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에타 마리아 - 혁명을 삼킨 불굴의 왕비
헨리에타 헤인즈 지음, 김연수 옮김 / 히스토리퀸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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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영국의 역사를 조금 아는 사람들에게 '청교도 혁명'은 익숙한 역사다. 이른바 청교도들에 의해서 나라의 국체가 군주국에서 공화국으로 바뀐 사건. 이것을 이끈 것은 크롬웰이라는 사람이고 그렇게 바뀌었던 나라가 크롬웰이 죽자 다시 왕이 다스리는 나라로 돌아갔다는 것. 그런데 요즘에는 역사적인 사실에 대한 해석이 달라져서 당시 왕이었던 찰스 1세가 무조건 나쁜 것도 아니고 크롬웰이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닌 것으로 이야기된다. 그래서 청교도 혁명이라고 하기 보다는 '잉글랜드 내전' 이라고 부르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명칭이 좀 더 맞다 생각한다.


잉글랜드 내전이 영국 역사에 어떤 의미가 있느냐 하면 이때 도입된 여러 제도들이 결국 왕권이 아니라 국민이 우선인 근대 민주주의의 시금석이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는 왕이 신과 다름없다는 '왕권신수설'이 강력할 때여서 영국 내전의 결과가 계속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왕의 권한을 제한하는 제도가 만들어지고 왕권을 견제하는 의회가 더 성장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잉글랜드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게 되었을까. 처음에 청교도 혁명이라고 불렸듯이 본질적인 문제는 '종교' 이었다. 개신교가 장악한 의회와 친가톨릭 성향의 왕과의 대립이었는데 이 둘 사이에서 유연하게 줄타기를 했어야 하는 왕이 의회를 무시하게 되고 이것이 누적되어 결국 내전이 일어나게 된 것이었다. 당시 왕인 찰스 1세의 아버지인 제임스 1세는 비교적 이 상황을 잘 통제했지만 찰스 1세는 그런 처세 능력이 부족했다. 


자신의 뜻에 반하는 의회를 해산하고 혼자서 통치를 했지만 스코틀랜드와의 전쟁으로 전쟁 자금을 모으기 위해서 의회에 도움을 바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의회가 그 요구를 순순히 들어 줄 수는 없는 법. 왕권을 견제하기 위해서 들고 나온 것이 왕의 종교 문제였다. 정확히 말하면 가톨릭교를 믿는 왕비에 대한 불만이었다. 왕은 비록 개신교였지만 왕비때문에 가톨릭에 관대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었다. 이때 등장한 왕비의 이름이 바로 헨리에타 마리아 이다.


헨리에타는 낭트 칙령으로 종교 내란을 잠재운 프랑스의 위대한 왕 앙리 4세의 딸이었다. 정략적인 이유로 찰스 1세와 결혼했고 초기에는 왕과의 사이도 좋지 않았는데 점점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다. 여러 아이도 낳아서 행복하게 지내나 했다. 그러나 문제는 왕비의 종교를 문제 삼은 의회였다. 가톨릭을 믿는 왕비가 왕을 움직여서 영국의 개신교도들을 탄압할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뭐가 그리 중요한 것인가 하겠지만 얼마 전까지 '공산당' 하면 논리와 이성이 마비된 세상에 살았던 우리 나라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수 있다. 당시는 종교가 모든 것인 세상이었다. 종교때문에 전쟁을 하던 시기였다. 헨리에타의 모국인 프랑스도 오랜 종교 내전을 겪다가 아버지 앙리 4세가 겨우 잠재웠고 유럽 각국이 신교와 구교로 나뉘어서 엄청난 전쟁을 하던 시기였다. 당연하게도 가톨릭을 믿는 왕비때문에 개신교가 다수인 의회는 불안할 수 밖에 없었다.


문제는 당시 왕인 찰스 1세였다. 왕이 다스리던 나라에서 최고 권력가이자 최종 결정권자는 왕비가 아니라 왕이었다. 비록 왕비가 정치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는 있었어도 결국 왕이 모든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었다. 헨리에타는 영국인이 아니었기에 영국에서 정치적인 기반이 없었고 그녀 자신이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지도 없었다. 단지 가톨릭을 믿는 것 뿐이었다. 의회는 그것을 물고 늘어졌는데 그 사이에서 찰스 1세가 처세를 잘 했어야 했다. 왕과 의회의 대립은 이런 것이 누적이 되어서 결국 전쟁으로 치닫게 된 것인데 의회는 헨리에타의 종교를 빌미삼아 대대적인 공세를 취했고 이것이 훗날 그녀가 부정적인 평가를 받게 되는 배경이 되는 것이다.


