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하는 인류 - 인구의 대이동과 그들이 써내려간 역동의 세계사
샘 밀러 지음, 최정숙 옮김 / 미래의창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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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산율의 하락으로 인구 감소가 우려되자 외국으로부터 적극적으로 이민을 받아들이자는 주장이 나온다. 아예 이민과 관련된 관청까지 설립하자고 하는데 그 주장의 실현 여부와 관련 없이 우리 나라도 원주민이 아닌 외국인의 대량 이주가 현실화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출산율의 하락은 우리 나라만 그런 것이 아니라 전세계적인 현상인데 우리가 특히 심해서 노동력 확보 차원에서 이런 주장이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오라고 하면 오는가? 같은 나라에 살면서도 다른 지역으로 이사 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아예 다른 나라로의 이주라는 것이 어려운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법도 하다.


그러나 몇 개의 현실적인 문제를 제거한다면 이주가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 그것은 원래 인류가 '이주 의지'가 있는 동물이라는 것이다. 이주라는 행동이 낯선 것이 아니라 지난 역사 속에서 늘 이주라는 것이 있었고 우리 모두는 이주민의 후예라는 것이다. 사실 이 책을 관통하는 것은 인류 역사의 많은 시간 동안 이주라는 것은 흔했고 정착하는 것은 그리 오래지 않았는데 어느새 그런 인류의 특성을 망각하고 있다는 이야기겠다. 지은이는 인류의 역사를 통해서 이주가 어떻게 이루어졌고 그 결과는 어떠했는지 잘 설명하고 있다.


처음에 네안데르탈인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이 선사시대 인류의 사촌은 어느 순간 멸종을 했다. 다른 인류 사촌들과의 경쟁에서 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인류의 DNA를 분석해보면 이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남아 있다. 이것은 지금 존재하지 않는 다른 인류 사촌들도 마찬가지로 조금의 유전 형질을 우리가 갖고 있을 것이다. 이것이 뜻하는 것은 서로 다른 영역에 살았던 종족들이 이주를 통한 접촉과 결합으로 유전자가 혼합되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인류의 초기 때부터 참 많이도 돌아다닌 결과다. 


그들이 돌아다닌 영역은 상상을 초월한다. 원래의 땅인 아프리카를 벗어나 오늘날의 유럽은 물론이고 더 멀리 아메리카와 오스트레일리아까지 진출했다. 지금도 그렇게 가라고 하면 어려운데 식량이나 교통 수단이 지금과 비교할 수 없던 그 당시의 선사 인류가 어떻게 그 먼 곳까지 갔을까는 상상이 안 간다. 그만큼 이주 의지가 강했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왜 그렇게 떠돌아 다녔는지 정확한 이유는 없다. 아마 대체적으로 먹고 살기 위해서 끊임 없이 이동을 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먹을 것이 없어서 또 더 따뜻한 지역을 찾아서 움직인 것이다. 지은이는 이것에 더해서 강력한 이주 본능을 이야기 한다. 


초기 인류만 돌아다닌 것은 아니다. 인류 역사를 보면 수 많은 이주의 역사가 있다. 이 이주를 통해서 크게 바뀐 역사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여러 경우가 있겠지만 대제국을 무너뜨린 사실이 있다. 바로 서로마 제국의 멸망. 훈족이 아시아에서 밀고 들어오자 거기에 게르만족이 쫓겨 간 곳이 로마 영역이었고 게르만족이었던 고트족이 다시 남하를 하기 시작하고 반란을 일으키고 서로마를 잠식해 가면서 결국 멸망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주에 이주가 더해지고 그것이 연쇄작용으로 큰 혼란을 야기한 것이었다.


성경의 내용을 보면 이주의 역사가 많이 나온다. 강제였던 스스로의 뜻이었던 자신의 삶을 터전을 떠난 것은 이주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는 것도 이주다. 이주라는 것 자체에 어느 정도 어렵지 않게 생각했다는 이야기일 수 있다. 현대 미국을 어떤가. 미국을 이민자의 나라라고 하는데 수 많은 유럽 사람들이 이주해서 개척한 나라다. 거기에 노예제를 위해서 수 많은 아프리카인들을 강제로 끌고 온 역사도 있다. 인종의 용광로라고 하는데 그 만큼 많은 이민과 이주를 통해서 하나의 나라를 만든 정체성을 가진 나라다. 이 나라가 그런 이주의 역사가 없었다면 오늘날 세계 최강의 위상을 가진 나라는 되지 못했을 것이다.


