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궁궐 이야기 - 아이에게 알려주는 궁궐 안내판과 조선 역사
구완회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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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안 사는 사람으로서 크게 부럽진 않지만 정말 부러운 것이 있다면 서울에만 있는 것, 바로 궁궐이다. 우리 나라 역사에서 각 시대 별로 궁궐이 있었지만 대부분 사라지고 남은 것은 조선 시대 궁궐 뿐이다. 당연하게도 조선의 도성이었던 한양 즉 서울에 모든 궁궐이 있다. 


그런데 화나고 안타까운 것은 수 백 년의 세월을 버텨온 궁궐이 원형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일본에 의해서 사라지고 없어지고 왜곡된 것이 많다는 사실이다. 저 멀리는 임진 왜란때 왜군의 침략으로 경복궁이 불탔고 그 뒤에 중건된 경복궁조차도 일제에 의해서 강제로 헐리는 전각들이 많았다. 조선 최고 최대의 법궁이라는 경복궁이 그랬기에 다른 궁궐들의 처지는 더 험악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이제는 광복된지도 오래되었고 국력이 커지면서 파괴된 우리 궁궐의 많은 모습을 복원하고 있다. 단순히 복원한다고 궁궐이 그대로 가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궁궐을 찾고 알아가야 그 궁궐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궁궐에 대해서 소상히 설명하는 이 책이 참으로 뜻 깊다라고 하겠다.


사실 교과서에서 따로 궁궐에 대해서 배우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왕이 살던 곳, 일을 하던 곳 이런 가장 기본적인 개념만 알고 있는터라 각 궁궐에 대해서 많이 아는 사람이 드물다. 이 책은 관심은 있으나 관련된 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 딱 좋은 책이다. 가족이나 친구끼리 궁궐에 갈 때 거기에 있는 여러 안내판의 내용을 중심으로 각 궁궐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쉽게 잘 풀어내고 있다.


우선 조선의 첫번째 궁은 경복궁이다. 이른바 법궁. 임금이 거처하고 대신들과 정사를 논하는 오늘날로 치면 청와대같은 곳이겠다. 그런데 화재나 전쟁 같은 재난이 발생할 것을 대비해서 제 2 법궁을 세웠는데 그것이 창덕궁이다. 여기에 창덕궁을 확장하면서 창경궁을 만들어서 두 궁궐을 합해서 동궐이라고 불렀다. 이에 비해서 경복궁은 북궐.


북궐과 동궐의 양궐 체제는 임진왜란때 궁궐들이 불타버리면서 붕괴되고 만다. 폐허가 된 경복궁대신 창덕궁을 재건하면서 광해군때 경희궁을 새롭게 짓는다. 이러다가 고종때 대원군에 의해서 경복궁이 원래보다 더 크게 중건이 된다. 그리고 대한제국때 고종이 임시 궁궐이었던 경운궁을 황궁에 버금가는 궁궐로 중건을 해서 오늘날에 이르게 된다. 원래부터 5개의 궁궐이 아니라 처음에 양궐 체제였다가 시대적인 배경으로 인해서 3개의 궁이 더 생겨난 것이다.


책은 각 궁궐에 대해서 소상이 설명하고 있는데 지금의 경복궁이 원래의 크기보다 많이 작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일제가 조선 왕실의 권위를 훼손하기 위해서 여러 전각들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조선총독부를 세워서 민족 정기를 억누르려고 했다. 원래는 약 500여개의 전각이 있었는데 일제때 많은 부분 없어졌고 광복후에 많이 복원한 것이 146동이라고 한다. 조선의 법궁인만큼 건물들도 많고 웅장한 궁이다. 책은 사정전, 강녕전, 경회루 등등 여러 건물들을 설명하면서 거기에 얽힌 여러 일화들을 소화하고 있다.


창덕궁은 임진왜란 이후 조선의 법궁으로 오랫동안 이어왔다. 조선 왕들이 가장 오래 머문 공간이다. 조선 전기에도 왕자의 난이 있었던 경복궁보다는 창덕궁을 더 선호했다고 한다. 창덕궁에서 가장 먼저 눈여겨봐야 할 곳은 후원이다. 옛날에 비원이라고 불렸던 곳으로 이곳은 자연과 어우러져서 극치의 아름다움을 조화롭게 이룩한 궁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이기도 하다. 몇 가지 전각들이 눈에 띄는데 먼저 희정당을 보면 조선의 마지막 빛이라고 할 수 있는 효명세자가 짧은 기간 개혁을 시작했다가 급서한 곳이다. 그의 죽음으로 조선은 망국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대조전은 경술국치가 이루어진 곳이고 낙선재는 조선의 마지막 남은 왕실 여인들이 살던 곳이다. 


임진왜란 때 임금이 머무른 작은 행궁이었던 경운궁(오늘날의 덕수궁)은 고종때 황제가 거처하는

 궁으로써의 위상을 가지게 되었다. 경복궁보다는 작아도 일국의 궁으로서 위엄은 가질 정도는 되었지만 일제 이후로 엄청나게 축소된다. 사실 덕수궁에 가면 금방 한 바퀴 돌면 끝이다. 하지만 우리가 보는 모습은 원래의 3분의 1밖에 안된다고 하고 원래 있던 전각들은 다 사라지고 10% 정도만 남아 있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다. 고종이 황제의 위에 오른 환구단과 대한문, 대한 제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지었지만 망국의 한이 돼버린 석조전 등을 잘 설명하고 있다.


책은 경희궁을 끝으로 궁궐의 역사를 마무리한다. 경희궁은 근처에 지은 아파트 이름으로 더 유명한 곳인데 서울에 남은 궁궐중에서 가장 유적이 적은 곳이다. 궁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남은 것이 없다. 그래서 안내판에도 궁궐'지'라고 되어 있다. 옛날에 궁궐이 있었던 곳이라는 표시다. 책은 몇가지 건물과 궁의 흔적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전체적으로 쉽고 재미있게 잘 쓰여진 책이다. 이 정도면 우리나라 궁궐들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안다고 할 정도로 중요한 지식을 잘 전개한 내용이다. 부모용 역사참고서라고 하는데 그냥 역사와 궁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조선 궁궐의 전체적인 내용을 어렵지 않게 알아가게 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관련 사진도 많고 편집도 짜임새 있게 잘 짜여져서 지루하지 않다. 책을 덮으면 바로 달려가서 내용을 확인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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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11-09 0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궐과 전통정원들에 대한 책 조금 많이(?) 읽어봤는데 이 책 궁금하네요~
책 소개 감사합니다

살리에르 2021-11-09 22:41   좋아요 0 | URL
아주 전문적인건 아니지만 핵심적인 내용을 짜임새 있게 잘 전달하는 책이란 생각이 듭니다. 글도 어렵지 않게 쓰여져서 초심자들에게 괜찮은 책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