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끝나는 곳
온다 리쿠 지음, 이정민 옮김 / 시공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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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은 이 책 단독으로 하나의 작품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독특하다고 하는 것은 다른 책에서 주요한 소재로 등장하는 소설을 실제로 쓴 것이다. 작가의 '둔색환시행' 이라는 책에서 저주 받은 책으로 소개하는 바로 그 문제의 책이다. 작가는 일부분의 책 내용과 제목만 언급하는 것에서 벗어나서 실제로 그 책을 따로 펴냈는데 바로 이 책이다.


둔색환시행과 짝으로 읽으면 좋긴 하지만 이 책은 그 자체로 완결된 느낌이라서 꼭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지 않아도 된다. 그냥 독립된 다른 책으로 읽어도 된다. 특정 책에 언급된 책을 독립적으로 펴내는 형식이 참 독특한 것인데 그것이 아니라고 해도 완성도는 높고 온다 리쿠라는 작가 특유의 몽환적이면서 특이한 상황의 이야기가 잘 펼쳐진다.


책의 열 두 살 아이인 '비짱' 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름에서 보듯 딱 정해진 이름이 없다. 비짱은 일종의 별명같은 것이다. 어디서 왔는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불분명하다. 비짱이 사는 곳은 외딴 곳에 있는 '추월장' 이라는 곳이다. 유곽이라고 하는데 사실 아이 입장에선 이 곳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알 수 없을 것이다. 책은 시종일관 아이에 대해서 모호한 입장을 취한다. 아이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주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도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바로 아이에게는 세 명의 엄마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아이를 낳은 엄마 가즈에. 그리고 일상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알려주고 가르쳐주고 키워주는 선생님이자 엄마인 사야코. 또 추월장의 카운터를 보는 표면상의 엄마 후미코. 친엄마는 가즈에라고 할 수 있겠지만 실제적인 엄마의 역할은 사야코라고 하겠다. 후미코는 그냥 서류상의 엄마이고. 세 명의 엄마가 있지만 한 명의 엄마만 있는 것과 같은 상황.


'사야코' 엄마는 비짱에게 창문 너머 어느 어두운 곳을 '밤이 끝나는 곳' 이라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이 곳은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비짱과 엄마나 만나는 장소이기도 했다. 만날 수만 있다면.


책은 나인 '비짱'의 시점에서 모호하면서 애매한 분위기의 그 상황을 잘 묘사하면서 전개가 된다. 처음에 모든 것이 비밀에 쌓여 있는 듯한 내용이 시간이 지나가면서 하나씩 하나씩 밝혀진다. 성별도 정체도 끝에 가서는 알려지는데 일본 근대사의 어떤 특정한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진다. 그것에 따르면 비짱은 그냥 '아무나'가 아니라 '존귀한 신분' 이었다. 하지만 사건이 실패하면서 비짱의 존재도 잊혀진다. 비짱은 평범하게 자라지만 과연 그 때 그 일이 진짜로 일어났는지 진짜 내 자신이 그런 신분이었는지 알 수가 없다. 


'둔색환시행'의 액자 소설인 이 책은 작가 특유의 글쓰기가 잘 느껴지는 책이다. 온다 리쿠 작가는 몽환적이면서 환상적인 내용의 소설도 잘 쓰는데 거기에 잘 부합하는 내용이었다. 책 전개가 좀 불친절한 면이 있긴 하지만 독특한 설정과 전개가 쉽게 잘 읽힌다. 이 책과 짝인 소설 '둔색환시행'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 소설은 영화보다는 연극이 낫겠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거기에 공감이 간다. 연극화하기에 딱 좋은 전개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영상화가 안되게 이런 저런 일이 일어났나? 읽는 순서는 상관없지만 둔색환시행과 함께 읽으면 더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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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색환시행
온다 리쿠 지음, 이정민 옮김 / 시공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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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는 '히가시노 게이고' 와 함께 여러 장르의 책들을 그야말로 공장 처럼 많이 펴내는 대표적인 장르 전문 작가다. 미스터리 스릴러물이 많긴 하지만 SF나 공포 문학의 책들도 종종 쓰는데 전체적으로 작품의 질이 균일한 편이다. 그래서 책이 나오면 그 이름값 만으로도 읽고 싶어지는 작가 중의 한 명이다. 이번에 나온 이 책은 작가의 필력을 유감 없이 발휘한 내용인데 무려 15년 만에 완성된 작품이라고 한다. 실제 있었던 어떤 일을 실마리 삼아 오랫동안 내용을 숙성 시켜 서 쓴 글인데 기존의 작품들에 비해서 분량이 길다. 내용도 특이하다기 보다는 있을 법한 내용을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는데 새삼 작가의 글쓰기 능력을 다시 보게 할 정도로 밀도 있게 쓴 책이었다.