책은 악녀로 불렸다는 헨리에타의 일대기를 상세하게 그리고 있다. 프랑스에서 나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다가 낯선 잉글랜드로 와서 잉글랜드 왕비가 되고 전쟁에 휘말리고 남편을 잃게 되는 파란만장한 삶을 잘 이야기하고 있다. 역사상 악녀로 불리는 사람이 몇 사람 있는데 사실 헨리에타 마리가가 악녀로 불리는 것은 부당한 면이 있다. 악녀로 불린다는 것은 그 만큼의 힘을 행사했다는 것인데 그녀가 그럴 힘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만일 그녀가 그토록 악랄하게 당대를 지배했다면 내전 중에 죽었어야 하는 사람은 남편이 아니라 그녀 자신이어야 했을 것이다. 


청교도 혁명라고 불렸던 잉글랜드 내전은 그 의미에 비해서 우리 나라에는 많이 소개되지 않았는데 이 책이 잘 설명하고 있다. 헨리에타 마리아라는 인물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을 듯 한데 잉글랜드 내전이 일어나게 되는 주요한 요인 중의 하나가 그녀 자신이라는 점에서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전체적으로 잉글랜드 내전과 그 배경이 되는 헨리에타 마리아의 역사적 사실을 잘 알 수 있는 기회여서 관련된 역사를 알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괜찮은 책 같다. 다만 문단 나누기가 별로 없어서 읽는데 불편함이 있어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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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 (10만 부 기념 리커버) - 뇌과학과 정신의학이 들려주는 당신 마음에 대한 이야기
전홍진 지음 / 글항아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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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한 때 세면대를 쓰고 물을 잠그지 않았는지 다시 확인하곤 했었다. 그럴 때마다 물이 줄줄 흐르는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한동안은 물이 새는지 자꾸 확인할려는 행동을 했었다. 나중에 그것이 무뎌져서 다시 보러 가지는 않지만 '혹시' 하는 생각은 가끔 한다.

이런 마음은 일종의 강박증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예민한 성격이라고 한다. 에이 이 정도가 뭐가 예민해 하겠지만 예민하다는 것은 광범위하다. 일종의 자신만의 루틴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어떤 안 좋은 결과가 나타나야만 예민한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이 스스로에 확신이 들 때까지 무언가를 한다면 그것이 예민한 것이다.


예민하다는 것은 외부 자극에 민감하다는 뜻인데 자신이 예민하다고 인정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한다. 의학적인 용어도 질병명은 아니지만 2006년 에런 박사가 제시한 개념으로 '외부 자극의 미묘한 차이를 인식하고 자극적인 환경에 쉽게 압도당하는 민감한 신경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 책의 제목은 '매우'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긴 하지만 예민함이라는 것은 의외로 우리 주위에서 쉽게 찾을 수 있고 스스로 하나씩 예민함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예민함은 그 자체로 우리 생활에 좋다 나쁘다 할 수 없겠지만 문제는 그게 지나칠 경우이다. 진짜 매우 예민한 사람들에게는 그 외부 자극을 안정시키지 않았을때 여러가지 문제가 일어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우울증이 온다. 우울증이라는 것도 감기 같이 흔한 병이라고 하지만 정도에 따라서는 크게 나쁘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책은 기본적으로 예민함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여러가지 사례를 들어서 그 의미를 이해하게 한다. 스티븐 잡스는 환 공포증이 있다고 하는데 어떤 트라우마와 관련이 있다고 이야기 한다. 출생과 더불어 커 가면서 겪은 여러가지 일들이 그에게 환공포증을 겪게 했는데 결국 그는 그것을 잘 극복하고 세계적인 기업을 일구어 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도 입스를 겪었다고 한다. 입스는 자신이 하는 일에 실패를 할까 불안해서 결국 실수를 연발하는 것을 말한다. 운동 선수들에게 많이 나타나는데 수 년 뒤에야 마음을 잡고 다시 우승을 할 수 있었다.