책은 정주의 역사를 가진 인류가 어느새 이주의 역사를 잊고 있던 것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것 같다. 우리가 이주민의 후예라는 것을 사실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오랫 동안 한 곳에서 정착해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 왔기에 다시 이주의 역사가 시작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세상은 첨단 기술로 더 가까와지고 있고 그만큼 이주가 더 쉬워 지고 있다. 게다가 어느 한쪽에서는 이주민이 필요하고 어느 한쪽에서는 이주해야할 사람들이 많아지는 상황이 이루어지고 있다. 과연 이 복잡해진 세상에서 이주의 역사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가.


책은 인류의 역사가 이주라는 형태를 통해 발전해왔음을 주장하고 있는데 그 전까지 생각해 보지 못한 부분이어서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도 더 나은 삶을 위해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로 많은 이민을 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주라는 것이 큰 틀에서 지금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과거 역사에서도 대량의 이주민 유입은 큰 사회적 문제를 불러왔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국경 통과가 비교적 쉽고 이동이 자유로운 유럽과 인근 지역에 비해서 독립된 나라로 오랫동안 유지하면서 외부로부터의 유입이 극히 제한적이었던 우리 나라와는 상황이 다르지 않을까 싶다. 특히 문화적으로 충돌이 일어날 것을 생각하면 앞으로의 이민 정책은 순탄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이주라는 개념으로 인류를 바라보게 해서 역사를 보는 눈을 넓히게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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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천문대 : 태양계 편 - 만화로 배우는 상상자극 천문대, 지구, 태양계 이야기 만화로 배우는 잡학지식, 잡학툰
김화인 지음 / 골든래빗(주)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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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때는 하늘을 보고 별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쉽고 이해하기 어렵지 않은 학습을 한다면 평생을 갈 가능성이 높은데 이 책이 그런 역할을 하네요. 만화를 통해 쉽게 받아들이게 하고 특히 내용 자체가 흥미롭고 지적인 호기심을 자극하게 합니다. 짜임새 있고 충실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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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친절한 이슬람 역사 - 1400년 중동의 역사와 문화가 단숨에 이해되는
존 톨란 지음, 박효은 옮김 / 미래의창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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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는 기독교와 이슬람교다. 수 억 명이 믿는 힌두교도 있지만 인도에 집중되어 있고 수십 개 국가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이 두 종교다. 기독교와 이슬람교는 과거에도 수 백 년 동안 대립해왔으며 현재까지도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태다. 너무나 오랜 기간 싸워왔기 때문에 어디서 어떻게 손을 봐야 할지 모를 정도다. 게다가 이슬람교는 그 자체로 분열되어 또 서로가 싸운다. 모든 싸움의 근원에는 상대에 대한 '존중' 과 '이해'의 부족에 있다. 과거도 그렇고 오늘날도 마찬가지로 그 이해가 부족해서 화해가 어렵다. 한 마디로 모른다는 것이다. 


사실 최근의 많은 테러는 주로 극렬 이슬람주의자가 일으켜서 이슬람이라고 하면 테러부터 연상이 된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에게 그런 낙인이 찍혀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상적인 종교 치고 평화와 사랑을 이야기 하지 않는 경우는 없다. 이슬람의 성경이라고 할 '코란'에도 무수히 많이 적혀 있다. 일부 구절을 멋대로 해석해서 성전 운운하는 것은 근본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그러나 그것을 믿고 '알라'를 위한다는 미명하에 테러를 저지르는 것이다. 테러의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나 그것이 무고한 사람을 죽이는 명분은 안된다는 것이다.


세계를 선도하는 이른바 선진국은 주로 기독교 문명이 바탕이 된 나라들이 많다. 반면에 이슬람 문명을 바탕으로 한 나라 중에 선진국에 드는 경우는 잘 없지 싶다. 전체적으로 기독교 신자가 많은 기독교 국가가 이슬람 신자가 많은 이슬람 국가보다 더 잘 산다. 그런데 경제적으로 잘 살게 되면 종교 자체가 '세속화' 된다. 중세 시대 엄격했던 기독교가 오늘날 얼마나 자유스러워졌는가. 


