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보 방정환 선생님 이야기
이재복 지음 / 지식산업사 / 199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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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얘들아, 모여라, 이야기해줄게 -

속지에 적혀있는 이 말처럼 이 인물 이야기는 아주 편안한 분위기에서 아이들을 앞에 앉혀 놓고 조그조근 들려주는 형식이다.

동심천사주의 문학으로 비판의 소리도 듣는 방정환에 대한 이야기를 그의 작품 여섯가지와 함께 재미있게 엮어놓았다. 33살의 짧은 생을 그렇게 꽉 채워 살다간 사람의 이야기다.

어린이들에게는 막연히 어린이날을 만든 사람쯤으로 알려져 있는 이 인물의 생과 작품을 들여다보면, 그 시대를 얼마나 가슴 아려했던가를 알 수 있다. 작품 속 어린이가 너무 과장되게 천사화되어 있고 정작 현실에서 요구되는 것이 무엇인가에 다소 눈을 감은 듯한 인상을 주지만, 그것이 그의 생 전체를 부정적인 것으로 만들지는 못한다. 그의 끊임없는 의지와 풍부한 인간애는 여전히 감동적인 것이다.

<물오리 이원수 선생님 이야기>에서도 그랬듯이 지은이는 인물이야기에 주요 작품을 골라 실어 인물의 가치관을 더 잘 알 수 있게 했다. 무조건 영웅을 그리는 시각으로 인물에 접근하기 보다는 예리한 비판의 시각을 잊지말라고 당부한다.

편안한 음성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를 다 읽고 나면 어느새 그 인물을 애정의 눈으로 바라 볼 수 밖에 없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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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적의 딸 로냐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11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 일론 비클란드 그림, 이진영 옮김 / 시공주니어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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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왕 형제의 모험>에서의 숲을 잊을 수 없다. 이국적 정취가 물씬 묻어나는 삽화 속 스웨덴의 깊은 협곡의 이미지가 이 책에서는 더 자세히 눈부시게 그려져 있다.

숲 - 깊고 오묘한, 무궁무진 신나는 이야기가 쏟아질 것 같은 미로와도 같은 공간. 그리고, 모든걸 감싸 집어 삼킬 것 같은 전율의 깊이. 숲은 내면 깊은 곳의 무의식의 세계이며 거추장스러운 도덕과 위선의 옷을 훨훨 벗어버려도 좋은 공간이다.

12살의 거칠지만 때묻지 않은 소녀 소년, 로냐와 비르크. 이들의 우정은 대대로 이어온 어른들의 마음 속 얼음덩어리를 녹여버린다. 때론 깨어져버릴 위기도 있었지만, 이들은 아이다운 순수함으로 우정을 잘 키워나간다. 우정으로 아이들은 성숙해지고 세상의 모든 것과 화해하며 삶의 주인공으로 살아간다.

이들의 우정을 다독여 주는 역할은 숲이 한다. - 참을 수 없으면 상황을 바꾸어라. 숲은 이들에게 두려움에서 벗어나기를 가르친다. 숲에서의 생활은 끊임없는 자기와의 싸움이다. 아버지 마티스를 만나 화해의 눈물을 흘리며 어느새 로냐는 쑥 자라있음을 발견한다. 숲은 가식없는 내면의 성장이다.

로냐와 비르크에게 봄이 되어 좋은 것은 눈이 사라져 다시 말을 탈 수 있게 된 것과 곰굴로 다시 들어 갈 수 있는 것이다. 산적들이 좋아하는 이유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비르크는 산적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아이들은 직관적으로 선악을 구분하고 자신들이 진정 해야 할 일이 무엇이라는 것까지 알고 있다.

봄이 되어 다시 곰굴이 있는 숲으로 들어가는 이들은 가을이 되어 다시 돌아 올 것을 부모님께 약속한다. 그때쯤이면 이 사랑스런 아이들은 또 얼마나 자라있을까? <산적의 딸 로냐>는 로냐가 새처럼 내지르는 봄의 함성만큼이나 당당한 기운으로, 삶의 주인공이 되어 살아가자고 아이들을 부추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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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희네 집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1
권윤덕 글 그림 / 길벗어린이 / 199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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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한 권의 좋은 그림책을 그려 주고 싶었던 작가의 정성과 마음씀이 곳곳에 박혀있는 책이다. 속표지의 이사가는 길 따라잡기 부터가 재미있다.

첫장의 대문 앞 풍경은 표지의 것과 같은 그림에 채색이 되어있다. 대문 아래로 보이는 개 3마리의 얼굴이 정겹기만 하다. 담장 밖의 꽃들, 옥상의 화분들, 담장위의 쇠철망까지도 아파트에서는 느껴볼 수 없는 그리움을 불러 일으킨다.

안방의 자개농과 고가구들. 어릴 적 할머니 방에서 보았던 기억이 난다. 그 옆의 흑백 그림이 다음 장에 나울 장면이다. 아이는 몇장 안 넘겨 이 장치를 알아차렸다. 부엌 선반의 다기들, 찻잔들, 씻어 엎어놓은 머그들, 간장병, 조미료통 - 모두가 나의 부엌과 거의 같기 때문에 오히려 신기하게 보인다.

