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어

 

속풀이에 그만이라는

소리를 듣고 시장에 들렀네

 

동해 깊은 물길 따라 떠돌다

강원도 산바람 맞으며

얼었다 녹았다 하는 사이

꾸들꾸들 말라가며 속부터 텅텅 비어냈을

몸뚱이 명태, 동태, 황태... 몸이 바뀔 때마다

이름도 바뀌어 생각이 높아진 어족 하나가

죄도 없이 두들겨맞네

 

야윌수록 맑은 정신 들 듯

바짝 마른 북어 한 마리

세상 진구렁 부글부글 끓는 속으로

들어가면

오늘 저녁

속 풀어진 세상 하나

만날 수 있을까

 

      - 이은숙 / 2000년 <시와비평> 등단, 처녀시집 북어 중..

 


댓글(5)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잉크냄새 2006-09-03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태

- 강 세환 -

어머니는 덕장 밑에 있었다.
시린 손으로 아가미 꺼내고
명태 뱃속에서
창난 명란 곤지를 뜯어낸다.
명태 배때기 가르는 어머니
머리 어깨 위에 내리는
눈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값비싼 명란은 주인 몫으로 두고
밤새도록 꺼내놓은 창난 곤지를
품삯으로 받아 머리에 이고
새벽길 눈을 밟으며 돌아온다.
밤새 쌓인 눈이 환하게 길 밝혀주는
그 길 따라 노동의 밤 저쪽에서
새벽 사이 어둠을 밀치며 온다.

북어보다도 생태국이 더 맛있지 않을까요?ㅎㅎ

프레이야 2006-09-03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 저도 생태탕 무지 좋아해요^^ 얼큰하고 시원하니....
답시 감사해요^^

水巖 2006-09-03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교동에 가면 실론티님 사무실근처에 북어국집이 있답니다. 점심 시간엔 줄 서서 기다려야 하는 집, 그 시절엔 술꾼들이 많었나봐요. 지금도 그런지 ...

씩씩하니 2006-09-03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태탕,,먹구 싶다,,그쵸?
술을 안먹어도 그냥 입맛 없을 때 얼큰하니 먹음 좋은거 같애요..
유진 많이 좋아졌어요,,,걱정 해주셔서 감사드려요...

2006-09-03 1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