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아더 와이프 스토리콜렉터 123
마이클 로보텀 지음, 최필원 옮김 / 북로드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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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최근 읽는 많은 추리 미스터리 책들 중에서 신간이 나온다면 무조건 읽는 책이 있다. 바로 이 책의 지은이 '마이클 로보텀'의 작품들이다. 재미있는 많은 작품들이 있겠지만 이 작가의 작품은 끌어당기는 힘이 강하다. 그리고 책의 완성도가 처음부터 끝까지 비슷하게 이어진다. 어떤 책들은 재미는 있는데 중간 중간 설정이 이상한 부분이 있어서 아쉬운데 마이클 로보텀은 전체적으로 고른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순간적인 재미는 덜 할지 몰라도 전체적으로 책을 끝까지 읽고 싶어지게 만든다. 그만큼 탄탄한 작품성이 있다고 하겠다.


그의 대표적인 시리즈인 '조 올로클린' 시리즈가 오랜만에 돌아 왔다. 지금까지 열 세 편의 시리즈를 냈다고 하는데 이번에 나온 작품은 아홉 번째라고 한다. 신체적으로 불편한 면이 있어서 막 날아다니고 화끈한 면은 안 나오지만 풀기 어려운 실타래를 하나 하나 조금씩 풀어가는 심리학자의 범죄 수사물 이다. 전작들을 보면 참 어려운 상황에서 기가 막히게 사건을 헤쳐나간다. 몇 수를 내다보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 두 발짝 앞서면서 사건을 풀어가는 모습이 아주 재미있다. 경찰은 아니지만 경찰의 프로 파일러 같은 역할을 하면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이 늘 흥미 있었다.


이번에는 슬픈 상황이다. 그와 그의 가정의 가장 큰 버팀목이었던 아내가 수술 합병증으로 숨을 거둔 지 16개월이 지났다. 파킨슨 병으로 안 그래도 몸과 마음이 약해져 있는 그에게 그가 힘을 내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었던 아내의 죽음은 엄청난 충격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남은 자식이 있다. 두 명의 딸인데 큰 딸은 대학에 들어가서 그나마 손이 덜 가지만 둘째는 아직 어려서 그가 돌봐야 한다. 조는 슬플 겨를이 없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병원에서 연락이 온다. 그의 아버지가 머리에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수술했다고 한다. 이 무슨 날벼락 같은 일인가. 바로 병원에 가보니 더 희한한 일이 벌어진다. 어머니가 아버지의 병상을 지킨다고 들었는데 가보니 '누구세요'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 아버지를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누구냐고 물으니 자기가 아버지의 아내 란다. 누구라고? 조는 넋이 나간 채로 서 있었다. 전혀 생각 지도 않은 일이 눈앞에 벌어지고 있었다.


'올리비아 블랙모어'. 사기꾼도 아니고 미친 사람도 아니다. 아버지의 아내라고 주장하는 올리비아는 결국 또 다른 아버지의 부인으로 밝혀진다. 아니 어머니가 엄연히 살아 계신데 또 다른 부인이라니. 이해가 안 가는 이 상황은 아버지가 수 십 년 동안 이중 생활을 해온 것으로 밝혀진다. 완벽한 두 집 살림을 한 것이다. 그것을 조의 형제들은 몰랐고 어머니도 처음에 모른 척 했으나 결국 알고 있었음이 밝혀진다.


지역사회에서 명망 받던, 그리고 자녀들에게 좋은 아버지였고 빈틈이 없었던 아버지가 두 집 살림을 했다니. 도저히 믿기 지가 않았지만 현실은 그게 사실이라고 이야기한다. 조는 참 정신없을 듯 하다. 그런데 아버지 상황이 좀 이상하다. 처음에는 강도가 든 줄 알았는데 금품을 노린 것도 아니다. 이 층에서 굴러 떨어진 것도 아니다. 누군 가가 살의를 가지고 머리에 둔기를 내려친 것이다. 죽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 이제 범인을 잡아야 한다. 경찰은 열심히 하지만 미덥지 않다. 범죄 심리학자인 조 자신이 움직인다. 수 십 년 동안 몰랐던 아버지의 진실을 아버지의 뒷모습을 알아야 한다. 


