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 강아지가 등장하는 그림책은 수없이 많이 있다. 그래도 이 그림책이 아주 새로운 느낌을 주는 건, 푸른 개의 에메랄드같은 눈빛이다. 커다란 몸집의 푸른 개. 두 귀는 순하게 아래로 쳐져 있지만, 그 눈빛만은 무엇이라도 집어 삼킬 것 처럼 깊숙하다. 이집트 태생의 작가가 그린 작품이라 호기심이 더한다. 한 장 한장 캔버스 유화를 보는 듯하다. 굵고 힘찬 터치와 강렬한 명암의 대조가, 샤를로뜨와 푸른 개의 눈빛만큼 강한 인상을 주며 서로 어울린다.숲의 유령, 검은 표범과 맞서 샤를로뜨의 단잠을 지켜주는 푸른 개가 나오는 장면은, 섬뜩하다. 그래서 실감난다. 활활 타오르는 불꽃이, 날카로운 이빨을 다 드러내고 시뻘건 혓바닥을 보이며 필사적으로 검은 표범을 물어뜯고있는 푸른 개를 비춰준다. 아이들이 흔히 꾸는 악몽이 연상된다. '동이 트면 슬금슬금 달아나는 무서운 꿈' 같은 '검은 표범'으로부터 샤를로뜨의 단잠을 지켜주는 '푸른 개'는, 아이가 잠들 때면 반드시 챙겨서 품에 안고 자는 공룡인형 혹은 곰돌이 인형같은 존재다. 아이의 무의식에 잠재하는 공포의 대상 혹은 정체모를 외로움으로부터 아이를 지켜주는, 정서적 위안과도 같은 의미로 다가온다. 푸른 개의 등에 타고 들판을 가로질러 달리는 샤를로뜨는 '날아가는 기분'이다. 꿈에서 하늘을 마음껏 날아본 경험이 있으면 샤를로뜨의 심리적 해방감을 같이 느껴볼 수 있을 것 같다. 아이의 마음에 든든한 동무가 되어줄 한마리 푸른 개가 지금이라도 어디선가 아이곁으로 다가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