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이불 비룡소의 그림동화 59
앤 조나스 지음, 나희덕 옮김 / 비룡소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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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이불>이란 한 권의 그림책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조각이불이다. 커가는 아이에게 자신이 더 어릴 적의 사소한 얘기나 사건을 들려주면 두눈을 반짝이며 아주 반가와한다. 갖가지 무늬의 작고 소박한 이야기의 조각들을 엮어가며 성장하는 '나'를 인식한다. 자신의 세상을 만들어간다.

앞뒤 속표지의 잔잔한 꽃무늬는 커다란 조각이불의 가장자리를 두르고 있는 천의 무늬다. 이불을 머리에 뒤집어쓰고 있는 예쁜 여자아이의 살빛은 입고있는 실내복의 빛깔보다 진하다. 이불을 머리에 쓰고 집안을 끌고 다니며 좋아하는 아이의 모습이 우리 아이들과 다르지 않다.

아이의 침대에 이불을 덮고보니, 침대가 작은 마을이 된다. 조각 하나하나에 묻어있는 기분좋은 기억들을 곰씹으며, 오늘밤 잠들 수 가 없을 것 같단다. 그러나, 아이의 눈은 스르르 감기고 있다. 벽에 걸려있는 둥그런 코끼리 액자가 가물가물하다. 창밖은 잉크빛이고 방안은 회색이다. 조각천들은 벌써 살아나려고 구물구물 일어서고 있다.

드디어 방안이 온통 짙푸른 잉크빛이 되고, 액자는 둥근 달이 되자, 깜깜한 창밖 하늘에서 방안으로 하얀 별들이 쏟아진다. 바로 마술가루다. 조각이불은 멋진 마을이 되어 아이가 이곳 저곳 찾아다니는 모험과 재미를 준다. 잃어버린 강아지 인형 샐리를 부르며 찾아다니느라 목은 좀 아프겠지만.

터널보다 무서운 숲을 빠져나와 절벽 아래에 샐리가 보인다. 그곳은 침대 아래 바닥이다. 침대 시트의 스커트 부분이 절벽의 단면과도 같다. '잘 잤니, 샐리?' 창밖은 다시 환한 노란빛이다.

<조각이불>은 아이의 무한한 상상의 세계를 조각이불을 매개로 아기자기하게 보여준다. 조각이불을 통해, 약간은 무서운 체험과 잃어버린 것을 찾아다니는 애타는 마음의 경험까지 한 아이는 다시 조각이불로 돌아와 안도감을 느낀다. 편안하게 언제든지 돌아와 안길 곳이 있다는 것은, 아이가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펴고 일상을 벗어날 수 있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조각이불은 아이에게 환상이자 현실이며, 모험이자 둥지이다. 글과 그림이 잘 짜여진 한편의 환타지 동화같은 느낌이 든다. 조각의 무늬와 그림을 찾아보는 과정은 마치 퍼즐을 즐기는 기분이다. 엄마가 하늘색 천으로 만들어준 강아지 인형의 천도 하나의 조각을 이루고 있다. 엄마와 아빠의 이런 수수하지만 특별한 사랑을 먹고 자라는 아이가 세상에 아주아주 많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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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무슨 날?
테이지 세타 지음, 하야시 아키코 그림 / 한림출판사 / 199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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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바라는 건 없다고 말하곤 하면서도, 작년 그러니까 큰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일 때, 나의 생일을 은근히 축하해주기를 바랐던 나의 마음을 여지없이 팽개치고 너무나 서운한 마음이 들게 하였던 아이에게 <오늘은 무슨 날>을 보여주었다. 내가 그리 큰 걸 바랐던 건 아니라고 생각드는데 내 아이가 다정다감한 성격이 아닌가 싶어 더 걱정이 되었다. 정말 가슴 따뜻한 사람으로 자라기를 늘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무슨 날>에는 엄마 아빠의 결혼기념일을 깜찍한 장난으로 축하하며 기쁘게 해 주는 여자아이가 나온다. 10장의 작은 편지를, 각각의 머릿글자을 순서대로 읽으면 멋진 사랑의 메시지가 되도록 쓴 아이의 발상이 대견하고 예쁘다. 물론 글을 쓴 작가의 아이디어지만, 작가가 개입되는 인상을 전혀 받지 못한다. 아이가 찾아보라는 대로, 너무 궁금해하며, 내가 엄마가 되어 집안을 뒤진다. 그러는 과정에서 일본 보통 사람들의 집안을 이곳 저곳 들여다보는 즐거움을 덤으로 얻는다. 우리 그림책 <만희네 집>만큼의 세밀함은 아니지만, 좁은 공간을 요모조모 효휼적으로 사용한다는 일본 주부들의 센스를 훔쳐보고 싶어진다.