이번 작품은 주인공 조의 가정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오랜 시간 동안 믿고 따랐던 사람들이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웃음 뒤에는 배신과 음모가 자리 잡고 있었다. 언젠 가는 터질 일이었는데 그것이 이렇게 결과로 나온 것이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진실을 알기 어려웠을 사건인데 주인공은 자신의 장기를 잘 살려 결국 범인의 실체를 알아내기에 이른다.


어찌 보면 주인공에게 씁쓸하면서도 슬픈 내용이었다. 자신과 때론 가족이 위협 받을 때가 있긴 했어도 어쨌든 다른 나쁜 범인을 잡았었는데 이번에는 주인공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던 아버지의 상상도 못한 이면의 사실에도 충격을 받았고 믿고 따랐던 사람에게도 실망감을 느끼게 했던 이번의 내용은 조에게 크나큰 시련이었을 것이다. 


그나저나 모든 사건의 주범은 '미모'다. 조의 아버지에게 여러 기회가 왔던 것은 결국 그의 미모탓 아니겠는가. 아버지를 닮은 조가 이번 책에서도 여러 여성들의 관심을 받게 된 것은 역시 미모다. 잘 생긴다는 것은 불공평하다.


이야기는 역시 '마이클 로버텀'이다. 이 시리즈 내내 보여줬던 완성도가 이번 책에서도 여전히 잘 나타났다. 아주 큰 사건이 아니라서 피가 막 나오고 살인이 이어지고 그런 것은 아니지만 꼬이고 꼬인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는 여전히 좋았다. 책 읽는 속도가 높아질수록 줄어드는 분량이 아까 와서 조금씩 읽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었다. 시리즈가 지금 열 세 편이 나왔다고 하는데 북로드에서 출간한 것은 여섯 편이다. 후속작을 강력하게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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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턴 숲의 은둔자 캐드펠 수사 시리즈 14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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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12세기 중세를 배경으로 당대의 모습을 세밀하게 보여주면서 거기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건들, 주로 욕망과 관련된 살인이나 실종, 납치 등의 전개를 통해 진정한 추리의 맛을 느끼게 하는 고급 역사 추리 소설이다. 당시는 잉글랜드의 내전 상황이었는데 시리즈 내내 이 상황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자주 나온다. 언뜻 스쳐 지나가는 듯 해도 결국 불안한 정국과 관련된 사건 사고들이 많아서 역사 추리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야기는 이턴의 영주가 죽음으로써 시작된다. 영주는 스티븐 왕의 편에서 전투에 참여했다가 부상을 얻어서 집에 돌아와서는 얼마 안 가서 죽고 만다. 그런데 그에게는 어린 아들이 있었는데 나름 아들에 대한 보호 조치를 해뒀다. 그것은 성 바오로 수도원에서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교육을 부탁한 것이었다. 바로 캐드펠 수사가 사는 수도원이다. 그런 상황에서 아이의 아버지인 이턴의 영주가 사망한 것이다.


문제는 아이의 할머니인 디오니시어였다. 그녀는 아이를 이용해서 재산을 늘리려고 한다. 나중에 손자에게 이익이라고 하지만 결국에는 그녀 자신의 욕망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당연하게 아이의 아버지에게 아이의 미래를 부탁 받은 수도원의 반대에 부딪힌다. 그러던 어느 날 에이턴 숲에 한 사람이 나타나는데 사람들은 그를 성자라고 불렀다. 하지만 그와 그의 일행의 등장은 디오니시어와 수도원 간의 갈등을 더 부채질 할 뿐이었다.


그러던 차에 사건이 벌어진다. 수도원에서 묵던 사람이 에이턴 숲에서 살해되고 무엇보다 어린 후계자가 사라지고 만다. 한 사람은 살해되고 한 사람은 실종되고. 이제 우리의 캐드펠이 나서지 않을 수가 없다. 영주의 어린 아들은 수도원이 보호하기로 그의 아버지와 약속을 했는데 사라지다니 캐드펠은 다각도로 사건의 진실에 접근해간다.


