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한 살에 이미 그녀는 성공과 친근해졌고, 여러 차례 신고식을 치르고
굴욕을 견뎠으며, 요구에 따라 말하는 법, 웃는 법, 우는 법을 배웠다.
'마음산책'에서 나온 신간, <로맹 가리와 진 세버그의 숨 가쁜 사랑>의 첫 문장이다.
여기서 '그녀'는 물론, (외모가) 아름답다는 말만으로는 어딘가 부족한 진 세버그다.
표지는 절반을 나누어 두 사람의 얼굴을 아래 위로 담았고, 흑백사진의 강렬함에 덧대어 뒷표지는 샛노랑이다.
우울한 로맹가리의 프로필과는 좀 달리 강렬하고 밝은 이미지가 좋다.
진 세버그의 얼굴은 고다르의 영화 <네 멋대로 해라>에서 장 폴 벨몽도 앞에 앉아 턱을 괴고 있는 모습이다.
스물 네살의 나이 차이, 문화와 국경의 차이, 현실적으로 양쪽이 모두 가정이 있었던 상황,
그 모든 걸 넘어서서 오랜 세월(8년 만에 헤어졌지만 그 이후로도) 사랑 그 이상의 세상을 나누었던
그들의 전기적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두 사람 모두 '강이 나타나면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고 싶어하는 사람'이었다.
저자는 폴 세르주 카콩이라는 작가인데 조금 읽어나가다 보니 사실에 기반하여 서술하되 문학적으로
서술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실제로 이 책 안에서도 이렇게 자신의 방식을 옹호하고 있다.
어쨌든 작가가 어느 정도 전설이나 이야기를 지어내어 자기 작품으로 삼는다 한들 어쩌겠는가?
자기 방식대로 자신을 지어내는 건 예술가의 특권이고, 심지어 모든 인간의 권리가 아니겠는가?
전기 작가는 작가가 제시한 이미지들을 재배치하고 수정하기 위해 적절해 보이는 분류를 할 것이다.
그것들을 현실의 빛 아래 얼마큼 노출시킬지 결정하는 건 전기 작가의 몫이다.
잘 쓴 글을 읽는 행복에 취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개의치 않는다 (p31)
오늘 아침 펼쳤다. 숨 가쁘게 읽어나갈 생각에 기쁘다.
리뷰와 로맹가리 이야기는 다음에...
진 세버그의 일기From The Journals Of Jean Seberg, 1995 / 마크 라파포트 감독
진 세버그는 이름과 영화제목만 들어봤지 그녀가 나온 영화를 본 건 없다.
<진 세버그의 일기>라는 영화가 있다. 그녀의 가상 일기를 소재로 다큐가 아닌 다큐 같은 영화로 그녀의
파란만장한 삶을 역추적해보는 재미가 있겠다. 타인의 생이 재미는 아닐테지만 그녀의 죽음이 있고 일년 후
로맹 가리는 진의 죽음이 약물중독으로 드러난 것과는 달리 FBI에게 책임을 두는 말을 했다. 그리고 권총자살을 한다.
줄거리>
인디아나 출신의 진 세버그는 17살의 나이로 오토 프레밍거가 <잔 다르크>를 만들기 위해 실시한 전국적인 오디션에 합격한다. 이어서 <슬픔이여 안녕>에서 주연을 맡아 세계적인 스타로 떠오르게 된다. 이어서 그녀는 파리로 건너가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에서 ‘뉴욕 헤럴드 트리뷴’지를 파는 짧은 머리의 미국여자를 연기한다. 마크 라파포트가 만든 이 매혹적이고 복잡한 가짜 다큐멘터리는 진 세버그의 혜성같은 등장과 비극적인 몰락의 과정을 그녀의 가상의 일기를 통해 되돌아본다. 60년대 후반 미국의 흑인민권운동에 열렬한 지지를 보내던 그녀는 그로 인해 FBI 파일의 요주의 인물이 되고 배우로서의 주가도 점차 떨어지게 된다. 그리하여 현대 사회에서의 스타의 의미와 정치가 만나는 지점에 도달하게 된다. (daum 출처)
진 세버그 역할을 한 메리 베스 허트와는 다른 느낌이지만 특유의 숏컷이 눈에 띈다.
아래는 <네 멋대로 해라>의 한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