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날 - 1995년 제4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비룡소 창작그림책 16
정순희 글.그림 / 비룡소 / 199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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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자연을 주제 또는 소재로 한 그림책을 고르던 중 유일하게 찾아낸 우리 작가의 그림책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주인공 아이는 꼭 우리 아이의 얼굴이다. 오동통하고 둥근 아이의 얼굴이 너무 귀엽다. 각 장마다 아이의 표정이 참 진솔하게 표현되어 있다 싶었더니 <내 짝꿍 최영대>의 정순희 님의 그림이다.

엄마와 함께 만든 예쁜 초록색 연을 옆에 두고 놀이터에서 모래장난을 하며 놀고 있는데, 갑자기 바람이 불어 연을 데려간다. 아이는 그 연을 잡으려고 온 동네를 따라간다. 무심한 어른들, 바람에 날려온 풍선, 심술꾸러기 남자아이들, 바람에 비치는 숙녀의 속옷. 마침내 연은 웅덩이에 빠지고. 물에 젖어서 축 늘어진 연을 들고 서 있는 아이의 표정이 안스럽다. 금방 닭똥같은 눈물이 떨어질 것 같다. 그러나, 언제 그랬냐는 듯, 환하게 웃는 얼굴로 '그래, 맞아! 조심조심......' 아이는 무얼 하려는 걸까요?

빨래줄에 연을 널며 '펄럭펄럭, 바람이 연을 잘 말려 줄 거예요' 연을 널기 위해 동그란 의자를 딛고 발 뒤꿈치를 들고 선 뒷모습이 참 예쁘다. 아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행복해하는 얼굴이 사랑스럽다.

주인공 아이의 옷과 운동화 그리고 초록 연을 빼고는 연한 수채화 느낌이라 맑고 편안한 인상을 준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표정이 실감나게 그려져 있다. 범람하는 외국 그림책들 중에서 왠지 손이 가는 우리 그림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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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이 옛이야기 그림책 까치호랑이 9
이미애 글, 이억배 그림 / 보림 / 199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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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만들어낼 때는 더욱 많은 고심이 있어야 한다고 들었다. 이야기를 들을 때 그릴 수 있는 무한한 상상의 그림들을 책에서 아주 잘 살려내야하기 때문일 것이다.

<반쪽이>는 한국적 요소가 다분히 잘 살려져 있는 소박한 책이다. 한국적인 분위기의 그림으로 유명한 이 억배님의 그림이 이야기의 맛을 구수하게 잘 살려주고 있다. 특히 반쪽의 잉어를 먹은 어미 고양이에게서 난 새끼 고양이가 반쪽의 모습으로 형제들의 한 곁에 서 있는 모양이 웃음을 자아낸다. 세부적인 데까지 신경 써서 그린 그림이라 더 정겹다.

'3'이라는 숫자가 주는 리듬감과 안정감은 전체의 이야기를 한층 운율적인 것으로 만든다. 옛이야기에 흔히 쓰이는 '3'이라는 장치는 반복적이면서 안정적인 구도를 잡아주어 이야기 전체에 어떤 흥을 준다.

<반쪽이>에서는 요즘이면 장애아인 반쪽이의 선한 심성과 소박한 지혜가 결국 자신의 삶을 행복한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신나게 그려져있다. 선은 자신의 삶을 승리로 이끄는 열쇠라는 불변의 진리를 슬그머니 던져준다. 한바탕 배꼽을 잡고 웃고나면 이 열쇠가 옆에 떨어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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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냇물 저쪽 철학 그림책 2
엘즈비에타 지음, 홍성혜 옮김 / 마루벌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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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으로 가시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사는 우리의 현실이 이 하나의 그림책에 너무 잘 그려져있다. 어른들의 이데올로기가 빚어낸 가시 울타리의 아픔을 어린이들에게 완곡하게 그리고 구체적으로 전해준다.

서로 신랑 신부가 될 거라며 친하게 노는 금강이와 초롱이. 어느 날, 전쟁이 일어나고 '우리 편이 아닌 곳에 사는 초롱이'에 대해서는 이야기도 꺼내서는 안되는 세상이 된다. 전쟁은 너무 컸고, 누구의 얘기도 듣지 않았으며, 굉장한 소리를 내며 모든 것을 부숴버렸다. 전쟁이 끝난 후의 황폐한 모습은 새까맣게 타버린 들판 위의 잿더미 건물과 나무 그리고 한 쪽 다리를 잃고 부상당한 몸으로 돌아오는 금강이 아빠로 그려진다.

그렇지만 시냇가의 가시 울타리는 여전히 쳐 있고, 아빠는 전쟁을 영원히 쫓아 버릴 순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 잠자고 있는 전쟁을 깨우는 건 아이들이 아니다. 전쟁으로 굶주리고 상처입는 아이들이 지금 이 순간도 지구 한 편에 널려있다.

