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서 오세요, 고양이 식당에.
이용한 글/사진
이용한 시인은 길냥이들의 사진을 따스하고 재치있게 담는다. 시도 따스하지만 시인이 길냥이들과 함께한 15년 세월과 그 시선이 참으로 도탑다. 오래 전 다큐멘터리 <고양이 춤>으로 먼저 알게 된 이후 팬이다. 이 책 <어서 오세요, 고양이 식당에>는 며칠전 서울 혜화동 가서 작은딸이 3년간 열공하며 지낼 방을 새로 구하고 연남동으로 이동하여 책방 '아침달'에서 구매한 책들 중 하나다. 본문의 글과 사진 편집이 보기 좋고 색감이 사랑스럽다. 책등도 제본을 노출시켜 특이하고 책장을 넘기면 뻣대지 않고 양쪽으로 순하게 활짝 펼쳐진다. 냥이들 사진만 보아도 마음이 몽글몽글 녹아내린다.
"세상은 이리도 춥고 눈까지 내리는데, 고양이는 어쩌자고 이리도 어여쁜 것인가."
"길고양이들아, 이제껏 그래왔듯이 죽을 때까지는 죽지 말아라."
"인간이 망가뜨린 이 세상이 그래도 아름다운 건 고양이가 있기 때문이지."
사실 고양이를 기록하는 일은 용기보다 끈기가 필요한 작업이다. 기술보다 애정이 필요한 작업이다. 좋은 고양이 사진은 고양이에 대한 소통과 교감에서 오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고양이의 허락 없이는 고양이 사진도 찍을 수 없으므로 무엇보다 고양이의 이해를 구하는 게 중요하다. 무턱대고 사진을 찍는 것보다 때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고양이 옆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있다. 서로가 신뢰하는 관계라면 고양이의 행동과 표정에서도 자연스러움과 평화로움이 느껴지는 법. 나머지는 그냥 운에 맡기자. (어서 오세요, 고양이 식당에 / 5-6쪽)
가지고 있는 이용한 고양이.
아침달 책방 내부 (2021. 12. 23)
아침달, 시크릿북
2.
부산 금정구에 있는 '카페 소록'에 우연히 갔다. 주변 카페를 찾다가 이름이 친구 눈에 먼저 들었다. 나도 오케이. 식물원 옆 2층 단독주택의 1층, 대문을 들어서자 초록 나무들이 울타리 삼아 선 안쪽으로 동그란 마당이 적당한 크기로 보였다. 통유리창 앞 구석에 스티로폼과 나무상자로 만든 고양이 집이 보였다. 잔디 위로 햇살이 한가득, 마당냥이들에게 더없이 좋은 환경이었다. 다섯 길냥이가 카페 마당에서 햇살도 쬐고 서로 장난 치며 뒹굴고, 유독 한 녀석은 어찌나 붙임성이 좋아 카페 안에 들어와 제 집처럼 살았다. 소파에도 올라오고 햇살 따스한 통창 앞에서 세상 편안하게 졸고. 귀여운 냥이 젤리 발바닥 모양 수면양말 두 켤레를 샀다. 길냥이들 돕는 데 쓴단다. 커피도 원두 퀄러티가 좋아 마음에 들었다. 아메리카노는 잘 안 마시는데 이곳은 원두가 좋아 괜찮았다. 이번에 일행과 점심 식사를 하고 가서 그랬지만 다음에 가면 쑥떡쑥떡라떼를 야심차게 마셔야지ㅎㅎ
금정구 숨은 골목 나들이 관광명소로도 선정된 카페 소록, 좋아요.
카페 소록냥 (2021. 12. 21 아이폰12 배혜경)
3.
수필가 배혜경이 영화와 함께한 금쪽같은 시간.
_ 내가 당신을 볼 때 당신은 누굴 보나요
책에서 언급하려다 뺀 주제가 3가지 있다.
첫째, 아동폭력 _ 아무도 모른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자비에 르그랑)
둘째, 홀로코스트 _ 사울의 아들.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카운터페이터(슈테판 루조비츠키)
셋째, 고양이 _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고양이 춤. 내 어깨 위의 고양이, 밥.
페크 님이 얼마전 페이퍼로 정보를 주셔서 국제신문 시민기자에 반려동물 부문으로 지원했는데 통과. 28일날 있을 사진찍기와 기사쓰기, 두 시간 교육시간을 안내받았다. 새로운 글쓰기가 될 것이다. 합격자 명단에 아는 이름이 두 사람 보였다. 그동안 어떻게 변했을지 여전할지 모르겠지만 그러고 보니 세월이 6년 정도 흘렀다. 내년에는 가는 곳마다 만나게 될 길냥이와 우리집 착한 고양이 모꾸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될 것 같다. 인연은 뜻밖일 때도 있지만 어느 정도 예감되기도 하고 서로 나누는 관심으로부터 이어진다. 좀더 살갑게 눈길 주고 자세히 담고 느껴야겠다. 고양이 눈이 얼마나 매혹적인지는 고양이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들에겐 안비밀.^^ 우리는 서로 깊이 나긋하게 바라볼 것이다.
12월 2일 부산일보 '이주의새책' 소개.
12월 24일 아침 KNN 모닝통통통 '오늘의책' 소개.
크리스마스 선물인 듯... ^^ 감사드린다.
여러 곳에서 메시지와 블로그 등 다양한 방식으로 피드백을 주셔서 이런저런 귀한 마음과 마주한다. 모두 소중하고 감사하다. 내년엔 더욱 겸손하게 또 심지 굳게, 자연스럽게 나아가야겠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책의 목차에 총75편의 영화가 적혀 있다. 모두 내겐 어떠한 의미로 좋은 영화이지만 아래 6편은 그중 꼭 권하고 싶은, 내가 고르는 최고!!!(내 취향일 수도)
0.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1.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
2. 바베트의 만찬
3. 미안해요 리키
4. 아무르
5. 실락원
특히 요즘 <아무르>를 만든 미하엘 하네케 감독의 냉엄한 성찰을 자꾸 떠올린다. 미하엘 하네케 최고!
누워 계신 아빠 걱정을 늘 하면서도 매일은 못 가보고 그 와중에 좋은일도 겹쳐 생기고 해야할 일과 만나야 될 사람과 자리도 띄엄띄엄 있으니 사는 일이 그런 것인가 보다. 생의 비의는 담담히 안고 소소한 기쁨으로 흘러가는 안온한 일상. 오늘 오후에 엄마 드실 반찬 조금 만들어 가봐야지.
연남동 열정타코 옆 요거트카페 'YOU NEED MY YOGURT' (2021.12. 23. 라이카)
가족이라는, 대체로 슴슴한 것 같지만 짠내 나는 이름. 딸들, 많이 컸고 잘해주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