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로 쓰기 / 김훈
2022.10.19 낭독녹음 세 시간
313-381쪽 14,15,16파일 완료
어제 도서관 가는 길, 차에서 쇼팽 폴로네즈 6번이 흘러나왔다. 조성진 연주로. 크흐 좋다. 언제 다 왔는지도 모르게 당도하고 겹주차하면서 그때야 고양이 습식캔 내다놓고는 그냥 온 걸 깨달았다. 아이고 치매야 ㅠ
도서관에 밥 먹으러 오는 냥이 세 마리가 있는데 여기 직원 샘 한 분이 사료랑 간식을 준다. 어쩌다 그릇 채워 놓는 걸 깜빡하면 유리창을 두드린다고 ㅎㅎ 다음주엔 잊지 말자.
<연필로 쓰기> 중, 말의 더러움에 대한 장에서 나열한 더러운 단어들 뒤 한자 일일이 찾아 한글 뒤에 첨언하느라 좀 애먹었다. 더러운 말들을 줄줄이 열거하고 뜻풀이 한 후 저자는 아래와 같이 썼다. 책에는 한자로 표기된 ‘말씀 언’이다.
들이대자면 끝이 없고 더러워서 이만하겠다. ‘언’자는 고대 중국의 갑골문자에 보이는데 그후의 역사 속에서 ‘언’은 수많은 글자를 탄생시키면서 글자마다 이처럼 무거운 죄업을 뒤집어쓰고 오늘에 이르렀으니 말의 더러움, 말의 비열함, 말의 사특함은 인간의 역사와 함께 번창했다. (연필로 쓰기, 337)
김훈 쓰고 안웅철이 찍은 <공 차는 아이들> 에서 발췌한 장이 한 장 나온다. 집에 와 찾아보니 책이 앞 쪽 책탑에 묻혀 안 보인다. 책꽂이에 꽂아둔 기억까진 있는데 … 절판이고 나는 오래전 밑줄긋기를 올렸네.
‘생명의 막장’이라는 장에서는 이국종의 <골든 아워> 1,2를 읽고 쓴다. 미루다 계속 밀렸는데 다음에 조만간 읽어야겠다. 읽고 싶어졌다. 점자도서관에서도 그 책을 다른 봉사자가 녹음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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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시대, 스마트 시대의 ‘언’ 의 타락은 화誰, 광証, 무誣의 기능을 극대화시킨다. 추종자가 많고 왁왁대는 소리가 크면 가짜뉴스는 사실을 이긴다. 가짜뉴스를 향해 ‘너는가짜뉴스다‘라고 외치면 둘 다 가짜뉴스가 되는 판이다. 국회뿐 아니라 뉴스와 정보도 서로 물타기를 한다. 말을 섞어서 휘저어놓으면 웅성거림만 남아서 누항은 언제나 수군거린다. - P338
멀리 하프라인을 건너서 다가오는 공은 지나간 시간과 공간의 모든 궤적과 충격, 흐름과 끊김, 전진과 후퇴의 모든 자취들을 그 안에 지니면서 늘 현재의 공이고, 닥쳐올 모든 시간의 가능성이 그 현재의 시간 속에 열려 있다. 그래서 공은 굴러가고 인간은 쫓아간다. 공이 굴러갈 때, 굴러가는 공을 작동시키는 힘은 쫓아가는 나의 힘이 아니고그 공을 차낸 너의 힘이다. - P373
이국종은 중증외상환자 수술방을 ‘막장‘으로 인식하고있다. 수술방은 어둡고 긴 복도 끝에 있다. 생업의 현장에서 추락하거나 깔려서 몸이 으깨진 사람들, 사고나 범죄피해자들, 훈련중에 부상당한 군인들이 ‘막장‘으로 실려온다. 헬리콥터는 막장에서 다친 사람들을 싣고 막장으로 날아온다. 막장은 갱도의 맨 끝이다. 한자로는 채벽이라고 하는데, 곡괭이로 벽을 찍어서 석탄을 캐내는 자리라는 뜻이다. 막장은 생산의 최전방이다. 막장꾼이 곡괭이로 찍어낸 만큼만 갱도 밖으로 나갈 수가 있고, 그가 찍어낸 만큼만 갱도는 전진한다. - P377
이국종의 저서 『골든아워』 두 권에서 가장 아름다운 대목은 그의 후배이며 동료의사인 정경원이 나오는 페이지다. 정경원은 부산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육군보병사단에 군의관으로 근무할 때 이국종을 찾아와서 제대 후에 외상센터에서 함께 일하고 싶다고 자원했다. 정경원은이국종 밑에서 혹독한 수련 과정을 거치면서 수많은 환자를 살려냈다. (2권 363쪽) 정경원은 이국종의 막장을 함께 지켜왔다. 지금 이국종의 왼쪽 눈은 거의 실명상태다. "눈 때문에 생긴 내 공백을 정경원이 몸을 던져 꾸역꾸역 메워나갔다" (2권 160쪽)고 이국종은 썼다. - P381
그는 수술방에서 간호사가 수술가위Mayo Scissor를 건네줄때 손바닥에 와닿는 가위의 촉감을 좋아한다고 썼다(1권33쪽). 이 가위는 사람의 혼을 이승에 붙잡아놓는다. 그는 구두 닦는 일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그는 구두에 구두약을 칠하고 헝겊으로 비벼서 구두코 끝에서 광이 올라올 때 환자가 죽어나간 뒤의 허탈한 마음이 ‘조금 안정을 찾아갔다‘고 썼다. 가망 없는 수술이 끝난 밤에, 연구실에 혼자 남아 그는 신문지를 펴놓고 구두를 닦고 있다. 수술가위의 촉감이나 구두 닦는 일을 좋아하는 그는 ‘작업하는 사람‘이고 작업을 통해서 완성돼가는 사람이다. - P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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