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전쟁 - 역사가 망각한 그들 1937~1945
래너 미터 지음, 기세찬.권성욱 옮김 / 글항아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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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에게 중일 전쟁은 크게 주목 받은 전쟁이 아니다. 우리가 치열한 독립 운동을 하긴 했지만 해방을 맞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태평양 전쟁에서 일본이 미국에 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의 진주만 공격 이후로 미일 전쟁에 관심을 많이 쏟았지 그전의 중일 전쟁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 했다. 그러나 일본이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게 된 것은 중일 전쟁에 기인한다는 것을 많이 알지 못한다. 


중국에 발목 잡힌 일본이 전세를 역전시키기 위해서 미국에 대해 전쟁을 일으키게 되었고 그것은 패망의 지름길 이었던 것이다. 분명 일본은 미국의 국력이 자기들보다 월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전쟁을 일으켰다는 것은 원래 계획이 어그러졌고 그 계획을 망가뜨리게 된 것이 바로 중일 전쟁에서의 중국의 격렬한 저항이다. 


우리에게는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게 된 주요한 원인이 무엇인가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고 그런 연장선상에서 중일 전쟁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당시 중국 국민당 정부의 항일은 우리 독립 운동사에서도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기에 그동안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이 전쟁에 대해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 하는 것이다.


최근에 중일 전쟁의 전쟁사적인 면에서 그 상황을 상세하게 알 수 있게 하는 책이 있어서(중일전쟁,권성욱지음) 묻혀진 전쟁을 일깨워줬다면 이번에 나온 책은 당시 중국의 정치사적인 면에서 중국이 어떻게 일본에 대항했고 무능의 상징이었던 장제스가 어떻게 전쟁을 수행했는지를 흥미롭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그전에 일반적으로 알고 있었던 편견들을 깨는 내용이 많다.


만일 이 책의 부제를 짖는 다면 '장제스의 항일 일지'라고 할만큼 전체적으로 장제스의 대일전 수행에 관한 내용이 중점적인데 중일 전쟁의 실질적인 주인공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을꺼 같다. 많은 사람들이 장제스는 쑨원을 이은 국민당 최고 권력자였지만 부정과 부패를 척결하지 못해서 결국 중국 공산당에 패퇴, 대만으로 쫓겨간 독재자라고 알고 있다. 게다가 항일보다는 반공에 치중해서 일본에 고전한 지도자라고 한다. 반면에 중국 공산당은 치열하게 반일 투쟁에 나서서 결국 중국을 구해냈고 그것으로 인해 중국의 주인이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장제스가 반공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결코 항일에 소홀하지 않았음이 밝혀지고 있다. 오히려 소극적인 국공합작이 아니라 적극적인 국공합작을 통해서 반공을 잠시 접어두고 항일에 집중했음을 이 책에서 잘 알려주고 있다. 그야말로 온 힘을 다해서 일제와 싸웠던 것이다. 그가 정책상의 실수도 많았고 황허강 제방 붕괴와 같은 일을 통해 수십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일을 저지르기도 했지만 그가 일제에 협력하고 굴복하였다고 하는 것은 사실이 아님을 이야기 한다.


사실 일본은 우리나라를 식민지화하면서 대륙으로 진출할 교두보를 마련하였고 1차 세계 대전에서 승전국으로 짭짤한 전리품도 챙기면서 아시아의 신흥 강대국으로 발돋움하고 있었다. 그에 반해 중국은 신해혁명으로 전제 정치가 종식되고 민주주의 정부가 들어섰으나 거대한 대륙을 정치적으로 통일하지 못하고 전국 각지에 군벌들이 통치를 하는 일종의 전국 시대가 되었다. 장제스의 노력으로 점차 안정적인 국가를 만들고 있었긴 하지만 여전히 강력한 군벌은 존재하고 있었고 그들을 그냥 힘으로 권위로 억누르고 있는 형국일 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은 1931년 만주 사변을 통해서 만주를 통째로 집어 삼켰다. 이때 장제스가 일본과 평화를 선택한 것을 두고 그 뒤 내내 굴복했다고 하는데 그때는 일본의 그 정도에서 저지시킬려는 의도였을 것 같다. 만주를 완벽하게 통제할 힘을 갖고 있지 않았던 장제스 정부로서는 만주을 잃는다고 해도 일본을 거기에 묶어두려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만주가 아니라 대륙 전체를 원했고 만주 사변에 이어서 결국 중일 전쟁을 일으키게 된다.


