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나무 아래의 죽음 캐드펠 수사 시리즈 13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 는 상당히 고급스런 추리 미스터리 소설 시리즈다. 제목에 나와 있는 캐드펠이라는 카톨릭 수사가 사건을 풀어나가는 일종의 탐정 같은 역할을 하는데 사실 늘 기도하면서 경건한 삶을 사는 수사가 사건을 풀어가는 해결사를 직업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어떤 탐정이나 수사관보다도 날카로운 지성을 가진 캐드펠이 수도원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어찌 보면 수동적이지만 적극적으로 풀어간다. 이미 그의 능력을 아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배경은 12세기 전반기다. 1100년대인데 우리 나라는 그때 고려 시대로 묘청의 난이 일어나고 좀 더 지나서 그 유명한 무신정변이 일어나게 되는 연대다. 지은이는 이때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을 치밀하게 조사하고 구성해서 이야기만 읽어도 당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다. 그 당시 사람들의 삶의 형태에서 사건이 일어나고 그것을 잘 파악해서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다. 


캐드펠은 나이가 있지만 단순히 나이가 많아서 추리를 잘 하는 것은 아니다. 젊었을 때 전쟁에 나가서 인간 본연의 선악을 크게 느끼게 되었고 이후 종교에 귀의해서 수도사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미 사람의 심리에 대해서 많은 것을 깨달았고 그런 것과 함께 여러 경험이 어우러져서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어서 그 많은 일들을 해결하고 있다.


이번 책의 사건은 단순하게 말해서 장미 한 송이로 일어난다. 장미는 어떤 상징일 것이다. 이 장미로 인해서 살인과 실종 등 여러가지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다.

주디스 펄은 남편을 잃고 자신의 집을 수도원에 기부를 했는데 조건부다. 조건은 성 위니프리드의 축일에 백장미 한 송이를 받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주디스는 젊고 이쁜데다가 재산도 많다. 어느 누가 그녀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백장미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은 엘루릭 수사는 그 자신도 젊은데 매번 주디스를 보다가 그만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런데 그가 죽었다. 장미나무 아래에서 칼에 찔린 채 발견이 된 것이다. 그리고 주디스가 납치를 당하면서 행적이 묘연해졌다.


이 사건들도 해결이 되지 않고 있는데 또 하나의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주디스의 직원이었던 버트레드가 그녀의 흔적을 쫓다가 죽게 된 것이다. 그는 왜 살인을 당했을까. 그를 죽인 사람은 엘루릭 수사를 죽인 사람과 동일범인가.


이야기는 당연하게 주디스의 주위 인물들을 조사한다. 그들 중에 순수한 사랑의 감정으로 주디스와 결혼하려는 사람은 몇 없으리라. 대부분 그녀의 재산을 노리고 구혼을 했을터. 그러나 어떤 인물을 특정하기에는 정보가 부족하다. 게다가 살인 사건이 또 일어나고 주디스는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래도 캐드펠은 계속 해서 주위를 탐문하고 조금씩 실마리를 풀어 나간다. 결말은 사람에 따라서 뜻밖이라고 느낄 수도 있다.


주인공 주디스는 젊은 미망인이다. 아이도 없고 재산은 많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독립적이기 어려운 시대상을 잘 이용한 이야기다. 그런 시대적 배경에 장미라는 상징적인 소재를 끌어들여서 인간 본연의 욕망과 탐욕 등을 잘 버무려 낸 작품이다. 차근차근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캐드펠의 솜씨가 여전히 좋고 치밀한 심리 묘사가 돋보인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톺아본 백제사 순간들 - 히스토리텔러 이기환 記者의
이기환 지음 / 주류성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우리 고대사에는 삼국 시대라는 것이 있었고 고구려,백제, 신라가 패권을 겨루다가 당의 지원을 받은 신라가 삼국을 통일했다는 것은 역사를 배운 사람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삼국의 역사는 기본적으로 관련된 역사서가 고려 시대에 편찬된 삼국 사기와 삼국 유사밖에 없어서 불분명한 부분이 많다. 그나마 신라는 경주의 유적 유물을 통해 어느 정도 맞춰갈 수 있지만 고구려 백제는 신라와 당에 의해 멸망 당한 나라라서 잊혀진 부분이 많다. 그러던 것이 최근에 들어와서는 발굴을 통해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진 것도 많고 그동안의 연구 결과가 축적이 되어서 어느 정도 역사의 빈자리를 채워나가고 있다.


