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 동성애는 유전자 때문인가 고정관념 Q 2
공자그 드 라로크 지음, 정재곤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0월
절판


우리는 남성과 여성, 남성성과 여성성, 이성애와 동성애를 구분해서 별개로 생각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성적 존재가 지니는 복합성과 사회의 다양성을 놓치게 되었다.-15쪽

이제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명백한 불확실성의 원칙을 설정해야 할 때가 되었다. 오로지 '인간의 성'만 존재한다는 사실이다.-24쪽

동성애의 원인을 유전자나 호르몬, 혹은 뇌의 생리에서 찾으려하는 '본질주의적' 담론에 대항해서 50년 전부터 '건설주의적' 담론이 자리잡고 있다. 이것은 인간의 성 행태가 고정적이지 않고 역사와 문화 여건에 따라 가변적이라는 관점이다. 더불어 이 입장은 과학자들이 진행하는 연구의 기저에 자리잡고 있는 전제조건에 주목하면서, 어째서 동성애가 질시의 대상이어야 하는지 보다 깊은 관심을 나타낸다. 요컨대 문제의 핵심은 동성애를 주관하는 유전자를 찾는 일이 아니라, 이러한 시도가 집단적으로나 개인의 상상력에 마치 우생학이 그랬던 것처럼 헛된 망상을 야기하지는 않는지 살피는 일이다.-49쪽

사람들은 흔히 게이 문화라고 하면 동성애, 특히 '역전된 성'에 연관된 여러 관념을 떠올린다. 마찬가지로, 게이 문화가 화제에 오를 때마다 복장도착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뉴욕의 언더그라운드 문화에서 시작된 '드래그 퀸(drag queens)' 풍속은 남성이 여장을 하거나 다양한 성을 나타내는 복장을 하는 것을 가리킨다. 특히 대규모 게이 퍼레이드에서는 여장을 한 남성 동성애자들이 요염하고 도발적인 자태를 취하곤 하는데, 사실 이는 야간 유흥장에서 매일 행해지는 쇼를 연장하는 행위일 뿐이다. 요컨대 도발은 여장이나 자태에 있다기보다, 상충하는 낮 문화와 밤 문화가 함께 보여진다는 데 있다. 축제와 노동, 자유분방과 합리성, 꿈과 현실 등의 서로 상반되는 두 세계가 대낮의 몇 시간 동안 공존하는 셈이다.-68-69쪽

이 같은 고정관념은 남성간의 사랑이 어떠한 것인지 모르는 데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오랫동안 성은 이성애의 관점에서만 이해되어왔고, 따라서 동성애는 단순히 이성애가 역전된 모습이라고 여겨지곤 한다. 하지만 이성애와 동성애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획일적인 비교가 이루어질 수 없다. 동성애는 마땅히 독립된 성으로 사유되어야 한다. 사실상 모든 유형의 커플(남성/여성, 남성/남성, 여성/여성)은 에로티시즘과 관심, 그리고 역학관계에서 제각각이며 결코 동일하지 않다. 남성 동성애자들에게 타인에 대한 거부는 존재하지 않으며, 다만 다른 남성을 통해 자신의 욕망이 충족되기를 바랄 따름이다. 남녀 사이가 그렇듯, 남성 사이에도 보완에의 갈구가 존재할 수 있다.-96-97쪽

1980년대만 하더라도 에이즈는 동성애자들만 걸리는 병으로 치부되었다. 그럼에도 에이즈가 프랑스 전역으로 퍼져나가자 보건부 장관인 미셀 바르자슈는 대대적인 예방 캠페인을 벌이는 동시에 에이즈 퇴치 정책을 내놓는다. 같은 해에 세계보건기구는 전 세계적인 에이즈 퇴치 프로그램을 발족시킨다. 1994년 이루어진 '시닥시옹(Sidaction, 에이즈 퇴치 운동)'의 발족은 커다란 전기를 마련한다. 이제 에이즈는 동성애자들마의 병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존립을 위협하는 질병으로 인식된다. 두번째 시닥시옹이 거행된 1996년에는 이성애자 에이즈 양성반응 환자의 수가 동성애자 양성반응 환자의 수를 넘어선다.-103쪽

