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7 - 1941-1945 밤이 길더니… 먼동이 튼다, 완결 (박시백의 일제강점기 역사만화) 35년 시리즈 7
박시백 지음 / 비아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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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법원의 징용 판결로 인한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수 개월동안 우리는 큰 불편을 겪었다. 일본의 비상식적인 조치에 우리 나름의 대응을 하여 불편을 최소화하고 오히려 일본 기업들이 매출 감소 등의 피해를 입었는데 이 사태는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다국적으로 협력을 통한 무역이 대세인 이 시점에서 일본의 조치는 반세계적 반무역적이다. 그들이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것은 징용 판결과 무관하다고 말하지만 아무도 그것을 믿지 않는다. 일제가 패망하고 광복이 된지 75년이 지났지만 일제의 망령이 아직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자신들이 저지른 일을 아직도 반성하지 않고 호시탐탐 군국화의 기회만 노리고 있다. 우리가 조선이 아니고 지금의 국력은 일본의 침략을 용인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미국의 묵인하에 갈수록 군사력을 키우고 있다. 전쟁을 생각하고 싶지도 않지만 일본 군사력의 화살표는 어디로 향하겠는가. 혹시 일어날지 모를 그때를 대비해서 우리는 지난 시절 35년의 기억을 극복해야 한다.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때를 알아야 하고 그때의 치욕을 기억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35년 시리즈는 지난 시절을 기억하기 위한 교재로 알맞는 책이다. 


드디어 이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책이 나왔다. 1941년부터 광복이 되는 45년까지다. 이 시기는 광복의 기쁨도 있지만 그 때를 대비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당했나 하는 슬픔도 있다. 일제는 중일 전쟁을 일으켜서 초기에 성과를 얻었지만 중국의 예상외로 강한 저항에 전선은 고착되고 있었다. 게다가 중국은 좌우 합작으로 일제에 대한 공세를 지속하고 있었기에 점점 중국 전선이 심상치않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때 2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면서 아시아에 대한 영국과 프랑스의 관심이 떨어진 틈을 타서 동남아시아로 침략을 가속시킨다. 이것은 미국의 이익에 대한 위협이 되었고 미국과 일제와의 사이는 벌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진주만 공습으로 미국과 전면전이 일어났고 초기의 불리함을 딛고 미국은 일본을 제압하기 시작한다. 


초기때 일본이 승전한 것은 맞다. 중국이 분열된 틈을 타서 만주를 집어삼키고 결국 중일 전쟁을 일으키면서 승전을 했던 것이다. 무력의 공백이 있던 동남아시아에서도 비교적 어렵지 않게 중요지점을 점령했다. 게다가 미국의 진주만을 쑥대밭으로 만들면서 곧 일본 천하가 될 듯이 난리가 났었다. 그러나 그것은 초기의 짧은 시간뿐이었고 곧 미국이 엄청난 화력으로 일본을 꺾기 시작했다. 일본은 자신들의 패전을 숨기기 위해서 그저 승전 소식만 날조 조작해서 내보내기 시작했고 그것에 속은 국내의 민족주의자들은 속속들이 친일로 전향했던 것이다.


목숨을 걸고 독립 운동을 하던 독립 운동가들은 전쟁이 우리의 광복을 이끌어낼 기회로 봤지만 국내에서 안온하게 저항을 하던 사람들은 일제의 선전에 속아서 독립을 포기하고 민족 반역자가 되었는데 소극적인 친일파가 된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일제의 주장을 선전하고 그들에게 협력을 했던 것이다. 책에서는 마지막권인만큼 친일 인사들이 어떤 짓을 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아는 사람은 알만한 적극적인 친일을 한 사람들은 정치계, 문화계, 종교계 등 전 분야에 걸쳐서 있었다. 우리가 잘 아는 최남선이나 이광수는 물론이고 최린, 윤치호같은 명망가도 있었고 행정가, 구한말 관리 출신 등 그 수를 헤아릴 수가 없다. 신사참배는 하나님의 모독이라고 했던 기독교계도 일부 목사들이 처형되고 나서 많은 부분 돌아섰다. 이들이 조선의 독립에 대해 좌절감을 느꼈다고 해도 그런식으로 적극적인 역적질을 해서는 안되었다.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않은 한푼 두푼 모으고 목숨을 바쳐 독립 운동을 할때 가진 자들의 이런 변절은 여러모로 분개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일제가 패망의 길로 들어서고 있을 때 우리 독립 운동 세력은 일본과의 마지막 한판을 준비하고 있었다. 전쟁에 한 발을 들여놔야 나중에 광복의 순간에 우리의 주장을 강력하게 할 수가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광복군도 창설하고 김원봉의 좌파 독립 세력도 합류하고 외교적으로도 세계 여러나라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 노력했던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국내 진공 작전을 통해서 본격적으로 전쟁에 나설려고 했으나 일제가 항복하는 바람에 무산되고 말았다.


