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캠핑 갈 수 있어 한림 저학년문고 4
하야시 아키코 글 그림 / 한림출판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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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든 어른이든 '해냈다'는 성취감과 거기서 더해지는 자신감은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될 힘이다. 아기가 처음 목을 가누고, 몸을 뒤집고, 앉고 기는 등등... 생명이 주어지면 하나씩 해낼 수 있고, 또 해내야하는 것들은 무수하다.

<나도 캠핑갈 수 있어>를 보고 나니, 아이가 처음 혼자 숟가락질하겠다고 떼를 써, 음식물을 조금 덜 흘리도록 옆에서 표없이 도와주며 숟가락질을 하게 한 때가 떠오른다. 아이가 혼자 스스로 하겠다고 주장하기 시작하면 시시각각 걷잡을 수 없다. 그럴 때마다 현명한 어른이라면 슬쩍슬쩍 도와주면서 방법을 터득하게 한다.

<나도 캠핑갈 수 있어>는 간결한 선과 산뜻한 노란색을 주조로 그린, 만화같이 정겨운 책이다. 하야시 아키코가 그리는 아이들이 모두 그렇듯, 이 책의 소라도 너무 귀엽고 앙증맞다. 자신의 힘으로 캠핑을 씩씩하게 해내는 소라의 모습은 대견하다. 도와주는 언니, 오빠들의 모습은 따뜻하고 풋풋하다.

텐트에서 한 밤을 자고 일어나 강가에 꿇어 앉아 세수를 하고 난 소라는 양쪽 무릎에 흙을 묻힌 채 한 손엔 수건을 들고 당당히 서서, '나도 씩씩하게 캠핑을 했어요-.' 하고 외친다. 한마리 노란새가 이 모습을 줄곧 대견하다는 듯 머리 위에서 지켜보고 있다.

더불어 사는 것... 도와주고 도움을 받고, 그렇게 배우고 느끼며 한걸음 한걸음 성장을 거듭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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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일간의 세계일주 1 창비아동문고 171
쥘베른 지음, 김주열 옮김 / 창비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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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역이라는 말에 두번 생각할 것도 없이 골랐다. 19세기 말, 철로와 선박 등 교통수단의 발달로 이런 소설이 꿈이 아닌 현실로 가능한 것이리라. 작가의 과학과 지리등의 물리적인 지식 또한 독자로 하여금 현실감과 긴박감을 더하게 한다.

지구본을 돌려가며 포그와 빠스빠르뚜의 여행을 따라가다 보면 예기치 못한 일들과 난관에 부딪히게 되기도 하고, 그것을 극적으로 벗어나는 지혜와 용기에 탄복하게도 된다. 포그의 정확성과 침착함에 빠스빠르뚜의 기지와 낙천적 기질이 어긋나는 듯 하며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자로 잰 듯 한치의 여유도 보이지 않을 것 같은 포그에게서 숨어있던 대담한 의협심과 순수한 열정이 드러나는 대목은 감동적이다.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눈 돌리지 않고 살아온 포그가 위험에 처한 아우다 부인을 구하고 충실한 하인을 구하기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80일 이라는 시간을 주저없이 손해보겠다고 작정한다. 삶은 이런 것일게다. 아니 진정한 삶을 살아가겠다면 이러해야 할 것이다. 살면서 만날 수많은 장애물 앞에서 침착함을 잃지 않고, 때론 지혜롭게 때론 용감무쌍하게 정면에서 건널 마음의 자세가 되어있다면, 지금부터라도 진정 의미있는 삶이 될 것이다.

사랑과 신의를 함께 얻은 포그는 80일간의 세계 일주 라는 내기에서 이긴 진정한 승리자이다. 그의 삶을 말할 수 없이 풍요롭게 만든 건 이런 결과를 얻기까지의 색색가지 과정이 아닐 수 없다. '이맛살 한 번 찌푸리지 않고' 모든 어려움을 담담하게 이겨나가는 포그는, 어쩌면 그런 어려움까지 세계일주의 여정에 넣고 있은 듯, 그런 일들을 즐기는 모습이다.

마지막의 반전! 지구의 동쪽으로 움직였으므로 얻을 수 있었던 경도 1도에 4분씩 얻은 총 24시간이라는 시간. 내기에 진 것으로만 알고 낙심하고 있는 독자에게 이런 통쾌한 반전의 소식이란!

