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야, 말해 줘! - 내 몸에 관해 알고 싶은 43가지 이야기
앤 마셜 지음, 조홍섭 옮김 / 한겨레아이들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초등 2학년 정도의 저학년 아이들에게 과학과 관련된 책을 읽힐 때면 다른 책보다 더 신경이 쓰인다. 어느 정도까지 아이들이 흡수할 수 있을까, 그 눈높이에 맞추어 적당한 깊이와 넓이로 내용을 전하고 있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하는 방법이다. 들려주는 방식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장점을 갖고 있다.

<인체야 말해 줘>의 원제는 "How does my body fit together?" 이다. 이 책은 '나의 몸'에서 모든 호기심이 출발한다. 저학년 아이들의 특성인 질문이 많고 궁금한 게 많은 점, 특히 몸과 관련하여 호기심이 부쩍 생기는 시기인 아이들의 심리를 이용하여 이 책에 나오는 모든 꼭지는 질문으로 시작하여 간단한 답을 먼저 제시해주고 자세한 설명으로 들어간다. 이런 방식의 설명이 아이로 하여금 좀더 적극적인 생각을 하게 만들고 능동적으로 내용에 몰입하게 하는 효과를 준다. 번역된 제목은 그런 점에서 아이의 질문에 인체가 대답을 한다는 설정이다. 아이가 자기의 몸과 서로 이야기를 주거니받거니 하는 재미난 상상을 해볼 수 있다.

예를 들면 '나는 어디서 자라다가 태어났을까요?' 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꼭지를 처음으로 하여 나중에는 우리 몸속에 있는 꽈배기, '유전자는 어디에서 온 걸까요?" 로 맺는다. 결국 생명이 태어나는 원리까지 이야기할 수 있게 한 셈이다. 이 책은 각 꼭지마다 세 가지의 작은 질문들을 두어 모두 43가지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 첫번째 물음에 대한 답은 당연히 '엄마 몸속에서 아홉 달 동안 자라고 있었지요.' 이다. 마지막 물음에 대한 답은 '부모님에게서 온 것입니다.'

또 하나의 장점으로, 각 꼭지마다 사실적이고 자세한 그림으로 시각적인 효과를 선명하게 준다.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글보다 그림으로 일목요연하게 과학적으로 드러나 있어, 자칫 복잡하게 여길 수 있는 우리몸의 구조와 기능에 대하여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돕고 있다. 적절한 사진도 배치하여 현실감을 주어 마음에 든다. 각 꼭지에는 또, 잠깐 퀴즈를 두어 쉬어가는 코너로 활용할 수 있고, 간단한 실험도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여 두어 책을 이해하는 과정에 활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이 책을 다 보고 나면 우리 몸의 구석구석에 있는 기관들이 이렇게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연결되어 있고 그만큼 소중한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느끼게 된다. 우리 몸을 건강하게 지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아이들이랑 이야기 나누어보고 우리몸과 관련된 수수께끼를 하며 웃기도 하고 하나도 같은 사람이 없는 각자의 지문도 찍어보았다. 아이들이 가장 신기해한 것은 착시현상이었다. 몇가지의 다른 그림을 제시하고 착시현상을 경험하게 하며 즐거웠다.

인체에 관한 책으로 저학년 아이들이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책으로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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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08-04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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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물만두 > 백석 - 흰 바람벽이 있어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간다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촉(十五燭)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 던지고
때글은 낡은 무명 샷쯔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인일인가
바람벽에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은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느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즈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주앉어 대구국을 끓여 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또 이즈막하야 어느사이엔가
바람벽엔
내 쓸쓸한 얼굴을 쳐다보며
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
─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내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찬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위로 하는 듯이 나를 울력 하는 듯이
눈질을 하며 주먹질을 하며 이런 글자들이 지나간다
─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
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
치는 사랑과 슬픔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 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스 쨈' 과 '도연명' 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 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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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알라딘도서팀 > <로맨스 약국> 서평단 모집!

안녕하세요,
알라딘 편집팀 박하영입니다.

마음산책 출판사에서 출간된 <로맨스 약국>을 읽고 리뷰를 써주실 독자 10분을 찾습니다.
이전에 진행된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 <블루 타워>, <크라임 제로> 서평단에 뽑히신 분들은 다른 분들에게 기회를 양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언어와 연애는 인간에게 고유한 것이고, 둘은 서로를 통해서 실현되게 된다."