거기에 비해 이슬람은 전체적으로 아직 정교 분리가 안된 나라가 많다. 그래서 교조적인 테러분자들이 더 많은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이슬람의 세속화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고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야 당면한 갈등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으니.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 덜 싸우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이슬람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알아 가는 것이 중요할 듯 싶다. 기독교 영향을 많이 받은 우리 나라에선 특히 이슬람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 자체가 낯설다. 이 책은 그런 낯섦에 대해 이해를 넓히게 하는 내용이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는데 1장 이슬람의 창시에서는 여러 일화를 통해서 창시자 무함마드의 언행을 기록하고 전승한 '하디스' 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런 전승을 통해서 예언자 무함마드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이 하나의 내용이 되어서 오늘날 '코란'이 된다. 코란은 무함마드가 20여 년간 신의 계시를 받아 그것을 주위에 전파하고 여러 일들을 겪은 것을 기록한 책인데 이슬람교의 성전이며 아주 중요한 책이다. 책에서는 코란의 여러 성격을 이야기 해주고 있는데 훗날 기독교와 기나긴 갈등을 빚는 것과 다르게 무함마드 자신은 다른 종료를 배격하지 않고 '메디나 헌장'을 통해 종교 간의 평화로운 공존을 약속하는 일종의 규약을 만들었다. 코란에서도 신앙과 종교의 다양성은 오히려 신이 의도한 바라고 역설한다. 책에서는 코란을 통해 이슬람의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게 하고 있다.


그리고 이슬람의 확장을 통한 여러 갈등을 이야기 한다. 무함마드가 위대한 종교를 창설을 해서 그 영향을 급속도로 넓혔지만 자신의 사후를 정하지 않았다. 누가 무함마드의 뒤를 잇느냐에 따라서 오늘날까지 전쟁을 벌이게 되는 것이다. 정통성을 누구에 두느냐는 매우 중요했는데 안타깝게도 그것을 정해주지 않았다. 그의 혈육이냐 능력이냐에 따라서 분열이 일어났다. 하지만 이슬람교 자체는 그 영향력을 빠르게 펼쳤고 후계자들은 정복 전쟁을 통해 이슬람 제국을 확립하게 된다. 책은 비잔틴, 페르시아, 이집트 등을 격파하고 오늘날의 중동은 물론이고 북아프리카까지 광대한 영역을 확보하는 여러 후계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2장에서는 이슬람 확장에서는 대제국의 이슬람화를 보여준다. 1장에서 소개한 대로 여러 종교의 공존을 모색한 코란의 계시대로 이슬람 세계는 다양한 문화와 인종이 어우러져 학문과 문화가 번영했지만 수 세기 동안 프랑크족이나 몽골족 등 여러 민족의 침략으로 혼란이 일어났고 몽골의 유럽을 휩쓸면서 본격적인 내리막길로 접어 들게 되었다. 하지만 그때의 여러 대제국들은 대거 이슬람으로 개종을 했고 그 영향으로 중앙아시아와 인도로 뻗어나갔고 오늘날 동남아시아까지 종교적인 영역을 넓혔다. 책은 셀주크, 오스만, 몽골 등의 제국들 속의 이슬람의 확장을 잘 설명하고 있다.


3장에서는 오스만 제국이 무너지면서 여러 지역에서 독립이 일어나고 오스만 자체의 개혁과 아랍 부흥 운동이 일어나면서 이슬람의 근대화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하지만 불안정한 정치 체계와 급진적인 단체의 부흥, 그리고 미약한 민주주의 등으로 이슬람의 개혁은 쉽지 않게 되었다. 잠시 정치적인 봄이 오긴 했지만 그것이 지속되진 못했고 여전히 불안한 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책에서는 비교적 최신까지 일어난 여러 나라의 상황을 잘 설명하면서 이슬람의 개혁이 쉽지 않음을 이야기 하고 있다.