이 책은 다른 시대 역사에 비해서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백제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건국부터 멸망까지 쭉 다룬 통사는 아니고 중요한 사실을 중심으로 이리저리 얽힌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들려주고 있는데 작가가 이런 글쓰기에 솜씨가 있는 사람이다. 지금도 신문에 글을 연재하고 있는데 쉽고 재미있게 소개를 잘 한다.


책은 처음 한성백제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오늘날의 수도인 서울은 조선 시대만의 수도가 아니었다. 백제 초기 하남위례성이라는 수도가 있었는데 그것이 오늘날의 서울로 오랫동안 여겨졌었다. 그런데 어느 지역 인가에 대한 명확한 기록도 없었고 관련한 유물 유적이 없었었다. 그냥 뭔가 강력한 집단이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토성이 있었을 뿐이었는데 1996년 말 백제의 수도가 어떠했는지를 알 수 있게 하는 일이 벌어진다. 


아파트 재개발 현장에서 백제토기 편들이 무더기로 발견이 된 것이다. 곧 정식 발굴을 통해서 엄청난 유물을 수습하게 된다. 이곳이 바로 풍납토성이다. 발굴 결과 폭 43m 이상에 현존 높이 11m에 이르는 사다리꼴 형태의 토성임이 밝혀졌다. 이 정도 거대한 규모는 당시 왕권에 준하는 강력한 절대 권력 만이 만들 수 있었다. 공식적으로 한성백제의 터라고 정한 것은 아니지만 기존의 몽촌토성을 하남위례성으로 추정해온 학계에 커다란 충격을 주면서 풍납토성이 한성백제의 수도였다는 강력한 주장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관련 유물로 봤을때 타당한 것 같았다.

책은 이 풍납토성의 유적 발굴을 상세히 이야기하면서 이 곳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을 잘 하고 있다.


무령왕릉의 발견은 한국 고대사 최대의 사건이었다. 이미 조선 시대와 특히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웬만한 왕릉은 대부분 도굴을 당했기에 당시까지 남아 있는 처녀 고분은 있으리라고 생각 못했었다. 그런데 한번도 도굴 되지 않은 왕릉이라니..훗날 무령왕릉으로 밝혀진 이 왕릉은 수 많은 유물을 수습했고 여러 명문을 통해서 당대의 역사를 재정립 하는 큰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이미 이 왕릉은 일제 강점기 당시 공주 지역의 문화재 도둑 가루베에 의해 도굴을 당할 뻔 했었다. 전문 지식도 없이 마구자비로 왕릉을 헤치고 다녔던 이 도굴꾼은 무령 왕릉의 가치를 몰라서 더 파보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이 귀중한 역사가 우리 손에 의해 밝혀질 수 있었다.


한 가지 안타까운 사실은 당시까지 이런 도굴 되지 않은 왕릉을 발굴 해보지 못했었기에 정말 세밀하게 천천히 발굴을 하지 못하고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후다닥 해치웠던 것이다. 관련된 학자들은 훗날 다 후회하는 심정을 남겼는데 고고학의 경험이 많이 쌓이지 않았던 당시로서는 어쩔 수 없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이 밖에도 '백제금동대황로'의 기적 같은 발견과 거기에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용 문양을 새긴 백제 시대 명품 구두나 백제판 구구단 목간 등 흥미로운 유물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쉽게 잘 설명하고 있다. 신라에도 영향을 준 것을 보면 당시 백제는 찬란한 문화를 발전시켰고 그 유산은 엄청 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멸망과 전잰 등으로 그 진면목을 오롯이 느낄 수 없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책은 재미있다. 많은 부분 우연히, 운 좋게 발견되어 가슴이 철렁 내려 앉을 뻔 했던 이야기와 함께 아주 수준 높은 문화를 누렸던 당시 백제의 모습을 잘 알 수 있게 한다. 지은이가 기자이지만 역사 학자 못지 않은 식견과 끈기로 당대 백제를 잘 재현해서 더 가깝게 느끼게 했다. 앞으로도 많은 연구를 통해서 백제의 진면목을 더 많이 알 수 있게 되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근대 괴물 사기극 (저자 친필 사인 수록) - 거짓말, 실수, 착각, 그리고 괴물 퇴치의 연대기
이산화 지음, 최재훈 일러스트 / 갈매나무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성은 '생각'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생각에는 다양한 감정이 있는데 그 중에서 불안이나 공포심이 있다. 바로 두려움인데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서 걱정하는 것을 말한다. 인간 자체가 불완전한 존재기에 병에 걸려서 괴롭거나 다른 사건 사고로 일이 일어날 것을 대비해서 보험까지 든다. 이를테면 막연한 두려움이 있는 것이다.

