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장수 우투리 - 옛이야기 보따리 10 옛이야기 보따리 (양장) 10
서정오 글, 이우경 그림 / 보리 / 199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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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시스라는 비극의 역할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기장수 우투리>에 모아놓은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마음이 한없이 씻겨내려 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잘 먹고 잘 살았대'로 끝나는 대부분의 우리 옛 이야기들과는 다르게, 이 책에 실려있는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슬프다. 슬프다는 것. 이건 공감이고 나누어 갖는 것이다.

산다는 것의 고단함과 슬픔을 그래도 참아내고 살아나가는 우리민족의 이야기를 보면 질기고 끈끈한 생명력 같은 것을 잡을 수 있다. <남편을 기다리는 민들레>에서 민들레의 그런 생명력이 어디서 온 것이었나를 알 수 있다. 한가지 염원이 붙들어 매어주는 사람의 의지. 그건 함부로 할 수 없는 질긴 생명과도 같은 강한 무엇이다.

쉬 변하지 않는 사랑과 신뢰가 이 슬픈 이야기들에는 담겨있다. 그래서 더 애끓는다. 끼니도 잇기 어려운 가난이 없었다면, 슬픈 이야기도 좀 적었을까? 그런 이야기가 단지 이야기로만 피상적으로 이해될 요즘 아이들. 아이들에게 어려운 이웃을 알게하고 도움의 손을 줄 수 있게 하려면, 먼저 나부터 가족 이기주의를 벗어나야겠다.

사이버세상을 사는 요즘 아이들이 슬픈 이야기를 읽고 눈물 흘릴 줄 아는 따스한 가슴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 옛이야기의 가치는 충분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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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지 닷 발 주둥이 닷 발 (보급판) - 참 신기하고 무서운 이야기, 개정판 옛이야기 보따리 (보급판) 2
서정오 / 보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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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보급판으로 나온 이 책의 종이부터가 소박하여 좋다. 밤에 불을 꺼놓고 한 이불에 발을 넣고 둥그렇게 앉아서 듣는 이야기다. 무섭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여 손에 땀을 쥐며 듣다가 모든게 잘 해결되고 끝이 나면 '휴우'하고 숨을 내쉬게된다.

구수한 입말로 옛이야기를 잘 들려주시는 서정오님의 글이 맛깔스럽고 편안하다. <꽁지 닷 발 주둥이 닷 발>은 옛 이야기 보따리 시리즈 10권 중 제2권으로 '참 신기하고 무서운 이야기'를 모아서 들려준다. 우리나라 호랑이가 더 이상 무서운 동물이 아니라 선한 동물로 된 이야기, 천 년 묵은 여우가 사람으로 둔갑하여 사람을 해치는 이야기등 간담이 서늘해지는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이 모든 어려움 속에서도, 선하고 소박한 심성은 힘든 삶의 무게를 견뎌내고 승리로 이끄는 열쇠이다. 복은 그저 처음부터 주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남에게 선을 베풀어 얻는 상과 같은 것이다.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는 지나친 욕심은 결국 아무것도 얻을 수 없는 허무함만 남기며, 자책의 눈물을 흘리게 한다.

옛 이야기에는 자연에 있는 모든 것들, 동물, 식물, 하찮은 물건 하나에 까지도 품을 수 있는 애정이 늘 그려져 있다. 어린이는 본능적으로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을 품는다고 하던가?

옛 이야기가 들려주는 소박한 심성과 지혜가 살아가면서 아름다운 마음의 양식이 될 거라는 믿음이 생긴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역시 우리의 정서에 맞는 우리 옛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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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부는 날 - 1995년 제4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비룡소 창작그림책 16
정순희 글.그림 / 비룡소 / 199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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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자연을 주제 또는 소재로 한 그림책을 고르던 중 유일하게 찾아낸 우리 작가의 그림책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주인공 아이는 꼭 우리 아이의 얼굴이다. 오동통하고 둥근 아이의 얼굴이 너무 귀엽다. 각 장마다 아이의 표정이 참 진솔하게 표현되어 있다 싶었더니 <내 짝꿍 최영대>의 정순희 님의 그림이다.

엄마와 함께 만든 예쁜 초록색 연을 옆에 두고 놀이터에서 모래장난을 하며 놀고 있는데, 갑자기 바람이 불어 연을 데려간다. 아이는 그 연을 잡으려고 온 동네를 따라간다. 무심한 어른들, 바람에 날려온 풍선, 심술꾸러기 남자아이들, 바람에 비치는 숙녀의 속옷. 마침내 연은 웅덩이에 빠지고. 물에 젖어서 축 늘어진 연을 들고 서 있는 아이의 표정이 안스럽다. 금방 닭똥같은 눈물이 떨어질 것 같다. 그러나, 언제 그랬냐는 듯, 환하게 웃는 얼굴로 '그래, 맞아! 조심조심......' 아이는 무얼 하려는 걸까요?