일제가 분단이 되었어야 하는데 소련의 참전으로 우리가 대신 남북으로 분단이 되었고 광복 후의 혼란속에 여러 위인들이 죽고 6.25 동란으로 수 많은 사람이 죽고 말았다. 그때 처리 하지 못한 일제 청산이 오늘날까지 이어진다는 점에서 일제 자체가 얼마나 우리 민족에게 큰 시련을 남겼는지 알아야 할 것이다. 


일제 시대를 다 알기는 어렵다. 난세에 인물이 난다고 독립 운동가들도 많이 있고 민족 반역자들도 많다. 그들을 다 알기는 어렵지만 어떤 인물들이 있었는가를 지금보다는 더 많이 알 필요가 있는데 거기로 인도하는 안내서로써 이 책만큼의 책도 없는 것 같다. 만화라는 수단으로 내용을 보니 더 눈에 잘 들어오고 흡입력이 있다. 술술 읽으면서 일제 시대는 어떠했는가를 그냥 느끼기만 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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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6 - 1936-1940 결전의 날을 준비하라 (박시백의 일제강점기 역사만화) 35년 시리즈 6
박시백 지음 / 비아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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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대는 우리 민족이 처음으로 겪은 식민지 시대였다. 그 시기가 35년밖에 되지 않아도 그때의 영향이 아직까지 미치는 중요한 시대다. 조선이 망하던 시대는 제국주의가 망령을 부리고 힘이 모든 것을 결정할 시기였는데 그것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서 결국 망하고 말았던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일본에 의해서 식민지가 되었다는 것인데 역사적으로 일본은 우리를 수차례나 침략했고 단순히 침략을 떠나서 우리를 말살하려는 의도를 늘 갖고 있다가 결국 그 목적을 달성했던 것이다. 그들이 침략의 편의를 위해서 여러가지 자본을 투자했던것은 사실이지만 그로 인해서 우리가 얻은것보다 오랫동안 간직해온 유무형의 자산이 날아간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이던 일제때문이라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 문화 정치 등 나라 전반적으로 나쁜 영향을 끼쳐 놓았다. 해방을 맞아서 그 시대를 극복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지금까지도 이러고 있는 것이다. 이제 그 시대를 진정으로 극복하는 것은 전쟁을 하고 복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그 시대를 잘 알아가는 것일 것이다.


일제시대에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가는 많은 자료와 책들이 있는데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은 그 때 참 많은 독립 운동가가 있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참 많은 일제부역자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독립운동가를 아는 것은 또다시 그런 일이 일어났을때 우리가 독립 운동가가 되기 위함이고 일제부역자들을 아는 것은 그런 일이 일어났을때 제일 먼저 처단하기 위함이다.


그런 면에서 만화로 나온 이 책은 어떤 책보다도 독립운동사를 한눈에 편하게 보게 하고 주요 인물들을 인상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어서 일제 시대를 관통해서 그 시대를 알아가기에 좋은 책이다. 이번에는 1936년부터 1940년의 시대를 이야기하고 있다. 3.1 운동으로 무단 통치에서 문화 통치로 바꾼 일제는 그렇다고 독립 운동을 그대로 보고 있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 은밀하게 움직이면서 주요 인물들을 감시하고 잡아가는 등 더 악랄하게 대응했다. 그리고 일본 국내적으로는 일본 천황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이 더 강해지고 군부의 힘이 강해지면서 대륙을 침략할려는 야욕이 쎄지고 있었다. 이미 2-30년대를 거치면서 무장 독립 세력을 중점적으로 공격해서 그들의 입지가 낮아지고 있었다.