늘 그렇듯이 이 시리즈에는 단순히 사건 사고가 있는 것이 아니다. 결국 사람이 있다. 사람의 기본적이 욕망이나 품은 마음 등이 사건이 일어나게 하고 살인에 까지 이르게 된다. 캐드펠은 사건을 해결함과 동시에 인간 본연의 모습을 잘 드러나게 해주고 있어서 새삼 사람의 욕심에 대해서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책은 다른 시리즈처럼 재미있다. 배경은 현대가 아닌 거의 천 년 전의 중세 시대라서 느린 전개가 장점이긴 하지만 이번 내용은 조금 빠르게 전개가 된다. 그래도 내용이 탄탄하고 치밀하게 전개가 되고 있어서 짜임새 있게 느껴진 책이었다. 범인을 찾아가는 탐정 캐드펠의 진지한 모습이 흥미롭게 느껴졌고 다른 캐릭터들도 입체감 있게 그려져서 더 흡입력 있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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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나무 아래의 죽음 캐드펠 수사 시리즈 13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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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 는 상당히 고급스런 추리 미스터리 소설 시리즈다. 제목에 나와 있는 캐드펠이라는 카톨릭 수사가 사건을 풀어나가는 일종의 탐정 같은 역할을 하는데 사실 늘 기도하면서 경건한 삶을 사는 수사가 사건을 풀어가는 해결사를 직업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어떤 탐정이나 수사관보다도 날카로운 지성을 가진 캐드펠이 수도원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어찌 보면 수동적이지만 적극적으로 풀어간다. 이미 그의 능력을 아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배경은 12세기 전반기다. 1100년대인데 우리 나라는 그때 고려 시대로 묘청의 난이 일어나고 좀 더 지나서 그 유명한 무신정변이 일어나게 되는 연대다. 지은이는 이때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을 치밀하게 조사하고 구성해서 이야기만 읽어도 당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다. 그 당시 사람들의 삶의 형태에서 사건이 일어나고 그것을 잘 파악해서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다. 


캐드펠은 나이가 있지만 단순히 나이가 많아서 추리를 잘 하는 것은 아니다. 젊었을 때 전쟁에 나가서 인간 본연의 선악을 크게 느끼게 되었고 이후 종교에 귀의해서 수도사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미 사람의 심리에 대해서 많은 것을 깨달았고 그런 것과 함께 여러 경험이 어우러져서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어서 그 많은 일들을 해결하고 있다.


이번 책의 사건은 단순하게 말해서 장미 한 송이로 일어난다. 장미는 어떤 상징일 것이다. 이 장미로 인해서 살인과 실종 등 여러가지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다.

주디스 펄은 남편을 잃고 자신의 집을 수도원에 기부를 했는데 조건부다. 조건은 성 위니프리드의 축일에 백장미 한 송이를 받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주디스는 젊고 이쁜데다가 재산도 많다. 어느 누가 그녀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백장미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은 엘루릭 수사는 그 자신도 젊은데 매번 주디스를 보다가 그만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런데 그가 죽었다. 장미나무 아래에서 칼에 찔린 채 발견이 된 것이다. 그리고 주디스가 납치를 당하면서 행적이 묘연해졌다.


이 사건들도 해결이 되지 않고 있는데 또 하나의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주디스의 직원이었던 버트레드가 그녀의 흔적을 쫓다가 죽게 된 것이다. 그는 왜 살인을 당했을까. 그를 죽인 사람은 엘루릭 수사를 죽인 사람과 동일범인가.


이야기는 당연하게 주디스의 주위 인물들을 조사한다. 그들 중에 순수한 사랑의 감정으로 주디스와 결혼하려는 사람은 몇 없으리라. 대부분 그녀의 재산을 노리고 구혼을 했을터. 그러나 어떤 인물을 특정하기에는 정보가 부족하다. 게다가 살인 사건이 또 일어나고 주디스는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래도 캐드펠은 계속 해서 주위를 탐문하고 조금씩 실마리를 풀어 나간다. 결말은 사람에 따라서 뜻밖이라고 느낄 수도 있다.


주인공 주디스는 젊은 미망인이다. 아이도 없고 재산은 많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독립적이기 어려운 시대상을 잘 이용한 이야기다. 그런 시대적 배경에 장미라는 상징적인 소재를 끌어들여서 인간 본연의 욕망과 탐욕 등을 잘 버무려 낸 작품이다. 차근차근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캐드펠의 솜씨가 여전히 좋고 치밀한 심리 묘사가 돋보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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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끝나는 곳
온다 리쿠 지음, 이정민 옮김 / 시공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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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은 이 책 단독으로 하나의 작품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독특하다고 하는 것은 다른 책에서 주요한 소재로 등장하는 소설을 실제로 쓴 것이다. 작가의 '둔색환시행' 이라는 책에서 저주 받은 책으로 소개하는 바로 그 문제의 책이다. 작가는 일부분의 책 내용과 제목만 언급하는 것에서 벗어나서 실제로 그 책을 따로 펴냈는데 바로 이 책이다.


