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일간의 세계일주 1 창비아동문고 171
쥘베른 지음, 김주열 옮김 / 창비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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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완역이라는 말에 두번 생각할 것도 없이 골랐다. 19세기 말, 철로와 선박 등 교통수단의 발달로 이런 소설이 꿈이 아닌 현실로 가능한 것이리라. 작가의 과학과 지리등의 물리적인 지식 또한 독자로 하여금 현실감과 긴박감을 더하게 한다.

지구본을 돌려가며 포그와 빠스빠르뚜의 여행을 따라가다 보면 예기치 못한 일들과 난관에 부딪히게 되기도 하고, 그것을 극적으로 벗어나는 지혜와 용기에 탄복하게도 된다. 포그의 정확성과 침착함에 빠스빠르뚜의 기지와 낙천적 기질이 어긋나는 듯 하며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자로 잰 듯 한치의 여유도 보이지 않을 것 같은 포그에게서 숨어있던 대담한 의협심과 순수한 열정이 드러나는 대목은 감동적이다.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눈 돌리지 않고 살아온 포그가 위험에 처한 아우다 부인을 구하고 충실한 하인을 구하기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80일 이라는 시간을 주저없이 손해보겠다고 작정한다. 삶은 이런 것일게다. 아니 진정한 삶을 살아가겠다면 이러해야 할 것이다. 살면서 만날 수많은 장애물 앞에서 침착함을 잃지 않고, 때론 지혜롭게 때론 용감무쌍하게 정면에서 건널 마음의 자세가 되어있다면, 지금부터라도 진정 의미있는 삶이 될 것이다.

사랑과 신의를 함께 얻은 포그는 80일간의 세계 일주 라는 내기에서 이긴 진정한 승리자이다. 그의 삶을 말할 수 없이 풍요롭게 만든 건 이런 결과를 얻기까지의 색색가지 과정이 아닐 수 없다. '이맛살 한 번 찌푸리지 않고' 모든 어려움을 담담하게 이겨나가는 포그는, 어쩌면 그런 어려움까지 세계일주의 여정에 넣고 있은 듯, 그런 일들을 즐기는 모습이다.

마지막의 반전! 지구의 동쪽으로 움직였으므로 얻을 수 있었던 경도 1도에 4분씩 얻은 총 24시간이라는 시간. 내기에 진 것으로만 알고 낙심하고 있는 독자에게 이런 통쾌한 반전의 소식이란!

어린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 드넓은 시야와 담대함, 진지함과 낙천적 심성, 변하지 않는 순수함의 미덕을 동경하게 될 것이다. 이제는 지구촌으로 불리는 이 세계에서 사고의 폭도 그만큼 확장되어져야 하리라. 삶이라는 세계일주의 진정한 승리자가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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