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침대 머리판을, 협탁을 보며 함께 앉아 있는다. 시계도 거기에 있고 시계 옆에는 잡지 몇 권과 보급판 책이 한 권 있다. 우리는 침대에서 잘 때 발을 두는 곳에 앉아 있다. 그곳에서 보니 누가 이 침대를 쓰고 있었든 황급히 떠난 것 같다. 이 침대를 다시 보게 될 때마다 이런 모습을 기억하게 될 것임을 나는 안다. 우리는 이제 뭔가로 들어섰는데 그게 뭔지는 모른다, 정확하게는. "나는 그런 일이 나한테 일어나기를 바라지 않아." 그녀가 말한다. "당신한테도." 그녀는 담요 귀퉁이로 얼굴을 닦고 깊은숨을 쉬더니 흐느낌처럼 내뱉는다. "미안해. 나도 도저히 어쩔 수가 없어." - P121
그녀는 나를 빈틈없이 살피며 내가 말을 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녀는 나중에 꼭 해야 할 때가 온다면 사용할 수 있도록 뭔가를 챙겨두기를 바라고 있다. 물론이다. 좋다.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하면, 여보, 플러그를 뽑아줘, 하고 말하는 건 아주 쉽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나는 아직 그녀를 위해 뭘 하겠다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나와 나의 상황을 생각해봐야 한다. 무턱대고 이야기를 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느낌이다. 이건 미친 짓이다. 우리는미쳤다. 하지만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든 그게 언젠가 나에게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걸 깨닫는다. 이건 중요하다.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말하고 있는 건 죽느냐 사느냐 하는 문제다. - P123
내 두 손이 떨리고 있다. 내 목소리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내가 그 여자한테 그 모든 말을 하려고 하는 동안, 내가 내 의사를 분명히 밝히는 동안, 아내가 빠르게 움직여 허리를 굽히고, 그걸로 끝이다. 전화 연결이 끊겼고, 내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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