둔색환시행과 짝으로 읽으면 좋긴 하지만 이 책은 그 자체로 완결된 느낌이라서 꼭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지 않아도 된다. 그냥 독립된 다른 책으로 읽어도 된다. 특정 책에 언급된 책을 독립적으로 펴내는 형식이 참 독특한 것인데 그것이 아니라고 해도 완성도는 높고 온다 리쿠라는 작가 특유의 몽환적이면서 특이한 상황의 이야기가 잘 펼쳐진다.


책의 열 두 살 아이인 '비짱' 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름에서 보듯 딱 정해진 이름이 없다. 비짱은 일종의 별명같은 것이다. 어디서 왔는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불분명하다. 비짱이 사는 곳은 외딴 곳에 있는 '추월장' 이라는 곳이다. 유곽이라고 하는데 사실 아이 입장에선 이 곳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알 수 없을 것이다. 책은 시종일관 아이에 대해서 모호한 입장을 취한다. 아이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주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도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바로 아이에게는 세 명의 엄마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아이를 낳은 엄마 가즈에. 그리고 일상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알려주고 가르쳐주고 키워주는 선생님이자 엄마인 사야코. 또 추월장의 카운터를 보는 표면상의 엄마 후미코. 친엄마는 가즈에라고 할 수 있겠지만 실제적인 엄마의 역할은 사야코라고 하겠다. 후미코는 그냥 서류상의 엄마이고. 세 명의 엄마가 있지만 한 명의 엄마만 있는 것과 같은 상황.


'사야코' 엄마는 비짱에게 창문 너머 어느 어두운 곳을 '밤이 끝나는 곳' 이라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이 곳은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비짱과 엄마나 만나는 장소이기도 했다. 만날 수만 있다면.


책은 나인 '비짱'의 시점에서 모호하면서 애매한 분위기의 그 상황을 잘 묘사하면서 전개가 된다. 처음에 모든 것이 비밀에 쌓여 있는 듯한 내용이 시간이 지나가면서 하나씩 하나씩 밝혀진다. 성별도 정체도 끝에 가서는 알려지는데 일본 근대사의 어떤 특정한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진다. 그것에 따르면 비짱은 그냥 '아무나'가 아니라 '존귀한 신분' 이었다. 하지만 사건이 실패하면서 비짱의 존재도 잊혀진다. 비짱은 평범하게 자라지만 과연 그 때 그 일이 진짜로 일어났는지 진짜 내 자신이 그런 신분이었는지 알 수가 없다. 


'둔색환시행'의 액자 소설인 이 책은 작가 특유의 글쓰기가 잘 느껴지는 책이다. 온다 리쿠 작가는 몽환적이면서 환상적인 내용의 소설도 잘 쓰는데 거기에 잘 부합하는 내용이었다. 책 전개가 좀 불친절한 면이 있긴 하지만 독특한 설정과 전개가 쉽게 잘 읽힌다. 이 책과 짝인 소설 '둔색환시행'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 소설은 영화보다는 연극이 낫겠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거기에 공감이 간다. 연극화하기에 딱 좋은 전개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영상화가 안되게 이런 저런 일이 일어났나? 읽는 순서는 상관없지만 둔색환시행과 함께 읽으면 더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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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색환시행
온다 리쿠 지음, 이정민 옮김 / 시공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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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는 '히가시노 게이고' 와 함께 여러 장르의 책들을 그야말로 공장 처럼 많이 펴내는 대표적인 장르 전문 작가다. 미스터리 스릴러물이 많긴 하지만 SF나 공포 문학의 책들도 종종 쓰는데 전체적으로 작품의 질이 균일한 편이다. 그래서 책이 나오면 그 이름값 만으로도 읽고 싶어지는 작가 중의 한 명이다. 이번에 나온 이 책은 작가의 필력을 유감 없이 발휘한 내용인데 무려 15년 만에 완성된 작품이라고 한다. 실제 있었던 어떤 일을 실마리 삼아 오랫동안 내용을 숙성 시켜 서 쓴 글인데 기존의 작품들에 비해서 분량이 길다. 내용도 특이하다기 보다는 있을 법한 내용을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는데 새삼 작가의 글쓰기 능력을 다시 보게 할 정도로 밀도 있게 쓴 책이었다.