이밖에 지은이가 만난 다양한 환자들의 예를 보면 우리가 흔히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이 많다. 가부장적인 남편에게 수 십 년 억눌려 살다가 홧병이 생긴 사람, 남 앞에서 발표를 하면 불안해서 말이 잘 안 나오는 사람, 직장에서 동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 우울한 사람 등등 어찌보면 우리가 살면서 한 두 번쯤 느껴봤을 수도 있는 사례들이 많다. 이것을 가볍게 느끼고 지나간 사람은 별 일이 없었지만 그것이 안되는 예민한 사람들은 더 큰 병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지은이는 각 사례들을 명확하게 진단하면서 병원 상담을 받을 것을 권한다. 도움을 받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우울하고 예민한 마음이 줄어든다고 한다. 필요하다면 관련되는 약을 처방받아서 복용하면 일생활에도 도움을 주는 경우가 많다.


2부와 3부에서 다양하게 나타나는 여러 형태의 예민함의 사례를 이야기했는데 4부, 5부는 예민함을 어떻게 하면 달래고 그것을 오히려 승화시켜서 성공하는데 도움을 주게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예민함은 그것을 긍정적으로 발전시키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코가 예민해서 음식 먹기에 힘든 사람은 향과 관련된 사업을 더 잘 할 수가 있는 것이고 에너지가 너무 넘쳐서 약간 독선적으로 흐를 수 있는 사람은 스스로를 통제한다면 사람들에게 더 인정받는 리더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책에서는 여러 예를 들고 거기에 맞는 조언을 해 주고 있다.


사실 정도 이상의 예민함을 가진 사람중에서 그것을 적절하게 통제해서 자신에게 더 발전되는 방향으로 이끌게 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보통은 그런 예민함을 그대로 가지고 살아가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그런 성격이 결국 예민함 때문인 것이고 그것은 어느 정도는 치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안다' 는 것이 쉬운 듯 보여도 그 자체로 큰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데 조금씩 나아가면서 예민함을 좋은 쪽으로 발전시킨다면 어쩌면 다른 사람에게는 없는 나만의 장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평범하게 보이는 나 자신의 예민함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깨닫게 해준다. 그전에는 몰랐던 내 마음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될 것이다. 그래서 제목은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고 했지만 평범하게 예민한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도움이 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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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본색 - 우리가 몰랐던 조선 활자 이야기
이재정 지음 / 책과함께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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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술은 중국에서 처음 발명했지만 우리 나라는 그것을 수입해서 더 나은 발전을 이루었다. 목판 인쇄는 어떻게 보면 쉬운 수준이었고 그것에서 더 나아가 활자를 만들어서 인쇄하는 기술까지 발달했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바로 '금속 활자'다. 구리나 주석같은 금속을 이용해서 활자를 만들어서 책을 인쇄한 것인데 우리 나라는 공식적으로 세계 최초의 금속 활자 발명국이다. 그 유명한 '직지'가 바로 우리 나라에서 인쇄된 것이다.


그런데 직지는 고려 시대 유물이고 그 다음 왕조인 조선 시대의 금속 활자는 어떠한 가치를 지닐까. 고려 시대가 아니라서 큰 가치가 없는 것은 절대 아니다. 서양 인쇄술의 시조인 구텐베르크가 처음으로 인쇄기를 만들어서 책을 만든 것은 1455년경이라고 한다. 직지가 인쇄 된 것은 1377년이고 이 사이 78년간 우리 나라에서 금속 활자는 새롭게 만들어졌다. 즉 직지가 아니라고 해도 그텐베르크보다 수 십 년 앞선 금속 활자 기술력이 있었던 것이다.


이미 1403년 조선 초기 태종때 계미자가 만들어졌고 1420년 세종때는 경자가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1434년에는 조선을 대표하는 최고의 금속 활자인 갑인자가 만들어졌다. 고려 시대의 금속 활자 기술이 조선에서도 꽃피웠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15세기 활자가 몇 년 전에 발견이 되었다. 금속 활자를 만드는 재료인 금속은 당시에 쓰임새에 비해서 생산량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운 활자를 만들때는 그전에 만들었던 글자를 녹여서 만들었다. 그러기에 15세기 활자가 발견이 되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발굴 당시에는 정상적인 보관 중에 발견이 된 것이 아니라 항아리 같은데 담겨있었다고 한다. 그냥 항아리에 담겨 놓고 파묻었던 것이다. 어떤 이유로 그렇게 땅에 묻었는지 여러 가지 설이 분분하지만 확실한 것은 없다. 중요한 것은 금속 활자가 발견되었다는 것. 그전에는 금속 활자로 찍은 책만 있었는데 이렇게 오래 전 만든 금속 활자를 대량으로 발견한 것은 정말 흥분되는 일이다.