어린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 드넓은 시야와 담대함, 진지함과 낙천적 심성, 변하지 않는 순수함의 미덕을 동경하게 될 것이다. 이제는 지구촌으로 불리는 이 세계에서 사고의 폭도 그만큼 확장되어져야 하리라. 삶이라는 세계일주의 진정한 승리자가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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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씨 할아버지 우장춘 창비아동문고 153
정종목 지음 / 창비 / 199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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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간이, 또 한 인간의 삶이 왜곡되지 않고 진실되게 이해되기란 쉽지 않은 일인가보다.

<꽃씨 할아버지 우장춘>은 '씨없는 수박'하면 떠오르는 인물쯤으로 알고 있었던 우장춘 박사의 삶과 공적이 꽤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씌어 있는 어린이 인물 이야기책이다. 물론 씨없는 수박은 그의 작품이 아니다.

아버지의 과오와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받은 멸시와 차별에서 겪는 고난을 정면에서 부딪히며 이겨나가는 강한 의지는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귀한 정신적 유산이다. 나가하루라는 일본 이름을 쓰면서도 언젠가는 우장춘이라는 이름을 쓰리라 자신을 채찍질한다. 차선의 길에서 시작한 일에 평생을 한결같이 근면과 연구로 몸을 바쳐 육종학에 놀라운 업적을 세운 인물이다.

순간 스쳐지나가는 생각도 놓치지 않고 메모를 해두는 습관. 우장춘은 이 습관이 몸에 베어 그냥 흘려보낼 지도 모를 귀한 생각들을 키우고 발전시켜 나갔다. 그의 창의성은 피나는 노력과 연구에서 나온 것이다.

그는 씨앗을 사랑한 사람이다.
- 생각과 마음이 잠들어 있는 상태, 요게 바로 씨앗이야. 그것을 어려운 말로 '자아'라고 해. 자아가 깨어나 활동할 때 비로소 생명을 가진 인간이 되는 거야. 우리가 비록 죽어도 생명은 씨앗 속에 남는 거지. 씨앗은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끝없이 새로 태어나는 법이거든. 우주의 법칙에 따라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이 '자아'를 어떻게 의미있게 가꾸어 나갈까 생각해야 돼. 자아는 바로 사람의 '씨앗'이야. -

사랑하는 가족의 곁을 떠나 힘든 말년을 보내면서 가난한 국민들에게 먹거리의 대안을 마련해주고 전후의 식량난 해결에 결정적 역할을 하며 종자 개량에 한 평생을 바친 그는 자신이 아끼던 꽃으로 덮힌 꽃상여를 타고 씨앗의 나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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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세모의 세번째 생일 파랑새 그림책 10
필립 세들레츠스키 지음, 최윤정 옮김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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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아서 한손에 들어오는, 하얀색 바탕의 예쁜 그림책이다. 먼저, 하얀 아기 세모가 파란 옷으로 차려 입고 세번째 생일파티에 초대되어 올 친구들을 하나 하나 맞는다.

노랑 옷을 입은 세모 친구랑 만나 별 만들기를 하고 논다. 레오 리오니의 <파랑이와 노랑이>가 떠올랐다. 빨간 옷을 입은 쌍둥이 친구가 네모를 만들고, 넷이서 연을 만든다. 빨리빨리 돌면서 풍차 날개를 만들고, 배도 만들고. 여러 친구가 빙 둘러 서서 무얼 만들었다. 꽃일까요? 별일까요? 세살바기 딸아이는 '해님'이라고 큰소리쳤다.

놀이가 무궁무진하다. 이번엔 기차놀이, 피라미드 놀이, 아무렇게나 까불고 놀기. 이 때 엄마, 아빠가 멋진 무늬의 옷을 입고 와 뭔가를 보여준다. 고깔모자랑 아이스크림 콘으로 변신하는가 싶더니, 불이 꺼지고 사방이 깜깜해진다. 이 부분만 검정 바탕이다.

짠~~ 불이 켜지고 세 개의 초가 꽂힌 예쁜 케잌과 선물. 파란 옷의 아기 세모를 빙 둘러 싸고 모두 손잡고 서 노래 부른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딸아이는 또 한번 '해님'이라며 큰소리로 말한다. 세모 친구들이랑 함께 생일 축하 노래 부르는 것도 잊지 않는다.