존재 하는지 존재 하지 않는지도 모를 어떤 절대자에 대해서 공포를 갖고 있기도 하다. 과거에 과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각종 자연 재해에 대해 그런 마음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오랫동안 인간들의 마음 속에 축적되어온 그런 생각들이 눈에 보이는 것으로 발현이 된 것이 바로 '괴물'이다.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 보단 실제로 있다고 눈에 보인다고 하는 것이 어쩌면 더 마음을 편안하게 했을지도 모른다.일단 본다는 것은 피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괴물은 인간 마음 속 깊숙이 내재되어 있던 공포감이나 불안, 두려움이 눈에 보이는 형태로 만들어진 것이다. 당연히 근거가 없는 상상 속의 존재다.

그런데 인간이 만들어낸 이런 괴물의 존재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각 괴물의 존재를 잘 연구한다면 당대 사람들이 갖고 있던 여러 생각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번에 나온 '근대 괴물 사기극' 은 괴물이라는 것에 대한 총체적인 안내 책이라서 큰 의미가 있다. 이 책은 1700년대부터 1900년대까지 '믿을 만한' 괴물들을 엄선해서 그 존재 이야기를 잘 풀어주고 있다. 사실 괴물은 오래전부터 있어왔지만 좀 더 믿을 말한 괴물이 나타난 것은 과학이 발달하기 시작한 시대 이후다. 고대의 괴물은 나중 사람들이 봐도 너무 허무맹랑하고 믿기 어려운 내용이 많았기에 과학이 발달한 때 이후의 괴물들은 나름 논리성을 갖추고 그럴 싸한 것이 많이 등장했다. 그중에서 나름의 의미가 있는 29가지 괴물을 이 책에 실었다.

먼저 1700년대의 '동물 인간' 을 소개한다. 사실 인간은 여러 종이었지만 진화를 거듭하면서 오늘날의 사피엔스 종만 남았는데 어느 정도 문명이 발달하고 과학 지식이 퍼진 시대에도 자신과 다르게 생긴 인간을 동물로 취급하고 신기하게 바라보는 일이 제법 있었다. 그들에게 '좀 다른' 인간은 일종의 괴물이었으리라. 그랬으니 인간을 '전시'하기 까지 않았겠는가. 이 책의 동물 인간은 주로 밤에 활동하며 땅굴을 파고 사는 종이며 일반 인간과는 구별된다고 한다.

주로 유럽 백인을 기준으로 그 생활 형태에 어긋나는 것은 무조건 괴물로 여기던 시절이었다. 물론 과학이 더 발달하면서 이 동물인간의 실체를 알게 되긴 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인간과 아주 닮았지만 결코 인간이 아닌 존재에 대해서 매혹되었다. 결국 이것은 자신과 다른 것에 대해 존중이 결여된, 편견이나 혐오를 가졌던 것이다. 인간이 가진 이 추악한 관념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어서 앞으로도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1800년대 괴물들 중에서 '수정궁의 이구아노돈' 은 좀 더 현실적인 괴물이다. 아니 어쩌면 진짜 괴물이라고 하겠다. 원래 이구아노돈은 백악기 전기 유럽에서 서식했던 조각류 공룡이다.사실 공룡이야 말로 진정한 괴물 중의 괴물이다. 인간을 압도하는 힘과 몸을 가졌고 인간 역사는 찰라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수 억 년을 살았던 동물이다. 그런데 수정궁 공원의 이구나노돈은 잘못 복원된 고생물의 상징이라고 한다. 에를 들어 앞다리를 들 수 있었던 원래 모습과는 다르게 수정궁의 이구나노돈은 네 발로 걸었다. 책에서는 어떻게 해서 이 고대 생물이 그런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소개가 되었는지 잘 알려주고 있다.

