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의자




                                                                      문태준




걀쭉한 목을 늘어뜨리고 해바라기가 서 있는 아침이었다
그 곁 누가 갖다놓은 침묵인가 나무 의자가 앉아 있다
해바라기 얼굴에는 수천 개의 눈동자가 박혀 있다
태양의 궤적을 좇던 해바라기의 눈빛이 제 뿌리 쪽을 향해 있다
나무 의자엔 길고 검은 적막이 이슬처럼 축축하다
공중에 얼비치는 야윈 빛의 얼굴
누구인가?
나는 손바닥으로 눈을 지그시 쓸어내린다
가을이었다
맨 처음 만난 가을이었다
함께 살자 했다

 

 

 - 문태준 <가재미> 중, 문학과지성사

 

 

 



                                                                           <가을햇볕 따사로운 9월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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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7-09-20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인데 햇살이 아직 너무 뜨겁네요. 올려다보기에 너무 눈부시기도 하고요.
오타 : 자재지 -> 가재미

프레이야 2007-09-20 11:16   좋아요 0 | URL
잉크님, 고쳤어요^^
비 그치고 나니 가을햇살이 쨍하네요.
그래도 가을햇살은 참 부드러운 느낌이에요, 늘. ^^

겨울 2007-09-20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다운 시네요.
고단한 누구라도 와서 쉬라고 놓인 빈의자는 바라만 봐도 좋지요.

프레이야 2007-09-20 14:21   좋아요 0 | URL
우몽님, 네.. 비어있어서 더 충만해보이는..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죠? 그래도 딱 그말이 맞는 것 같아요^^
가을, 어떻게 지내세요? ^^

춤추는인생. 2007-09-20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 가을햇살이 찡해요~~
그래서 애틋하고 아쉬운 느낌이예요 ^^

프레이야 2007-09-20 20:55   좋아요 0 | URL
계절마다 햇살이 다른 느낌인데 가을은 참 특별하다는 생각이었어요.
뭐라 표현할 수 있을까, 했는데 님의 말, 그거에요. 여백이요!!
빈 하늘, 빈 의자, 빈 손, 빈 가지를 준비하는 나무..
님이 가을이면 읽는 '나목'이 떠올라요. 고요한 저녁, 편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