 사랑을 언어학적 감수성으로 분석한 책. 추리소설 전문 번역가이자, 언어학 전공자인 박현주 씨가 쓴 연애상담서이다.
 
사랑에 빠진 주체들은 자신의 사랑이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 노래 가사, 신문 기사, 드라마, 만화, 소설, 영화에서 일어나는 사랑의 국면을 관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케케묵은 진부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제 첫사랑과 닮으셨네요" "말 안하면 모르니?" "사랑하는 사이에서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 거야" 등 사랑의 '발화'에서 단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지은이는 진부하다고 그냥 지나쳐버리기 쉬운 사랑에 관한 클리셰 한마디 한마디를 언어학자의 감수성으로 분석하고 그 속에 내재된 심리를 통찰한다. 직설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필치에 일상의 인물들에서 끌어내진 에피소드들이 더해져 흥미를 더한다. 또한 한국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봄날'에서부터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 '미스 매치', 일본 만화 '슬로우 댄스', '너는 펫'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 텍스트들에서 분석 사례들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  서평단에 참여하길 원하시는 분은 댓글로 "신청합니다"라고 써주시면 됩니다.
*  신청해주신 분들 가운데 10분께 책을 보내드리겠습니다. 
*  신청은 8월 4일 금요일 오전 10시까지 받습니다.

서평단 모집에 관심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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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02 0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6-08-02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마르긴요? ^^ 잘 먹고 살 쪘어요 ㅜㅜ 에고고... 거기선 더위를 모르고 지냈는데 공항을 나오는 순간 확 끼쳐오는 열기에 ㅜㅜ 그나저나 무더위를 만끽해보자구요^^
 
사람을 만나다 높새바람 12
김여운 지음, 전종문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바람의 아이들 신간이다. 첫 창작동화라는 글귀에 기대 반 호기심 반의 눈으로 얇은 책을 넘긴다. 김여운이라는 신인작가다. 표지의 그림이 신선하다.

어느 날, 내가 아무런 통고도 없이, 최소한의 이유 설명도 없이, 지금의 안락한 현실로부터 버림을 받는다면?  이야기는 이 질문에서부터 시작한다. 세나는 사랑만을 먹으며 편안한 삶은 살아온 애완견이다. 그녀의 주인은 사랑만 할 줄 알지 세나를 바보로 만들어놓았다고 세나 스스로는 생각한다. 화초처럼 곱게 자란 세나는 어느 날 세나를 싫어한 주인아저씨로부터 내팽겨쳐져선 아주 낯선 곳에서 거친 삶을 살아가야한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생경한 곳에서 '나'를 진정으로 발견하게 된다는 글귀를 본 적이 있다. 이 동화의 이야기는 어쩌면 그 구절이 딱 들어맞다. 세나는 강이 가까운 어느 시골 마을에서 초롱이라는 새 이름을 얻고 숨겨져있었던 자신의 모습을 만난다. 잿빛털이라는 난폭한 개를 피하지 않고 맞서 싸우고 구멍가게 아줌마의 슬픈 눈을 피하지 않고 다가가서 동거한다. 한 번 버림을 받은 목숨이지만 사람의 마음을 떠나지 못하고 다시 매달리며 그 마음을 믿는 모습을 보인다.

구체적으로 나오지는 않지만 초롱이와 비슷한 아픔을 겪은 아주머니는 초롱이를 가두어두려고도 하지 않고 초롱이에게서 비슷한 아픈 기억을 떠올리며 세상에 닫아두었던 마음을 연다. 세나는 초롱이가 되어 '사람'을 만났고 사람은 다시 잃었던 '사람'을 만난 셈이다. 작가가 말했두었듯이 이 이야기는 개를 위로하기보다는 연약해서 외롭고 서러운 사람을 위로하기 위한 글이다. 그 아주머니는 초롱이를 통해 사람의 온기를 다시 받아들이는 것이다.

고학년동화라지만 초롱이의 사색이 너무 진하게 배어나오는 중간중간의 글들이 이야기의 흐름에 약간은 방해가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동화는 좀더 쉽고 재미나게 이야기를 풀면서 아이들이 웃으면서 자기도 모르게 젖어들 수 있는 이야기가 아직도 다소 부족한 것 같다. 내가 읽기엔 재미있었지만 초등학생의 마음의 눈으로 볼 때면 그다지 공감이 되지 않을 것 같은 감정의 글귀들이 좀 있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털북숭이와 초롱이의 대화부분이다. 털북숭이는 또 하나의 '의미있는 타인'이다. 동화에서 '의미있는 타인'은 주인공의 성숙을 위해 자주 등장한다. 생의 연륜으로 지혜와 자비를 겸비한 털북숭이는 초롱이의 새로운 삶을 지탱하고 지침이 되어준다.

