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이슬람 바로 알기
이희수 지음 / 청솔 / 200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릴 적, '아라비안 나이트'의 모험적인 이야기에 빠져 환상의 공간으로 양탄자를 타고 날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은 우선 그때의 호기심으로부터 시작된 이슬람의 세계로 어린이 독자를 끌어들인다. 그러나 환상의 이야기가 아니라,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문화의 간접경험을 제공하는 목적으로, ‘이슬람’이라는 낯선 종교를 종교가 아닌 하나의 문화와 생활로 소개하는 책이다. 이 책의 초판 1쇄는 2001년 11월 1일이다. 미국 9.11 폭파사건이 일어난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때라 당시 무척 관심이 가는 책이었다. 그리고 어린이들을 위한 이슬람 관련 책으로는 처음이라는 점에서 돋보였다. 이 책은 올해 30쇄를 넘었고 5년만에 다시 6학년 아이들과 함께 읽게 되었다. 그동안 내용이 보강되거나 크게 변화된 부분이 없어 다소 의아했지만 어린이들에게 이슬람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들을 알게 한다는 점에서 그리 나물랄 데 없다.

 

 이희수 교수는 첫장에서 사무엘 헌팅턴의 문명충돌론을 잠시 언급하며 이슬람을 종교를 넘어 하나의 문명으로 이해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 사무엘 헌팅턴이라는 학자는 "21세기에는 문명간의 충돌이 커지고 특히 유교 문화권과 이슬람 문화권이 새롭게 등장할 것이다."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p10)  문화의 다양성, 다양한 문화의 공존은 오늘날 세계화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다문화가족'이라는 말을 어제 티비에서 우연히 듣기도 했는데 이런 세상에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문화를 인정하고 포용하는 일이 우선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아는 것이 중요하다.


 아프가니스탄과 탈레반 피랍사건 등의 뉴스로 아이들도 탈레반에 대하여 궁금증이 많았는데, 이 책에는 탈레반에 대한 것도 한 꼭지 나온다. 모두 40가지의 질문에 이해하기 쉽게 대답하는 형식으로 짜여있다. 약간의 불만이 있다면, 목차가 다소 난삽하다는 점이다. 목차의 기준을 전혀 찾을 수 없다. 그저 생각나는 대로 묻고 대답하는 것 같은 느낌인데, 그보다는 질문이나 대답의 내용에 따라 묶어서 목차를 순차적으로 짰으면 더 좋을 것 같다. 내용은 이슬람 문화권 사람들의 생활과 문화, 문학, 건축물, 이슬람의 역사와 꾸란의 이해와 함께 종교로서의 이슬람, 경제, 국제관계와 국제사회에서의 위치, 중동문제, 이슬람 지도자들, 정도로 나뉠 수 있다.

 이슬람은 인류 문명의 4대 발상지 중 황허문명을 제외한 세 곳이 속해 있는 문화권이다. 오랫동안 찬란한 문명의 꽃을 피워 왔지만 유라시아의 경계에 위치하는 이유로 전쟁으로 인한 쟁탈과 약탈이 끊이지 않았고 십자군 전쟁 이후 유럽과 기독교와의 관계에서도 평화를 유지하기 어려웠다. 그동안 우리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았던 점도 미국이나 서구유럽의 시각으로 배워온 세계, 역사, 종교에 기인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그들의 관점이 아닌, 우리의 시각으로 ‘이슬람 바로알기’를 권하고 있다. 우선 호기심에서 출발하게 하는데 중간중간에(모두 네 곳이지만 양이 많은 편) 사진을 많이 넣어두어 화보를 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우리 역사 속에서도 ‘꾸란’이 나온다는 점은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끌어내기에 충분하다. 그런 자료가 ‘조선왕조실록’에도 여러 차례 나온다며 하나의 기록을 보여준다.
“세종대왕께서 정초 경복궁의 경회루 앞뜰에서 좌우로 문부백관이 도열한 가운데 지긋이 눈을 감고 한 이슬람 원로가 낭송하는 <꾸란> 소리에 빠져 계시더라.”

