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발이 삼촌 내인생의책 작은책가방 1
조지 오코너 글.그림, 강유하 옮김 / 내인생의책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이 그림책의 부제는 '다문화가정 및 다양성에 관한 조금 다른 이야기'이다.
부제가 말하듯 요즘 쏟아지고 있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이 조금 특별하다.

'다름'을 인지하고 인정해가는 과정이 화자인 소년 '나'에 의해 진행되는데
재미있는 건 소년의 갸우뚱한 머리와 한쪽으로 확 쏠린 게슴츠레한 눈초리다.
순수한 의심과 호기심, 자의식이 싹트기 시작한 아이다운 편견과 두려움,
그런 것들을 부정적으로 부각하지 않고 지극히 자연스러운 발전의 단계로 보여준다.
끝까지 그 표정은 바뀌지 않고, 아이답게 풀리다가
또 다른 대상에게 다시 호기심과 편견과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얼굴이 웃음을 유발한다. 
교훈적이지 않으면서 색다른 흥미거리를 불러와 '다름'을 인식하게 하는 방식이다.
단번에 완전히는 아니고 어느 정도 조금씩 차츰차츰, 이런 방식이 오히려 믿음을 준다.

'왕발이'(Big Foot)는 소년의 삼촌이다. 남과 다른 특별난 외모로 붙여진 별명일 것이다.
하지만 인디언들의 오랜 전설 속에 빅풋은 사람과 가까운 형제로 여겨지고
라코타 인디언은 '치예-탄카' 즉 '키가 큰 형님'이라 부르며 빅풋을 존중한다는 설명이 앞장에 곁들여 있다.
우리나라 도깨비에 비유하여 빅풋은 상상의 인물이지만 친근하여 종종 이를 본 사람이 있다고 할 정도다.
 
이 그림책의 특별한 관심거리는 각 장마다 배경으로 소년의 집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인데
하나 같이 특이한 생명체(상상 혹은 미확인 생명체)와 미스터리 물체에 관한 것이다.
빅풋 못지않게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미스테리한 생명체들(예를 들어 모스맨, 유니콘, 네시 등)과
크롭서클이나 로즈웰 같은 미스터리한 마크나 지역이 그림의 배경에 책이나 액자 속 글자로 나오는데
이들 14가지는 책 뒤에 '찾아보기'로 상세히 설명되어 있다.
초등 저학년에게 권장할 수 있는 그림책이지만 이런 부분은 어른이 읽고 쉽고 간단히 설명해 주면 좋을 듯.

아이가 편견을 서서히 깨고 결정적으로 마음이 기울기 시작하는 건 엄마의 말에 의해서다.
역시 엄마는 아이가 가장 신뢰하는 '세상'이다.
발이 크다고 빅풋이라고 하면 안 되지, 라고 말하고 있는 엄마의 방에는 '섀스타산'이라 적힌 책이 꽂혀있다.
섀스타산은 미국 오리건의 인디언이 선한 눈의 신이 산다고 믿는 산이란다.
(사악한 불의 신은 마자마산에서 산다고 믿고.)
이런 것이 이 그림책이 이야기하는 선한 방식이다. ^^
 
사진 찍히기를 싫어하는 빅풋 베니 삼촌은 조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갔다.
세상의 모든 사람은 다 다르고 다른 방식으로 가치있다고 어느정도 인식할 즈음에 그는 떠났다.
하지만 아이답게도 빅풋 삼촌이 보고 싶은 게 아니라 호기심의 대상은 벌써 옮겨졌다.
스코틀랜드에서 엽서가 왔고 조만간 놀러올 네시 고모는 또 소년에게 어떤 관찰대상이 되어
어떻게 다르고, 멋지고, 특별한 또 한 명의 사람이 될지 궁금하다.
잔뜩 심각한 표정으로 탐정처럼 팔짱을 끼고 눈썹을 치켜뜨고 눈을 흘겨 보고 있는 아이. 
제대로 안다는 건 제대로 이해하고 인정한다는 것, 사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네시는 스코틀랜드 네스 호에 산다는 괴물이다.
멸종한 수장룡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과학적인 증거는 없다.
빅풋 삼촌과 네시 고모, 어떻게 그려져 있을지 상상해 보면 더욱 재미나다. 
<왕발이 삼촌>은 유머러스하고 따뜻하고 지적인 그림책이다.
일러스트레이션도 유쾌하고 생동감 있다.
아이들의 눈에 보이는 대로 인상적인 건 과장되게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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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0-11-30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굉장히 오랜만에 보는 서평입니다.^^

글샘 2010-11-30 23:37   좋아요 0 | URL
저도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

양철나무꾼 2010-12-04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아주 좋은걸요.
트랙백해서 미리 보기로 좀 보고 보관함에 담아놨어요.
아~좋아요.

마녀고양이 2010-12-04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틀림이 아닌 다름.

내가 옳다고 주장하는 안에는, 아마도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숨어있는거겠죠?
다르다고 이해하지 않고, 틀리다고 주장하다는 것 역시 그런 결핍의 일종이겠죠?
코드가 다를 뿐이야, 이해하기 어려울지라도 틀린 건 아냐.. 라고
생각할 수 있는 저를 바랍니다. 그런데도 뉴스나 여러 상황들에서 불끈 치미는 화는... 아하하.

분노하지 않는 자는 성인일건데, 저는 성인이고픈 맘은 없으니, 혼자 화를 박박 내기도 해보렵니다.
나랑 달라, 아냐 나랑 같아........... 인간이야, 같은. 횡설수설. 중얼중얼. 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