초롱이는 가시 울타리에 구멍을 내고 시냇물을 건너온다. 하아얀 눈 위에 금강이와 초롱이의 코를 맞대고 마주 선 모습이 귀엽기만 하다. 초롱이가 목에 두르고 있는 빨간 목도리만큼이나 빨갛고 앙증맞은 꽃이 가시 울타리를 따라 피어있다.

무엇이 가시 울타리를 없애버리지 못하게 하는 걸까? 사람들 사이에 쳐진 마음의 가시 울타리도 생각해 보게 된다. 아이가 조금 더 크면 여러가지로 생각해 보고 얘기 나눌 거리를 던져줄 수 있는 예쁜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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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보 방정환 선생님 이야기
이재복 지음 / 지식산업사 / 199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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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얘들아, 모여라, 이야기해줄게 -

속지에 적혀있는 이 말처럼 이 인물 이야기는 아주 편안한 분위기에서 아이들을 앞에 앉혀 놓고 조그조근 들려주는 형식이다.

동심천사주의 문학으로 비판의 소리도 듣는 방정환에 대한 이야기를 그의 작품 여섯가지와 함께 재미있게 엮어놓았다. 33살의 짧은 생을 그렇게 꽉 채워 살다간 사람의 이야기다.

어린이들에게는 막연히 어린이날을 만든 사람쯤으로 알려져 있는 이 인물의 생과 작품을 들여다보면, 그 시대를 얼마나 가슴 아려했던가를 알 수 있다. 작품 속 어린이가 너무 과장되게 천사화되어 있고 정작 현실에서 요구되는 것이 무엇인가에 다소 눈을 감은 듯한 인상을 주지만, 그것이 그의 생 전체를 부정적인 것으로 만들지는 못한다. 그의 끊임없는 의지와 풍부한 인간애는 여전히 감동적인 것이다.

<물오리 이원수 선생님 이야기>에서도 그랬듯이 지은이는 인물이야기에 주요 작품을 골라 실어 인물의 가치관을 더 잘 알 수 있게 했다. 무조건 영웅을 그리는 시각으로 인물에 접근하기 보다는 예리한 비판의 시각을 잊지말라고 당부한다.

편안한 음성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를 다 읽고 나면 어느새 그 인물을 애정의 눈으로 바라 볼 수 밖에 없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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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적의 딸 로냐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11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 일론 비클란드 그림, 이진영 옮김 / 시공주니어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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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왕 형제의 모험>에서의 숲을 잊을 수 없다. 이국적 정취가 물씬 묻어나는 삽화 속 스웨덴의 깊은 협곡의 이미지가 이 책에서는 더 자세히 눈부시게 그려져 있다.

숲 - 깊고 오묘한, 무궁무진 신나는 이야기가 쏟아질 것 같은 미로와도 같은 공간. 그리고, 모든걸 감싸 집어 삼킬 것 같은 전율의 깊이. 숲은 내면 깊은 곳의 무의식의 세계이며 거추장스러운 도덕과 위선의 옷을 훨훨 벗어버려도 좋은 공간이다.

12살의 거칠지만 때묻지 않은 소녀 소년, 로냐와 비르크. 이들의 우정은 대대로 이어온 어른들의 마음 속 얼음덩어리를 녹여버린다. 때론 깨어져버릴 위기도 있었지만, 이들은 아이다운 순수함으로 우정을 잘 키워나간다. 우정으로 아이들은 성숙해지고 세상의 모든 것과 화해하며 삶의 주인공으로 살아간다.

이들의 우정을 다독여 주는 역할은 숲이 한다. - 참을 수 없으면 상황을 바꾸어라. 숲은 이들에게 두려움에서 벗어나기를 가르친다. 숲에서의 생활은 끊임없는 자기와의 싸움이다. 아버지 마티스를 만나 화해의 눈물을 흘리며 어느새 로냐는 쑥 자라있음을 발견한다. 숲은 가식없는 내면의 성장이다.

로냐와 비르크에게 봄이 되어 좋은 것은 눈이 사라져 다시 말을 탈 수 있게 된 것과 곰굴로 다시 들어 갈 수 있는 것이다. 산적들이 좋아하는 이유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비르크는 산적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아이들은 직관적으로 선악을 구분하고 자신들이 진정 해야 할 일이 무엇이라는 것까지 알고 있다.

봄이 되어 다시 곰굴이 있는 숲으로 들어가는 이들은 가을이 되어 다시 돌아 올 것을 부모님께 약속한다. 그때쯤이면 이 사랑스런 아이들은 또 얼마나 자라있을까? <산적의 딸 로냐>는 로냐가 새처럼 내지르는 봄의 함성만큼이나 당당한 기운으로, 삶의 주인공이 되어 살아가자고 아이들을 부추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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