책은 이 역사적인 발견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조선 초기에 만들어진 금속 활자들의 가치와 함께 현재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수 십만 점의 활자들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 한다. 말 했듯이 금속 활자는 금속이 귀한 탓에 뒤에 만드는 활자를 위해서 앞에 만든 활자는 녹이기 때문에 실물로 전해지기 어렵다. 이것은 구텐베르크의 서양도 마찬가지다. 인쇄한 책 자체는 후대에 전해지는 것이 많지만 활자 자체는 그렇게 많지 않은데 우리 나라에서 이렇게나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세계적으로도 우리가 가장 많이 갖고 있다.


조선 시대 왕들은 역량이 된다면 금속 활자를 만들었다. 그 역량은 대부분 국력도 괜찮고 왕권이 컸을 때였다. 금속 활자를 만드는 것을 통해서 왕권을 과시하고 그 역량을 내보이기 위한 것이었다. 지은이는 금속 활자 자체가 당대 왕들의 보물이었다고 하는데 일리가 있는 말이다. 금속 활자는 문화와 경제력이 밑받침이 되지 않으면 제작하기 어려웠는데 그만큼 가치가 있었기에 능력이 된다면 만들고 싶어했던 것이다. 전란으로 재정이 궁핍했던 선조나 인조때까지는 거의 만들 수가 없었던 것이다. 대신 민간을 통해서 활자를 만들어서 나중에 국가로 귀속하는 방법을 쓰기도 했다고 한다.


4장과 5장에서는 활자로 인쇄한 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인쇄용 글씨는 어떤 사람 것을 했을까부터 활자의 이름과 책에 따라서 달라지는 서체를 설명하고 한자 활자에 비해서 많이 만들어지지 못했던 한글 활자에 대한 이야기도 한다. 서체는 보통 당대의 명필이나 중국의 명필에서 글자를 따 왔는데 조선 초기 명필가였던 안평 대군의 글씨가 쓰였다는 것이 눈에 띈다. 세종 대왕이 만드신 한글을 이용한 다양한 활자가 만들어졌으면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도 들었다.


책은 전반적으로 조선 시대의 금속 활자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직지로 대표 되는 고려 금속 활자에 비해서 잘 알려지지 않은 조선 시대 금속 활자도 충분히 가치 있고 보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내용이었다. 전문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면 약간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천천히 읽으면 조선 금속 활자의 참된 진가를 잘 알 수 있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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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 - 미친 듯이 웃긴 북유럽 탐방기
마이클 부스 지음, 김경영 옮김 / 글항아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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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북유럽에 대한 선망이 많아졌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기본적인 복지에서 실망할수록 살기 좋다는 북유럽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가 나온다. 어떻게 그 나라들이 그렇게 살기가 좋을까. 사실 그렇게 잘 사는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고 그 돈은 내 수입의 절대량을 세금으로 낸다는 것을 별로 생각하지 않은 모양이다. 공과금이나 세금이 조금만 올라도 난리를 치는 우리 나라에서 북유럽 복지의 근간인 엄청난 세율을 본다면 기절할 정도다.


내가 번 돈의 반을 세금으로 낸다고 해도 그것이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끼친다면 이해할 만하다. 의료,교육같은 복지에 제대로 쓰이고 또 실업했을때 사는데 지장이 없는 돈이 나온다면 세금을 많이 낼만하다. 아직도 많이 일하고 많이 일할 수 밖에 없는 사회 분위기에 분노하는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 북유럽 사회 체제는 부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북유럽이 뛰어난 복지가 다는 아닐 것이다. 다른 좋은 점 나쁜 점이 있을텐데 불행하게도 우리 나라에서 너무 멀다. 우리와 사고 방식이나 생활 방식이 다르다. 그런 점에서 이들 나라를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는데 이 책이 그런 역할을 할 것 같다. 지은이 마이클 부스는 영국인으로 다방면에서 글을 쓰는 작가, 언론인인데 그가 덴마크에서 살면서 영국인으로써 이들 나라를 바라 보는 관점을 흥미롭고 실제적으로 쓴 내용이다.