사실 1400여년의 이슬람 역사를 한 권에 다 담아내기는 쉽지 않다. 더욱이 이 책의 제목인 '친절한' 은 아닌 책이다. 초심자가 보기에는 어렵다. 어느 정도 이슬람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이 읽어야 할 책이다. 그리고 사진이나 지도 같은 부가 자료가 별로 없어서 이해를 돕기에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방대한 이슬람 이야기를 핵심적인 내용을 잘 뽑아서 매끄럽게 잘 연결 시켰다. 적어도 이슬람이 어떻게 발전하고 어떻게 흘러 갔는가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특히 중동 지역의 이슬람 뿐만 아니라 북아프리카와 이베리아 반도의 이슬람의 진출도 다루고 있어서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서술이 돋보인다. 이슬람에 대한 부분적인 지식이 있는 사람에게 전체를 통괄하는 내용이라서 읽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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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의 역사 1 - 왕조시대부터 일제 강점기까지 경성의 산업 상업의 역사 1
박상하 지음 / 주류성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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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동물과 대비되는 것은 이성을 가졌다는 것인데 이성은 '욕심'을 동반하게 된다. 다른 것을 갖고 싶은 욕심, 더 많이 먹고 싶은 욕심 등등. 내가 어떤 것을 많이 갖고 있는데 다른 사람이 내가 갖고 싶은 것을 갖고 있을 때 서로 교환할려고 한다. 이런 것이 가장 기본적인 경제의 시초인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점점 문명이 발달하면서 경제는 더 커지고 개인 사이가 아니라 나라 사이의 무역까지 발달하게 되었다. 이것은 결국 더 많은 부를 쌓기 위한 경쟁으로 이어지고 나라간의 격차로 이어지게 된다. 물건을 사고 팔고 이익을 남기기 위해 일하는 행위는 상업이라고 일컫는데 이 상업이 발달한 나라일수록 세계를 지배하게 된다. 한마디로 돈을 많이 가진 나라나 개인이 주위를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 상업에 대한 흔적을 본격적으로 찾을 수 있는 것은 고려 시대다. 고려를 세운 왕건의 가문이 원래 개성의 큰 상인이었을 정도로 고려는 상업에 대해 제한이 없었다. 벽란도를 통해서 국제 무역이 있었기에 '코리아' 라는 이름이 알려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런 상업의 역사가 면면히 흐르던 우리 나라에 조선의 건국은 큰 벽으로 다가온다. 바로 유교적 이념을 통치 방향으로 세운 조선의 사대부들이 장사를 터부시했기 때문이다. 절약과 검소함을 미덕으로 삼았기에 상업은 천한 것으로 여겼다. 당연히 상업에 종사하는 사람도 적었고 업의 발달도 느렸다. 조선초에는 그것이 크게 문제가 안되었지만 갈수록 다른 나라에 비해 뒤쳐지는 결과가 되었다. 다른 나라들은 부를 축적하면서 발달했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해 근대화에서 뒤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을 인위적으로 통제를 할 수 있겠는가. 조선 조정에서 상업을 무시해도 전국적으로 소규모라도 상업의 틀을 갖춘 행위가 벌어졌고 조선 후기에 들어서는 큰 상단들이 여럿 성장하기도 했다. 서양에 비해서 큰 상업적 발달이라고 하긴 힘들지만 나름 우리의 상업 역사는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조선 시대부터 시작해서 일제를 거쳐 해방 후 산업화를 거친 우리 나라의 상업의 역사를 잘 설명하고 있다.


1부는 조선과 일제 시대의 상업 역사다. 아무리 조선에서 상업을 중히 여기지 않았다고 해도 여러 지역에서 이미 시장이 나타나고 있었고 후기에 이르면 보편화되기에 이른다. 수도 한양에서는 원래 일반적인 사상을 금했고 허가 받은 공식 사상이 있었는데 그것이 종로의 육의전이다. 왕조에게 일정한 국역을 제공하고 그 댓가로 합법적인 장사를 할 수 있게 했는데 이들은 다른 상인들의 장사를 못하게 하는 '금난전권'을 받아서 그야말로 수백 년 동안 독점적인 이익을 누렸다. 하지만 조선 후기에 들어와서는 이런 것이 유명무실해졌고 금난전권도 폐지되면서 다양하게 상업이 발달하게 된다. 외국과의 무역 등을 통해서 전국적으로 큰 상단이 발달했고 훗날 상업 자본으로 축적하게 된다. 책은 조선의 상업 이야기를 잘 말해주고 있다.


조선 후기에 발달하는 듯 했던 상업은 일제의 침략으로 위기를 맞는다. 나라가 망하고 일제의 압제가 시작되었지만 이런 상황을 기회로 삼은 사람들도 있는 법이다. 지금도 살아 있는 여러 물건이나 회사의 처음을 소개 하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활명수' 이야기가 흥미롭다. 독립 활동을 위해서 이것을 만들었는데 처음에는 잘 팔렸지만 역시 꾸준히 이어지는 것이 어렵다. 여러가지 상황으로 결국 회사를 넘기게 되는 것이 안타까왔다. 책은 이밖에 여러 인물을 소개하는데 오늘 날 두산 그룹의 모태를 세운 박승직상점의 '박승직'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역시 인물들은 남다른 면이 있음을 느끼게 했다. 


