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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 1~2 세트 - 전2권
스티븐 킹.피터 스트라우브 지음, 김순희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9월
평점 :
스티븐 킹은 공포 문학의 대가다. 일단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탁월해서 책을 읽다 보면 금방 시간이 간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꾼이 스티븐 킹만 있는 것은 아닐터. 우리나라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피터 스트라우브'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잘 만들어내는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 두 재주꾼이 만나서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낸다면 얼마나 대단한 작품이 나올까 싶은데 실제로 그 일이 일어났다. 바로 이 책 '부적'이다. 공동 저작인데 어떠한 협력 관계로 어느 만큼의 역할 분담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책을 읽다 보면 두 작가의 스타일이 언뜻 언뜻 느껴지게 된다.
일단 이야기 구조를 보면 거대한 대서사시를 연상시킨다. 힘없는 작은 소년이 혼자의 힘으로 어려움을 헤쳐나가고 끝내 목적을 달성한다는 전체적인 이야기에 문학 작품처럼 단단한 배경 묘사와 설정으로 이야기가 두툼해지는 내용이다. 주인공은 '잭 소여'라는 이름인데 어디서 들어본 것 같지 않은가. 바로 대문호 마크 트웨인의 모험 소설인 '톰 소여의 모험'에서 따왔다고 한다. 어찌보면 모험 소설이자 성장 소설이라는 점에서 두 작품이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도 있겠다.
책은 주인공인 잭이 미국 동해안의 한 휴양지에서 어머니랑 시간을 보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단순하게 쉬러 간 것이 아니라 어머니가 몸이 아파서 휴양하러 간 것이었다. 그리고 어머니는 죽어가고 있었다. 잭을 위로해주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버지도 아버지의 절친이자 잭의 보호자인 토미 삼촌도 죽고 그들에겐 기댈 곳이 없었다. 그들을 쫓아오는 것은 죽음뿐만이 아니라 소여 집안을 삼킬려는 아버지 동업자 모건까지 있었다.
그런 가운데 잭은 우연히 '스피디 파커'라는 노인을 만나게 된다. 그 노인은 어렸을때 잭을 만난적이 있고 심지어 위험에서 구해준 적도 있는데 잭은 기억을 못한다. 그리고 놀라운 이야기를 듣는데 이 세상에는 없는 새로운 세상이 있는데 '테러토리'라고 불리며 그곳에는 마법이 통하는 세상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세상과 이 세상에는 자신과 똑 같은 사람이 살아가고 있는데 '트위너'라고 부른다고 한다.
모든 사람에게 트위너가 있는건 아닌데 일단 잭에게는 트위너가 없다. 그러나 어머니에게는 트위너가 있는데 저 세상에서 어머니는 바로 여왕이라고 한다. 그런데 거기서도 여왕은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세상의 어머니와 저 세상의 여왕을 모두 구하려면 잭이 저 세상으로 가서 여왕을 구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직 소년이었던 잭으로써는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서 저 세상으로 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그들을 압박하던 모건도 저 세상을 알고 있고 트위너도 있다. 대체 어떤 이유로 그들을 그렇게 괴롭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모건의 검은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잭은 테러로리로 가서 '부적'을 찾아야 했다. 그 부적을 찾아서 여왕을 살리면 어머니도 살릴 수 있고 모건의 음모에서도 살아날 수가 있는 것이다.
스피디는 잭이 저 세상으로 가서 조력자를 찾아 부적을 쫓으라고 말한다. 잭은 저 세상으로 통하는 약물을 먹고 조력자인 '캡틴'을 찾지만 거기서 모건의 일당을 마주하게 된다. 알고 봤더니 어렸을때 잭을 납치할려고 했던 모건의 수하이자 살인자였다. 거기다가 모건까지 나타난다. 저 세상을 아는 사람은 몇명 없을줄 알았는데 모건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저 세상의 세력을 이용해서 잭의 가족을 위협하고 제거할려고 한다.
모건의 일당에서 어려움을 겪게 되고 식인식물의 습겨까지 겪게 되지만 늑대인간 울프를 만나면서 여러 가지 일을 겪고 다시 이 세상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야기는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된 것이 모건 때문임을 알려준다. 이쪽과 저쪽의 세상을 이용해서 큰 이익을 얻으려는 그의 욕심에 많은 일들이 일어나게 된 것이었다.
울프와 함께 서쪽으로의 여정을 계속하던 잭은 경찰에 의해서 어느 교화 시설로 보내진다. 열악하면서도 착취를 하는 그 곳에서 둘은 고생을 하게 되는데 무엇보다 큰 어려움은 거기의 지배자인 가드너 목사가 사실은 저쪽 세상의 트위너였던 것이다. 저쪽 세상의 살인자는 이쪽 세상에서도 악한 존재라서 그들은 큰 고통을 겪게 되고 결국 큰 일이 벌어진다.
그 일 이후로 잭은 유일한 친구라고 할 만한 '리처드'를 찾아가는데 그는 악당 모건의 아들이었다! 사실 모건은 이제 발톱을 드러냈지만 원래는 아버지의 중요한 동업자였다. 아버지와 함께 사업을 일으켜서 그때까지 키워왔던 것이었다. 그러기에 모건의 아들과도 친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리처드와 함께 다시 저 세상으로 넘어가게 되고 거기서 여러 싸움을 통해서 결국 '부적'을 갖게 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나는가 싶다가 모건과 그의 일당들에 의해서 다시 곤경에 처하게 되고 잭의 모험은 끝을 향해 치닫게 된다.
이 책이 나온 것은 1984년도라고 한다. 사실 우리가 사는 세상과 또 다른 세상이 있다는 평행 세상 이론은 여러 장르에서 많이 쓰고 있는 소재여서 크게 새로울 것은 없지만 그 당시에는 상당히 신선하면서도 강렬한 느낌을 주는 배경이었을 것이다. 책은 내용이 길지만 배경 묘사가 길어서 실제 이야기 전개 부분은 그리 많지가 않다. 그래서 많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진도는 빨리 나간 편이었다. 단순히 모험을 하는 이야기만 쓴 것이 아니라 심리 묘사나 배경 설명등을 상세하게 함으로써 이야기 구조를 좀 더 입체적으로 그리고 있다.
이야기의 끝은 다시 집으로 돌아온 잭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톰 소여의 모험'에서 보였던 톰의 모습이 연상이 된다. 하지만 아직 '부적'에 대해서 다 알려진 것도 아니다. 그리고 톰은 집에 왔지만 모험이 끝난 것은 아니다. 책은 모험의 뒷 이야기를 암시하고 있고 실제로 17년 후에 후속편이 나왔고 3편도 준비중이라고 한다. 1편에서 모험을 통해 성장한 잭이 2편에서는 어떤 세상을 만나게 될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