1900년대의 대표적인 괴물은 네스호의 괴물인 '네시'다. 영국 최대 호수인 네스호에 살고 있다는 이 괴물은 수 많은 목격담과 수 많은 사진 등으로 그 진실 여부가 늘 이슈가 되는 괴물이다. 과거의 많은 괴물들이 당대에 반짝하고 그 존재를 부정 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달한 오늘날에 와서도 이 네스호의 괴물은 죽지 않고 있다. 많은 사진들이 있다고 해도 그 중에 상당수는 조작이고 나머지는 존재를 확인할 수 없었다. 생긴 것은 대략 중생대 수장룡 플레시오사우루스 와 비슷하게 보인다. 이 괴물은 최근까지도 심심치 않게 언론에 떠오르는데 이쯤 되면 이걸 진짜로 믿는지 가짜로 믿는 척 하는지 모르겠다. 사실 네시 덕분에 스코틀랜드는 관련한 산업으로 큰 이익을 얻고 있다고 한다. 진짜 있다면 모습을 드러냈을 이 괴물은 이제는 하나의 캐릭터가 되어서 아마도 영원할지도 모르겠다.

어중이떠중이에 괴물 같지도 않은 괴물 말고 어느 정도 믿을만한 구석이 있는 괴물들을 골라 완전 해부한 이 책은 지은이가 수 년을 공을 들여 쓴 책인데 그 노력한 티가 난다. 각 괴물의 특성과 의미를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고 시대성도 잘 설명하고 있어서 '주요 괴물 소개서' 에 걸맞게 수준 높은 내용을 보여준다. 존재하지 않는다고 누군가 에게 무시 당할 수도 있는 괴물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이토록 고품질의 글을 쓴 지은이가 대단하다. 게다가 이해를 돕기 위해 실린 흑백 삽화는 괴물을 실제 보고 그렸다고 할 수도 있을 정도로 수준 높다.

책은 막 쉽게 읽히진 않는다. 괴물들을 가볍게 소개하기 위해 쉽게 쓴 글들에 비해서 어쩌면 '괴물학' 적인 내용이 가득해서 천천히 읽어야 내용을 잘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괴물이라는 환상적인 내용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틀림없이 만족스럽게 읽을 책이다.

내가 아이였을 때 '괴물이다' 하면서 장난쳤던 기억이 있다. 조카가 아이였을 때 괴물 놀이를 했었다. 요즘 아이들도 괴물이다 하면서 놀고 있다. 괴물은 친숙한 존재이면서 무섭기도 하고 피하고 싶은데 가까이 다가오기도 한다. 상상 속의 존재지만 진짜 있는 듯한 느낌도 든다. 어쩌면 인류가 멸망 할 때까지 이 괴물은 인간 곁에 있을 지도 모른다.

현대에 들어와서 그 현실성은 떨어지더라도 존재감은 여전한 괴물에 대해서 깊이 있게 쓴 이 책, 참 귀하다.



[본 서평은 부흥 까페 서평 이벤트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https://cafe.naver.com/f-e/cafes/10758331/articles/233016?boardtype=L&referrerAllArticles=fals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옛적 서울 이야기 - 우리가 몰랐던
배한철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역사란 것은 단순 하게 과거에 있었던 모든 것을 말하지만 보통은 '정치사' 위주다. 어떤 사건이 있었고 그것으로 인해서 나라가 어떻게 되었고 그런 식이다. 사실 정치가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것만이 역사는 아니다. 무엇을 먹고 어떤 것을 입고 어디에 살았나 같은 기본적인 의식주 이야기도 엄연히 역사다. 


요즘에는 그런 세세한 역사를 '미시사' 라고 하긴 하는데 그전부터 일반 생활에 관한 역사 서술도 나오긴 했는데 정치사에 비해서 관심이 적었던 것 같다. 그러나 오늘날의 모습들은 많은 부분 과거에서 온 것이 많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서울의 모습이 이미 옛날에 있었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제목처럼 옛날 서울의 모습이다. 주로 조선 시대의 모습을 이야기 하고 있는데 그때의 모습이 형태만 달랐지 행동이나 모습이 지금과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놀랐다. 사실 일제 강점기에 조선의 모습을 애써 지우려 했기에 우리의 역사를 자연스럽게 이어가지 못한 점이 있다. 그래서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도 지금에 와서 신기하게 느끼는 것이겠다. 중요한 것은 과거는 현재의 거울이라는 것이다. 과거에 흥 했던 것은 오늘날에도 흥 할 가능성이 높다.


책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누는데 1부에서는 한양을 소개하고 2부에서는 한양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옛 서울의 모습을 이야기 하고 있다. 