중일 전쟁이 단순히 중국과 일본과의 전쟁이 아닌 것은 몇 년뒤 일어나는 제 2차 세계 대전과 연결이 되기 때문이다. 독일의 동맹이었던 일본이 중국을 점령하고 영국과 프랑스의 식민지가 있던 인도차이나까지 지배력을 넓힌다면 독일의 유럽 침략은 더 수월해질 터였다. 거기에 불가침 조약을 맺어놓고 독일에 뒷통수를 맞은 소련이 온 전력을 유럽에 집중하는 사이, 일본이 만주를 놓고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이던 오래된 숙적 소련의 시베리아를 침공한다면 세계는 독일과 일본이 지배하는 형국이 될 판이었다. 


이런 시나리오를 정면으로 뭉개버린 것이 중국이다. 중국이 초전에 일본군에 밀린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으로 망한 것은 아니었다. 계속해서 내륙으로 도망가면서도 전열을 정비하고 일본에 항전할 준비를 했다. 그 결과 일본은 부분적으로 전투에 이기긴 했지만 결코 전쟁에 이기지 못했다. 중국 대륙의 많은 부분을 점령했지만 그것은 불안한 차지였고 언제 중국군의 반격이 있을지 몰랐다. 이렇게 중국군이 수십만의 일본군을 잡아두고 있었기에 유럽의 전선은 회생할 시간을 벌게 되었고 일본은 부족한 군수물자의 확보를 위해서 인도차이나로 진출을 하게 된다. 이것이 미국의 심기를 거스르게 되고 미국의 압박에 진주만 기습을 단행하게 된다.


2차 대전에서 소련은 독일의 침공을 받아서 수백만명의 사상자를 내는 큰 희생을 했다. 그런데 소련의 희생은 기억하면서 또 다른 전장에서 장제스의 중국이 겪은 큰 고통은 잘 모르는것 같다. 난징에서의 대학살을 포함해서 수많은 중국인들이 일제의 침략에 희생되었다. 그들의 희생 덕분에 일본은 중국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기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미국에 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과장해서 표현한다면 일본과의 전쟁에서 일을 다 한것은 장제스의 중국 국민당정부였다. 국공합작의 한 축인 공산당은 항일보다 국민당정부를 무너뜨리는 것이 더 우선순위였다. 그들이 항일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그들은 일제에 대한 항거가 강하지 않았다. 일본과의 전쟁에 많은 힘을 쏟은 국민당 정부는 곧 이어진 내전에서 힘을 비축한 공산당에게 패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중일 전쟁은 단순한 전쟁이 아니다. 세계사적인 면에서 여러가지 복잡한 상황이 겹치고 여러가지 의도한 것이 합쳐져서 일어난 전쟁이다. 그러나 이 전쟁이 2차 세계 대전의 시발점이라는 지은이의 주장이 동의가 될 정도로 중요한 전쟁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에게는 이 전쟁 이후로 강제징용이나 징집, 위안부 등 큰 시련을 겪게 되는 시초점이 되었고 태평양 전쟁으로 확대되면서 결국 해방으로 이어지게 되는 역사적 흐름의 큰 분기점이 되는 점에서 더 많이 알아야 할 전쟁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은 당시 상황을 잘 분석해서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전쟁을 책 한 권으로 정의내리기는 어렵겠지만 전체적으로 어떤 전쟁이었고 어떤 의미를 갖게 하는가에 대한 의문에 답을 하기에는 충분하게 쓰여졌다. 번역도 어렵지 않게 잘 되어서 이해하기 쉽게 되었고 역주를 통해서 더 상세하게 상황을 알게 되었다. 참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전쟁인데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관련된 책이 잘 없었는데 이 책으로 중일 전쟁의 참 모습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위에서 말한 동일한 제목의 책과 함께 읽는다면 상호보완해서 깊이 있게 전쟁을 들여다 볼 수 있을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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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문화사전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시리즈
민병덕 지음 / 노마드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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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가 우리에게 끼친 패악은 뭐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근본적인 것은 과거와의 단절이다. 수백년 동안 내려온 삶의 방식을 일제가 자신들의 방법으로 강제한 결과 옛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가를 알 수 없게 되버렸다. 압제 시절이 없었다면 자연스럽게 익히고 알았을 일인데 그냥 옛날일로 생각하고 만다. 다행히 잊혀졌던 소소한 역사들을 퍼즐 맞추듯 하나씩 하나씩 찾아서 전체전인 우리의 옛 모습을 복원하고 있는데 이 책이 그런 역할을 하는 듯하다.


