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내면으로 돌아가서 자유롭고 올바른 자세를 견지한다는 스토아사상은, 정치적 좌절과 그 밖의 모든 불행에 처할 때마다 그들의 마지막 위안이었다.
동일한 정신에서 철학은 고통받는 보에티우스에게 이런 말을 건넨다. 네가 깊은 수렁에 빠졌다고 한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너는 출세와 성공에 매달리지 않았는가. 그것은 네 삶을 행운의 여신 포르투나Fortuna의 손에 맡긴 꼴이다. 행운의 여신의 본질은 성공과 좌절, 존경과 경멸, 즐거움과 괴로움의 오르내림이다. 네 삶은 행운의 여신이 지닌 수레바퀴와 같아서 끊임없이 돌아가면서, 때로는 길게 때로는 짧게 올라가고 내려간다. 자신의 삶을 행운의 여신 손에 맡긴 사람은 갑자기 나쁜 일이 일어나도 놀라거나 한탄해서는 안 된다.
행운이 여신이 다스리는 세계에서는 근본적으로 참된 행복이란 찾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기억해야 한다. 행운의 여신의 왕국에서 행복을 찾는 이에게는 믿을만한 안식처가 없다. 행복에 이르는 가장 좋은 처방은 이렇다. 오로지 영혼의 내면에 들어있는 본래의 집, 진정한 고향으로 돌아가라!
- <지중해 철학 기행> , 클라우스 헬트, 효형출판 (449-450쪽)
-------
보에티우스는 행운의 여신에게 얻는 재물이 진정한 행운의 선물이 되지 못하는 까닭을 묻는다. 철학의 대답은 재물이 인간의 기대를 채워주지(충족시켜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원하는 재물이란 삶의 성공을 보장해주는 것, 곧 善이다. 그것은 다섯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다. 1,자족(충만) - 2,힘(지배력) - 3,존경(사회적,정치적 지위 등으로 자신의 업적을 인정받는 방식) - 4.영광(신체적 장점 등으로 자신의 존재가 어둠이 아니라 환한 빛을 받고 감탄의 대상이 되는 방식) - 5, 편안함, 기쁨, 존재의 즐거움(육체적 쾌락) 그렇지만 이 다섯가지가 인간이 소망하는 것을 가져다주지는 못한다. 인간이 소망하는 것은 지속적이고 완전하며 안정적인 삶의 성취를 보장하는 것, 곧 '선'이기 때문이다. 잡다한 것에 부산떨지 않고 보다 나은 가치를 위해 묵묵히 걸어가야겠다. 가다보면 어느새 그만 가야할 때가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