책의 주된 소재는 소설 '밤이 끝나는 곳' 이다. 이 소설은 영상화를 시도했는데 세 번이나 중단되었다고 한다. 모두 의심스러운 사고가 일어나서 계속 이어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영화를 찍다가 죽은 사람도 있고 보니 계속해서 영상화를 시도할 엄두가 안 났던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저주 받았다고 느껴져서 더 이상의 진척이 없다. 그렇다면 이 책의 내용이 대체 무엇이길래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난 것인가. 주인공인 소설가 '후키야 고즈에' 는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로 하는데 마침 이 상황의 관계자가 모두 모이는 크루즈 여행에 함께 갈 기회가 생긴다. 


크루즈 선상에는 이 소설의 첫 번째 감독이었던 쓰노가에와 프로듀서 신도, 편집자 시마자키 그리고 만화가 콤비인 마나베 자매가 타고 있었는데 이들 모두가 소설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고 또 소설 자체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무엇보다 의뭉스러운 것은 고즈에의 남편인 마사하루다. 사실 이 두 사람은 각기 결혼을 하고 이번에 재혼을 한 사이인데 마사하루의 전처가 영화의 시나리오를 썼던 '사사쿠라 이즈미' 였던 것으로 밝혀진다. 이즈미는 시나리오를 쓰고 자살을 했기에 나중에 고즈에와 결혼하게 된 것이다. 왜 남편은 그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까. 뭔가 다른 내막이 있는 것인가. 고즈에는 묘한 느낌을 가지면서 크루즈 배를 타게 된다. 


책은 크루즈 여행에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눈 다는 점에서 '밀실 미스터리'의 형식을 취한다고 볼 수 있지만 아주 긴장감 높은 상태는 아니다. 어떤 사건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이 저주 받은 소설에 관한 여러 관련자들의 이야기를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면서 사건의 진실을 맞춰 갈려고 한다. 작품과 관련해서 새로운 해석도 해 보고 각 인물들에게 일어난 사건들을 살펴 보면서 작가의 실체에 접근하려고 한다. '밤이 끝나는 곳' 을 쓴 작가 '메시아이 아즈사'는 이 작품을 끝으로 사라졌기에 더 의아한 상태다. 


원작자는 사라져서 생사를 알 수가 없고 영화를 위한 시나리오를 쓴 작가는 자살했고 영화를 찍는 도중에 배우나 스태프가 사망하는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니까 영상화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그런 와중에 세 번이나 시도를 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할 정도다. 이쯤 되면 대체 이 소설이 무엇이길래 또 작가가 어떤 사람이길래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해질 법도 하다. 책은 그런 수수께끼의 상황을 되짚어 보면서 그 속의 숨은 의미를 찾는 과정을 가진다.


책 분량이 좀 많긴 하지만 아주 복잡한 내용은 아니기에 술술 잘 읽힌다. 등장 인물의 처음에는 좀 헷갈리지만 이들이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가 되어서 나중에는 잘 구분이 된다. 책의 제목에 '둔색' 이라는 단어는 검은 바다를 가리키기도 하지만 '모호함'이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고 한다. 책 내용 역시 애매하고 모호한 느낌을 주는 것들이 있다. 영상화 제작이 세 번이나 중단된 것 자체가 뭔가가 있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책은 미스터리의 형실을 취하지만 뭔가 공포스러운 분위기도 있고 판타지적인 면도 있다. 이 모든 장르에서 실력 발휘하는 작가가 자연스럽게 내용 속에 잘 녹여낸 것 같다.


책은 복잡하지 않고 깜짝 놀랄만한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꽤 탄탄하고 치밀한 구성이다. 600쪽이 넘는 분량이지만 어느 한 부분이 처지지 않고 전체적으로 고르게 전개가 되고 있고 어렵지 않게 쓰여 져서 읽기가 좋다. 작가의 다른 작품 보다 쉽게 잘 읽힌다. 결말은 책 제목이 내포한 것처럼 약간 애매하면서 열린 결말같은 느낌도 나는데 대체 책 속 원작이 뭐였길래 이러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놀랍게도 작가는 소설 속 저주 받은 소설도 따로 독립해서 책으로 펴냈다. 이 책은 '밤이 끝나는 곳'과 함께 세트로 읽으면 더 좋다. 두 작품 모두 작가 스타일을 확실히 느끼게 한 책이었다. 흔한데 흔하지 않은 묘한 느낌의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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