책의 주된 소재는 소설 '밤이 끝나는 곳' 이다. 이 소설은 영상화를 시도했는데 세 번이나 중단되었다고 한다. 모두 의심스러운 사고가 일어나서 계속 이어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영화를 찍다가 죽은 사람도 있고 보니 계속해서 영상화를 시도할 엄두가 안 났던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저주 받았다고 느껴져서 더 이상의 진척이 없다. 그렇다면 이 책의 내용이 대체 무엇이길래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난 것인가. 주인공인 소설가 '후키야 고즈에' 는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로 하는데 마침 이 상황의 관계자가 모두 모이는 크루즈 여행에 함께 갈 기회가 생긴다. 


크루즈 선상에는 이 소설의 첫 번째 감독이었던 쓰노가에와 프로듀서 신도, 편집자 시마자키 그리고 만화가 콤비인 마나베 자매가 타고 있었는데 이들 모두가 소설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고 또 소설 자체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무엇보다 의뭉스러운 것은 고즈에의 남편인 마사하루다. 사실 이 두 사람은 각기 결혼을 하고 이번에 재혼을 한 사이인데 마사하루의 전처가 영화의 시나리오를 썼던 '사사쿠라 이즈미' 였던 것으로 밝혀진다. 이즈미는 시나리오를 쓰고 자살을 했기에 나중에 고즈에와 결혼하게 된 것이다. 왜 남편은 그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까. 뭔가 다른 내막이 있는 것인가. 고즈에는 묘한 느낌을 가지면서 크루즈 배를 타게 된다. 


책은 크루즈 여행에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눈 다는 점에서 '밀실 미스터리'의 형식을 취한다고 볼 수 있지만 아주 긴장감 높은 상태는 아니다. 어떤 사건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이 저주 받은 소설에 관한 여러 관련자들의 이야기를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면서 사건의 진실을 맞춰 갈려고 한다. 작품과 관련해서 새로운 해석도 해 보고 각 인물들에게 일어난 사건들을 살펴 보면서 작가의 실체에 접근하려고 한다. '밤이 끝나는 곳' 을 쓴 작가 '메시아이 아즈사'는 이 작품을 끝으로 사라졌기에 더 의아한 상태다. 


원작자는 사라져서 생사를 알 수가 없고 영화를 위한 시나리오를 쓴 작가는 자살했고 영화를 찍는 도중에 배우나 스태프가 사망하는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니까 영상화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그런 와중에 세 번이나 시도를 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할 정도다. 이쯤 되면 대체 이 소설이 무엇이길래 또 작가가 어떤 사람이길래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해질 법도 하다. 책은 그런 수수께끼의 상황을 되짚어 보면서 그 속의 숨은 의미를 찾는 과정을 가진다.


책 분량이 좀 많긴 하지만 아주 복잡한 내용은 아니기에 술술 잘 읽힌다. 등장 인물의 처음에는 좀 헷갈리지만 이들이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가 되어서 나중에는 잘 구분이 된다. 책의 제목에 '둔색' 이라는 단어는 검은 바다를 가리키기도 하지만 '모호함'이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고 한다. 책 내용 역시 애매하고 모호한 느낌을 주는 것들이 있다. 영상화 제작이 세 번이나 중단된 것 자체가 뭔가가 있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책은 미스터리의 형실을 취하지만 뭔가 공포스러운 분위기도 있고 판타지적인 면도 있다. 이 모든 장르에서 실력 발휘하는 작가가 자연스럽게 내용 속에 잘 녹여낸 것 같다.


책은 복잡하지 않고 깜짝 놀랄만한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꽤 탄탄하고 치밀한 구성이다. 600쪽이 넘는 분량이지만 어느 한 부분이 처지지 않고 전체적으로 고르게 전개가 되고 있고 어렵지 않게 쓰여 져서 읽기가 좋다. 작가의 다른 작품 보다 쉽게 잘 읽힌다. 결말은 책 제목이 내포한 것처럼 약간 애매하면서 열린 결말같은 느낌도 나는데 대체 책 속 원작이 뭐였길래 이러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놀랍게도 작가는 소설 속 저주 받은 소설도 따로 독립해서 책으로 펴냈다. 이 책은 '밤이 끝나는 곳'과 함께 세트로 읽으면 더 좋다. 두 작품 모두 작가 스타일을 확실히 느끼게 한 책이었다. 흔한데 흔하지 않은 묘한 느낌의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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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손금풀이 레슨 - 어떤 「선(線)」이라도 이 1권으로 전부 알 수 있다!
에미 지음, 김소영 옮김 / 청홍(지상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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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동물과 더불어 살다가 문명을 이루고 살게 되면서 참 많은 일이 일어났다. 이것은 모두 다 더 많은 것을 가지려는 인간들의 욕심에 의해서 일어나는 것이다. 나라의 일들을 보지 않고 개인의 일들을 봐도 더 나은 삶을 살려는 욕망이 있다. 그런데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어떻게 알겠는가. 과거도 알고 싶지만 미래를 알고 싶어하는 인간의 오래된 욕망이 여러가지 점성술로 나타났는데 그중에서 가장 손쉽게 볼 수 있고 나름 그럴싸하게 느껴지는 것은 수상, 바로 손금이다.