다양한 색깔, 여러가지 도형과 조합, 평면에서 입체감으로, 그리고 재미있는 여러가지 놀이까지 재미있는 볼거리가 많다. 색종이로 세모들을 만들어 아이랑 같이 놀이를 해도 좋을 것 같다. 풍차 날개(혹은 바람개비)와 연, 고깔모자도 만들어 보자.

그런데 한가지? 20쪽의 빨강과 파랑이 겹쳐진 부분이 보라가 아니라 초록으로 되어 있다. 어디서 잘못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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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의 토토 - 개정판
구로야나기 테츠코 지음, 김난주 옮김, 이와사키 치히로 그림 / 프로메테우스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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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의 토토>? 제목만으로는 어떤 내용의 책일까? 어른을 위한 동화? 뭐 이런 류로 상상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안의 이야기는 실로 놀라움이고 신선함이고 커다란 울림이었다.

요즘말로 대안학교인 도모에 학원은 전철 여섯량이 교실이다. 우선 '땅에서 자라난 문'이 토토를 반긴다. 세상이 온통 호기심과 모험의 대상인 토토에게는 이보다 더 구미를 당기는 환경이 없다. 자신의 이야기를 4시간 동안이나 묵묵히 들어주는 고바야시 교장선생님과의 첫만남. 이것은, 문제아로 낙인 찍혀 평생을 굴절된 시각으로 살아갈 뻔한 토토에게 생명수와도 같은 것이었다.

교육이라는 미명하에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저지르는 지나친 간섭과 규율, 혹은 방종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아끼던 지갑을 찾으려고 변소 정화조를 다 퍼내고 있는 토토에게 고바야시 선생이 한 말은 '원래대로 해 놓거라'였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감과 함께 자신을 하나의 어엿한 인격체로 동등히 대우해준다는 느낌을 받았을 토토.

'가르쳐야겠다'는 어른다운(?) 생각으로 질책과 훈계 - 분노를 참지 못해 폭언과 폭력이 안 나온 것만도 다행 - 를 늘어놓았을 것 같은 대다수의 어른들과 비교해보면, 교육은 이런 것이구나, 그렇게 스스로 깨닫고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피할 수 없다.

일본의 유치원 견학을 하고 온 유치원 원장들이 그들의 자연주의 식단을 많이들 모방한다고 들었다. 그것이 바로 이미 오래전 도모에 학원의 '산과 들과 바다에서 나는 것'으로 먹는 점심 도시락이었다. 인스턴트 음식으로 아이들의 입맛까지도 획일화되어 간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자연을 느끼고 자연에 감사하며 소박하게 먹는 식사 한 끼의 소중함을 아이들은 잊지 못 할 것이다.

남을 배려할 줄 모르던 토토가 어려운 친구를 도와주고 다른 사람을 위해 염려하는 다정다감한 아이로 되어간다. 토토의 무한한 호기심을 교육이란 이름으로 차단하고 나쁜아이로 매도하였다면 바랄 수 없었던 결과일지도 모른다. 부정적인 자아상을 지니고 있는 아이가 남에게 긍정적일 수 있을까? 건강하게 발산되지 못하는 욕구는 비뚤어진 모습으로 삐져나오기 마련이다.

리드미크 수업을 매일 함으로써,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유연하게 하며 유연한 성품과 심성에서 우러나오는 상상력과 창의성을 중시한 점은 특히 마음에 와닿았다. 이것은 전에 읽은 적이 있는 발도로프 교육에서도 중요하게 여기는 항목이었다.

유연한 심성. 이건 정말 나의 숙제와도 같은 것이다. 너무 강한 환경이 주어지면 - 물리적이든, 정서적이든 - 아이는 침엽수의 잎처럼 뾰족해지게 된다. 적당히 부드러운 환경이 활엽수의 잎처럼 유연한 심성의 아이를 기른다고.

발도로프든 도모에 학원이든 결국 교육의 목표는 시공을 초월해 변할 수 없다. 교육이란 이름으로 오늘도 자행하고 있을 어른들의 폭력을 한번쯤 생각해 보고, 나부터 유연한 심성을 기르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시한번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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