은 재료를 이용해 만드는 간식을 비롯해 그가 먹는 갖가지 음식이 열거된다. 또한 그 음식을 먹을 때의 감정과 심리가 잘 묘사된다. 좋아하는 것을 먹지 않을 수 있으려면 마음이 편안해야하고 걱정이 없어야한다는 글귀에서 추측할 수 있듯이, 벵자멩은 헤어진 아빠에 대한 그리움과 상실감, 인정 받지 못한 어설픈 사랑고백으로 인한 자기혐오감과 실패를 거듭하는 다이어트 도전에 대한 두려움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작가는 단순히 먹는 행위 이면의 심리를 자세히 포착하여 따뜻한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감정에 치우치지도 않고 중심을 잘 잡고 있다. 특히 소피아줌마와의 대화에서 인생을 멋지게 사는 역설적인 방법을 얻고 심리학자에게서는 미궁 속에서 빛을 볼 실마리를 잡는다.

벵자멩이 한 사람으로 성장해가는 데에는 참으로 많은 요소들이 복잡한 구조로 얽혀서 작용을 한다. 순간의 감각들, 스치는 경험들, 그것에서 얻는 인식들이 여러부류의 사람들(어른들을 포함하여)과 나누는 소통과 화학작용이라도 하는 것 같다. 요리도 이렇게 복잡한 것 같으면서도 간단한 과정을 거쳐서 탄생하듯이 뚱보, 벵자멩은 이제 자신의 인생을 그렇게 요리할 것이다. 남을 행복하게 하는 요리사가 되는 꿈을 언젠가 이룰 수 있을 것 같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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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발자국 - 사라져 가는 동물들 이야기 1
공지희 글, 강신광 그림 / 도깨비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착한 발자국>이라는 제목만 보면 이 책이 무엇에 대한 이야기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사라져가는 동물들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책표지의 제일 위에 쓰여있는 것을 보면 비로소 짐작이 된다. 표지에는 야생의 사자가 멋드러진 갈기를 두르고 어슬렁거리며 걸어오고 있다. 아프리카 북부에 서식했던 바바리사자다. 그 뒤로는 푸른 하늘과 초원이 아스라이 보인다.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3학년 정도의 아이들이라면 '멸종'이라는 단어를 짚고 넘어가면 좋겠다. 지구상에 멸종되었고 지금도 멸종위기에 있는 동물들은 많다. <착한 발자국>에서는 모두 여섯 마리의 동물들이 나온다.  셰이셀코끼리거북, 바바리사자, 해변밍크, 붉은머리오리, 황금두꺼비 그리고 거미원숭이가 주인공이다. 각각 여섯가지의 이야기를 단편으로 엮어놓았다. 작가는 황금두꺼지와 거미원숭이를 제외한 네가지 동물에는 어울리는 이름을 지어 이야기 속에 빠질 수 있게 했다. 그런데 두 가지 동물은 왜 이름을 짓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고유의 이름을 지어 주인공으로 내세웠으면 독자로 하여금 더 이야기에 빨려들게 할 수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각각의 이야기에는 각 동물의 고향부터 생김새, 자연환경 같은 것을 풀어서 써놓았다. 평화롭게 살고 있는 자연에 원주민이 아닌 이방인(개척자)들이 들어오면서 동물들은 사람을 무서워하게 되고 사람으로부터 피하려고 애를 쓰지만 결국 잡혀서 사람들의 욕심을 채우는 희생자가 된다.  원주민들은 배가 고플 때만 필요한 양만 사냥을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허영과 이기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동물들을 유인하여 이용한다. 실험용이나 애완용으로 팔거나 동물원에 가두어놓고 자유를 박탈한다. 게다가 박제가 되어 쇠창살이 몸을 관통한 상태로 유리상자 안에 앉아있는 분홍머리오리를 그린 삽화는 섬뜩하다. 아이들은 분홍머리오리의 이야기가 가장 슬펐다고 말했다.

이 책을 보면 동물들이 사는 환경을 해치는 것이 얼마나 무모하고 무서운 행동인가를 잘 알 수 있다. 숲의 나무를 함부로 베는 행동이 결국 동물들의 살 곳을 빼앗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들의 삶까지 황폐하게 하는 결과를 낳게 됨을 느끼게 된다.  사람들의 이기적인 행동과 동물들의 생각이 대조되면서 자연의 일부인 동물에 대한 이해나 애정이 너무 없는 게 아닌가 반성하게 된다.

멸종동물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게 구슬픈 문장이 많다. 동물이 화자가 되어 말을 걸고 들려준다. 또한 각 동물들의 고향을 묘사하는 문장이 아름답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지도를 넣어 각 동물들의 고향의 위치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명시해주었으면 하는 점이다. 물론 지구본을 돌려가며 찾아보긴 했지만 정확한 지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것도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이 있나 찾아보고 그것들에 대한 '발자국'도 이야기로 쓰면 좋을 것 같다.

왜 '착한' 발자국이라고 했을까?  제목의 숨은 뜻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져보고 대답을 유도해보면 의미있는 이야기들이 나올 것 같다. 내 생각으로는, 고향을 잊지 못하고 자신의 목숨을 던져서라도 '고향'을 향하는 발자국이기 때문인 것 같다.  어떤 남자아이가 더욱 단순하면서도 중요한 대답을 했다. "사람들보다 동물들이 더 착하기 때문이에요." 난 이말에 동감이다.

이 책의 이야기에 나오는 지구상의 단 한 마리 남은 동물들은 모두 자신의 선택으로 '죽음'을 택한다. '죽음'으로밖에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는 슬프고도 단호한 결심이 안타깝다.  이들은 스스로 사람들로부터 발자국을 돌렸다. 결국 자연을 함부로 대하면 자연이 먼저 우리로부터 돌아설 것이라는 은근한 경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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