사실 손금이 왜 그렇게 생기고 사람마다 다 각기 다르게 있는지 그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삶의 모습이 쌓이고 쌓여서 그렇게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손금을 보는 것은 지금 나를 경계하자는 뜻이다. 어떤 나쁜 것이 있으면 그것을 좋게 하기 위해서 노력하면 되는 것이고 좋은 것이 있으면 가만히 있어도 그것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노력을 해야 이루어지는 것이다. 결국 내 삶을 더 낫게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조심하고 노력하라는 의미에서 손금을 보면 좋을 것 같다.


책은 우선 첫째장에서 가장 기본적인 손금에 대한 이야기부터 한다. 우리 손을 보면 두 손의 손금이 다 다른데 그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기에 두 쪽을 다 봐야 한다. 왼손은 그 사람의 과거나 타고난 성격이 나타나고 오른손은 현재나 미래 지금까지 배운 것이나 경험 그리고 생각이나 전망등을 나타내기에 전체적으로 보기 위해서는 두 손을 다 봐야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4가지 기본선을 강조한다. 감정선과 운명선 생명선 두뇌선이다. 사실 이 4가지 기본선이 손금의 핵심이다. 이들 선만 잘 해석할 수 있어도 자신의 삶을 점검할 수가 있다. 생명선은 말 그대로 생명력을 나타내는 선이고 끊어지기 않고 굵직하며 또렷할수록 활력이 있다.

운명선은 인생을 개척하는 방법이나 노력 그리고 의지 등을 이야기하는데 짚은 손이 곧게 뻗어 있는 것이 좋다. 선이 연한 경우에는 주변 사람들과 협조하면 운기가 올라간다.


감정선은 사물을 보고 느끼는 정도를 이야기하는데 성격이나 열정의 정도 그리고 감정 표현 방법등이 드러나는 선이다. 커브가 클수록 감정이 요동치기 쉽고 직선에 가까울수록 차분하다. 두뇌선은 일종의 직업선으로 길수록 깊이 생각하는 타입이고 남을 신경 쓰지 않는 편이고 짧을 경우에는 직감에 의존하고 행동력이 있는 스타일이라서 관련한 직업을 가지면 좋다. 


이밖에 9가지 언덕을 통해 좀 더 자세하게 자신에게 형성된 운을 해석할 수 있는데 후반부터는 각 기본선에 대해서 여러가지 예시를 들면서 더 자세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실제 선들을 보면서 설명하고 있어서 이해하기에 더 좋다. 자신의 손금을 보고 또 주위 친구들의 손금을 보면서 얼마나 일치하는 지 알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3장은 부자가 되는 길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는데 금전운을 나타내는 태양선과 재운선을 통해 자신의 부를 가늠할 수 있고 어떻게 해야 더 좋은 금전운을 가지게 되는지도 알려주고 있어서 가장 주의깊게 읽었던 부분이다.


이제 마지막장에서는 그동안 배운 손금 내용을 총정리하는 겸 다른 사람을 봐주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실제 응용편에서 복잡한 손금을 제시하고 해석하게 하는데 앞의 내용을 잘 숙지한다면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전체적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었다. 평소 손금은 나름의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해서 관심이 있었는데 실제 내 손을 가지고 해석해보니 어느 정도 맞는 것 같다.앞으로 더 발전 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물론 그만큼 노력해야겠지만. 그림을 적절하게 잘 섞어서 이해하기가 좋고 복잡하게 설명하고 있지 않아서 그만큼 익히기에 좋다. 손금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는 여러가지 의문점들을 해소 시켜 줄수 있는 실전 손금법으로 손색이 없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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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속의 여인 캐드펠 수사 시리즈 6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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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추리 소설 중에서는 상당히 고급 스런 책이라고 생각된다. 12세기 중세를 배경으로 수도사라는 직업을 가진 주인공이 여러가지 사건들을 해결하는데 그 과정이 현대 배경의 이야기 못지 않게 짜임새 있고 스릴감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느릿한 것 같기도 한데 그 느림 속에서 빠른 느낌을 갖게 한다고나 할까. 그래서 옛날 배경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고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하는 책이다.


