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에 손가락을 베인 사람을 보면 내 손가락이 욱신거리듯 우리는 그녀의 글을 감각으로 느낀다. 살아낸 글, 살아서 건너오는 글, 그것이 바로 아니 에르노의 문학이 가진 힘일 것이다.
(중략)
그러니까 이제부터 그 상처로 당신은 무엇을 하겠느냐고…..
- 옮긴이의 말, 찢어진 것들을 다시 꿰매는 사람처럼, 중
이 여름은 아무것도 할 게 없다. 책에 취하거나 목에 쥐가 나거나 호박색 태닝 기름을 바르는 일이 전부다. 그리고 달리기. 나는 ≪진정한≫ 문학을 발견한다. 선생님들의 문학, 친구들 중 가장 앞서가는 애들이 읽는 문학, 미대생이 내게 건네는 문학. 사강, 카뮈, 말로, 사르트르……… 사고(思考)가, 문장이 나를 뜨겁게 달군다. 고개를 들고 부유한다. 나는 강하고, 영리하다. 나는 여기, 부모님 집의 호텔에서 살고 있다. 클로파르 거리 전체에서 이런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나혼자뿐이다. 인생은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달콤하고 가벼우며, 슬프다. 내일 미대생이 나를 기다린다, ‘구토‘에서 ‘아니‘가 말한 것처럼 나는 완벽한 순간만을 좋아한다. 뒤섞인다. 나는 목소리를 잃은 새들이 점령한 나무다. 자리에서 일어나면 카페의 시커먼 벽에 붉은 줄로 된 금이 생긴다. 나는 싸구려 포도주와 열기로 반짝이는, 러닝셔츠와 작업복을 입은 몇몇 주정뱅이들 앞을 지나간다. 타인, 끝없는 우월감. 이 책들은 확실한 신호다. 사르트르, 카프카, 미셸드생피에르, 시몬드 보부아르, 나, 드니즈 르쉬르, 나는 그들 편에 있는 사람이다. - P182
일주일 동안 나는 그것이 내 안에 계속 남아 있을 수 있을지 줄곧 생각했다. 그저 쾌락만이 아니다. 나는 메트로폴에서 크림 커피를 앞에 두고 그를 기다린다. 나는 자신을 프랑수아즈 사강 소설의 여주인공으로 여긴다. 대학생, 애인, 그는 법학도다. 기 베아르의 노래, ‘어제였어요, 오늘 아침이었죠. 거기에는 색깔이 있다. 의자,카페의 웨이터, 세 줄로 놓인 마티니, 쉬즈, 다양한 종류의 아페리티프, 그것은 아무 의미 없는 순수한 장식이다. 지나치게 자리를 차지한 나무들, 유리창, 행인. 더 이상 이런 것들은 내 가족의 싸구려 가게를 떠올리게 하지 않으며, 내게 모욕을 주지도 않는다. 커다란창문이 있는 거대한 회색 외관, 차분한 커튼, 그토록 동경했던 부르주아 주택에도 관심이 없어졌다. 오히려 그 반대의 것을 찾는다. 바로 그것, 자유로움, 어디든 편안하게 돌아다니며, 세상에 무관심한 것, 아무도 부러워하지 않는 것………… -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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