먼저 덴마크는 지은이가 살았던 곳이기도 한데 행복 지수가 1등이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수치화하기 어려운 행복이라는 관념을 어떻게 측정을 햇는지 모르겠지만 그 이후에도 여러 조사에서 1위를 한 적이 많다고 한다. 한 두 번도 아니고 여러 번 그런 결과가 나왔다면 분명 어떤 의미있는 현상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행복할까. 표면적으로는 풍족한 복지 정책때문이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신뢰'에 있다. 내가 번 돈의 반을 세금으로 뜯어가도 그것이 복지에 제대로 쓰이고 부의 재분배에 기여한다는 믿음 말이다. 아마 실제로도 그것에 근접하게 집행이 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돈을 그렇게 뜯어가도 아무말 없지. 내가 낸 세금이 허투로 쓰인다면 혁명이 일어나도 벌써 일어났을 것이다. 


반면에 이런 복지 정책으로 인해서 너무 느긋하고 편안해서 나태해지는 면도 있다. 무슨 조사에서 덴마크 나태지수가 2등을 했다고 한다. 여유가 있는 것은 좋지만 게을러지는 것은 방지해야 할텐데 쉽지 않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강국이었다가 여러 번 패배한 이후로 안으로는 단결을 했지만 긍정적 편협주의에 빠져서 고립성을 향하고 말았다. 


이 책에서 덴마크와 함께 가장 많은 쪽수를 차지하는 스웨덴은 오늘날 스칸디나비아를 대표한다고 할 만한 나라다. 한때 북유럽은 덴마크가 지배했다. 하지만 스웨덴이 스스로 일어나기 시작하고 30년 전쟁 시절 때는 강력한 국가였다.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하고 현대에 들어와서는 롤러코스터 같은 시절을 겪었다. 1980년대와 90년대에 신용 거래와 관련한 경제적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기민한 개혁으로 그것을 극복했고 아직까지도 수준 높은 복지 국가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그런 스웨덴도 이민 정책이 옳으냐 그르냐로 논란이 있고 고령화에 따른 복지 제도의 악화도 문제가 점점 커지고 있다.


사실 어느 나라나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다. 그것을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좋은 점이 더 큰 영향을 발휘하면 살기 좋은 나라가 되는 것이다. 북유럽이 살기 좋다고 하는 것은 신뢰, 사회적 결속, 경제 평등과 남녀 평등, 합리주의, 겸손, 균형적인 정치 경제 제도 등이 다른 나라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이 바로 이런 것들이다. 지금 우리 나라에서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는 많은 문제들이 북유럽에서 슬기롭게 풀어가고 있다는 것이 이들 나라를 부럽게 하는 요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은 겉으로만 알던 북유럽을 조금은 실제적으로 알게 한다. 지난 세월 우리 나라는 밤낮없이 일했고 그것으로 큰 경제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이제는 잘 살게 되었으니 앞만 보는 것이 아니라 옆과 뒤도 봐야 하는데 아직도 안 보고 있다. 그래서 요즘에는 돈을 좀 더 적게 벌더라도 생활에 충실한 워라벨을 추구하는데 그것의 모델이 북유럽이 것이다. 진짜 제대로 된 복지가 실현이 된다면 세금을 지금보다 더 많이 올려도 찬성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국민 간에 그런 공감대와 신뢰를 어떻게 쌓는 지가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북유럽과 우리는 삶의 태도도 다르고 기후나 문화가 다르기에 비슷하게 살 수가 없다. 하지만 그들의 정책은 우리에 맞게 충분히 도입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든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북유럽의 그 여유를 부러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의 부제는 미친 듯이 웃긴다고 하지만 별로 웃기지는 않았고 북유럽 각 나라가 어떠한 문제점이 있는지 그리고 그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삶을 살 수 있는 지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었다. 북유럽으로 여행 가는 사람들이나 이쪽 지역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내용 같아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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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리치의 일본 미학 - 경계인이 바라본 반세기
도널드 리치 지음, 박경환.윤영수 옮김 / 글항아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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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가까운 나라 일본. 과거 역사를 보면 오랫동안 우리를 괴롭힌 나라다. 임진왜란이라는 초유의 전쟁을 일으키고도 모자라 결국 우리나라를 식민지로 삼은 미운 나라. 광복이 되고 수십 년이 흘렀지만 자신들의 행위를 반성하지 않는 모습은 그들을 가깝지만 멀게 느껴지게 한다. 현대에 와서 민주주의가 확산이 되었기에 더 이상 과거와 같은 국가 대 국가의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여겼지만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언제 어떻게 될 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그 주된 경계 대상이 일본이 아닐까 싶다.