집안은 원목이 주는 자연스럽고 편안한 분위기가 어느 곳에서나 느껴진다. 엄마, 아빠의 옷도 갈색 계열이고 거실의 쿠션, 탁자보, 거튼, 소파 모든 소품들이 내추럴톤이다. 강아지 인형도 갈색이고 마지막에 아빠가 선물로 가져온 귀여운 강아지도 강아지 인형을 닮았다. 포인트는 아이의 빨간 치마와 실내용 슬리퍼, 편지와 강아지 목에 달려있는 빨간 리본이다. 현관 입구에 소박하게 놓여있는 우산꽂이용 항아리에 꽂혀있는 우산까지 갈색, 베이지 그리고 빨간색이다. 전체적으로 잘 조화되어있는 색감의 통일이 보는 이로 하여금 편안함과 안정감을 준다.

이런 느낌은 서로를 아껴주는 가족의 사랑을 전해주는데 상승효과를 가져온다. 아이는 엄마, 아빠를 생각하고, 엄마, 아빠는 아이를 생각해 강아지를 바구니에 담아와 건네준다.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하는 대부분의 아이들의 마음을 작가는 잘 알고 있다. 가족들 서로가 나보다 상대를 먼저 생각하며 기쁘게 해 주려고 마음을 쓰는 모습이 집안의 분위기와 함께 따스하게 전해진다. 통일된 색감의 조화가 하나로 꼭꼭 다져지는 가족간의 사랑하는 마음을 소리없이 전해주는데 한 몫한다. 하야시 아키코의 그림이 그렇듯이, 슬기라는 여자아이의 표정은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슬기가 준비한 선물은 빨간색과 파란색의 작은 구슬 두 개. 아이도 엄마도 아빠도 다같이 행복한 하루를 잉크빛 파아란 밤하늘이 포근히 감싸고 있다. 지붕도 문도 마당의 나무도 파아란 밤하늘의 물이 들었다. 진한 사랑이 우리 가슴을 물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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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괄량이 기관차 치치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
버지니아 리 버튼 글, 그림 | 홍연미 옮김 / 시공주니어 / 199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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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괄량이 기관차 치치는 자꾸 엄마손에서 벗어나 제 마음대로 뛰어가려는 아이를 닮았다. 천방지축 제 모습을 뽐내며 제가 제일인양 예쁘게 보이려는 아이의 심리를 치치를 빗대어 잘 보여준다. 다루기는 힘들지만 눈을 반짝이며 깜찍한 표정을 짓는 아이의 모습이 그렇듯이, 치치는 미워할 수 없을 정도로 앙증맞다.

이 그림책은 전체적으로 아주 역동적이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의 몸짓처럼 생기발랄하다. 직선보다는,구불구불한 철로와 마음대로 피어오르는 연기, 사람들과 동물들의 손짓 발짓 모두 살아있다. 흑백의 그림이 이런 느낌을 더 잘 표현해 준다. 흑백사진 속에서 더 풍부한 표정을 읽어낼 수 있는 것처럼.

버튼의 다른 그림책에서도 그러하듯, 이 책에서도 글자는 그림의 한 부분이다. 글자의 배열을 보면, 그림의 구도와 너무 잘 어울리게 자리하고 있다. 글자는 구불구불 살아 움직이는 철로가 되기도 하고, 마름모꼴이 되기도 하고 삼각형을 이루기도 한다. 다양한 시각적인 재미를 주며, 역동적 느낌에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치이이.....치.....ㅊ.....ㅊ' 녹초가 다 되어 주저앉아 버리는 치치를 글자의 느낌만으로도 알 수 있게 하기도 한다. 글자와 구도, 선의 느낌만으로도 풍부한 인상을 주는데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한나절의 일탈에서 다시 돌아온 치치는 조금은 어른스러워진 아이처럼 대견한 말을 한다. 이제 새록새록 입에 단내를 내며 잠이 들 아이같다. 자면서도 연신 꿈틀대며 몸부림치는 아이는, 엄마 손을 뿌리치고 저 혼자 달려가려는 치치와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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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개 파랑새 그림책 17
나자 글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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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 강아지가 등장하는 그림책은 수없이 많이 있다. 그래도 이 그림책이 아주 새로운 느낌을 주는 건, 푸른 개의 에메랄드같은 눈빛이다. 커다란 몸집의 푸른 개. 두 귀는 순하게 아래로 쳐져 있지만, 그 눈빛만은 무엇이라도 집어 삼킬 것 처럼 깊숙하다. 이집트 태생의 작가가 그린 작품이라 호기심이 더한다. 한 장 한장 캔버스 유화를 보는 듯하다. 굵고 힘찬 터치와 강렬한 명암의 대조가, 샤를로뜨와 푸른 개의 눈빛만큼 강한 인상을 주며 서로 어울린다.

