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적의 딸 로냐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11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 일론 비클란드 그림, 이진영 옮김 / 시공주니어 / 199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사자왕 형제의 모험>에서의 숲을 잊을 수 없다. 이국적 정취가 물씬 묻어나는 삽화 속 스웨덴의 깊은 협곡의 이미지가 이 책에서는 더 자세히 눈부시게 그려져 있다.

숲 - 깊고 오묘한, 무궁무진 신나는 이야기가 쏟아질 것 같은 미로와도 같은 공간. 그리고, 모든걸 감싸 집어 삼킬 것 같은 전율의 깊이. 숲은 내면 깊은 곳의 무의식의 세계이며 거추장스러운 도덕과 위선의 옷을 훨훨 벗어버려도 좋은 공간이다.

12살의 거칠지만 때묻지 않은 소녀 소년, 로냐와 비르크. 이들의 우정은 대대로 이어온 어른들의 마음 속 얼음덩어리를 녹여버린다. 때론 깨어져버릴 위기도 있었지만, 이들은 아이다운 순수함으로 우정을 잘 키워나간다. 우정으로 아이들은 성숙해지고 세상의 모든 것과 화해하며 삶의 주인공으로 살아간다.

이들의 우정을 다독여 주는 역할은 숲이 한다. - 참을 수 없으면 상황을 바꾸어라. 숲은 이들에게 두려움에서 벗어나기를 가르친다. 숲에서의 생활은 끊임없는 자기와의 싸움이다. 아버지 마티스를 만나 화해의 눈물을 흘리며 어느새 로냐는 쑥 자라있음을 발견한다. 숲은 가식없는 내면의 성장이다.

로냐와 비르크에게 봄이 되어 좋은 것은 눈이 사라져 다시 말을 탈 수 있게 된 것과 곰굴로 다시 들어 갈 수 있는 것이다. 산적들이 좋아하는 이유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비르크는 산적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아이들은 직관적으로 선악을 구분하고 자신들이 진정 해야 할 일이 무엇이라는 것까지 알고 있다.

봄이 되어 다시 곰굴이 있는 숲으로 들어가는 이들은 가을이 되어 다시 돌아 올 것을 부모님께 약속한다. 그때쯤이면 이 사랑스런 아이들은 또 얼마나 자라있을까? <산적의 딸 로냐>는 로냐가 새처럼 내지르는 봄의 함성만큼이나 당당한 기운으로, 삶의 주인공이 되어 살아가자고 아이들을 부추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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