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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적 서울 이야기 - 우리가 몰랐던
배한철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역사란 것은 단순 하게 과거에 있었던 모든 것을 말하지만 보통은 '정치사' 위주다. 어떤 사건이 있었고 그것으로 인해서 나라가 어떻게 되었고 그런 식이다. 사실 정치가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것만이 역사는 아니다. 무엇을 먹고 어떤 것을 입고 어디에 살았나 같은 기본적인 의식주 이야기도 엄연히 역사다.
요즘에는 그런 세세한 역사를 '미시사' 라고 하긴 하는데 그전부터 일반 생활에 관한 역사 서술도 나오긴 했는데 정치사에 비해서 관심이 적었던 것 같다. 그러나 오늘날의 모습들은 많은 부분 과거에서 온 것이 많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서울의 모습이 이미 옛날에 있었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제목처럼 옛날 서울의 모습이다. 주로 조선 시대의 모습을 이야기 하고 있는데 그때의 모습이 형태만 달랐지 행동이나 모습이 지금과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놀랐다. 사실 일제 강점기에 조선의 모습을 애써 지우려 했기에 우리의 역사를 자연스럽게 이어가지 못한 점이 있다. 그래서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도 지금에 와서 신기하게 느끼는 것이겠다. 중요한 것은 과거는 현재의 거울이라는 것이다. 과거에 흥 했던 것은 오늘날에도 흥 할 가능성이 높다.
책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누는데 1부에서는 한양을 소개하고 2부에서는 한양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옛 서울의 모습을 이야기 하고 있다.
처음 이야기로 '조선은 소고기 왕국' 이라는 제목으로 관심을 끈다. 보통 조선 평민들은 그리 잘 살지 못하고 배부르게 먹지 못했다고 많이 알고 있는데 밥도 아닌 고기를 그렇게 많이 먹었다는 것이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그런데 책에서는 우리 나라 사람들이 그렇게 고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그것도 소고기를. 돼지 고기도 많이 먹기는 했지만 소고기에 비하면 그 열기가 약했다고 하니 소고기 사랑이 얼마나 대단 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때부터 수 백 년 좋아했으니 지금까지도 소고기 값이 비싼 것 아니겠는가. 사실 소고기가 맛있긴 하다.
지금 서울은 높은 집값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그런데 이미 조선 중후반기에 비슷하게 당시 한양의 부동산 가격이 높았다고 한다. 임진,병자 양란이 끝나고 나라가 안정되면서 점점 인구가 늘기 시작했는데 먹고 살기 위해 한양으로 몰려드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리고 서울 방어를 위해 설치된 여러 군영의 병사들을 지방민에서 충원하면서 그들의 식구들도 서울로 오게 되면서 인구 밀도가 더 높아지게 된다. 이때 병사들과 그 가족 인원을 대략 계산하면 5만명 정도라고 한다. 당시로는 하나의 큰 고을 인구가 통째로 서울에 온 것이었다. 지금의 서울 집중 현상이 벌써 오래 전부터 쌓이고 있었던 것이다.
한양 도성은 북악산과 인왕산, 남산, 낙산 등 서울의 네 가지 산의 능선을 따라 축조됐다. 이 산들은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굽이굽이 이어지는 성곽과 조화되면서 더 큰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어느 정도 높이에 있는 곳에 성곽이 만들어졌기에 거기서 보통 서울 도심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좋은 조망 지역이 된다. 지금도 경치가 좋은데 조선 시대도 보기가 좋아서 많은 시인 묵객들이 발길이 이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이른바 '순성놀이'를 했다고 한다. 성둘레를 따라서 한 바퀴 돌면서 성 안팎의 경치를 구경했다고 하는데 순성을 하면 과거에 급제하거나 가게가 잘된다고 하는 등의 미신이 성행해서 많은 사람들일 했다고 하는데 적어도 건강에는 큰 도움이 되었을 듯 하다. 서울에 알려진 많은 문화 유산 가운데 한양 도성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서 많이 붐비지는 않으니 지금이라도 '순성' 하면 좋을 듯 하다.
이밖에 명동이나 삼성동, 뚝섬, 잠실 등 여러 지명의 유래와 그때 당시의 모습 등을 이야기하면서 옛 서울이 어땠나를 잘 알려주고 있다. 전체적으로 조선 시대 서울의 세세한 면을 잘 알아가는 기회가 되었다. 그때 이러했는데 지금도 비슷한 것을 보면 신기한 느낌도 들면서 옛 사람이나 지금 사람이나 가치를 알아보는 것은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재미있다. 서울 사는 사람이라면 바로 떠올릴 익숙한 곳의 이야기를 하기에 재미 있는 부분도 있고 중간 중간 관련된 역사를 같이 이야기해서 더 세밀하게 알아갈 수 있었다. 쉽고 흥미롭게 글을 썼고 관련된 그림이나 사진을 많이 실어서 이해를 돕고 있다. 서울의 지리와 관련된 부분도 그랬지만 당대 서울 사람들의 모습을 가깝게 느껴지게 해서 좋았다. 잘 알려지지 않은 서울의 속살을 알 수 있는 기회여서 읽으면 좋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