처음 이야기로 '조선은 소고기 왕국' 이라는 제목으로 관심을 끈다. 보통 조선 평민들은 그리 잘 살지 못하고 배부르게 먹지 못했다고 많이 알고 있는데 밥도 아닌 고기를 그렇게 많이 먹었다는 것이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그런데 책에서는 우리 나라 사람들이 그렇게 고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그것도 소고기를. 돼지 고기도 많이 먹기는 했지만 소고기에 비하면 그 열기가 약했다고 하니 소고기 사랑이 얼마나 대단 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때부터 수 백 년 좋아했으니 지금까지도 소고기 값이 비싼 것 아니겠는가. 사실 소고기가 맛있긴 하다. 


지금 서울은 높은 집값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그런데 이미 조선 중후반기에 비슷하게 당시 한양의 부동산 가격이 높았다고 한다. 임진,병자 양란이 끝나고 나라가 안정되면서 점점 인구가 늘기 시작했는데 먹고 살기 위해 한양으로 몰려드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리고 서울 방어를 위해 설치된 여러 군영의 병사들을 지방민에서 충원하면서 그들의 식구들도 서울로 오게 되면서 인구 밀도가 더 높아지게 된다. 이때 병사들과 그 가족 인원을 대략 계산하면 5만명 정도라고 한다. 당시로는 하나의 큰 고을 인구가 통째로 서울에 온 것이었다. 지금의 서울 집중 현상이 벌써 오래 전부터 쌓이고 있었던 것이다. 


한양 도성은 북악산과 인왕산, 남산, 낙산 등 서울의 네 가지 산의 능선을 따라 축조됐다. 이 산들은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굽이굽이 이어지는 성곽과 조화되면서 더 큰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어느 정도 높이에 있는 곳에 성곽이 만들어졌기에 거기서 보통 서울 도심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좋은 조망 지역이 된다. 지금도 경치가 좋은데 조선 시대도 보기가 좋아서 많은 시인 묵객들이 발길이 이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이른바 '순성놀이'를 했다고 한다. 성둘레를 따라서 한 바퀴 돌면서 성 안팎의 경치를 구경했다고 하는데 순성을 하면 과거에 급제하거나 가게가 잘된다고 하는 등의 미신이 성행해서 많은 사람들일 했다고 하는데 적어도 건강에는 큰 도움이 되었을 듯 하다. 서울에 알려진 많은 문화 유산 가운데 한양 도성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서 많이 붐비지는 않으니 지금이라도 '순성' 하면 좋을 듯 하다. 


이밖에 명동이나 삼성동, 뚝섬, 잠실 등 여러 지명의 유래와 그때 당시의 모습 등을 이야기하면서 옛 서울이 어땠나를 잘 알려주고 있다. 전체적으로 조선 시대 서울의 세세한 면을 잘 알아가는 기회가 되었다. 그때 이러했는데 지금도 비슷한 것을 보면 신기한 느낌도 들면서 옛 사람이나 지금 사람이나 가치를 알아보는 것은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재미있다. 서울 사는 사람이라면 바로 떠올릴 익숙한 곳의 이야기를 하기에 재미 있는 부분도 있고 중간 중간 관련된 역사를 같이 이야기해서 더 세밀하게 알아갈 수 있었다. 쉽고 흥미롭게 글을 썼고 관련된 그림이나 사진을 많이 실어서 이해를 돕고 있다. 서울의 지리와 관련된 부분도 그랬지만 당대 서울 사람들의 모습을 가깝게 느껴지게 해서 좋았다. 잘 알려지지 않은 서울의 속살을 알 수 있는 기회여서 읽으면 좋을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벌거벗은 세계사 : 과학편 벌거벗은 세계사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벌거벗은 세계사는 TV 방송 프로그램인데 세계사의 이모저모를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어서 종종 보는 방송이다. 그런데 방송 시간의 제약과 여러 사정으로 더 세세하게 내용을 다루기 힘든 부분이 있는데 그럴 때 필요한 것이 책이다. 그런 점에서 방송 내용을 더 보완하고 더 정제해서 책을 냈으니 바로 책으로 보는 벌거벗은 세계사다. 여러 분야의 책들이 나왔는데 이번에는 과학편 이다. 과학이라고 해서 딱딱한 이론의 내용이 아니라 많이 알려진 내용이지만 실은 정확하게 모르는 과학적 사실이나 과학의 인물들을 소개하고 있어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책은 총 10개의 소주제를 선정해서 소개하고 있는데 우리가 익숙한 인물이 나와서 좀 더 흥미가 가는 점도 있다. 화산과 백두산 괴담은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 내용이다. 기본적으로 백두산이 활화산이라서 언제라도 폭발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물론 그 확률은 떨어지지만 만일 활동을 시작한다면 우리에게는 상상도 못할 재난일 것이다. 책에서는 우선 로마의 폼페이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나폴리만 연안에 있던 이 고대 도시는 화려한 문명을 자랑하던 번성하던 곳이었는데 근처 베수비오산이 분화하면서 도시 전체가 화산재로 뒤덮였다. 이때 최소 6400명에서 최대 2만 명에 이르는 시민이 잿더미에 묻혀 죽었다고 한다. 이 흔적이 오랜 시대를 거쳐서 오늘날에 발굴이 되어 그 참혹한 현장을 알게 된 것이다. 


