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보지 마세요! 절대 듣지 마세요! 알맹이 그림책 22
변선진 글.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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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아이가 어떤 말에 상처입고 눈물을 글썽이고 있는 모습을 본다.
그 모습은 내 안에도 아직 살아있는 어릴 적 모습이기도 하다.
부모는 아이에게 하나의 세상, 처음 만나는 세상이자 유일하게 내치지도 못하는 세상이다.
그런데 그 세상이 자신을 내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가장 큰 슬픔을 맛본다.  
배신과 죽음의 느낌이다.

이 그림책의 제목은 역설인데, 작가인 아이가 상당히 화가 나있는 상태로 소리치고 있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 작가 변선진은 1991년 생인데 지금은 이 세상에 없다. 
간디학교를 졸업하고 병으로 세상 밖으로 영영 가버린 그녀는 무균실에서 병마와 싸울 때
작품집 제안이 들어와 그 기쁨으로 살았다고 한다.

아이의 입장에서 쓴 글과 그림이지만 이 그림책은 어른들,
특히 울고 있는 어린아이를 여전히 안고 사는 어른들에게도 좋은 충고가 된다.
바람직한 관계는 그런 것이 아닐까. 귀기울여주고 믿어주고 관심가져 주는 것.
자신이 아무리 말하고 노래하고 춤추어도 공명하지 않는 무표정한 세상에서는 홀로 버려진 느낌으로 슬프다.
자신과 상대하는 모든 관계는 하나의 세상이다.
그 세상에서 아이는 어른은 인정받고 보호받고 사랑받기를 원한다.

그림의 색감과 붓질이 작가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 그림책이다.
거칠기도 하고 과감하기도 하면서 섬세하고 순수하며 다채로운 색이다.
초콜릿 한 조각으로 마음의 빚을 청산하려고 하는 어리석은 어른들에게 이 그림책은 따끔하고도 중요한 말을 한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힘은 사랑이라는 것, 그리고 따뜻한 관심과 오래도록 귀기울여주는 것이란 걸.
사랑은 그 자체가 치유다. 



재능을 더 꽃피우지 못하고 세상과 이별한 변선진이 남긴 창작일지에는 이런 글이 고스란히 적혀있다. 

"열정과 욕심을 헷갈리지 말자. 욕심이 바라보는 것은 대가이지만, 열정이 바라보는 것은 결코 대가가 아니야.
지금 내가 하고자 하는 것들이 욕심이라 느껴진다면 과감히 버려. 하지만, 그것이 열정이라면 멈추지 마." 
(2009. 5.20  수요일 일기 중) 

 

"누군가의 표현을 빌어서 썩을 대로 썩은 이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가장 소중한 것 한 가지, 사랑."
(2009. 6. 14 일요일 일기 중)

 

"나 자신에게 당당해지자. 남이 보았을 때 우아 멋진 사람이다란 얘길 듣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이지만
내가 나에게 '멋진 사랑, 매력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 백배 천배 기분 좋은 일이 아닐까?
엄마 아빠에게 자랑스런 나보다 선생님께 믿음직한 나보다 진짜 내가 좋아할 수 있는 나를 찾자.
(2008. 여름 2학년 1학기 자기평가 중) 

 

저마다 색깔이 뚜렷한 아이, 그 색을 함부로 지우려 하지말고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또 인정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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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紫霞) 2011-08-21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졸업작품이었군요.
안타깝네요~

프레이야 2011-08-22 20:42   좋아요 0 | URL
네, 개성있고 섬세한 아이 같은데 갑자기 병마와 싸우다 갔나봐요. 참 안타까워요.

마녀고양이 2011-08-22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가지고 싶어요.
몹시 보고 싶어지는걸요. 스무살을 못 채우고 세상을 떠났군요. ㅠ

프레이야 2011-08-22 20:42   좋아요 0 | URL
미술치료사 입장에서도 좋을 거 같아요.
언젠가 (조만간 빨리) 마녀님 드릴게요.^^

마녀고양이 2011-08-24 10:25   좋아요 0 | URL
그럼 안 사도 되는거예요? 신난당~ (뻔뻔한 마녀고양이~ 아하하)

2011-08-22 2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22 2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1-08-23 0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1991년생인데 벌써 이 세상에 없다니요...
예쁜 흔적을 남기고 갔다고 하기에도 너무 안타깝네요.
'바람의 아이들'은 저도 좋아하는 출판사랍니다.

프레이야 2011-08-23 07:41   좋아요 0 | URL
바람의아이들, 무조건 다 좋다해도 과언이 아닌 거 같아요.
저도 참 좋아해요.
아깝지 않은 생명이 어디 있겠냐마는 특히나 참 안타까워요. 꽃피우지도 못하고.

소나무집 2011-08-23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마다 색깔이 뚜렷한 아이, 그 색을 함부로 지우려 하지 말고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또 인정해주자.
마음속에 와서 팍~ 박히는 말이네요. 그런데 그 인정해주는 게 쉽지 않아요.ㅜㅜ




프레이야 2011-08-23 19:49   좋아요 0 | URL
자꾸 지적을 하게 되면 강박이 생기고 자신감에도 해를 끼치게 되는 것 같아요.
아이나 어른이나 누구나 그렇겠지요.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기, 인내와 무욕이 필요한 일이 아닐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