책은 1930년대 조선의 3대 재벌을 소개한 '삼천리 ' 잡지 기사를 인용하고 있는데 재미있다. 당시 잡지는 여러가지 조건을 고려하여 김성수, 민영휘, 최창학을 꼽았다. 단순히 돈으로만 고른 것이 아니라 특이한 사항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했다. 최창학은 앞서 두 사람보다 자산 규모가 뒤지지만 자산의 많은 부분이 현금이어서 말하자면 현금 부자로써 3대 재벌에 들어가게 된 것이었다. 이밖에 금광 열풍이 불어서 그덕으로 재벌이 된 사람들도 소개하는데 금광왕이라고 불리던 방응모가 조선일보 사장이 되는 것이 눈에 띈다. 오늘날의 그 신문사다.


2부에서는 역시 일제 시대에 발전을 이룬 인물들과 해방 후 오늘 날의 큰 기업으로 이루게 되는 여러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육의전은 조선의 멸망 이전에 이미 서울에 침투한 일본 세력에 의해서 붕괴되었지만 그 상징인 종로통으로 진출한 인물이 있었다. 바로 백화점의 왕 박흥식. 그의 오르락 내리락 하는 장사 이야기가 소개된다.


해방은 또 다른 기회였다. 일제 시대부터 성장했던 여러 상인들과 새롭게 시작하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흥미로운데 역시 돈을 버는 사람은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진 그 기회를 잘 포착하는 것이었다. 일제가 남기고 간 여러 것들 중에서 '적산 기업'을 먼저 손에 잡는 자가 큰 돈을 만질수 있었다. 물론 무턱대고 이것을 얻는다고 해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었다. 바로 경영의 능력이 있었어야 하는데 이때 성장한 많은 기업들 중에서 오늘날까지 살아 남은 기업이 별로 없다는 것을 보면 그 어려움을 알 수 있다.


책은 지금 우리 나라 재벌 1,2위를 다투는 삼성과 현대의 이야기를 한다. 바로 창립자 이병철과 정주영이다. 처한 상황이 거의 정반대인 두 사람이 어떻게 대재벌로 성공하게 되는지 하나 하나 이야기 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과단한 결정으로 앞서가는데 있다. 방법에서 차이가 나지만 기본적으로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한 것이 결국 성공한 것이다.


일제 시대부터 광복 되고 민주화 되기 전까지 수십 년 동안 많은 기업들이 성장했다. 이들이 남다른 경영 철학을 가지고 남보다 더 한 노력으로 많은 부를 쌓은 것은 맞지만 그 이면에는 일제에 협력하고 독재 정권에 허리를 굽히면서 뇌물과 부정의 방법으로 특혜를 입은 것도 많았다. 결국 국민의 희생을 바탕으로 성장한 것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책은 술술 잘 읽힌다. 지은이가 소설가이어서 그런지 소설처럼 흥미롭고 재미있게 썼다. 딱딱한 역사적 사실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여러 일화를 엮어서 재미있게 소개를 해서 나도 모르게 우리 나라 상업의 역사를 잘 훑어내려갈 수 있었다. 제목은 역사책 처럼 느껴지지만 본격적인 상업사를 논하는 책은 아니기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 상업 역사의 대강을 알기에는 추천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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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시아드 - 황제의 딸이 남긴 위대하고 매혹적인 중세의 일대기
안나 콤니니 지음, 장인식 외 옮김 / 히스토리퀸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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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로마 제국은 긴 역사 탓에 그 내용이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제일 유명한 '시저', 즉 '카이사르' 의 이야기 정도는 아는 사람이 좀 되는데 그 밖에 중요한 내용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특히 로마가 동서로 분리되고 서로마 제국이 멸망한 때까지를 로마의 역사로 여기고 동로마 역사는 따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어서 더욱 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동로마 제국의 역사도 엄연한 로마의 역사다. 공식적으로 로마의 멸망은 동로마 제국이 이슬람에 의해서 무너졌을 때다. 서로마 제국이 멸망하고도 거의 천 년의 역사를 더 이어갔다. 아쉽게도 우리 나라에서는 동로마의 수도인 콘스탄티노플의 함락으로 로마가 멸망한 것이 유명하다. 그래서 동로마의 다른 역사 이야기가 덜 소개됐는데 이 책이 그 부족함을 조금 채워주는 것 같다.


