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의 토토 - 개정판
구로야나기 테츠코 지음, 김난주 옮김, 이와사키 치히로 그림 / 프로메테우스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창가의 토토>? 제목만으로는 어떤 내용의 책일까? 어른을 위한 동화? 뭐 이런 류로 상상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안의 이야기는 실로 놀라움이고 신선함이고 커다란 울림이었다.

요즘말로 대안학교인 도모에 학원은 전철 여섯량이 교실이다. 우선 '땅에서 자라난 문'이 토토를 반긴다. 세상이 온통 호기심과 모험의 대상인 토토에게는 이보다 더 구미를 당기는 환경이 없다. 자신의 이야기를 4시간 동안이나 묵묵히 들어주는 고바야시 교장선생님과의 첫만남. 이것은, 문제아로 낙인 찍혀 평생을 굴절된 시각으로 살아갈 뻔한 토토에게 생명수와도 같은 것이었다.

교육이라는 미명하에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저지르는 지나친 간섭과 규율, 혹은 방종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아끼던 지갑을 찾으려고 변소 정화조를 다 퍼내고 있는 토토에게 고바야시 선생이 한 말은 '원래대로 해 놓거라'였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감과 함께 자신을 하나의 어엿한 인격체로 동등히 대우해준다는 느낌을 받았을 토토.

'가르쳐야겠다'는 어른다운(?) 생각으로 질책과 훈계 - 분노를 참지 못해 폭언과 폭력이 안 나온 것만도 다행 - 를 늘어놓았을 것 같은 대다수의 어른들과 비교해보면, 교육은 이런 것이구나, 그렇게 스스로 깨닫고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피할 수 없다.

일본의 유치원 견학을 하고 온 유치원 원장들이 그들의 자연주의 식단을 많이들 모방한다고 들었다. 그것이 바로 이미 오래전 도모에 학원의 '산과 들과 바다에서 나는 것'으로 먹는 점심 도시락이었다. 인스턴트 음식으로 아이들의 입맛까지도 획일화되어 간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자연을 느끼고 자연에 감사하며 소박하게 먹는 식사 한 끼의 소중함을 아이들은 잊지 못 할 것이다.

남을 배려할 줄 모르던 토토가 어려운 친구를 도와주고 다른 사람을 위해 염려하는 다정다감한 아이로 되어간다. 토토의 무한한 호기심을 교육이란 이름으로 차단하고 나쁜아이로 매도하였다면 바랄 수 없었던 결과일지도 모른다. 부정적인 자아상을 지니고 있는 아이가 남에게 긍정적일 수 있을까? 건강하게 발산되지 못하는 욕구는 비뚤어진 모습으로 삐져나오기 마련이다.

리드미크 수업을 매일 함으로써,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유연하게 하며 유연한 성품과 심성에서 우러나오는 상상력과 창의성을 중시한 점은 특히 마음에 와닿았다. 이것은 전에 읽은 적이 있는 발도로프 교육에서도 중요하게 여기는 항목이었다.

유연한 심성. 이건 정말 나의 숙제와도 같은 것이다. 너무 강한 환경이 주어지면 - 물리적이든, 정서적이든 - 아이는 침엽수의 잎처럼 뾰족해지게 된다. 적당히 부드러운 환경이 활엽수의 잎처럼 유연한 심성의 아이를 기른다고.

발도로프든 도모에 학원이든 결국 교육의 목표는 시공을 초월해 변할 수 없다. 교육이란 이름으로 오늘도 자행하고 있을 어른들의 폭력을 한번쯤 생각해 보고, 나부터 유연한 심성을 기르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시한번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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