제목이 역사문화사전인데 그야말로 옛날 사람들은 오늘날과 어떻게 다르게 살았는가에 대한 총제척인 보고서다. 결론부터 말하면 형태는 다를지언정 비슷하게 살았다고 말 할 수 있었다.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제도나 풍습이 옛날의 그 시절에도 많았던 것이다. 첨단산업이 발달하고 옛날에 치환될 수 없는 기기들이 나와서 삶의 모습이 달라지긴 했어도 사람들 생각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게 한 내용이었다.


책은 여러 분야에서 우리가 몰랐던 일들을 다루고 있는데 짧게 짧게 여러편을 소개하고 있어서 아무 쪽이나 펼쳐서 읽으면 재미있을 부분이 많다. 그렇게 해서 첫번째로 본 부분은 코끼리다. 이 동물은 우리나라에서는 살지 않는데 어떻게 살았을까. 답은 외국과의 교역때문이다. 아마 조선 이전에 시대에도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이미 조선에서는 초기 태종때 있었는데 이 이상한 동물은 쓸곳은 별로 없는데 먹는 것이 많아서 천덕꾸러기였다고 한다. 이곳 저곳을 떠돌아 다녔다고 하는데 어디서나 환영받지 못했다고 한다. 코끼리를 소 대신에 농사에 썼으면 더 많은 코끼리가 수입 될 수도 있었을꺼란 생각도 들었다.


우리나라는 인쇄술로 유명하다.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생산국이기도 한데 손으로 써서 만든 필사본이 발달해서 목판 인쇄술이 발명이 되었고 이것이 금속 인쇄술로 발전된 것이다. 많은 서책들이 발간이 되었는데 직지심경을 제외하고 현존하는 책이 없다는 것이 아쉽다. 관공서나 돈 있는 개인이 소수로 책을 출판했기때문에 오늘날과 비슷한 출판 산업은 발달하지 못했다. 그러나 조선 후기 매매를 목적으로 간행된 방각판이 나왔다고 한다. 이때 나온 출판물로는 서당의 학습용 서적이나 여러 소설류가 있었는데 뛰어난 인쇄술을 발판으로 진작에 산업화를 했다면 우리의 국력이 일찍 부강해졌을꺼란 아쉬움이 있었다.


책은 재미있다. 알고 있는 부분도 많고 새로 알게 된 부분도 많았다. 우리나라의 저력을 느끼게 하는 부분도 있었고 역사 발전을 후퇴시키는 여러 부분들도 있어서 아쉬움도 있었다. 전체적으로 지나간 시대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시켜주는 내용이 많았다. 물론 이 책으로 앞 시대 사람들의 삶을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어떻게 삶을 이어갔는지 대략적으로 상상 할 수 있는 것이다. 몇시부터 몇시까지 일하고 무엇을 먹고 볼일은 어떻게 보며 결혼이나 휴가 같은 우리가 실제 매일 마주치는 문제들을 과거의 사람들은 어떻게 대처했는가를 잘 알려주고 있어서 흥미로왔다.