일본은 이미 만주에 진출해서 어느 정도의 기반을 닦고 있었는데 본격적으로 중국을 점령할려고 한다. 당시 중국은 각지의 군벌들이 세력을 펼치는 춘추전국시대같은 군벌들의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국민당의 장개석이 북벌을 통해서 어느 정도 국내를 안정시키고 있긴 했지만 군벌세력외에도 모택동의 공산당 세력도 있는 등 통합된 나라가 아닌 상태였다. 이것을 노리고 일본이 만주부터 침략하기 시작해서 결국 중일 전쟁까지 일으킨 것이었다.


처음에는 갖은 말로 꼬여서 지원 형태로 인력을 동원했다면 전쟁이 심해지면서 곳곳에서 강제 지용이 시작되었고 사회적 문화적으로 압제가 더 심해졌다. 문화 통치 기간에 허용되었던 짧은 자유는 이때 대부분 다시 무단 통치 시절로 돌아갔고 오히려 더 심해졌다. 창씨 개명을 통해서 조선인들의 정신을 말살하려고 했고 사회적으로도 일장기 말소 사건으로 신문사를 폐간시키고 여러 인사들을 갖은 회유와 협박으로 전향시키고 전반적으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게 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에 있던 여러 독립 운동가들은 일본과의 한판이 멀지 않았음을 깨닫고 독립 운동의 힘을 하나로 모으기로 했다. 여러 독립 운동 단체가 있었지만 그래도 가장 그 이름을 인정 받는 상해 임시 정부를 중심으로 뭉치게 되었고 여기에는 김원봉의 좌파 세력도 합류를 했다. 비록 김원봉 세력 모두가 온 것은 아니지만 중국처럼 좌우합작의 분위기가 성사되고 있었다.


안타까운 것은 일본의 만주 침략으로 인해 러시아가 신경을 곤두세우게 되었다는 것이다. 일본은 역사적으로 러시아와 여러 번의 충돌로 늘 긴장 상태에 있었는데 수 십 년 전인 1905년에 러일전쟁으로 기선을 제압한 바가 있다. 그것을 기억하고 있던 러시아로써는 일본의 동태에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불행히도 당시 소련의 지도자 스탈린은 조선인이 일본 첩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17만명에 이르는 한인들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킨다. 많은 조선인들이 러시아와 그 뒤를 이은 소련에 협력했는데 소수의 변절자를 두려워해서 수만의 사람들을 고통속에 몰아넣은 것이다. 그러나 그 힘든 상황에서도 우리 민족은 결국 살아남았고 오늘날에 '고려인'이란 이름으로 중앙아시아 여러 곳에서 삶을 개척하고 있다.


책은 만화라는 수단을 통해서 전개시키고 있어서 보기 좋다. 중요한 내용을 잘 선별해서 중요 인물들과 함께 이야기가 이어져서 읽기 편하다. 많은 인명이 나오지만 뒤에 가서 한번 더 짚어주고 있어서 기억하기에도 좋게 짜여져 있는게 좋다. 마지막 광복편까지는 또 어떤 내용이 이어질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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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경찰 - 포도청을 통해 바라본 조선인의 삶
허남오 지음 / 가람기획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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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경찰은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일 때만 좋을 뿐 가까와서 좋을 것 없는 존재다. 직업이 안 좋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좋은 일로 경찰을 자주 만날 일은 없기에 경찰을 자주 만난다는 것은 그만큼 안 좋은 일이 있다는 뜻일 것이다. 광복 이후에 새로운 민주 공화국의 경찰이 생겼지만 그 근간은 일제 시대에 있었던 치안 제도를 그대로 이어 받은 부분이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에게 경찰 제도가 없었겠는가. 경찰이라는 조직은 근대 이후로 체계적으로 만들어졌지만 그 비슷한 제도는 있었다. 일제에 의해서 명맥이 끊겼지만 전 시대인 조선에는 포도청이라는 사법 기관이 있었던 것이다.


