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씨 할아버지 우장춘 창비아동문고 153
정종목 지음 / 창비 / 199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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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간이, 또 한 인간의 삶이 왜곡되지 않고 진실되게 이해되기란 쉽지 않은 일인가보다.

<꽃씨 할아버지 우장춘>은 '씨없는 수박'하면 떠오르는 인물쯤으로 알고 있었던 우장춘 박사의 삶과 공적이 꽤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씌어 있는 어린이 인물 이야기책이다. 물론 씨없는 수박은 그의 작품이 아니다.

아버지의 과오와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받은 멸시와 차별에서 겪는 고난을 정면에서 부딪히며 이겨나가는 강한 의지는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귀한 정신적 유산이다. 나가하루라는 일본 이름을 쓰면서도 언젠가는 우장춘이라는 이름을 쓰리라 자신을 채찍질한다. 차선의 길에서 시작한 일에 평생을 한결같이 근면과 연구로 몸을 바쳐 육종학에 놀라운 업적을 세운 인물이다.

순간 스쳐지나가는 생각도 놓치지 않고 메모를 해두는 습관. 우장춘은 이 습관이 몸에 베어 그냥 흘려보낼 지도 모를 귀한 생각들을 키우고 발전시켜 나갔다. 그의 창의성은 피나는 노력과 연구에서 나온 것이다.

그는 씨앗을 사랑한 사람이다.
- 생각과 마음이 잠들어 있는 상태, 요게 바로 씨앗이야. 그것을 어려운 말로 '자아'라고 해. 자아가 깨어나 활동할 때 비로소 생명을 가진 인간이 되는 거야. 우리가 비록 죽어도 생명은 씨앗 속에 남는 거지. 씨앗은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끝없이 새로 태어나는 법이거든. 우주의 법칙에 따라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이 '자아'를 어떻게 의미있게 가꾸어 나갈까 생각해야 돼. 자아는 바로 사람의 '씨앗'이야. -

사랑하는 가족의 곁을 떠나 힘든 말년을 보내면서 가난한 국민들에게 먹거리의 대안을 마련해주고 전후의 식량난 해결에 결정적 역할을 하며 종자 개량에 한 평생을 바친 그는 자신이 아끼던 꽃으로 덮힌 꽃상여를 타고 씨앗의 나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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