다행히 우리는 과거의 조선이 아니고 경제나 문화 그리고 국방 분야에서 결코 일본에 뒤지지 않는 국력을 키웠다. 전쟁은 일어나지 않아야겠지만 우리가 약하면 상대가 오판을 하게 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국방력도 키워야겠지만 일본이 어떤 나라인가에 대해서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내적 외적으로 많이 대비를 해야 일본도 허튼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일본인이 보는 일본, 그리고 우리 한국인이 보는 일본 이렇게 일본을 알아 가는 것도 좋지만 서양인의 관점에서 보는 일본은 어떤 나라인가도 흥미롭다. 단순히 몇 번 본것이 아니라 아예 일본에서 오래 살면서 관찰했다면? 이방인의 위치에서 찬찬히 살펴본다면 또 다른 객관적인 시각으로 일본을 알아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면에서 이 책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지은이인 도널드 리치는 미국인인데 1947년 연합군 사령부의 군무원으로 일본에서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 많은 미군처럼 그냥 점령국 일본에 대해서 조금만 알고 돌아갔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일본에 대한 많은 관심이 있어서 다시 일본으로 돌아왔고 88세의 나이로 세상을 뜰 때까지 일본을 탐구했다. 마냥 일본 문화에 대한 찬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서양인의 관점에서 일본 문화는 어떻게 보이는가에 대한 깊은 통찰을 했던 것이다.



일단 지은이가 남긴 많은 에세이중에서 의미 깊은 글들 20개를 모았는데 하나 같이 가볍지 않고 세밀하면서 깊이 있는 글들이다. 지은이는 '패턴' 이라는 낱말을 자주 쓰는데 일본의 미학은 자연의 패턴을 잘 연구해서 현실에 잘 구현하는 것에 있다고 말한다. 사실 자연을 현실에 구현하는 것은 우리나라나 중국 등 동양에서 많이 나오는 모습이긴 한데 미국의 심심한 작은 도시에 살았던 그의 눈에는 그것이 신비롭게 느껴졌던 모양이다.


일본의 패턴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첫 장 일본의 형태에서 잘 드러난다. 국가에서부터 생활 전반에 걸쳐서 패턴이 있다고 봤다. 말하자면 일종의 형식이 일본을 지배하는 것이다. 전화를 하는 방법, 쇼핑을 하는 방법, 차를 마시는 방법, 돈을 빌리는 방법 등에서 절대적인 형식이 존재하고 그것을 지키려고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런 형식에 전 국민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과거 일제 군국주의가 힘을 얻게 된 하나의 요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본의 키스' 글에서는 우리 나라도 비슷한 것 같아서 미소가 지어졌다. 서양인에게는 지극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행위인 키스가 일본에서는 금지된 행위라는 것이 이상했던 모양이다. 이미 100년전 1883년에 프랑스 공쿠르 형제는 일본에서는 섹스를 할 때 키스를 하지 않는다는 기록을 남겼다고 한다. 그만큼 터부시되었다는 말인데 그것이 공공 장소에서 표현될리가 없다. 물론 오늘날에는 그런 키스는 자유롭다. 하지만 서양에서 누구에게나 하는 그런 키스의 의미와는 다르다. 가족간에 유대와 사랑의 의미를 담은 자연스런 행위가 일본에서는 섹스의 일부분으로만 의미가 있다는 것이 의아스러운 부분인것 같다.


책은 1962년의 글부터 2007년의 글까지 세월의 흐름속에서 느껴지는 여러 관찰들을 진중한 모습으로 쓰여진 글들을 모았다. 이 책으로 일본의 본 모습을 다 알기는 힘들지만 일본이라는 나라가 어떻구나 하는 느낌을 느낄 수가 있다. 일본에서 오래 살았지만 결코 일본인이 되지 못했던 이방인이자 경계인의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일본을 살펴 볼 수 있는 것이다. 쉽게 쓰여진 글이 아닌 만큼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빠르게 읽으려고 하지 말고 한 숨 죽여서 천천히 읽으면 좋을 책이다. 곱씹을 만한 부분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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