고려 말기부터 조선 초기까지 한반도에 정착해 살고 있던 이슬람 지도자들은 궁중 하례 의식에 초청을 받아 정기적으로 참석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이슬람의 대표는 <꾸란>을 낭송하는 것으로 송축을 한 것인데, 그것으로 왕의 만수무강과 국가의 안녕을 빌었다. 고려 때는 개성 한복판에 이슬람 성원이 있었다. 우리나라 음력의 원리는 세종 때 편찬된 <칠정산외편>이라는 역법인데, 그 책은 역법의 기원과 성격, 계산법에서 이슬람 역법인 회회 역법의 원리에 따라 들여온 역법이라고 하는 점도 눈여겨 보인다. 또한 조선 초 집중적으로 개발된 과학기기들도 당시 중국에 들어와 있던 세계 최고 수준의 이슬람 과학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이다. 아이들은 세종대왕과 장영실의 과학적 업적이 우리민족 고유의 창의성이 아닐지 모른다는 데서 무조건 우리것이 최고야,라는 과잉자부심을 조금 버릴 수 있겠다.


 이슬람을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은, 이슬람이 생활과 문화로 배어있는 종교라는 점이다. 이슬람이라는 말 자체가 ‘평화’를 뜻한다. 이들 종교에는 성직자가 없고 하루 다섯 번의 예배를 충실히 지킨다. 사람을 평등하게 대하고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을 최고의 덕으로 여긴다. '인샬라'는 '신의 뜻이라면', '신이 원한다면'으로 이슬람 정신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단어다. 이는 소극적이라기보다 적극적인 의사표현이고 어떤 일에 대한 긍정적 대응방식을 보여주는 말로 들린다. 이 말을 잘못 해석하여 오해를 낳지 않기를 바란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어있다.

 

 이슬람에서는 이자를 인정하지 않아 고리대금업을 악덕으로 여긴다는 점은 흥미롭다. 이슬람 은행이 이익을 분산하는 방식은 이자가 아니라 투자배당금이라고 한다. 지금은 국제무역을 위해 서구은행과 이슬람은행이 공존한다고 하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이들은 전통을 지키면서도 국제사회와의 조화를 지향하며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지나치게 엄격하거나 얼핏 이해되지 않는 규율들도 그들의 환경과 입장을 알고 해석하면 충분히 납득되는, 합리적인 규율로 보인다. 일부일처제, 히잡이나 꾸란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 대해서도 잘 설명해 두었다. 기본적으로 이 책은 이슬람 문화권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에서 비롯하기 때문에 그들의 것이면 다 좋다는 식으로 들릴 수 있다. 저자의 표현은 기울어지지 않은 시각을 고수하고 있지만,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며 어느 쪽이든 몰이해에서 벗어나 균형잡힌 시각을 갖도록 해야한다.

 