이미 드라마나 문학 작품등에 많이 나와서 포도청이나 포도 대장 이런 것에 낯설지는 않다. 그러나 이 포도청이 어떻게 생겨났고 어떤 기능을 했는지 정확하게 아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조선 시대의 경찰 조직이 어떠했는가를 살피면서 그 속에서 당대인들의 삶을 엿보는 기회를 주고 있다.


우선 책은 철종때 포도청 습격 사건을 통해서 당시 사회를 살펴 보고 있다. 궁궐을 수리하기 위해서 전국에서 목수들을 불러 모았는데 일종의 상납 관계에서 문제가 생겨서 목수들이 경찰을 때려 잡는 일이 생겼던 것이다. 기세 등등 했던 일당들에게 눌려서 처음에는 달아났지만 결국 포졸들을 동원해서 주모자를 잡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조선이 건국하고 가장 긴급했던 것은 왕궁의 방비였을 것이다. 혁명을 일으킨 만큼 그것에 불만을 품은 자들이 궁궐로 향했을 것인데 그것을 막기 위해서 초기의 경찰 조직이 생겨났다. 곧 정국이 안정되면서 민생을 살피기 위해서 포도청이라는 정식 경찰 조직이 이어졌던 것이다. 당시에는 도둑이 극성을 부렸는데 이것을 그대로 두면 백성들의 원성이 자자했기에 당시 조정으로써는 이 도둑을 잡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그것을 통해서 순찰을 도는 제도도 생겨났고 궁궐을 수비함과 동시에 당시 서울인 한양의 치안을 방비하면서 경찰의 체계가 잡혀 갔던 것이다.


서울에는 포도청이 있었고 지방에는 중영청이 있어서 각 수령과 함께 사법 기관으로써의 기능을 했지만 사실 포도청은 서울과 그 인근지방에 국한된 기관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포도청의 존재 의의가 지금 같이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왕권을 수호하기 위해서였기에 일단 한양을 잘 지키는게 일순위였다. 서울은 한성부라는 지금의 특별시청같은 조직이 있었는데 한성부에서도 치안을 담당했는데 한성부보다 포도청이 좀 더 전문적인 수사 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책에서는 임시적인 성격이 강했던 포도청이 어떻게 상설 기관이 되었는지를 과정을 잘 알려주고 있는데 오늘날보다는 훨씬 광범위한 분야에서 임무를 이행했다. 오늘날로 치면 일반 경찰에다가 사법경찰 ,경제경찰, 풍속경찰 등 사회 전반에 걸쳐서 백성들과 밀접한 곳에 있었던 것이다. 


포도청은 구한말 근대식 경무청으로 제도가 바뀌게 된다. 옛 제도를 근대식으로 잘 바꾸었는데 만일 일제가 없었다면 전국적으로 더 나은 경찰 제도가 확립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일제가 침략하면서 포도청으로 시작해서 경무청으로 이어진 조선의 경찰 조직은 끝나고 말았고 우리나라는 일본식의 경시청이 생기면서 경찰에 대한 악랄한 이미지가 생겨나게 되었다. 사실 경찰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는 일제때 만들어진 것은 맞지만 그걸 그대로 이어온 것은 지난 시절 독재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했던 지금의 경찰이다. 경찰이 스스로 독립하지 못하고 정권의 향배에 따라 가서 일제를 청산하지 못하고 최근에 들어서야 어느 정도 이미지가 회복된 것이다.


