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 무덤들

 

엄원태



아그배나무 잔가지마다

물방울들 별무리처럼 맺혔다

맺혀 반짝이다가

미풍에도 하염없이 글썽인다


누군가 아그배 밑동을 툭, 차면

한꺼번에 쟁강쟁강 소리내며

부스러져내릴 것만 같다


저 글썽거리는 것들에는

여지없는 유리 우주가 들어 있다

나는 저기서 표면장력처럼 널 만났다


하지만 너는

저 가지 끝끝마다 매달려

하염없이 글썽거리고 있다


언제까지고 글썽일 수밖에 없구나, 너는, 하면서

물방울에 가까이 다가가보면

저 안에 이미 알알이

수많은 내가 거꾸로 매달려있다

 

                   

                    - 서재지인님이 주신 시집 '물방울 무덤' 중 / 창비시선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홍수맘 2007-04-13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시가 어려운 저예요.
그래서 오늘은 한번 보고 아쉬워 또 보고 갑니다. ^ ^;;;

오우아 2007-04-13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詩)여! 오늘 나무가지에 물방울들이....

2007-04-13 1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나무집 2007-04-13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많은 내가 거꾸로 매달려 있다'
너무 아슬아슬합니다.

진달래 2007-04-13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인의 아픔이 너무 아파서 많이 울었어요. 시들 읽다가...

프레이야 2007-04-13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페인님, 이 시들을 읽으셨군요. 한꺼번에 읽기엔 가슴이 무거워 전 조금씩
아껴가며 읽을랍니다.
홍수맘님, 저도 어려운걸요^^
오우아님, 오늘 아침 천둥치고 비 내리고 난리였지요.
속삭인 ㅎ님, 작가가 실제로 몸이 많이 아픈 사람입니다.
소나무집님, 우린 아슬아슬한 생명을 달고 사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