책에서는 화산이 왜 어떻게 분화하는지 판 구조론을 들어 설명하는데 참 무섭다는 느낌이 든다. 백두산은 과거 분화 때도 동북아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는데 도시가 발달한 지금에 폭발한다면 어쩌면 나라가 멸망할 지도 모르겠다. 


노벨의 이야기는 대단하다는 느낌과 함께 측은하다는 느낌도 들게 한다. 노벨은 우리에게 노벨상으로 유명한 사람이지만 당대 최고의 화약 전문가였다. 바로 다이너마이트의 발명자였다. 책에서는 그가 어떤 식으로 다이너마이트를 만들게 되는지 잘 설명하고 있다. 처음에 이 화약은 큰 돌을 깨거나 길을 만들 때 쓰는 등의 산업적인 용도로 만들었지만 어찌 이것을 그런 용도로만 쓰겠는가. 곧 여러 전쟁에서 사람을 죽이는 살상 용도로도 쓰이기 시작했다. 


노벨의 별명은 '죽음의 상인' 이었다. 그는 선의로 만든 자신의 화약이 결국 사람들을 죽이는 것에 큰 충격을 받고 고뇌에 빠진다. 결국 유언을 통해 자신의 전 재산을 물리, 화학 등 세상을 위해 연구한 연구자들에게 상을 주라고 한다. 그 유명한 노벨상이다. 노벨상은 최고 권위의 상으로 인류의 삶을 증진 시킨 많은 과학자들에게 지금도 수여되면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너무나 바빠서 연애 할 시간이 부족했던 노벨에게 찾아온 사랑이 거짓말을 일삼은 사기꾼이었다는 사실이다. 사기꾼 소피 헤스가 좋은 사람이었다면 노벨의 후반기를 더 빛나게 했을 텐데 그러지 못해서 노벨이 측은하게 느껴졌다.


마리 퀴리 우리에게는 퀴리 박사라고 알려진 이 여성은 참 대단한 인물이다. 남녀 차별이 극심하던 그 시절에 대학까지 갔고 똑똑한 많은 남성들을 제치고 방사선 연구의 1인자가 되었다. 책에서는 마리가 어떻게 자랐고 어떻게 연구를 했는지 잘 말해주고 있다. 퀴리 부인도 대단하지만 그 가문이 더 대단하다. 퀴리는 오늘날에도 깨지지 않는 물리학상, 화학상 두 개의 동시 수상 기록을 갖고 있는데 그의 남편, 첫째 딸과 첫째 사위, 그리고 둘째 사위까지 총 6개의 노벨상을 수상했다. 아마 전무후무한 가문일 것이다. 실제로 그의 가문은 이후로도 과학계로 많이 진출해서 여전히 연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안타까운 것은 방사선을 발견했지만 방사능의 위험성까지는 몰랐기에 퀴리 부부와 그를 이은 딸까지 비교적 이른 시기에 세상을 떴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퀴리 부인이 이룩한 업적은 훗날의 많은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책은 이밖에 갈릴레이, 에디슨, 다윈, 오펜하이머 등의 인물을 통해서 당대의 현실과 갈등 그리고 나중에 끼친 영향 등을 재미있게 잘 설명하고 있다. 이들이 만든 이론이나 과학적 사실 등은 자세히 다루지 않고 그들 일생을 통해서 어떻게 과학이 발달하게 되었나 등의 의미를 잘 설명하고 있어서 좋았다. 이 책을 통해 과학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그것이 쌓이고 쌓여서 나중에 더 크게 터지게 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과학사를 흥미롭게 다루어서 과학에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