시리즈는 잘난 척 하기 좋다고 하지만 너무 짧아서 잘난 척 하긴 어렵겠고 지식에 대한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자극이 되기엔 좋은 책 같다. 이 책에서 흥미를 가진 부분을 더 자세히 공부하게 되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꺼 같다. 이리저리 머리 아플때 아무렇게나 펴 놓고 읽다보면 빠지게 되는 그런 책이라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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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 - 공산주의 붕괴와 소련 해체의 결정적 순간들 마이클 돕스의 냉전 3부작
마이클 돕스 지음, 허승철 옮김 / 모던아카이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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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미소 대립은 매일 뜨는 태양처럼 늘 존재하는 상황이었고 그것이 흔들릴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다. 북한과 현실적으로 대립하고 있어서 많이 의식하지 않아서 그렇지 미소 냉전은 지구 멸망 끝까지 갈 것 같았다. 그러나 그 냉전이 끝났다. 그것도 하루아침에.


초기 자본주의의 여러가지 큰 문제점으로 인해서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는 어찌 보면 필연적으로 등장할 수 밖에 없었다. 막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사람들이 인간이 아닌 자본가의 소모품으로 전락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든 그것을 타파하기 위한 사상이 나올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것이 마르크스의 공산주의 이론이고 이것이 실제적으로 출연한 것은 바로 소련이다. 러시아 황실의 무능과 폭정으로 혁명이 일어나고 결국 붉은 군대가 소련을 세웠을 때 모든 세상은 곧 공산화가 될꺼라 믿었던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는 오래갈 수 없는 상상의 체제였다. 인간 기본의 의식인 '욕망'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 소련이라는 덩치 큰 국가에서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토록 오래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소련이었기에 그나마 버틴 거지 아니면 벌써 무너졌을 것이다. 이 체제는 처음에는 효율적이고 생산적이어서 모두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간성을 존중하지 않는 시스템은 결국 모두에게 불만을 갖게 하고 그것이 합쳐질때 무너지게 되어 있다.


이 책은 그런 소련의 냉전이 어떻게 진행되고 어떻게 망하게 되는지에 대한 상세한 다큐멘터리다. 이미 시리즈 1편과 2편을 통해서 냉전의 시작과 중간을 잘 알 수 있었는데 이 책은 시리즈의 마지막으로 냉전이 끝나기 전 시점부터 끝날때 까지를 알려주고 있다.


미국이 70년대 베트남 전쟁의 수렁에 빠져서 허우적 대다가 겨우 겨우 발을 빼는 것을 봤으면서도 소련은 똑같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다. 문제는 소련은 소련이지 미국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군사력이 강해도 기본적으로 미국에 비해서 재정적인 면이 약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도 밑도 끝도 없는 전쟁에 휘말리게 된 소련은 이 전쟁으로 인해서 수많은 사상자와 함께 체제 붕괴의 서막을 열게 되었다.


한편 점점 더 서방과의 경제적 격차가 벌어지고 전쟁으로 인해서 경제 상황이 더 악화되면서 이 난국을 타개 하기 위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었다. 소련 최고 지도자인 서기장은 흐루시초프 이후로 늙은 통치자들이 지배했는데 소련 몰락의 기세를 막을 능력은 없었다. 그중 안드로포프가 개혁의 뜻을 보이긴 했지만 얼마 못가 사망하고 실제적인 개혁은 고르바쵸프의 시대가 와서야 이루어졌다. 농업쪽에서 일도 했었던 고르바쵸프는 소련의 생산성이 형편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소련의 안에서 부터 망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제 소련의 앞날은 개방과 개혁뿐이라고 여겼던 이 젊은 서기장은 미국과 군축을 협상하고 여러 서방세계와 협력을 다짐했다. 절대로 교류하지 않을 것 같았던 우리나라와도 외교 관계를 수립하고 서울 올림픽에 참여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누가 알았으랴. 소련을 살리기 위해서 개방을 했던 것인데 결국 그것 때문에 해체가 되고 말았다는 것을. 