책은 사실 읽기 쉽지 않다. 지은이가 경찰 출신인데 조선 시대 경찰 조직을 상세하게 잘 설명하긴 하지만 각 장이 따로 떨어져 있는 느낌을 주고 건조한 문장이라서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다. 몇가지 일화들로 읽는 재미를 느끼도록 했지만 내용 자체가 조금 어렵다. 하지만 1800년대에야 생겨났던 서양의 근대적인 경찰 제도에 비해서 우리나라는 수 백년전에 상설 경찰 조직이 있었다는 점에서 조선의 경찰을 살펴보는 좋은 기회를 주고 있다. 경찰 제도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조선 경찰의 역사를 살필 수 있어서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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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 오스만 제국에서 아랍 혁명까지
유진 로건 지음, 이은정 옮김 / 까치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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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가 중동이라고 불리는 아랍은 테러와 관련해서 많은 비난과 함께 오해를 낳고 있는 지역이다. 아랍이 일방적으로 잘못했는가? 만일 그렇다면 온 지구상의 국가들이 아랍을 지도상에서 없애려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상 한쪽이 전부 잘못 한 경우는 없다. 얽히고 설켜서 시초를 찾을 수가 없지만 다른 쪽에서도 그만큼의 잘못을 했는 것이다. 아랍의 역사를 알아야 이 지독한 갈등의 현상을 조금이나마 완화시킬 수 있다. 아랍에 대한 무지는 갈등을 더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우선 아랍의 뜻부터 살펴봐야 할 것이다. 아랍은 아랍어를 모국어로 쓰는 지역이라는 뜻인데 지리 문화적으로 북아프리카의 모로코에서부터 동쪽으로 사우디, 카타르까지가 아랍 지역이라고 할 수있다. 이 지역의 주된 종교가 이슬람교라서 아랍이 곧 이슬람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아랍지역에는 기독교도 있어서 지역과 종교는 일치 하지 않는다. 이란과 터키는 이슬람 국가지만 아랍은 아닌 것이다. 아시아에 있는 인도네시아도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이 많지만 아랍이라고 하지 않는 것과 같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아랍의 역사 중에서 500여년에 이르는 아랍 근대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 시기가 오늘날 아랍의 정체성과 여러가지 문제점을 형성시키는 중요한 시대이기에 이 때를 잘 이해한다면 오늘날 아랍 정세를 이해 할 수 있는 것이다. 지은이는 아랍의 근대화의 시작을 오스만 제국의 아랍 정복으로 정하고 있다. 오스만은 북아프리카에서 아시아에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했는데 이 판도안에 아랍 지역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원래는 아랍인 자신들이 거주하던 각 지역 대도시의 통치를 받았지만 이제는 저 멀리 이스탄불의 술탄에게서 모든 통제를 받아야 했다. 이때가 외부 세력에 의해서 아랍이 지배당하게 된 처음의 시기였다.


처음에 오스만의 정책은 너그럽다고 할 만했다. 제국을 인정하고 술탄의 권위에 따른다면 큰 압박이 없었다. 아랍인들은 자신들이 살아온 방식 그대로 살아가면 되었고 정해진 법에 따라서 세금을 내고 제국의 신민으로 잘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오스만 제국의 힘이 약해지면서 평화가 깨지기 시작했다. 오스만은 제국의 여러 권역에서많은 도전을 받게 되었다. 유럽의 경쟁자들에게 크로아티아, 헝가리, 트란실바니아, 포돌리아, 우크라이나 영토를 잃게 되었던 것이다. 영토의 상실은 필연적으로 재정의 궁핍으로 이어져서 아랍에 대해서 여러가지 압박이 가해지기 시작했다.


문제는 오스만이 개혁을 한다면서 오스만 민족주의를 강요했다는 점이다. 오스만 사회의 다양한 민족과 종교적 구분을 초월해서 오스만주의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조장하려고 했던 것이다. 한마디로 '오스만인' 이라는 정체성을 통해서 외부의 침략에 대응하고자 했는데 이 과정에서 각 지역과 종교에 새로운 압력으로 작용했고 이것에 대응해서 강력한 반발을 일으키게 되었다.


이미 오스만은 무늬만 제국일뿐 그 힘과 영향력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었는데 영국과 프랑스를 위시한 서방 기독교 세력의 성장과 함께 아랍 세계의 독립 열망으로 더욱 더 궁지에 몰리게 되었다. 오스만이 결정적으로 망하게 된 것은 제 1차 세계대전에서의 패전때문이다. 한마디로 줄을 잘못 섰는데 독일을 편들었다가 패배하게 되었던 것이다. 당연하게 독립을 할 줄 알았던 아랍은 오스만 대신에 영국과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게 되었다. 평범한 아랍인들은 대아랍국가가 생기기를 바랬지만 이미 각 지역별로 작은 민족주의가 부상하고 있었다. 


