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코피예프의 피터와 늑대 음악 그림 동화 시리즈 1
에릭 바튀 그림,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 작곡, 김하연 옮김 / 베틀북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피터와 늑대>를 처음 알게 된 때는 한참 해를 거슬러간다. 큰딸이 여섯 살 때였나 싶다. 그땐 조수미가 들려주는 음반으로 들었는데 조수미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이야기와 오케스트라의 협주, 그리고 낱낱의 악기들이 표현해내는 개성 있는 음색에 매료되었던 기억이 난다. 그 후, 미래출판사에서 나온 그림책으로 일러스트레이션이 판화로 된 특이한 그림책을 만났고 이번에 베틀북에서 나온 ‘클래식 음악과 아름다운 그림책의 만남’ 시리즈의 첫편을 보게 되었다.


이 그림책의 가장 큰 장점은 오디오 CD가 첨부되어 있다는 점이다. 음악을 들으며 그림책을 볼 수 있으니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셈이다. 게다가 일러스트레이션이 강렬한 인상을 주며 환상적인 색감으로 보는 즐거움에 푹 빠져들게 한다. 에릭 바튀라는 프랑스의 일러스터레이터는 이력이 특이하게도 법학과 경제학 전공이다. 등장인물을 작게 그리는 게 특징이라고 하는데 그럼으로써 배경을 아주 넓게 드러내어 보여 시각적으로 시원한 느낌을 준다.


전체적인 풍경과 하나의 분위기로 좌우하는 공간의 색조가 이야기 진행에 따른 인물의 감정과 정서를 잘 표현하고 있다. 한가한 권태로움, 긴장과 환희 같은 감정의 곡선과 시간의 추이를 색감으로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상세하게 그리기보다 절제되고 단순화한 선으로 사물의 윤곽을 그리고, 대신 땅과 하늘은 광활하게 그려놓았다. 거친 붓자국이 보이는 것도 같다. 색감 자체도 깊이가 있어서 보고 있으면 대자연 앞에 선 것처럼 뭉클해진다. 장면마다 땅과 하늘이 맞닿은 지평선과 단순한 타원 형태를 띠는 몇 그루 혹은 한 그루의 나무, 그리고 둥그런 호수와 대낮의 시뻘건 태양, 아스름한 핑크빛의 해거름 태양 혹은 달. 이렇게 자연의 사물들을 보는 이의 마음속에 조용히 가라앉힌다. 그래서 자그마하게 그린 인물들은 모두 풍경 속에 어우러져 두드러지지 않으면서 하나의 풍경이 된다. 특히 내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장면마다 빠지지 않는 길고 평온한 ‘지평선’이었다.


이 그림책은 기존의 <피터와 늑대>보다 음악적인 면에 조금 더 비중을 둔다. 오디오를 통해 각각의 등장인물을 상징하는 악기의 음색을 들을 수 있기도 하지만 왼쪽 장에는 길지않은 글과 함께 각 인물을 상징하는 악기를 그려놓고 악보를 그려놓았다. 글과 악보와 악기의 색깔은 바로 옆 오른쪽에 있는 일러스트레이션의 전체적 색감에 맞추어(초록, 빨강, 파랑, 황금빛 등) 일치해두어서 오케스트라의 협음처럼 전체적으로 안정되고 조화로운 인상을 준다. 예를 들어 피터가 등장하면 바이얼린 등의 현악기, 작은 새가 등장하면 플루트의 가늘고 맑은 음색이 따라나온다. 2학년 정도의 어린이라도 악보 보기를 즐기는 아이라면 무척 관심 있게 볼 것이다. 실제로 피아노를 쳐보았다며 신기해하곤 했다. 프로코피예프라는 러시아 작곡가가 어린이를 위한 음악에 관심이 많았다는 이야기에도 눈을 똘망거렸다.


생명을 함부로 죽이지 않고 용감하며 재치 있는 피터와 꾀많은 작은 새의 활약을 보는 것만으로도 유쾌하다. 그런데 2학년 아이들은 CD를 한 번에 듣고 앉아있질 못하고 너무 길다는 반응을 보였다. 틀어두고 다른 걸 하면서 듣도록 하던지 어른이 함께 앉아 책을 보며 듣는 것도 괜찮겠다. 아직도 꽥꽥거리고 있는, 늑대 뱃속의 오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늑대는 사냥꾼들에 의해 동물원에 잘 갔을까? ^^ 이런 질문도 던져보시면 재미있는 대답이 나올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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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7-01-03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수미꺼루,,하나 지르고 싶은 마음이 바로 생겨요...
울 애들 좋아할꺼 같애요,,,저두..ㅎㅎㅎ

프레이야 2007-01-03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씩씩하니님, 조수미의 CD, 듣기에 참 좋아요. 목소리가 어찌 새소리 같은지요.^^

해적오리 2007-01-03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좋을 거 같아요. 우... 책값에 시집밑천 다 날라가요...

행복희망꿈 2007-01-03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아이들도 태교 CD에 있던 음악을 들려주었더니 무척 좋아하더군요. 소리를 들으면서 참 신기해 하더라구요. 저도 이 책 보관함에 담아두어야 겠네요.

프레이야 2007-01-04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희망꿈님/ 태교음악으로 좋을 듯해요. 내가 들어 즐거우면 아이한테도 좋다고들 하지요. ^^

해적님/ 그러게요. 사고 싶은 책들은 많고...^^

속삭님/ 아침운동 하셨군요. 건강을 위해 아자아자...
그래도 넘 추운데 ㅜㅜ
'마음의 풍금'이란 글귀가 좋으네요.

앨런 2007-01-06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아름다운 책방 신세를 지는 앨런입니다. 님의 책방을 종종 기웃거리고 있답니다.새해 건강과 웃음이 가득가득 하시길.

프레이야 2007-01-06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앨런님/ 오랜 만이에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