 문화와 종교에 우열이란 없다. 현재 21억의 기독교 인구에 이어 세계 2위의, 인구 13억도 훨씬 넘는 무슬림들은 앞으로 더욱 그 수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에만도 이슬람 사원이 300개도 넘고 인도네시아는 인구의 90% 이상이 무슬림이다. 서울 한남동에 있는 중앙성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이슬람 사원인데 다음에 가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내가 유일하게 본 모스크는 브루나이공화국에서, 흰구름 둥둥 떠있는 새파란 하늘 아래 금빛 찬란한 돔으로 서있던 것이다. 그곳에 들어갈 때는 누구든 맨발로 들어가야했다. 양말을 벗고 대리석바닥에 맨발이 닿는 촉감, 작열하는 태양 아래 뜨거웠던 나는 시원해서 좋았는데 발이 차서 여름에도 양말을 신고 자야한다는 어느 지인은 발이 시려 아주 힘들어하던 얼굴이 기억난다. 여자들은 검고 긴 가운을 걸치고 들어갔는데 마치 히잡을 쓰는 기분이었다. 그러고 보니 초등학교 친구 중에 아버지가 이슬람 신도였던 아이가 있었다. 모스크에서는 맨땅에 엎드려 기도를 하면 누구든 앞사람의 엉덩이와 발끝 쪽으로 머리가 닿아야하는, 평등한 관계가 마련되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이슬람 문화권의 향방은 이들을 바라보는 조금 더 열린, 편견 없는 시선에서 좌우될 것 같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끊이지 않을 것만 같은 분쟁도 강대국의 비열한 패권다툼에서 시작했다. 그 나라의 죄없는 국민들은 지금도 집을 잃고 총성을 귓전에서 듣고 산다. 그들의 불행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열쇠 중 몇 개는 소위 강대국의 손에 있지 않은가. 또한 서구 문물의 홍수에 밀려 이슬람의 전통도 많이 희석되어가고 있다지만 나처럼 그들 고유의 전통이 지켜지는 모습을 보고 싶은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가장 뒤의 꼭지는 ‘이슬람 국가를 움직이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어 어린이들에게 이슬람 국가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과거, 현재, 미래를 두루 생각해 볼 수 있는 길잡이가 될 것이다. 초판1쇄 후 6년이 흘렀으니 <어린이 이슬람 바로알기 2>도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중학생을 위한 '다영이의 이슬람여행'과 '가로세로 세계사 3'도 나아가 더 읽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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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8-31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정서에 맞는 다양한 책들이 자꾸 나왔으면해요...잘 읽고갑니다^^;;

프레이야 2007-08-31 09:39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turnleft 2007-08-31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슬람 관련해서는 정수일 교수의 책이 참 좋았는데, 확실히 애들 읽기에는 좀 지루할지도 모르겠네요.

프레이야 2007-08-31 09:41   좋아요 0 | URL
그분책은 어린이들용은 아니구요^^ 이희수교수의 책도 좋은데 이 책은 어린이
이슬람 안내서라는 점에서 좋은책입니다. 고학년용으로 문화적 충격이 될 것입니다.

2007-08-31 0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31 09: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07-08-31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꾸란도 불경처럼 낭송하는 소리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책이라던데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이슬람입니다...
기독교는 널리 퍼졌어도, 그 탓인지 이슬람을 몰라도 너무 몰라요...

프레이야 2007-08-31 13:22   좋아요 0 | URL
네, 그렇다고 하더군요. 아랍어나 이슬람이나 낯설고 멀게 느껴지는 건
많이 접할 기회가 없어서였겠지만 왠지 끌리는 이름이기도 합니다.
그들의 형벌에 대한 것도 이책에 잠시 나오는데 잔인한 형벌로 보이는 게
많지만, 말레이시만 해도 이슬람국이라 범죄율이 낮다고 들었어요.
어떤 것이 나은지는 쉽게 판단할 수 없는 일 같아요.^^

씩씩하니 2007-08-31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슬림들이 정말 많다는 생각이 들었요, 요즘은.....저도 직원이 주변에 있다는 말 듣고서 깜짝 놀랐었거든요...
열린 사고로 종교와 문화의 차이를 인정할 수 있다면..정말 좋겠어요...

프레이야 2007-08-31 20:26   좋아요 0 | URL
하니님, 이 책 고학년 보기에 좋아요. 이슬람을 소개하기에 요즘이 적합한
시기 같기도 하구요.^^ 세계인구의 5분의1이 믿는 종교인데 우리에겐 생소하여 낯선 느낌이지요. 이슬람 관련책들이 많이 나와있지만 어린이에게 정확하고 균형잡힌 내용을 전달할 수 있는 책이 되어야할텐데요.. 이책은 그런대로
권할만 하답니다.^^

2007-08-31 2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31 2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7-08-31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현재 제게 꼭 필요한 책이군요. 홈스테이 하는 친구가 이슬람이라 더 많은 이해가 필요하거든요. 좋은 책 감사합니다~~~꾹 누르고 담습니다!!

프레이야 2007-09-01 09:16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그친구가 어느나라 사람인지 문득 궁금하네요. 피부가 검다고
하셨던 기억이 나네요. 참 좋으시겠어요. 다문화가정을 지금 체험하고
있는 셈이네요. ^^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