숲의 유령, 검은 표범과 맞서 샤를로뜨의 단잠을 지켜주는 푸른 개가 나오는 장면은, 섬뜩하다. 그래서 실감난다. 활활 타오르는 불꽃이, 날카로운 이빨을 다 드러내고 시뻘건 혓바닥을 보이며 필사적으로 검은 표범을 물어뜯고있는 푸른 개를 비춰준다. 아이들이 흔히 꾸는 악몽이 연상된다. '동이 트면 슬금슬금 달아나는 무서운 꿈' 같은 '검은 표범'으로부터 샤를로뜨의 단잠을 지켜주는 '푸른 개'는, 아이가 잠들 때면 반드시 챙겨서 품에 안고 자는 공룡인형 혹은 곰돌이 인형같은 존재다. 아이의 무의식에 잠재하는 공포의 대상 혹은 정체모를 외로움으로부터 아이를 지켜주는, 정서적 위안과도 같은 의미로 다가온다.

푸른 개의 등에 타고 들판을 가로질러 달리는 샤를로뜨는 '날아가는 기분'이다. 꿈에서 하늘을 마음껏 날아본 경험이 있으면 샤를로뜨의 심리적 해방감을 같이 느껴볼 수 있을 것 같다. 아이의 마음에 든든한 동무가 되어줄 한마리 푸른 개가 지금이라도 어디선가 아이곁으로 다가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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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와 어린동생 내 친구는 그림책
쓰쓰이 요리코 글, 하야시 아키코 그림 / 한림출판사 / 199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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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읽는 어른'에서 마련한 행사에 다녀왔다. 다소 어수선하고 미흡했지만, 아이들에게 즐거운 그림책의 세상을 보여주고 들려주려고 애쓰는 모습이 아름다왔다. 오늘의 주제는 '하야시 아키코의 작품세계로'였다. 아키코의 그림을 보면 어김없이 찾아드는 포근함과 잔잔한 감동의 물결이, 오늘 행사에서 슬라이드를 통해 배경음악과 함께 보니, 더 진하게 밀려왔다. 그녀의 다른 작품들에서 그러하듯이, <순이와 어린동생>은 사람의 가슴이면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울림과 감동이 어른과 아이의 마음을 따스하게 녹인다.

탄탄한 기승전결의 구조와 일상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의 편안하면서도 섬세한 그림이 우리의 눈과 마음을 꼭 붙들어 매어 놓는다. 그러나, 무엇보다 아키코의 그림이 우리의 정서와 잘 맞는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힘은, 그녀가 바라보고 그리는 '아이'가 정말 우리의 아이들 혹은 어릴 적 우리 어른들의 모습과 거의 닮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어릴 적 개구장이 막내동생을 찾아 동네를 헤매고 다닌 기억이 나만의 특별한 기억은 아닐 것이다.

아주 사소하다싶은 것 부터가 모두 대사건이고 생활의 큰 전환점일 수 있는 아이들의 생활을 찬찬히 들여다보자. 아장아장 걸음마를 시작할 때 부터 가벼운 심부름 정도는 할 수 있는 아이까지, 그 아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유심히 보자. 작은 일에 울고 웃는 아이들의 눈물과 웃음, 놀라움, 부끄러움, 두려움 그리고 뿌듯함 같은 감정의 물결을 몸으로 느껴보자.

아키코의 작품은 우리 어른들이 잊고 있었거나 미처 헤아리지 못하고 무신경하게 지나친 아이들의 보석같은 감정들을 하나하나 건져 올려주는 재미를 준다. 그 재미에는 진한 감동이 묻어있고 가슴 한 구석 '사랑'으로 사람을 품을 수 있게 하는 정을 준다.

<순이와 어린동생>을 보면서 두 딸아이가 서로 얼마나 좋아하는 지. 언제 말다툼했냐는듯이 '우리 언니, 우리 동생' 하면서... 잃어버린 동생을 찾아서 얼마나 뛰어다녔던지 양볼이 빨간 순이가 어린동생을 찾아 아무말 않고 꼬옥 안아주는 모습을 보게 되는, 엄마라면 흐뭇한 웃음과 함께 왠지 모를 기쁨의 눈물을 흘릴 것이다. '그렇게 서로 사랑하고 아껴주며 살아라.' 이런 말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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