빨래줄에 연을 널며 '펄럭펄럭, 바람이 연을 잘 말려 줄 거예요' 연을 널기 위해 동그란 의자를 딛고 발 뒤꿈치를 들고 선 뒷모습이 참 예쁘다. 아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행복해하는 얼굴이 사랑스럽다.

주인공 아이의 옷과 운동화 그리고 초록 연을 빼고는 연한 수채화 느낌이라 맑고 편안한 인상을 준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표정이 실감나게 그려져 있다. 범람하는 외국 그림책들 중에서 왠지 손이 가는 우리 그림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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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희네 집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1
권윤덕 글 그림 / 길벗어린이 / 199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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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한 권의 좋은 그림책을 그려 주고 싶었던 작가의 정성과 마음씀이 곳곳에 박혀있는 책이다. 속표지의 이사가는 길 따라잡기 부터가 재미있다.

첫장의 대문 앞 풍경은 표지의 것과 같은 그림에 채색이 되어있다. 대문 아래로 보이는 개 3마리의 얼굴이 정겹기만 하다. 담장 밖의 꽃들, 옥상의 화분들, 담장위의 쇠철망까지도 아파트에서는 느껴볼 수 없는 그리움을 불러 일으킨다.

안방의 자개농과 고가구들. 어릴 적 할머니 방에서 보았던 기억이 난다. 그 옆의 흑백 그림이 다음 장에 나울 장면이다. 아이는 몇장 안 넘겨 이 장치를 알아차렸다. 부엌 선반의 다기들, 찻잔들, 씻어 엎어놓은 머그들, 간장병, 조미료통 - 모두가 나의 부엌과 거의 같기 때문에 오히려 신기하게 보인다.

광이나 옥상, 뒤꼍, 작은 채소밭, 화단등은 아파트 생활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부분이라 더 오래 우리의 눈을 잡아둔다. 어릴 적 살았던 친정집의 구조가 떠오르면서 다시 그런 집에서 살고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한 장면 한 장면 뜯어보는 재미가 말로 다 못한다. 너무 친숙한 것들도 있고 요즘의 아이들에겐 오히려 그렇지 못한 것들도 있다.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이런 게 정말 우리 그림책이구나 싶다.

옥상에 널어 놓은 두꺼운 이불의 무늬와 색깔에서 부터 고가구 위에 놓여있는 도자기의 문양, 광에 있는 물건들, 장독대의 항아리들, 가마솥, 마루에 있는 도자기에 꽂혀있는 태극무늬 부채까지, 들여다 볼수록 볼거리가 눈에 잡힌다.

큰아이는 이 책을 보더니 이런 집으로 이사가고 싶다고 당장 일기장의 제목을 썼다. 우리의 수수한 생활이 묻어있는 이 책은 펴 볼 때마다 새록새록 사는 이야기가 튀어나올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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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 안녕 하야시 아키코 시리즈
하야시 아키코 글ㆍ그림 / 한림출판사 / 199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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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싹싹>과 함께 우리 아이가 요즘 제일 좋아하는 그림책이다. 표지의 동그란 달님 얼굴은 꼭 우리 아이의 통통한 얼굴같다. 뒷표지의 달님이 눈 동그랗게 뜨고 메롱^ 하고 있는 모습을 흉내내며 재미있어 한다.

한 면의 크고 굵은 글씨와, 짙푸른 계열의 밤하늘에 노오란 달님이 떠오르며 지붕 위가 환해지는 대비가 아이의 눈을 꽉 잡아끄는 것 같다. '달님 안녕?' 하며 아이는 반가움을 감추지 않는다.

구름아저씨의 대사는 아저씨 음성으로 들려주었더니, 아이가 금방 따라하며 수시로 그 말을 아저씨 톤으로 하면서 깔깔거린다. 초저녁 수퍼 갔다 오는 길에 하늘에 나온 초승달을 보며 '달님 안녕?'하고 가리키는 아이를 보며 그림책의 역할이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단순화한 윤곽과 또렷한 색의 대비도 좋지만, 달님의 여러가지 표정을 보고 따라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달님이 웃고 있는 모습은 아이와 엄마 모두에게 온화하고 편안한 기분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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