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이야기 - 2022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박동희 지음 / 미진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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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에 여행을 간다면 무엇보다 앙코르 와트를 구경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곳이다. 앙코르 와트는 당대의 사원으로 오랫동안 방치되다시피 하다가 100여 년 전에 서구에 소개되어 전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지게 되었다. 알려지기로는 1860년 프랑스의 식물학자 앙리 무오가 밀림을 탐색하던 중 '발견'하여 유럽에 전했다고 하는데 사실 이 말은 지극히 서구 중심적인 말이다. 지금의 미국도 원래 있던 것인데 자기들이 발견했다고 신대륙이라고 하지  않는가. 앙코르 와트가 진짜 버려졌다면 발견이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앙리 무오를 비롯한 서구 사회가 몰랐을 뿐 당시 살던 사람들은 존재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외부인들이 앙코르 와트를 인식하기 어려웠던 면은 있다. 이 엄청난 건축물이 세워져서 계속 사용되고 사람들이 왕래한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버려지다시피 했던 것이다. 그래서 밀림 속에 숨어 있다가 갑자기 나타났으니 놀랄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수백 년 전에 내륙 한복판에서 돌로 세운 거대한 건축물. 그런데 사람이 사용하거나 사는 흔적은 오래 전에 없어진 이 신비한 사원의 비밀은 무엇일까.


이 책은 그 유명한 앙코르 와트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버려졌는지를 포함한 앙코르 문화 자체에 대한 책이다. 앙코르 와트는 앙코르 왕국에서 만들었다. 지금의 캄보디아는 과거에 크메르인들이 살았고 이들은 강력한 크메르 제국을 세웠는데 그 수도가 앙코르였던 것이다. 크메르는 주위의 베트남이나 태국, 미얀마 등과 경쟁을 하면서 어떨 때는 영토가 축소되고 어떨 때는 확대되면서 명맥을 이어갔는데 앙코르 와트가 세워질 때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때였다. 


사실 이 정도 건축물을 세우려면 엄청난 재정이 필요한 데 당시 크메르는 잘 발달된 관개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근처 시엡립강의 물을 적절하게 이용한 것이다. 이 강의 수로와 운하를 이용해서 물을 다스렸던 것이다. 수로망과 저수 시설들은 우기의 강물이 체류하는 시간을 길게 만들면서 농사를 짓는데 적절하게 이용했다.


이런 정교하면서 방대한 치수 시설을 토대로 농업이 발달했고 그것으로 국부가 쌓이면서 앙코르 와트 같은 대형 건축물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수로망을 유지 관리하기가 어려워지기 시작했고 이것은 식량 생산량의 감소로 나타났으며 그만큼 국력은 쇠퇴했다. 게다가 야유타야 같은 주의 신흥 강국이 앙코르를 위협하면서 결국 오랫동안 수도였던 앙코르를 떠나서 다른 곳으로 옮기게 된다. 이후 점점 쇠퇴하면서 결국 멸망하게 되는데 앙코르 와트는 이 와중에 천천히 그 빛을 잃어가게 된 것이다.


책은 앙코르 왕국의 이모저모를 살펴보고 있다. 앙코르 와트가 이 나라를 대표하기는 하지만 그밖에 대단한 건축물들이 많다. 앙코르의 붉은 보석 반띠아이 스레이 사원, 케오 사원, 바푸온 사원, 바이욘 사원 등은 앙코르 와트만 알고 있던 사람들에게 신선한 놀라움을 느끼게 할 것이다. 앙코르는 802년에서 1431년까지 630년간 존속한 나라인데 우리로 치면 통일 신라 시대부터 조선 초기까지 해당된다. 


이 때 앙코르에는 정교하면서도 거대한 건축물을 세웠던 것이다. 당시의 기술 수준을 생각할 때 엄청나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사원들은 힌두교와 불교를 반영한 종교 사원인데 이런 건축물을 통해서 문명을 꽃 피웠던 것이다. 우리는 석굴암 같은 돌로 만든 부처상이나 고려 청자 같은 자기류로 문화를 만들었다면 앙코르는 종교 사원들 통해서 그들의 삶과 생각을 나타냈다고 볼 수 있다.


책은 그런 많은 사원들의 배치나 여러 장식, 회랑 등의 건축 요소를 여러 사진과 함께 설명하고 있는데 적절한 설명과 함께 곁들여서 앙코르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그리고 이 사원 건축물이 중요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당대의 역사를 사원의 비문을 통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앙코르 왕국의 역사는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그나마 이 비문으로 역사를 알 수가 있는데 600년이 넘게 이어진 한 나라의 역사가 온전히 전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고 슬프다. 이토록 찬란한 문명을 이룩한 나라의 정체가 알려지지 않았기에 아직도 신비한 나라로 느끼게 된다.


사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앙코르를 완전히 복원하기는 힘들지만 대신 그들이 만든 석조 건축물이 있다. 단순히 보면 그냥 쓸모없는 듯한 돌멩이 같겠지만 이 자체가 수 백 년의 역사를 간직한 산 역사다. 이 돌 하나 하나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알고 본다면 그 옛날 앙코르의 영화를 좀 더 가까이 짐작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책은 참 좋다. 지은이는 공적개발원조로 앙코르를 복원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이다. 앙코르에 대한 진짜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직접 답사 하고 찍은 사진으로 앙코르라는 나라와 문화에 대해서 제대로 알려주고 있다. 앙코르 와트를 여행하려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 보면 좋을 책이다. 앙코르로 가는 친절하면서도 상세한 길잡이 같은 책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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