이번에 나온 책은 다른 시리즈와 비교해서 배경이 좀 더 다양해지고 확대된 느낌이다. 기존의 주인공 수도원 근처에서 일어난 것과는 달리 다른 수도원으로 가서 사건을 조사하는 것도 있지만 끝 부분에 민란과 납치 탈출 등 나름의 스팩타클한 모습을 보여서 더 흥미진진한 이야기였다.


배경은 여전히 내전이 진행 중인 12세기 초 영국. 한 귀족 남매와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동행한 수녀가 캐드펠 수사의 수도원에 오다가 사라진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다른 길로 샜는지 알 수가 없다. 시대가 흉흉한 시절이라서 안 좋은 일이 일어난 것 같다. 그들은 내전을 벌이고 있는 왕후 측근의 조카들이라서 수색팀이 꾸려지지만 좀처럼 찾을 수가 없다.


한편 캐드펠 수사는 강도로 추정되는 무리들에게 폭행 당하고 거의 나체로 길가에 버려져서 사경을 헤메는 한 수사를 치료하기 위해 다른 수도원으로 파견된다. 때는 눈도 많이 내리고 춥기도 엄청 추운 날씨라서 살아 있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 라고 할 정도였다. 그래도 여러가지 의술에 지식이 있던 캐드펠에 의해서 목숨은 건지게 된다. 그러나 너무나 큰 충격을 받은 나머지 기억을 잃어버리고 만다.


캐드펠은 이 다친 수사가 귀족 남매와 수녀를 만났기 때문에 이 근처에서 단서를 찾기로 하는데 다행히 남자 아이는 찾지만 곧 이어 충격적인 것을 보고 만다. 바로 얼음 속에 한 여인이 죽은 채로 발견이 된 것이다. 그 귀족 여인인가 했는데 결국 수녀로 밝혀 진다. 이제 남매를 찾는 일과 살인자를 찾는 일이 생겼다. 모두 단서가 부족하지만 캐드펠은 하나씩 하나씩 작은 조각들을 이어서 사건의 본질을 찾아나간다.


당시는 내란 상태였기에 왕의 통제권이 미치지 않는 지역이 있었다. 여기에서는 자신들의 욕심만 채우려는 도적떼들이 있었는데 마을을 불사르는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을 학살하는 지경에 이르러서 상당히 흉흉했다. 캐드펠과 함께 지역 장관의 보좌관인 휴 베링거가 이들을 잡기 위해서 동분서주한다. 귀족 남매와 수녀를 헤친 장본인이 바로 이 도적들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이야기 후반부로 가면 마을 사람들을 학살한 도적떼의 실체가 드러난다.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그렇게 눈에 띄지 않게 활동할 수 있었나를 알 수 있게 하는데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지역을 선점해서 일종의 산채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도적들은 남매의 어린 동생을 납치해서 자신들이 우위에 있으려고 한다. 이제 이야기는 특수 부대의 민간인 구출처럼 더 스팩타클한 이야기로 전개가 된다.


늘 그렇듯이 범인은 의외의 인물이다. 바로 가까이에 있는데도 몰랐던. 그러나 결국 잡히게 되어 있다. 최고의 명탐정 캐스펠이 있으니 말이다. 책 끝에서는 추리력이 높고 의술에 뛰어나고 과거 전쟁에 참여했던 정도의 정보만 있던 캐스펠의 과거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그 과거가 현재에 영향을 미친다. 자신도 몰랐던 과거의 결과가. 캐스펠은 결국 밝히지 않고 떠나보내지만 나중에 만나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2세기의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역사와 허구를 적절하게 잘 섞어서 흥미롭게 이야기를 전개하는 시리즈인데 이야기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시리즈를 좋아하게 된다. 분명 현대물처럼 속도가 빠른 것은 아닌데 읽다 보면 어느새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딱 읽기 좋은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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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로봇 와일드 로봇 1
피터 브라운 지음, 엄혜숙 옮김 / 거북이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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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독특하면서도 기발한 착상의 책입니다. 지적인 로봇이 야생에 홀로 남겨져서 그저 살기 위해서 움직이다가 결국 동물과 자연에 가깝게 된다는 내용인데 상상력이 보통이 아니에요. 과연 인간이 이 로봇보다 나을것이 뭘까하는 생각도 들게 하면서 감동적인 느낌을 갖게 하는 대단한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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