수 십년 동안 인민을 억압하고 민주주의 이론을 말살했던 소련에서 급속한 개방 개혁은 다른 결과를 일으켰다. 폴란드는 자유 노조를 결성하고 공산당을 몰아낼려고 했고 다른 동구권 국가들도 소련의 눈치를 보지 않고 기지개를 펼치게 되었다. 서방의 지원으로 경제를 살리려고 했지만 이미 망가진 소비에트식 경제는 소생하기 어려웠고 모든 사람들에게 불만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고르바쵸프에 반감을 가진 공산당 내부와 군부의 협력으로 반란이 일어난다. 하루아침에 고르바쵸프는 실각하고 옛 체제로 돌아가는 듯 싶었다.


그러나 비록 경제 재건에 실패를 하긴 했지만 고르바쵸프가 뿌린 개방 의식은 소련 국민들이 쿠데타를 인정하지 않게 했다. 옐친을 중심으로 한 국민의 단합된 힘으로 반란을 진압하게 되었고 고르바쵸프는 돌아왔지만 옛날의 힘을 잃게 되었다. 그리고 1991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 공식적으로 세계 최초이자 최대의 공산주의 국가가 종말을 맞게 된다. 


책은 미소 냉전이라는 큰 틀에서 소련이 어떻게 변모해나가고 어떻게 몰락하게 되었는지를 흥미롭게 잘 설명해주고 있다. 지은이가 소련 주재 미국 기자인데 역사의 순간에서 직접 겪은 일들과 여러가지 자료들을 잘 배합 해서 바로 앞에서 보는 듯이 상세하게 잘 재현해 냈다.

냉전이라는 오랜 기간의 일들을 한번에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여러가지 알아야 할 사실들이 많아서 쉽게 알 수 없는 역사인데 기자답게 중요한 핵심적인 일들을 중심으로 현장감있게 잘 표현을 해서 냉전 시대는 어떠했는지를 잘 알 수 있게 했다. 제정 러시아를 이은 소련 이라는 나라의 역사를 딱딱하게 나열하는 역사책이 아니라 어떨때는 르포같고 어떨때는 다큐같은 느낌을 주면서 소비에트 냉전의 시작과 끝을 잘 풀어낸 역작이다. 번역도 매끄러워서 이 시절을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시리즈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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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의 배신 - 길들이기, 정착생활, 국가의 기원에 관한 대항서사
제임스 C. 스콧 지음, 전경훈 옮김 / 책과함께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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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어떻게 생겼고 또 문화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인간이 수렵 이동 생활을 하다가 농경을 하게 되었고 농경에서 얻어지는 생산력으로 인구가 많아지게 되자 정착 생활을 하게 되었고 모여 살다가 계급이 생기고 분화, 초기 국가로 이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것이 점점 커져서 오늘날의 국가로 발전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문화나 문명이 건설되었다는 것이 대략적인 이야기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고 그 과정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어서 아무런 생각도 못했던 사실이다. 뭐 자세히 알지 못해서 반박할 생각도 못했지만. 그러나 이런 시각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나름의 역사적인 성과를 갖고 있는 지은이는 기존의 많은 성과들을 바탕으로 새롭게 주장을 했으니 그것은 농경이 곧 국가나 인류 발전에 이바지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농경이 정착 생활을 이끌었다는 것은 어느 정도 타당한 면이 있다. 농사를 짓는 것은 한 장소에서 긴 시간 동안 정성을 들여서 돌봐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씨를 뿌려 놓고 방치한다고 해서 원하는 생산품을 얻을 수는 없다. 우리가 벼농사를 하는데 벼를 심고 나중에 와서 쌀을 얻게 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매일 매일 작물의 상황을 살피고 날씨나 기후 등을 관리해야 하는 데 어디 먼 곳에 살면서 왔다 갔다 하는 것 보다는 가까운 한 곳에 정착해서 돌보는 것이 더 합리적인 것이 아닌가. 그래서 그것이 자연스럽게 정착 생활로 이루어지게 되었고 이것이 발전해서 국가가 되었다고 하는 결론이 자연스러운 면이 있다.