광이나 옥상, 뒤꼍, 작은 채소밭, 화단등은 아파트 생활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부분이라 더 오래 우리의 눈을 잡아둔다. 어릴 적 살았던 친정집의 구조가 떠오르면서 다시 그런 집에서 살고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한 장면 한 장면 뜯어보는 재미가 말로 다 못한다. 너무 친숙한 것들도 있고 요즘의 아이들에겐 오히려 그렇지 못한 것들도 있다.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이런 게 정말 우리 그림책이구나 싶다.

옥상에 널어 놓은 두꺼운 이불의 무늬와 색깔에서 부터 고가구 위에 놓여있는 도자기의 문양, 광에 있는 물건들, 장독대의 항아리들, 가마솥, 마루에 있는 도자기에 꽂혀있는 태극무늬 부채까지, 들여다 볼수록 볼거리가 눈에 잡힌다.

큰아이는 이 책을 보더니 이런 집으로 이사가고 싶다고 당장 일기장의 제목을 썼다. 우리의 수수한 생활이 묻어있는 이 책은 펴 볼 때마다 새록새록 사는 이야기가 튀어나올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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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 안녕 하야시 아키코 시리즈
하야시 아키코 글ㆍ그림 / 한림출판사 / 199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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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싹싹>과 함께 우리 아이가 요즘 제일 좋아하는 그림책이다. 표지의 동그란 달님 얼굴은 꼭 우리 아이의 통통한 얼굴같다. 뒷표지의 달님이 눈 동그랗게 뜨고 메롱^ 하고 있는 모습을 흉내내며 재미있어 한다.

한 면의 크고 굵은 글씨와, 짙푸른 계열의 밤하늘에 노오란 달님이 떠오르며 지붕 위가 환해지는 대비가 아이의 눈을 꽉 잡아끄는 것 같다. '달님 안녕?' 하며 아이는 반가움을 감추지 않는다.

구름아저씨의 대사는 아저씨 음성으로 들려주었더니, 아이가 금방 따라하며 수시로 그 말을 아저씨 톤으로 하면서 깔깔거린다. 초저녁 수퍼 갔다 오는 길에 하늘에 나온 초승달을 보며 '달님 안녕?'하고 가리키는 아이를 보며 그림책의 역할이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단순화한 윤곽과 또렷한 색의 대비도 좋지만, 달님의 여러가지 표정을 보고 따라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달님이 웃고 있는 모습은 아이와 엄마 모두에게 온화하고 편안한 기분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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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15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롤프 레티시 그림 / 시공주니어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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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괄량이 삐삐라는 제목으로 방영되었던 어릴 적 즐겨보던 TV만화를 기억할 것이다. 옆으로 삐친 빨간색 땋은 머리에 주근깨 투성이 예쁘지 않은 얼굴. 비쩍 마른 몸에 장난끼 어린 목소리.

삐삐는 다소곳하지도, 공부를 잘 하지도 않는 한마디로 규율이란 것에서는 한참 벗어난 아이다. 삐삐는 거짓말이 나쁘다는 건 알지만 그 사실을 자주 잊어버린다. 그래서 그 애의 입에서 나오는 얘기는 기상천외하고 황당하고 재미있다. 늘 꿈을 꾸고 모험을 즐기고 놀이에 미친다. 설탕가루는 뿌리라고 있는 거라며 설탕을 거실 바닥에 뿌려 맨발로 밟아보란다. 가식과 위선의 얼굴로 앉아 차를 마시는 부인들에게 말이다.

삐삐의 뒤죽박죽 별장은 어른이라는 억압에서 벗어나 아이들 마음껏 놀이에 열중할 수 있는 공간이다. 옷을 버릴까봐 행동을 조심해야되다는 건 벌써 잊게 된다. 금화를 빼앗으려는 도둑과도 춤을 추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금화 한 닢씩을 정당하게 일하고 번 돈이니 가지라고 준다. 불이 난 건물의 3층에 갇혀 울고 있는 어린애 2명을 구해내는 장면은 정말 멋지다. 선뜻 나서서 도우지 못하는 수많은 어른들을 비웃기라도 하는 것 같다.

삐삐는 옳고 그름을 직관적으로 알고 있는 맑은 영혼의 소유자다. 세상을 살아가기엔 불리한 조건들도 삐삐에게는 더 이상 울고 앉아 있기만 할 것들이 아니다. 돌아가신 엄마는 천사이고 바다에 휩쓸려 돌아가신 아빠는 식인종의 추장이 되어 어느 섬에 있을 것이니까. 뭐든 척척해내고 힘도 세다. 귀여운 고집과 당당함은 어린이를 어른이 되기 이전의 미성숙한 존재로 밖에 보지않는 기존의 인식을 깨는 것이다. 어린이는 그 자체로서 하나의 인격이며 엄연한 존재이다.

삐삐시리즈를 이번 기회에 모두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난다. 어린이의 마음을 잃지 않고 그것들을 어린이의 사고와 언어로 풀어내는 작가의 순수함이란 역량이 부럽기도 놀랍기도 하다. 책을 통해 어린이들이 자연스레 벗어나기를 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간섭과 억압에서, 통쾌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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