디디에 에리봉은 [게이와 레즈비언 문화 사전]에서 커밍아웃을 이렇게 정의한다.
- 커밍아웃은 게이나 레즈비언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대로 자유롭고 공개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심리적 만족감을 얻기 위해 요구되는 행위이다. 또한 커밍아웃은 수많은 게이 및 레즈비언 단체들이 자신들을 표출함으로써 사회와 문화 전반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볼 때 탁월한 정치적 행위이기도 하다.
-124쪽

동성 가정의 형태는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다양한 가족체제라는 보다 넓은 테두리 안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동성 가정은 결코 생물학적 친자관계를 대체하지 못한다. 또한 동성 가정은 남녀같의 이타성이나 차이를 부정하지도 않는다. 사회 내에 동성 가정들이 존재한다고 남녀 양성의 극단적인 분리를 초래하지도 않는다. 마르틴 그로스가 지적하듯, 쌍방간의 합의에 의한 이혼은 가족적 민주주의 시대를 열어놓음으로써 보다 많은 평등과 자유를 가져오고, 다양한 가족 형태를 낳게 되었다.-143쪽

루이 조르주 탱은 [동성애혐오증 사전]에서 이렇게 말한다.
- 동성애혐오증은 역사를 통해 볼 때 도저히 깨뜨릴 수 없는 운명도 아니고,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사라질 현상도 아니다. 동성애는 중대하면서도 복잡하고 다양한 울림을 가진 인간적인 문제로, 화합의 분위기와 충분한 사전 협의를 필요로 한다.
(중략)
이같은 고정관념들은 여성성과 남성성, 그리고 성과 성적 성향을 대립쌍으로 파악하는 대신에 독립적이고 상호보완적인 것으로 사유함으로써 떨칠 수 있다. 또한 동성애를 더 이상 정신적 악덕이나 질병으로 여기지 않고, 소수의 사람들이 지니는 성적 성향으로 받아들여야 한다.-1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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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6-22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수의 사람들이 지니는 성적 성향이라는 건 인정합니다.
ㅎㅎ그런데요, 사람마다 성장을 하면서 어떤 특정시기?(사춘기..)에 이런 성향에 잠깐 휩싸일 때도 있는 것 같아요.
중딩시절 같은 학급내에 중성적 카리스마를 풍기는 친구에게서 이런 비슷한 감정을 느낀 경험이 있거든요. ㅋㅋ물론 이런 경험 한번으로 일반화 하려는 맘은 추호도 없습니다.
대학교 때는 내가 그 대상이 되기도 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동성애를 비정상적인 것이라고 별로 생각을 안해왔던 것 같네요.

같은하늘 2010-06-22 01:31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저도 중학교때 우리반에 운동하다 다쳐서 운동그만두고 온 친구가 있었는데, 운동하던 친구인데 공부도 잘하고 스타일이 남자 같아서 인기짱이었어요. 지금은 어디서 뭐하고 사는지 갑자기 궁금하다는...^^

프레이야 2010-06-22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기님, 같은하늘님^^
여학교 시절 그런 감정 있었지요. 우리반에 정말 그런 분위기 풍기는, 그러니까
딱 믿고 의지하고 싶은 그런 애가 있었어요. 전 별로 그렇지 않았는데 유독 좋아했던
친구가 있었어요. ㅎㅎ
사람은 누구나 보완의 욕구가 있나 봐요.

반딧불이 2010-06-22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동성애에 대한 건설주의적 담론에 의하면 이성애자인 저도 동성애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건가요? 요즈음 도통 남자에 관심이 없어서...ㅋㅋ

프레이야 2010-06-22 18:45   좋아요 0 | URL
반딧불이님 ㅎㅎㅎ
모르긴 해도, 그렇다고 봐야겠지요.
양성애자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