그러나 지은이는 정착 생활을 해서 농경이 발달 한 것이 바로 국가로 이어지지는 않는 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실제로 정착 생활은 이른바 농경을 하기 훨씬 전부터 이루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물고기 잡으면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를 잡아서 정착해서 살고 있는 집으로 왔다는 말이다. 농경을 함으로써 정착 생활이 고정되었다는 기본 상식을 무너뜨리는 이야기였다. 책 내용을 더 보면 이미 정착 생활을 하던 도중에 식생활의 다양한 측면에서 농경이 이루어졌고 이 농경을 더 생산적으로 하기 위한 촌락이 형성된 것은 수 천년이 흐른 뒤라는 것이다.


고고학과 인류학의 축적된 연구 결과에 의해서 초기 인류가 농경을 위한 정착 생활만을 한 것은 아니란 것은 참 신선한 사실이다. 그때는 정착 생활과 함께 목축 수렵 등의 이동 생활을 했다. 생산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모여 살아야 했고 그것이 초기 국가로 이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인간 생활의 풍요로움을 위해서 농경을 했고 그것의 효율적인 관리나 배분을 위해서 국가가 탄생했으나 이것은 불평등을 야기시켰고 무엇보다 전염병 같은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었다. 그래서 국가가 무너졌지만 오히려 복지면에서 국가인 때보다 비국가인 때가 좋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국가에 참여하고 싶지 않았던 사람들은 국가밖에서 얼마든지 자생 할 수 있었다. 그때는 끊없는 땅이 있었기에 가능 했으리라. 그러나 국가의 지배욕이 커지고 계급 질서가 더 확고해지면서 국가는 더 크게 되었고 인류 사회는 국가의 틀에 의한 문명 사회로 나아가게 된 것이다. 어찌보면 국가에 세금을 내고 나를 보고 받는 것이 아닌 나 자신만을 위해서 자유롭게 사는 '낭만' 이 사라져버렸다고 할 수 있다.


농경에 이은 정착 생활의 고정화와 국가의 형성이라는 공식을 해제시키는 이 책의 주장은 여러가지 고고학 인류학 증거들이 뒷바침되면서 기존의 관념을 흔들리게 한다. 물론 기존의 학설을 지지하는 많은 증거들도 있기에 지은이의 이야기가 완전히 맞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인류 보편의 역사가 다른 식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함으로써 역사와 현상을 보는 눈을 넓게 해주는 책 같아서 좋았다. 번역은 말끔했지만 내용 자체가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그리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인내심 갖고 천천히 읽으면 색다른 즐거움을 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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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도자 이야기 - 유네스코 세계 공예 도시 이천 도자의 어제와 오늘
조용준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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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시대의 최첨단 기기라고 하면 반도체를 들 수 있는데 그것을 우리 나라의 기업들이 세계를 휩쓸고 있다. 그러면 과거 고려와 조선의 세계 최고 기기는 무엇이었을까? 현대의 반도체에 비견되는 것이 바로 도자기다. 우리의 고려 청자와 조선 백자는 당시에 최고로 아름답고 경이로운 예술품 이었고 오늘날에도 그 가치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의 도자는 일제의 폭거로 인해서 그 명맥이 끊겼다시피 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과거의 영광이 오늘날에 전승되지 못할 수도 있었다. 다행히 몇몇 장인들이 꺼져 가던 불씨를 조심스럽게 보존해서 겨우 살려놓은 것이 현재의 이천 도자기이다. 


