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만나다 높새바람 12
김여운 지음, 전종문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바람의 아이들 신간이다. 첫 창작동화라는 글귀에 기대 반 호기심 반의 눈으로 얇은 책을 넘긴다. 김여운이라는 신인작가다. 표지의 그림이 신선하다.

어느 날, 내가 아무런 통고도 없이, 최소한의 이유 설명도 없이, 지금의 안락한 현실로부터 버림을 받는다면?  이야기는 이 질문에서부터 시작한다. 세나는 사랑만을 먹으며 편안한 삶은 살아온 애완견이다. 그녀의 주인은 사랑만 할 줄 알지 세나를 바보로 만들어놓았다고 세나 스스로는 생각한다. 화초처럼 곱게 자란 세나는 어느 날 세나를 싫어한 주인아저씨로부터 내팽겨쳐져선 아주 낯선 곳에서 거친 삶을 살아가야한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생경한 곳에서 '나'를 진정으로 발견하게 된다는 글귀를 본 적이 있다. 이 동화의 이야기는 어쩌면 그 구절이 딱 들어맞다. 세나는 강이 가까운 어느 시골 마을에서 초롱이라는 새 이름을 얻고 숨겨져있었던 자신의 모습을 만난다. 잿빛털이라는 난폭한 개를 피하지 않고 맞서 싸우고 구멍가게 아줌마의 슬픈 눈을 피하지 않고 다가가서 동거한다. 한 번 버림을 받은 목숨이지만 사람의 마음을 떠나지 못하고 다시 매달리며 그 마음을 믿는 모습을 보인다.

구체적으로 나오지는 않지만 초롱이와 비슷한 아픔을 겪은 아주머니는 초롱이를 가두어두려고도 하지 않고 초롱이에게서 비슷한 아픈 기억을 떠올리며 세상에 닫아두었던 마음을 연다. 세나는 초롱이가 되어 '사람'을 만났고 사람은 다시 잃었던 '사람'을 만난 셈이다. 작가가 말했두었듯이 이 이야기는 개를 위로하기보다는 연약해서 외롭고 서러운 사람을 위로하기 위한 글이다. 그 아주머니는 초롱이를 통해 사람의 온기를 다시 받아들이는 것이다.

고학년동화라지만 초롱이의 사색이 너무 진하게 배어나오는 중간중간의 글들이 이야기의 흐름에 약간은 방해가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동화는 좀더 쉽고 재미나게 이야기를 풀면서 아이들이 웃으면서 자기도 모르게 젖어들 수 있는 이야기가 아직도 다소 부족한 것 같다. 내가 읽기엔 재미있었지만 초등학생의 마음의 눈으로 볼 때면 그다지 공감이 되지 않을 것 같은 감정의 글귀들이 좀 있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털북숭이와 초롱이의 대화부분이다. 털북숭이는 또 하나의 '의미있는 타인'이다. 동화에서 '의미있는 타인'은 주인공의 성숙을 위해 자주 등장한다. 생의 연륜으로 지혜와 자비를 겸비한 털북숭이는 초롱이의 새로운 삶을 지탱하고 지침이 되어준다.

"강물이 아름다운 이유를 아니?"
"흘러가기 때문이 아닐까요?"

"강물은 언제나 새로운 물이라는 것이지."
털북숭이의 말처럼 강물은 늘 새로운 것이다. 이 말은 다른 책에서도 많이 나오는 말이라 그다지 참신하지는 않다. 하지만 흘러가기 때문에 강물이 아름답다는 초롱이의 말과 마지막 부분이 겹쳐지면서 뜨뜻한 감동을 준다.

- 그 순간 강이 내 속으로 들어왔다. 내 속에 들어온 강물이 춤을 추며 흘러간다. 흐르는 물결이 아름답다.

우리도 누구든지 강물처럼 그렇게 나름의 춤을 추며 흘러가고 날마다 변화함으로 가치있는 게 아닐까. 불교에서 '덧없다'함은 '변화하는' 것이라 했다. 세상에 모든 목숨 있는 것들이 아름다운 이유도 거기에 있다. 불행 뒤에 따라오는 행복, 행복 뒤에서 기다리고 있을 불행..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한시도 겸허하지 않을 수가 없지싶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06-07-27 0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대충 짐 쌌네요. 방금 전에.. 에고 짐 싸는 거 넘 싫어요. 귀찮아요. 그러고도 꼭 빠뜨린 거 있고.. 하여튼 어리버리, 뒤죽박죽입니다.. ㅎㅎ 잘 갔다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