"강물이 아름다운 이유를 아니?"
"흘러가기 때문이 아닐까요?"

"강물은 언제나 새로운 물이라는 것이지."
털북숭이의 말처럼 강물은 늘 새로운 것이다. 이 말은 다른 책에서도 많이 나오는 말이라 그다지 참신하지는 않다. 하지만 흘러가기 때문에 강물이 아름답다는 초롱이의 말과 마지막 부분이 겹쳐지면서 뜨뜻한 감동을 준다.

- 그 순간 강이 내 속으로 들어왔다. 내 속에 들어온 강물이 춤을 추며 흘러간다. 흐르는 물결이 아름답다.

우리도 누구든지 강물처럼 그렇게 나름의 춤을 추며 흘러가고 날마다 변화함으로 가치있는 게 아닐까. 불교에서 '덧없다'함은 '변화하는' 것이라 했다. 세상에 모든 목숨 있는 것들이 아름다운 이유도 거기에 있다. 불행 뒤에 따라오는 행복, 행복 뒤에서 기다리고 있을 불행..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한시도 겸허하지 않을 수가 없지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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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07-27 0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대충 짐 쌌네요. 방금 전에.. 에고 짐 싸는 거 넘 싫어요. 귀찮아요. 그러고도 꼭 빠뜨린 거 있고.. 하여튼 어리버리, 뒤죽박죽입니다.. ㅎㅎ 잘 갔다오겠습니다.
 
 전출처 : 가넷 > [현대미술 따라잡기]제목 짓기는 창작의 핵심 요소

[현대미술 따라잡기]

제목 짓기는 창작의 핵심 요소
유진상 계원조형예술대 교수·미술이론
 

르네 마그리트, ‘듣는 방’(Chambre d’ ecoute).

현대미술에서 제목이 갖는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현대미술 이전 시기의 제목은 작품에 드러난 주제를 가리키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제목이 색채나 형태, 그림의 주제, 재료 등에 못지않게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기 시작한 것은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부터다. 대표적인 작가는 마르셀 뒤샹으로, 그는 의도적으로 작품의 내용과 무관한 제목들을 붙인 최초의 작가였다.

 

개념미술의 효시라고도 할 수 있는 ‘유명론적 회화(nominalist painting)’ 중 개념을 처음으로 만들어낸 그에게 단어는 중요한 시각적 요소다. 그러므로 ‘레디메이드’에는 ‘단어’도 포함된다. 제목 혹은 그림에 들어가는 소재로 사용될 단어를 선택하는 방법에 대해 그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라루스 사전(프랑스에서 가장 일반적인 프랑스어 사전)을 집어 들고 ‘추상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모든 단어를 베껴 쓴다. 즉 그것들은 구체적인 참조 내용이 없는 단어들이어야 한다.” 이렇게 선택된 단어들로 이루어진 작품 제목들 중에는 ‘재채기를 하세요, 르로즈 셀라비’ ‘너는 나를’ ‘정조의 모서리’처럼 그림과 상관없이도 강한 연상을 유도하는 것들이 있다. 그는 제목이란 ‘보이지 않는 색채’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또 다른 대표적인 예로는 르네 마그리트가 있는데, 그의 대표작인 ‘듣는 방’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인간의 조건’ 등은 작품의 시각적 요소와 제목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제목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제목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존 웰치만(John C. Welchman)은 주요한 시각적 요소로서 제목의 대두가 19세기 말에 이미 시작됐다고 지적한다. 그는 1880년대 화가인 알폰스 알라이스를 예로 든다. 이 작가의 작품 중 온통 붉은색으로 이루어진 모노크롬 회화가 있는데, 이 작품의 제목은 ‘(북극광 효과가 있는) 홍해 해변에서 중풍기가 있는 추기경에 의한 토마토 수확’이다. 이런 식의 유머러스한 제목 붙이기는 1960~70년대에 광범위하게 이루어진 현대미술 경향의 특징적인 면들을 잘 드러내고 있다. 제목 짓기가 창작의 핵심 부분이 된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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