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냇물 저쪽 철학 그림책 2
엘즈비에타 지음, 홍성혜 옮김 / 마루벌 / 2001년 4월
평점 :
절판


남과 북으로 가시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사는 우리의 현실이 이 하나의 그림책에 너무 잘 그려져있다. 어른들의 이데올로기가 빚어낸 가시 울타리의 아픔을 어린이들에게 완곡하게 그리고 구체적으로 전해준다.

서로 신랑 신부가 될 거라며 친하게 노는 금강이와 초롱이. 어느 날, 전쟁이 일어나고 '우리 편이 아닌 곳에 사는 초롱이'에 대해서는 이야기도 꺼내서는 안되는 세상이 된다. 전쟁은 너무 컸고, 누구의 얘기도 듣지 않았으며, 굉장한 소리를 내며 모든 것을 부숴버렸다. 전쟁이 끝난 후의 황폐한 모습은 새까맣게 타버린 들판 위의 잿더미 건물과 나무 그리고 한 쪽 다리를 잃고 부상당한 몸으로 돌아오는 금강이 아빠로 그려진다.

그렇지만 시냇가의 가시 울타리는 여전히 쳐 있고, 아빠는 전쟁을 영원히 쫓아 버릴 순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 잠자고 있는 전쟁을 깨우는 건 아이들이 아니다. 전쟁으로 굶주리고 상처입는 아이들이 지금 이 순간도 지구 한 편에 널려있다.

초롱이는 가시 울타리에 구멍을 내고 시냇물을 건너온다. 하아얀 눈 위에 금강이와 초롱이의 코를 맞대고 마주 선 모습이 귀엽기만 하다. 초롱이가 목에 두르고 있는 빨간 목도리만큼이나 빨갛고 앙증맞은 꽃이 가시 울타리를 따라 피어있다.

무엇이 가시 울타리를 없애버리지 못하게 하는 걸까? 사람들 사이에 쳐진 마음의 가시 울타리도 생각해 보게 된다. 아이가 조금 더 크면 여러가지로 생각해 보고 얘기 나눌 거리를 던져줄 수 있는 예쁜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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