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면서 수세에 몰린 영국과 프랑스는 아랍인들에게 협력을 댓가로 독립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들의 약속은 진실되지 못했고 오스만의 지배와 영프의 식민지 시절로 인해서 하나의 민족 공동체가 되기가 어렵게 되었다. 게다가 아랍중에서 팔레스타인은 영국이 이스라엘과도 이중 계약을 하는 바람에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문제의 근원이 되었다.


비록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는데는 실패했지만 전후 탈식민지화의 바람으로 독립을 이루게 되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2차 세계 대전이 끝나면서 시작된 이 두 강대국간의 경쟁에 아랍 세계는 속수무책으로 끌여들어갈수밖에 없었는데 두 진영 모두와 잘 지낼 수는 없고 한쪽에 서야 했던 것이다. 아랍은 비동맹운동을 통해서 중도의 길로 갈려고 했지만 당시는 그런 제 3지대가 있을 수가 없었다. 미국 아니면 소련이었던 것이다.


냉전이 끝났다고 해서 아랍이 진정한 독립의 분위기가 된 것은 아니었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이후로 유일 초강대국 미국의 영향력이 온 아랍 세계를 뒤흔들었다. 미국의 대아랍정책은 오락가락했고 이슬람 교조주의의 부상과 테러리즘의 등장으로 아랍은 새로운 화약고가 되었던 것이다.


책은 오스만 제국의 아랍 정복에서부터 세계 대전을 거쳐 식민지 시절과 냉전 그리고 각자도생하게 되는 복잡한 아랍의 근대사를 일목요연하게 잘 보여주고 있다. 아랍이 왜 오늘날 분쟁의 주된 장소가 되었는지 그 역사적인 근원을 바라보게 하였고 현상을 이해하게 하였다. 오스만과 영국 프랑스, 그리고 미국과 소련이라는 당대 최고의 강대국의 영향력에 지배당하게 된 것이 아랍에게는 불행의 씨앗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이 절망스런 상황속에서도 독립 국가를 이루어냈고 2011년에는 도미노처럼 독재 정부를 타도하고 민주주의를 쟁취하게 되었다. 오랜 세월이었지만 결국 어느 정도의 진전은 있었던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진정으로 하나의 대아랍의 탄생과 평화일것인데 과연 가능할런지 모르겠다.


우리에게 멀리 있다는 이유로 아랍에 대해서 많이 모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우선 정책은 아랍에 있고 유사시에 주한미군이 이동하기때문에 우리와 아주 연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랍에 평화가 온다면 그만큼 우리에게도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아랍의 역사를 객관적으로 알아 가는 것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이 든다. 그런 아랍을 알아 가는 관문으로써 이만한 책도 없다. 아랍의 역사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책이 별로 없는데 이 책만 봐도 아랍의 근대화 흐름을 이해할 수 있어서 아랍에 대해서 알아가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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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클럽
레오 담로슈 지음, 장진영 옮김 / 아이템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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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지지 않는 해라고 불렸던 영국의 국력이 세계 최강이었을 때 이 나라가 단순히 무력이 쎄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물론 군사력으로 다른 나라를 압도했기 때문에 국력이 컸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그것과 함께 내적인 능력도 컸기에 오랫동안 제국으로써 있을 수 있었던 것이다. 군사력과 함께 인문학적인 능력도 대단해서 세계에 끼치는 영향력이 컸다. 인문학, 철학, 역사학, 미술학 등등 우리가 오늘날에도 언급하는 많은 부분이 영국이 잘 나갈 때 이룩했던 학문의 성과다.


원래 난세에 인물이 많이 난다고 했다. 우리의 과거를 보면 임진왜란때나 조선말의 국권상실기에 많은 인물이 나서 임진년에는 성공을 했지만 조선말에는 결국 실패를 했다. 그러나 그 어느때보다 많은 위인이 있었는데 영국은 자신들의 국력이 컸을때 많은 인물이 나왔다. 이 책은 그 잘 나가는 때의 영국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일종의 집단 전기이다.