조용준 작가는 우리나라에서 도자기 관련해서 방대한 내용의 책들을 펴낸 사람이다. 유럽의 도자기 시리즈와 일본 도자기 시리즈를 통해서 세계 도자기의 역사와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잘 정리했는데 의외로 우리나라 도자기 관련해서는 저작물이 없었는데 그 아쉬움을 이 책으로 달래려는 듯 이천 도자를 통해서 우리 도자기 역사를 훑어주고 있다.


책은 임란 이후 조선의 도자 산업부터 이야기한다. 사실 일제가 우리의 모든 전통을 말살해서 도자의 명맥도 끊어질 뻔 했지만 이미 우리나라 도자는 임진왜란 이후로 산업화되지 못하고 시들어가고 있었다. 원래 우리가 자랑하는 청자니 백자니 하는 것은 실생활에 쓰이는 물건이라기 보다는 감상하는 예술품에 가깝다. 그래서 이 작품들이 많이 생산이 될려면 그만큼 수요가 있어야 하는데 고려때 비해서 조선은 선비의 기풍으로 사치하지 않는 전통이 생겨서 전 왕조에 비해서 수요가 줄어들었다. 그래서 청자는 쇠퇴했지만 다행이 조선 백자라는 형태로 예술적인 전통이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임진왜란으로 나라의 재정이 어려워졌고 갖은 기근과 전염병 등으로 장인들에 대한 대우가 형편없었다. 당시 장인들은 광주 분원에 살고 있었는데 그들의 월급이라고 할 장포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음으로써 장인은 물론이고 그 가족들 수십 명이 굶어 죽었다고 한다. 최고의 예술 작품을 만들어도 그것에 대한 댓가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데 어떻게 산업이 발달할 수 있었겠는가.


조선시대 자기 수요의 많은 부분을 담당하던 관요가 몰락하고 민요는 크게 발달 하지 못한 상황에서 자기의 질적 수준이 상향 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것이 일제 시대를 거치면서 몰락하기 일보 직전까지 간 것이다. 책에서는 조선 후반부터 일제를 거쳐서 해방 초기까지 서서히 쇠퇴해가는 우리의 도자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던 도자가 살아난 것은 50년대 서울 성북동과 대방동 가마였다. 거기서 일하던 장인들이 이천으로 옮겨와서 고려청자를 재현하고 백자와 분청등을 만들기 시작하자 거기에서 부터 우리 현대 도자 산업이 움트게 되었던 것이다. 이천에서 조금씩 자기 산업이 발달하게 되자 더 많은 장인들이 모여들게 되고 이천은 우리 도자사의 메카가 되었던 것이다.


책은 거의 무너졌던 우리 도자사가 이천에서 기운을 차려서 새로운 싹을 띄우게 된 과정을 잘 설명하고 있다. 1세대 장인부터 3세대 장인까지 그들의 노력으로 한국 도자 산업이 어느 정도 부흥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천이 유네스코 세계 공예 도시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먹고 살기 바빠서 우리의 찬란했던 그 시절을 이천에서 되살린 것이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거의 망할 뻔 했던 것이 이제 부활을 했다는 것이지 지난 시절 세계 최고라고 할 그 시절로 돌아간 것이 아니다. 이천 장인들의 분투를 알아본 것도 우리가 아니라 일본이었다. 집에서 굴러다니던 막사발의 가치를 일본이 알아서 세계에 알렸다. 우리가 외면하고 무지했던 한국 도자를 이제는 우리 자신이 아끼고 살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관심을 가지고 우리 도자기를 생활속에서 쓴다면 전체적인 수준도 더 올라가지 않겠는가. 과거속에 있기만 하고 잘 몰랐던 우리 도자의 과거와 현재를 잘 알 수 있었던 기회여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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