제목인 '알렉시아드' 는 동로마 제국 콤니노스 왕조의 제 2대 황제 '알렉시오스 1세' 의 일대기를 그린 역사서로 특이하게도 그의 친딸이 지은 역사책이다. 일단 이 알렉시오스 1세가 누구인지를 알아야겠다. 당시 동로마 제국은 황제의 계승법이 확실하지 않았기에 정정이 불안하고 권력 다툼이 심했다. 그래서 여러 왕조들이 생겼는데 알렉시오스 1세는 콤니노스 왕조의 실질적인 창시자면서 동로마 제국에서 손꼽히는 훌륭한 황제다. 이 책은 그런 명군의 전기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은이 '안나 콤니니'는 누구인가 하면 바로 알렉시오스 1세의 딸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흥미롭다. 알렉시오스 1세는 자신이 죽고 나서 후계자로 아들을 황제로 세우려고 했다. 그런데 딸인 안나 콤니니가 어머니와 힘을 합해 쿠데타를 일으키려고 했는데 그의 남편에 의해서 저지당하고 수도원에 유폐된다. 거기서 자신의 아버지 전기를 쓰게 된 것이다.


동로마 제국의 황제가 되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유능함이 있어야 가능했는데 안나 콤니니의 남편이 거기에 해당했다. 동양과는 달리 아들로의 세습이 정해져 있지 않았기에 관례대로라면 황제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알렉시오스 1세는 자신의 아들에게 제위를 물려주었고 이것에 안나 콤니니가 반대를 했던 것이다. 아니면 그녀 자신이 황제가 되고 싶었을까. 동로마 제국은 여자 황제도 몇 명이 있었고 무엇보다 황제의 부인 황후도 어느 정도 권력을 갖고 있었기에 안나 콤니니도 야심을 가졌을 수도 있을 것이다.


황제의 치세는 기본적으로 외적과의 싸움이었다. 책에서는 노르만인, 페체네그, 튀르크 등과 다른 이민족의 끊임없는 침략에 대응하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당연하게도 외적을 물리치고 제국을 보전하였기에 칭송의 책이 나온 것이다. 그밖에 족벌체제를 통해서 정국을 안정시키고 경제를 혁신해서 제국을 안정화시켰다. 


알렉시오스 1세와 관련된 가장 중요한 역사적 사실은 십자군 전쟁의 당사자였다는 것이다. 이슬람 세력의 침략에 점차 힘이 딸리게 되자 서방의 기독교 세력에게 '성지 수호'를 이유로 원병을 요청하게 된다. 이것이 그 뒤로 이어지는 십자군 운동의 시작인 것이다. 십자군 전쟁은 표면적인 명분과는 달리 많은 문제를 야기 했지만 적어도 알렉시오스 1세가 시작했던 1차 십자군 때는 나름의 성과도 있긴 했다. 


이처럼 나름 동로마 제국의 중흥기를 이끈 군주이기에 내용은 그의 치적이 주를 이룬다. 딸인 안나 콤니니의 입장에서 서술하고 있는데 아버지에 대한 찬양도 있지만 객관적으로 쓴 부분도 보여서 당대의 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원전은 총 15권이고 그리스어로 쓰여졌기 때문에 오래 전에 영어로 번역된 것을 다시 번역한 중역본이다. 아쉬운 것은 글자 크기가 보통 단행본의 글자 크기보다 작다는 것이다. 그리고 문단 나누기가 거의 없어서 책에 여백이 거의 없고 글자가 가득하다. 책분량이 많아져서 책 값이 비싸질 것을 생각해서 이렇게 편집 했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이해가 가지만 호불호가 갈릴 듯. 


동로마 제국은 서양에서도 크게 주목 받지 못했는데 서로마 제국의 역사도 많이 소개되지 못한 우리 나라에서 동로마 제국의 역사는 더 알려지지 않았다. 게다가 이런 저술이 있는 것도 몰랐고 이런 여자 역사가가 있는 것도 더욱더 몰랐다. 동로마 제국 관련한 책이 나온 것도 좋지만 잊혀진 여성 역사가를 다시 소개한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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