일단 책 제목인 더 클럽이란 것이 무엇인가. 그것은 하나의 모임이었다. 단순하게 친목을 다지는 사교 클럽. 하지만 참석하는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엄청나다. 새뮤얼 존슨 , 조슈아 레이놀즈 , 애덤 스미스 , 제임스 보즈웰 , 에드먼드 버크 , 에드워드 기번 등등. 이중에서 한 두명은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에드워드 기번은 '로마제국 쇠망사'를 쓴 저명한 역사학자고 애덤 스미스는 저 유명한 '국부론'을 쓴 경제학자다. 새뮤얼 존슨은 당대 최고의 영국 문학 비평가이자 시인이었고. 이처럼 대단한 인물들이 모였던 모임이라니 그 자체가 대단하지 않았겠는가.


모임 자체는 거창할지 몰라도 모이게 된 계기는 그냥 단순하고 소박했다. 바로 먹고 마시면서 마음을 위로하기 위함이었다. 미술가인 조슈아 레이놀즈가 울적해하던 새뮤얼 존슨을 위로하기 위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선술집에서 술 한잔 하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할 때 새뮤얼 존슨이 생기가 있었기에 친구인 조슈아 레이놀즈가 모임을 만든 것이다. 아마 처음에는 가까운 사람 몇 사람이서 모였을 것이다. 그것이 새뮤얼 존슨을 고리로 여러 저명한 학자 정치가들이 모이면서 그럴싸한 클럽이 되었다. 이들이 술만 마신건 물론 아닐 것이다. 그 속에서 여러 사안에 대해서 토론도 하고 격렬한 논쟁도 하면서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 클럽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새뮤얼 존슨과 제임스 보즈웰이다. 모임의 고리가 되는 것이 새뮤얼 존슨이기 때문에 그가 중요한 위치에 놓였고 이 클럽에서 인상적인 이야기나 각 인물의 일대기가 바로 제임스 보즈웰에 의해서 쓰여졌기 때문이다. 제임스 보즈웰은 뛰어난 기억력으로 각 인물에 대한 전기를 풍부한 글로 되살려내고 있다. 물론 그의 주관적인 입장에서 쓴 글이라서 객관성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그 어떤 누구보다도 가까운 위치에서 오랫동안 있었던 일들을 적었기 때문에 오히려 객관적으로 바라 볼 수 있는 것이다.


제임스 보즈웰과 새뮤얼 존슨은 처음 만났을때 각각 50대와 20대였다. 거의 30년이 차이났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곧 말이 통했고 곧 둘도 없는 벗이 되었다. 당대 최고의 문학가였던 새뮤얼 존슨을 제임스 보즈웰이 많이 따랐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훗날 제임스는 새뮤얼의 전기를 쓰기도 한다. 보즈웰의 명성이 그리 높지 않았기에 클럽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는데 존슨이 다른 회원들을 설득해서 결국 클럽의 일원이 된다. 그가 클럽에 들어가게 됨으로써 이 역사적인 클럽의 진가가 훗날에 전해지게 되는 것이다.


책은 새뮤얼 존슨을 중심으로 여러 인물들의 일생을 이야기하는 집단 전기의 성격을 띈 내용이다. 아주 세밀하게 쓴 평전이라기 보다는 굵직 굵직하게 일어난 일들을 기록하면서 그 속에서 각 인물의 성격이나 스타일을 짐작하게 하고 있다. 앞부분은 실질적인 주인공인 새뮤얼 존슨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글쓴이인 제임스 보즈웰의 부분도 상당하다. 후반에 들어가서 상대적으로 짧지만 애덤 스미스나 에드워드 기번 같은 다른 클럽 멤버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그렇게 빛나던 클럽은 새뮤얼 존슨이 죽고 글쓴이인 제임스 보즈웰이 모임에 나가지 않음으로써 재미있고 편안하던 분위기가 빛이 바랬다. 클럽 자체는 존속했고 나름 유명인들이 계속 들어왔지만 유명하고 능력있는 인물들이 빠지는 경우도 흔했고 나중에는 정계와 귀족 모임으로 비춰지게 되었다. 여성은 들어갈 수 없었기에 끝까지 남자들만을 위한 모임이었다.


책은 재미있다. 18세기 후반 당대 최고의 인물들이 한 선술집에 모여서 정기적으로 토론과 유흥을 즐겼다는 더 클럽이라는 모임 자체가 흥미로왔다. 이들의 모임에서 당대 영국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집단 전기라는 독특한 형식의 내용도 잘 못봤던 구조여서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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